독일 극우정당의 부상에 급성장한 극우매체들

2017-07-31     라셀 크내벨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독일에서도 보수단체들은, 대중토론에서 주제를 선점하고, 정치투쟁에서 문화전투를 이끌어가는 두 가지 임무를 동시에 수행하려 한다. 이를 가능케 하는 수단 중 하나는 출판사나 언론매체의 창간인데, 일례로 독일의 한 매체는 최근 몇 년간 눈부신 성장을 거뒀다.

서베를린 부촌 지역에 위치한 주간지 <융에 프라이하이트>(Junge Freiheit, ‘청년의 자유’라는 뜻) 편집실의 안내실 벽면에는, 독일역사의 우화가 20여 명의 행진으로 묘사돼 있다. 집단탈출의 길에 오른 농민들, 왕들, 군인들, 여성들이 등장한다. 심지어 칼 마르크스도 있고 맨 끝에는 반핵 운동가도 있다. 그러나 나치는 한 명도 없다. 12년간의 국가사회주의 독재의 유일한 흔적은 발에 구겨지고 짓밟힌 채 땅에 떨어져 있는 나치의 십자모양 깃발이 유일하다. 이 잡지의 발기인이고 편집장인 디터 슈타인은 자신의 사무실 벽면을 슈타우펜베르그 공작의 초상화로 장식했다. 이 공작은 1944년 6월 20일 히틀러를 향해 테러 공격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나치독일 군대의 장교였다.

“수적으로는 많지 않지만, 독일에 존재하는 어떤 흐름이 제 3제국에 대한 감상주의를 키우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노선은 아니다”라며 50세의 슈타인 씨는 그가 고등학생이던 1986년 창간한 이 잡지의 노선에 대해 명백히 밝힌다. 민족적, 보수적 잡지지만 네오나치 단체인 독일국가민주당(NPD)과는 무관하다.

극우파 정당의 성공과 함께 부수 증가

구식활판 인쇄술로 뻣뻣하게 풀 먹인 대형판형으로 펴내는 <융에 프라이하이트>는 30쪽이 넘는 지면으로, 비슷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운동에 호의적인 글들을 할애하기도 하고(2016년 9월 30일), 프랑스 작가 르노 카뮈가 만들어낸 ‘대대적인 교체’라는 표현을 자기 것인 양 차용해 쓰기도 하며(2016년 12월 16일), 칼럼 면에 1994년부터 프랑스의 혁명적 보수주의 지성인 중 한 명인 알렝 드 브누아를 정기적으로 불러내기도 한다.(1)

<융에 프라이하이트>에서는 역사적이고 철학적이며 주석이 가득한 수많은 논평들과 정치분석 등을 읽을 수 있다. 읽다가 깜짝 놀랄 때도 있는데, 가령 논설위원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불복종할 것을 권유하기 위해 미국의 시인이자 노예제도 폐지론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인용할 때가 그렇다(2017년 1월 6일). 이 매체는 ‘AfD(Alternative für Deutschland; 독일을 위한 대안, 정당 명)’ 내부의 생생한 토론과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한다. AfD는 반이민, 반유로화, 반페미니스트와 극자유주의 담론을 모토로 해 2013년 창설된 극우정당이다.(2) 2013년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AfD는 독일연방의회에 입성하기 위해 필요한 5%의 득표율을 약간 넘지 못했다. 그 후 AfD는 5.5%에서 24%의 득표율을 획득해 독일의 16개 주정부 중 12개의 지방의회에서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선거에서 성공을 거둠에 따라, AfD는 독일 극우파의 무대에서 탄생한 수많은 미디어 친구들을 얻었다. 극우파는 이미 2010년 사회민주당 정치인이었던 틸로 사라진의 외국인 혐오서적 <독일이 사라지다>가 출간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책은 150만 부가 넘게 팔렸다. 같은 시기 음모론주의 월간지인 <콤팩트(Compact)>가 ‘주권을 위한 잡지’라는 제목으로 첫 호를 발행했다. 그리고 <융에 프라이하이트>의 부수는 급격히 증가한다. 정기구독자가 2005년 1천 명에서 2014년 2만 명, 2016년 2만 5천 명으로 늘었다. 잡지사의 주장에 의하면, 현재 주당 3만 부가 팔린다고 한다.

<콤팩트>와 <융에 프라이하이트>는 함께 강연회를 개최하고, 자사 출판서적, 또는 이데올로기가 비슷한 출판사들에서 나온 서적들을 나눠준다. 두 잡지는 ‘서구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이란 단체의 지지자들에게 관심을 쏟게 유도한다. 이 애국적 유럽인 단체가 바로 ‘페기다(Pegida)’인데, 페기다는 AfD처럼 그러나 덜 제도화된 방법으로, 정부를 구성하는 정당들의 정치적 헤게모니에 맞서 싸우자고 주장한다. 페기다의 선동에 따라, 2014년 가을 드레스덴 거리에서 매주 수천 명의 시위자들이 ‘독일의 이슬람화’에 반대해 행진을 했다. 시위자들의 일부는 ‘거짓말 언론’에 대해 적대감을 드러내는 슬로건을 외쳤다. <콤팩트>와 <융에 프라이하이트>는 사회문제들에 대해 통일된 의견을 내는 것으로 추정되는 나머지 언론들과 싸우면서, 다원주의를 보장해 주는 언론들로 모습을 드러낸다.

“독일에서는 언론이 유모 같은 역할을 하는데, 바로 이 점이 문제다. 언론들은 상황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잘 알기에, 독자가 멍청하다고 생각해서 독자를 보호한다. 이민문제 또는 다문화사회에 대한 개념에 관해서도 기자들이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고 독자들이 생각하지 않게끔, 언론들은 정보를 선별한다.”

디터 슈타인의 평가다. 그는 자신이 ‘이데올로기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런 생각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대부분의 독일 기자들이 독일사회민주당(SPD)쪽으로 경도됐다는 여론조사를 근거로 삼아, “언론에는 좌파가 너무 많다”고 말한다. 말할 것도 없이 <융에 프라이하이트>의 기자들은 AfD 쪽으로 기울어 있다. 게다가 AfD는 <융에 프라이하이트>의 기자들을 여러 명 스카우트했다. 디터 슈타인은 “자신이 20년 넘게 독일기독교민주연합(CDU)보다 더 우파인 정당, 그리고 공개적으로 네오나치가 아니면서도 선거에서 상당한 스코어를 얻을 수 있는 그런 정당의 비상(飛上)을 기다려왔다”고 우리에게 단언했다. 그는 CDU의 청년조직을 거친 후, 1980년대 중반 훗날 극단적 우파가 돼버린 급진 우파단체인 공화당에 가입했다. 그 후 자유인민당에 들어가지만, 선거에서 실패하자 그 당을 떠났다. 디터 슈타인은 짜증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거대 미디어들은 새로운 우파정당들을 즉각 무시해버리거나, 혹은 스캔들을 찾아내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새로운 우파정당들을 깎아내렸다. 좌파정당이나 녹색당 창당 초기에 그들에게 호의적인 미디어들이 있었던 것과는 달리, 새로운 우파정당들에 호의적인 미디어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치 영화 DVD를 홍보하는 ‘품격 있는 매체’

<융에 프라이하이트>는 AfD에 호의적인 미디어가 되기로 작정했다. 그것은 AfD라는 정당과 그 지도자들을 찬양하기보다는, 난민·이민·이슬람 같이 <융에 프라이하이트>에 있어 중요한 주제들을 대중토론에 포함시키는 것과 연관된 것이다. 2015년부터 독일로 밀려오는 엄청난 이민 물결에 대해 <융에 프라이하이트>만 유일하게 테러리스트, 범죄, 성폭력이라는 위협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 위협이 현실적이든 잠재적이든 상상에 의한 것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정치적 유사성은 경제적 이익과 맞물린다. 편집장이 설명했다.

“우리 잡지의 판매부수가 엄청나게 증가했다. 특히 메르켈이 국경을 개방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했다.”

2016년 10월 7일, 이 주간지는 1면에 “이슬람이 권력을 원한다”라는 타이틀을 달고, 안쪽 지면에는 프랑스 주간지 <현재의 가치(Valeurs actuelles)>를 인용하면서, “어떻게 샤리아(이슬람교 율법)가 유럽에 퍼져나가는가”라는 기사를 쓰고 있다. 이 매체는 또한 페미니즘, 낙태, 학교에서의 성교육, 젠더 연구에 맞서 싸운다. 이 잡지는 ‘당신, 당신의 아이들과 당신의 손자들을 위협하는 젠더의 광기’라는 소책자를 발간했다.(3) 문화관련 지면들은 사라진 문명들, 황제들, 20세기의 전쟁들을 다룬 역사책들을 추천한다. 영화시평은 가장 유명한 나치의 영화제작자 바이트 할란(Veit Harlan)의 영화가 DVD로 출시됐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영화시평은 바이트 할란에 대해 있는 그대로를 언급하지 않지만, 요제프 괴벨스(나치 독일에서 나치 선전 및 미화를 책임졌던 인물)가 그에게 내린 판단과 유사하게, 그의 재능을 평가한다(2017년 1월 6일). 마지막 장에서 독자들은, 남성패션의 떠오르는 유행 중의 하나인 파이프 흡연가의 귀환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서 휴식을 누리는 여유를 갖게 된다.

옛날 형태의 담배를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융에 프라이하이트>의 독자유형은, 잠재적 광고주들에게 제공된 자료에 의하면, 남성이고(90%), 나이가 많고(독자의 50% 이상이 60세 이상), 부유하고 교양 있는(46%가 최고 학위를 보유하고 있다) 사람들이다. 우리는 2017년 3월 말, 보수주의 도서관에서 독자들의 전형을 다시 만난다. 보수주의 도서관은, 편집장이 자신의 귀중한 장서들을 보존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도서관에서는 이 날 “자본주의의 사회적 열기, 복지국가의 사회적 냉기”에 대한 강연이 열렸다. 연사는 신자유주의 경제사상가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열정적인 제자다.

그는 재분배의 원칙을 야유하고, “확실히 낭만적이었지만 강가에서 빨래를 하던 여성에게 세탁기를 선사한” 자본주의를 찬양한다. 두 명의 60대 독일인 울리케(Ulrike)와 알프(Alf)가 강연장 안쪽에 앉아 주의 깊게 경청하고 있다. 여성인 울리케는 의사다. 남성인 알프는 은퇴했는데, 예전에 프랑스어 및 스포츠학과 교수였고 프랑스와 독일의 우호협력을 위해 40년간 활동했다. 이 커플은 15년 전부터 <융에 프라이하이트>를 읽고 있다. “AfD의 많은 투사들이 이 잡지를 읽는다. 상당수가 고등교육을 받은 지성인들이기 때문이다”라는 알프의 말에 이어, 울리케가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융에 프라이하이트>는 수준 높고, 권위 있고, 정선된 언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다른 언론들처럼 ‘정치적 올바름 운동(모든 종류의 편견이 섞인 표현을 사용하지 말자는 사회운동)’을 펼치지 않는다. AfD나 페기다에 대해서도 차별하지 않는다. 나는 <융에 프라이하이트>가 러시아에 대해 더욱 객관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미디어들은 진짜 마녀사냥을 하고, 모두 똑같은 소리만 하며, 정부나 난민 물결에 대해 어떤 비판도 하지 않는다.”

상호 협력하고 경쟁하는 극우매체들

한 부에 4.40유로, 연간 구독료가 200유로인 <융에 프라이하이트>는 싼 잡지가 아니다. 그러나 이 매체는 인쇄판을 넘어, 인터넷, 유튜브,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점점 더 많은 독일인들과 접촉하고 있다. 디터 슈타인은 <융에 프라이하트>를, 도널드 트럼프의 보좌관인 스티브 배넌이 미국에서 창간한 극보수주의 사이트 <브레이트바트(Breitbart)>와 비교하며 말했다.

“우리는 가능하면 우리 자신이 조사한 진짜 정보들만 사이트에 올린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브레이트바트와 다르다.”

<융에 프라이하이트>가 친 트럼프, 친 푸틴 성향과 이슬람혐오증을 드러내고 독일역사에 자화자찬하지만, 이 매체는 독일을 포함한 새로운 우파언론 중에서 그나마 온건한 편에 속한다. ‘주권 매체’라는 부제가 붙은 월간지 <콤팩트>는 과도함에 있어서 <융에 프라이하이트>를 능가한다. 1990년대 급진좌파에서 페기다(Pegida)를 거쳐 음모론주의에 빠졌던 위르겐 엘세서가 2010년 창간한 <콤팩트>는 현재 대략 4만부를 배급한다고 주장한다. 이 매체의 2017년도 창간호 표지에는 히틀러의 콧수염을 단 메르켈 총리가 등장했다. 그 제목은 “메르켈의 마지막 전투. 총리 벙커에서의 마지막 한 판”이었다. “국가사회주의 대신, 독일의 부를 전 세계에 배분해 주는 반(反)국가사회주의를 우리는 현재 시행하고 있다”고 위르겐 엘세서가 ‘무슬림의 대량수입’에 반대하는 자신의 사설에서 설명했다. 

반면, AfD의 전직 당수인 프라우케 페트리는 2016년 3월호에서 ‘최고의 수상’으로 소개됐다. <콤팩트>는 또한 프랑스의 국민전선(FN)에 대한 우정도 드러내고 동일한 정체성을 가진 점도 드러낸다. 그리하여 이 매체의 2월호는 커버에 마리옹 마레샬 르 펜을 싣는다. 이 월간지에 따르면 르 펜은 ‘이슬람화를 막는 유럽의 딸들’ 중 한 명이다. 우파색이 물씬 감도는 이런 언론 리스트에 매체 <제체시온(Sezession, ‘분파’라는 뜻)>이 빠지면 불완전할 것이다. 이 매체는 2003년부터 ‘국가정책연구소’에 의해 발간되고, 페기다의 연사들 중 한 명인 괴츠 쿠비체크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단지 2천부가 인쇄되지만 이 격월간 매체의 공격력은 상대적으로 막강하다. 오랜 세월에 걸쳐 독일과 그 외 극우파 사상들의 특권적 만남의 장소가 돼버린 <제체시온>이 조직하는 수많은 심포지엄과 강연회를 포함하면 그 공격력은 아주 막강할 것이다. 

게다가 <제체시온>과 <융에 프라이하이트>는 몇 명의 저자를 공유하고 있다. 바로 이런 사실 때문에 디터 슈타인이 세운 엷은 장벽마저 무너지고 있다. 작센 안할트(Saxe-Anhalt)주(州)의 시골에 자리잡은 <제체시온>의 출판연구소가 주최하는 심포지엄과 강연회에는, AfD의 책임자들, 네오나치당 NPD의 예전 책임자들, 부족사회와 오스트리아 정체성을 설교하는 미국남성중심주의자들이 함께 나란히 앉아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확신을 얻은 이 이데올로기 연구소는 주변부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토론의 중심도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라셀 크내벨 Rachel Knaebe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고광식
파리 8대학 언어학박사로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있다. <르몽드 세계사 3> 등의 역서가 있다.

(1) Cf. Die Freiheit eine Gasse! 25 Jahre Junge Freiheit(골목을 자유롭게 하라! ‘융에 프라이하이트’의 25년), Edition JF, 2011.
(2) Dominique Vidal, ‘À droite, du nouveau(다시, 우측으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5년 5월호.
(3) https://jungefreiheit.de/gen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