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눈에 비친 사회
<코끼리의 여행> 조제 사라마구
<코끼리의 여행> 조제 사라마구
짓궂은 유머의 효과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소소하고 평범한 특징, 큰 사건들, 주요 등장인물과 평범한 사람들, 보잘것없는 인간의 행동과 위대한 자연의 움직임, 풍경, 동물, 산과 평야, 대화, 묘사와 대답이 모호하게 뒤섞여 있다. 저자 조제 사라마구는 ‘만물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소설을 쓴 것 같다. 특히 자유로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이 책은 유럽 국가의 고서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
1551년 포르투갈 국왕 주앙 3세와 카트린 도트리슈 왕비는 막시밀리앙 도트리슈 대공에게 ‘살로몬’이란 이름의 코끼리를 하사한다. 아시아산처럼 보이는 코끼리로 가죽은 회색과 커피색 중간이고 얼룩무늬가 가득하며, 매우 영리하다. 인도 출신으로 막시밀리앙 대공에게 충성하는 조련사 부트로는 이 코끼리를 보며 애정과 경탄을 느낀다. 부트로가 보기에 이 코끼리는 커다란 머리로 생각을 할 줄 아는 지적인 동물인 것이다. 이 소설에서 부트로는 생계 수단인 일자리를 잃을까봐 늘 전전긍긍하며 고민하는 인물로 나온다.
부트로와 코끼리는 포르투갈에서 스페인·이탈리아·비엔나까지 여행을 하게 되는데, 가는 곳마다 종교적 관용이 없고 종교재판이 성행하며 광신교도적 면을 보이는 사람들로 기득하고 가톨릭 교회의 음모가 끊이지 않는다. 그와 코끼리는 여러 사회에서 뭔가 계시를 주는 신비한 존재로 대우를 받게 된다. 특히 가톨릭 교회는 루터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님에도 그가 남긴 개신교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이를 위해서는 거짓 기적을 만들어내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실제로 저자는 최근에 가톨릭 교회로부터 공격을 당한 경험이 있기에 더욱 생생하게 기톨릭 교회의 추잡함을 묘사한 것처럼 보인다. 저자는 파두바에서 성 안토니오 교회가 부르토에게 코끼리의 무릎을 꿇게 해보라고 어떻게 부탁하는지를 묘사한다. 교회는 한쪽만이라도 좋으니 코끼리의 무릎을 꿇게 해보라고 한다. 교회의 문 앞에는 기적을 보려고 몰려든 사람들로 가득하고 코끼리는 오른쪽 귀를 가볍게 맞자 네 발의 무릎을 굽힌다. 이에 사제는 만족한다.
이 소설은 자신의 영광을 높이기 위해 음모도 마다하지 않는 지도자들의 위선과 추악함, 여기에 놀아나는 대중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예나 지금이나 인간 사이의 공존을 위협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 독자는 이 책의 블랙 유머를 통해 가볍게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글•프랑수아 바르텔레미 François Barthélé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