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두려움의 그림자

2017-07-31     마리나 다 실바

시리아 북서쪽 도시 알레포에는 1970년대부터 모든 사회 계층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영원히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죽음이 문 뒤에서 우리를 엿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면 참으로 어리석은 인생이다.” 2013년도 나기브 마푸즈 상(1)을 수상한 칼레드 칼리파의 네 번째 소설은 앞으로 닥칠 재앙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이 작품 속에는 군사독재, 억압, 검열, 부정부패, 내부분열, 종교의 과격화... 파멸로 치닫는 모든 요소들이 담겨있다. 1963년 바스(Baas)당이 집권하면서 당 정보부의 편재와 긴급사태 속에서도, 오래된 도시 알레포가 거주민들에게 선사하는 마력과도 같은 힘을, 민중의 모습을 통해 잔잔하게 그려낸 가족소설이다.

소설의 화자는 1963년생이다(참고로 작가 칼리파는 1964년생). 화자는 10세 무렵부터 불행한 유년기를 보낸다. 아버지는 처자식을 버리고 연상의 미국여성과 야반도주 한다. 화자는 수치심이 어떤 것인지 생애 처음으로 알게 된다. 엄마를 보면서 시작된 수치심은 정신질환자가 된 누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알레포에서 동성애는 금기)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외삼촌으로 인해 극대화된다. 또 한 명의 누이 사우산은 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사우산은 친구들을 바스 당과 소속 민병대에 고발해 넘긴다. 사우산은 민병대 활동에 가입해 철저히 순종하면서 특혜를 누리려 한다. 매춘을 하던 사우산은 히잡을 쓰면서 ‘회개’의 삶을 살게 된다. 화자는 누이 사우산에 대해 어떤 평가도 하지 않고, 그저 연민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끝으로 오빠 라치드가 있다. 라치드는 2003년 이라크에서 미국을 상대로 지하드에 가담한다. 
여러 고난과 갈등을 겪은 화자의 가족은 시리아의 사회상황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이들 가족의 상황은 탐욕스러운 정치인과 정보기관의 장교들이 장악해버린 도시 알레포의 축소판이다. 알레포에서 주민 대부분은 동쪽 동네에서 비참한 삶을 이어가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을 감내한다. 화자 가족의 여정을 따라가면, 정치 폭력으로 일어난 상처와 분열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또한 최근 59년 간 시리아에서 벌어진 정부군과 무슬림 형제단의 충돌이 무르익은 시기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칼리파는 이전 소설 <증오에 대한 찬사>(2011년에 프랑스 출판사 Actes Sud에서 출간됐으나 시리아에서는 출간 금지됐다)에서 1982년 이슬람 봉기를 배경으로 보수주의자인 어느 젊은 여성의 여정을 다뤘다. 굶어 죽어가는 가족을 죽이고, 자살하기 위해 칼을 찾는 한 남자의 외침. 작가는 알레포를 위한 노래를, 이후 다큐멘터리 형식의 소설에서 그릴 생각이다. 

글·마리나 다 실바 Marina Da Silva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한불과 졸업. 역서로 <술레이만 시대의 오스만 제국>(2016) 등이 있다. 

(1) 이집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1988), 나기브 마푸즈(Naguib Mahfouz, 1911~2006)의 이름을 딴 상으로, 1996년부터 그 해 최고의 아랍소설에 수여해 온 이집트의 권위 있는 문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