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이 뒤섞인 중국 녹색운동

2017-08-31     기욤 피트롱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한 이후 중국이 기후변화 대응의 글로벌 리더로서 부상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오염상태가 가장 심한 국가로 꼽히는 중국이 환경보존정책들을 지지하고 나서자, 환경오염 주범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중국 하면 변함없이 떠오르는 색깔은 녹색과 적색, 두 가지다. 중국 전역에서 볼 수 있는 환경보호 포스터들에는 울창한 숲과 청명한 하늘이 어우러진 깨끗한 도시의 모습이 단골로 등장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우리의 아이들이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매일 아침 초록빛 산과 파란 하늘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1) 그러나 웨이동잉이 자신이 사는 울리마을(중국 동남부 저장성)을 가로질러 흐르는 첸탄강을 촬영했을 때, 사진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잿빛 하늘과 주황색으로 오염된 강이었다.

2003년부터 쌓아 놓았다는, 주방바닥 여기저기 놓인 5kg짜리 판들을 치우자 첸탄강으로 염료가 섞인 폐수를 쏟아내고 있는 배관들이 보였다. 중국의 화학그룹 ‘루이카이’의 염색공장과 연결된 배관이었다. 이 환경오염 기업 때문에 첸탄강 인근의 주민들은 유해환경에 던져졌고, 각종 질병에 만성적으로 시달리게 됐다. 60명이 넘는 주민들이 폐암, 간암, 위암으로 사망했다. 웨이동잉에 따르면 이는 지난해 대비 6배에 달하는 수치다. 웨이동잉의 말을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그의 남편 역시 어머니와 형제를 병으로 잃었다.

주민 약 2천 명이 거주하는 울리 마을. 우리는 곳곳에 깔린 경찰 정보원들의 시선을 피하고자 택시 뒷자리에 몸을 숨긴 채 얽히고설킨 미로와도 같은 골목길들 사이를 누비며 비로소 웨이동잉을 만날 수 있었다.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다가도 때때로 목소리가 높아졌고, 담담하게 설명하는 도중에도 종종 분노 섞인 탄식이 터져 나왔다. 지난 수년 간 이 51세의 여성은 화학오염의 증거들을 수집하고, 지도에 기록하고, 법원에 제소하고, 관련 당국의 무관심을 규탄해왔다. 그러나 당국은 환경오염을 묵인하는 조건으로 기업이 건넨 현금 두둑한 ‘빨간 봉투’를 챙기고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15년째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웨이동잉이 우리에게 물었다. “공장들은 변한 것이 전혀 없고, 우리는 여전히 고통받고 있습니다. 도대체 우리의 투쟁이 소용 있기나 한 걸까요?”

중국에는 웨이동잉처럼 개별적으로 환경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들 외에도, 약 20여 년 전부터 다수의 환경운동가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30년간의 자본주의로 나타난 환경적 재앙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이제는 덩샤오핑 때부터 중국 공산당을 지탱해온 주요 정책, 즉 경제발전 정책의 정당성에까지 의문을 제기한다. 환경오염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공산당은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환경 NGO들이 광범위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이 NGO들의 활동이 체제를 약화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공산당은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억압과 탄압도 멈추지 않고 있다. 환경운동가들은 결국 정부의 탄압과 환경보존 활동의 필요성 사이에서 불안한 줄타기를 하는 상황이다.

셴 춘이도 분노에 찬 수많은 중국인 가운데 한 명이다. 쓰촨성의 성도인 청두에 거주하는 9백만 명의 다른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가냘픈 체격에 침울해 보이는 눈빛을 한 이 19세의 여대생 역시 대기오염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었다.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들과 이웃도시 펑저우 시에 위치한 석유화학 공장이 주된 원인이다. “지난가을과 겨우내 하늘을 아예 볼 수가 없었어요. 며칠 전 햇빛이 잠깐 비추자 사람들이 너도나도 카메라를 꺼내 들더군요.” 셴 춘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급기야는 2016년 12월에 시위가 일어났다. 수백 명의 시민들이 방독면을 쓴 채 티안푸 광장에 집결한 것이다. “그러나 시위대는 곧 해산됐습니다. 주동자들은 체포됐고, 언론은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이 털어놓았다. 주동자들이 체포된 후 어떻게 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방정부들을 감시하기 시작한 중앙정부

그 후 몇 개월이 흘렀지만, 거대한 마오쩌둥 동상이 내려다보고 있는 티안푸 광장에는 여전히 무거운 기운이 감돌았다. 폭동 진압장비를 갖춘 경찰들이 힘찬 발걸음으로 광장 주변을 돌고 있었다. 더 멀리에는 한 무리의 경찰차들이 보였는데, 금방이라도 붉은색 경고등을 울리며 달려올 것만 같았다. 우리가 타고 있던 택시 뒤로 갑자기 두 대의 자동차가 따라붙었다. 그리고 어떤 공공장소에 다다르자 안보부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우리 사진을 찍었다. 이제는 청도를 떠나야만 했다.

중국 당국에 의하면, 대기오염에 항의하는 각종 시위는 2013년 총 712건으로 집계됐다.(2) 그러나 혹자는 3만~5만 건 발생했다고도 이야기한다. 이런 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는 환경단체들이 탄생하는데 든든한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최초의 환경단체는 1993년 베이징에서 설립된 ‘자연의 친구들’이다. 이쿤 우가 31세의 나이로 1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시작한 단체였다. “당시에는 환경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우리 단체의 활동 대부분은 나무를 심고 조류를 돌보는 일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는 말했다. 과거 중국의 환경운동 선구자들의 활동은 체제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이 미국의 환경운동가들처럼 서로 힘을 모으고 비정부기구(NGO)를 설립하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사실 중국의 경우 비정부기구라는 말부터가 모순인데, NGO 내부에 공산주의청년단, 직업 단체, 노조 등 정부와 연결된 조직을 반드시 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발전은 외국 자금이 환경 NGO로 유입되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무분별한 산림 벌채와 양쯔강 바닥의 침식으로 발생한 1998년 대홍수는 지역주민들을 구조하겠다는 명목으로 새로운 사회단체들이 여럿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2004년 중국 남부 윈난성의 누강 댐 건설 계획이 무산됐을 때도 환경 NGO들의 힘이 컸다. 누강 댐의 건설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지역으로 지정된 곳이 수몰될 위기에 처하자 이들이 필사적으로 막아낸 결과였다. 전통적으로 상명하달식 문화가 발달한 중국에서, 역설적이게도 환경 NGO들은 상향식으로 그리고 외국자금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베이징에 위치한 프랑스 대사관에 따르면, 1994년 9개에 불과했던 중국의 환경 NGO는 현재 공식적인 집계로만 8천여 개에 이른다. 중국 내에 등록된 총 NGO의 수는 약 50만 개다.(3) 중국의 환경 NGO는 특히 2008년과 2013년 사이에 두 배로 급증했다. “모든 분야 가운데 환경 분야에서 최근 가장 많은 NGO가 생겨났습니다.” 이렇게 설명한 이쿤 우 역시 2012년 환경 NGO인 ‘영원한 푸름’을 설립했다.

중국 정부는 이 환경 NGO들에게 최대한 자유로운 활동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단체들은 지역별로 다양한 활동을 벌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를 비판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이들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지 알면 놀라실 겁니다.” 베이징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특파원으로 활동 중인 조쉬 친은 말한다. 사비 10만 위안(13,000유로)을 털어 ‘영원한 푸름’을 설립한 이쿤 우도 이에 동의한다. 과거에는 환경단체들을 신뢰하지 못했었던 중국 정부지만 최근 ‘클린 캠페인’을 벌이면서 이제는 환경 NGO들에게 자금을 지원해주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정부가 환경 NGO들에게 고속도로나 공장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해 환경영향평가를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 유명 환경운동가인 마준이 이끄는 공공 및 환경정책 연구소(IPEA)를 비롯한 몇몇 단체들은 환경 규제를 준수하지 않는 기업들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기도 한다. 중국의 거대 국영 기업들도 종종 이 블랙리스트에 포함된다.

2015년부터는 오로지 환경단체들만이 환경오염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는 “보다 강화된 환경규제들 덕분”이라고, 환경전문 변호사인 왕 칸파는 기쁘게 말한다. 올해에는 ‘자연의 친구들’이 미국의 석유기업인 코노코필립스를 대상으로 2011년 베이징 동쪽 보하이 만에서 기름띠가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소송을 제기한 것을 법원이 수리했다. 왕 칸파는 이를 계기로 자신이 소속된 NGO인 ‘환경오염 피해자 법률지원센터(CLAPV)’에서 1998년부터 제기해 온 다수의 소송 건들이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중에는 헤이룽장성 북부의 유슈툰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화학 공장 주변에 알칼리 금속 및 염산 폐기물들을 무단 투기한 국영기업인 치화그룹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소한 경우도 있다.(4)

지방분권화가 잘 돼 있는 중국에서는 환경문제 인식에 대한 지역별 온도 차가 심하다. 중앙정부는 환경문제의 심각성에 깊이 공감하고 있지만, 지방정부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여기에 한몫 잡으려는 지방 관료들의 입장과 환경보다 수익을 우선시하는 기업들의 입장이 맞아떨어지면서 부정부패 문제가 더해진다. 중앙정부의 지침이 지방에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그 어떤 환경정책이 소용이 있을까? 환경단체들은 지방정부를 감시하면서, 중앙정부의 결정이 지방에서도 실현될 수 있도록 돕는다. “환경단체들과 중앙정부 간에는 암묵적인 동맹관계가 형성돼 있습니다. 환경단체는 시스템 내에서 지방정부들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은 셈입니다.” 베이징 칭화대학교 프랑스-중국 센터의 센터장인 클로에 프로아사르가 분석한다. 

심지어는 논란이 되는 프로젝트를 중단시키기 위해 공산당 고위 간부가 환경 NGO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모우 광펭이 그런 경우다. 2003년 누강 댐 건설 프로젝트가 불투명한 과정을 거쳐 승인되자, 국가환경보호국(SEPA) 환경영향평가부서의 부서장이었던 그는 환경단체 ‘푸른 지구를 위한 자원봉사자들’의 설립자인 왕 용첸에게 재평가를 요청했다. 재평가로 상반된 결과가 도출되자, 당시 총리였던 원자바오 총리는 이듬해 누강 댐 건설의 중단을 지시했다.(5)

감미로운 음악, 좋은 이야기

중국 공산당은 국가 발전에 대한 중산층의 기대치를 잘 알고 있다.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부정부패, 식품 관련 범죄, 부의 양극화에 대한 비판여론은 오늘날의 중국 국민이 경제발전과 함께 사회적 정의의 실현 역시 갈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기대치에 얼마나 부응하느냐에 따라 공산당에 대한 지지율과 당 내부적인 권력 균형이 결정되며, 나아가 올 10월에 열리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이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의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중국 국민은 선거권이 없기 때문에, 정부는 국민과 소통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환경 NGO들을 이용한다. 환경단체들은 겉으로는 환경보호에 관한 역할만을 담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공산당의 원활한 운영을 돕는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아무 대가 없이 환경 NGO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아니다. 연안에 위치한 저장성의 성도 항저우에서도 이를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다. 아름다운 곡선을 자랑하는 사원들과 고대건축의 걸작 육화탑(Six Harmonies Pagoda)이 있으며, ‘동양의 베네치아’라 불리는 물의 도시 쑤저우가 서쪽 호수와 평화롭게 등을 맞대고 있는 지역이다. 수에준(Xuejun) 초등학교의 대강당에 교복을 입은 초등학생 수백여 명이 모여서 연극을 관람하고 있다. 감미로운 음악과 좋은 이야기가 흐른다. 환경단체인 ‘푸른 저장성’은 토요일 아침마다 관용, 자기 초월,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배려 등의 가치를 교육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각각의 가치들은 무지개색 ‘꿈’들로 비유됐는데, 그 중 ‘초록색 꿈’은 ‘초록색의 산과 파란색의 물’이 있는 중국 영토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36세의 하오 신은 2000년 설립된 ‘푸른 저장성’의 부대표다. 하오 신은 ‘푸른 저장성’이 17명의 정규직 직원과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3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최근 몇 년간 다양한 활동들”과 생태공동체 프로젝트들을 추진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 유쾌한 청년은 덧붙였다. “사실 ‘푸른 저장성’의 설립 초기에는 정부의 지원을 받기가 힘들었습니다. 환경 NGO로 공식 등록되기까지 무려 13년이나 걸렸습니다.” 1999년부터 공산당원이었던 하오 신이 2012년 ‘푸른 저장성’ 산하에 공산당 세포조직을 개설하면서부터 모든 일이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중국 공산당은 모든 새로운 단체들에게 공산당 세포 조직을 둘 것을 권유합니다. 우리는 저장성 내의 NGO들 가운데 공산당 세포조직을 만든 첫 번째 단체였습니다.” 이후 공산당의 지방조직은 ‘푸른 저장성’의 직원들을 위해 두 채의 아파트를 무료로 제공했다. 이와 같은 현물 외에도 ‘푸른 저장성’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그룹의 재단을 비롯한 민간 기업들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와 개인 기부자들로부터도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게다가 공산당은 근면하고 성과가 좋은 직원들에게는 포상도 한다. “‘푸른 저장성’은 각종 활동을 진행하는 대가로 엄청난 보상을 받았습니다.” 하오 신은 말한다.

중국 정부는 클리엔텔리즘(후견주의-후견인과 의뢰인 두 입장이 각각 상대로부터 이익을 얻고자 서로에게 허용하는 관습적인 행태로서의 재화와 서비스 교환 시스템)전략을 구사하면서 하오 신의 두 손과 두 발을 묶어버렸다. 그렇다면 공산당이 넘지 말아야할 선은 없는 것일까? 하오신은 잠깐 긴장하더니, 우물쭈물하면서 우리의 질문을 피해갔다. “뭐라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제 위치에서 대답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하오 신의 단체는 최근 저장성에서 일어났던, 파라자일렌 생산 공장의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에도 개입하지 않았다. 파라자일렌은 폴리에스테르 제조에 사용되는 탄화수소로서, 유해물질로 분류된다. 항저우 인근에 위치한 첸탄강의 오염으로 고통 받고 있는 울리 마을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해준 적도 없다. 하오 신은 다만, 당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말라는 공산당의 엄명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을 뿐이다.

중국 정부는 정부산하에 환경단체를 설립하기까지 했다. 중화환경보호연합회(ACEF)는 강의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멸종위기종 리스트(Red List)를 작성하고,(6) 베이징에 거주하는 가정들을 대상으로 전기 절약 캠페인을 진행하고,(7) 법적활동을 벌인다. 그러나 정부와 밀착된 국영기업들은 자기검열을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100여 개의 ‘암 마을’에 대해서는 개입이 금지 된다”고 익명을 요청한 ACEF의 직원은 털어놓았다. 암 마을이란 암 발병률이 중국평균에 비해 현저히 높은 지역들을 말한다. 그는 또한 쓰촨성의 스팡 시(2012년 홍다그룹의 제철공장 건설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었다)에서는 ACEF가 활동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스팡 시는 우리가 접근할 수 없는 금지구역에 속합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독립적인 환경 NGO들이 얼마나 힘든 상황에 놓여있을지 불 보듯 뻔하다. 스타 환경운동가인 랴오허 샤오이가 1996년 설립한 ‘베이징 마을’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단체는 현재 산둥성의 취푸 시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특히 쓰레기 재활용 캠페인과 강낭콩의 친환경 재배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이끌고 있다. 우리가 이들을 방문하려던 시기는 공교롭게도 공산당 간부가 취푸 시를 공식방문 중이던 시기와 겹쳤다. ‘베이징 마을’의 입장에서는 이럴 때에 굳이 외국 언론과 함께 있는 모습을 드러낼 필요가 없었다.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 체제 강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었고, 이에 환경 운동가들, 특히 랴오허 샤오이와 같은 유명인들의 입지는 더욱더 불안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미안해하며 말했다. “지금은 모두 극도로 조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쨌거나 우리는 만났고, 이제 친구가 됐습니다. 너무 좋습니다. 내년에 다시 오시길 바랍니다.”

오염기업들을 규탄하는 사이버 캠페인

환경 NGO들은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체제에 종속돼 있다. 일단 등록을 하기 위해 정부 기관으로부터 추천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자금의 출처는 연간 이루어지는 행정 감사의 대상”이라고, 이쿤 우가 말한다. 관료들과 정기적으로 교류를 해야 하며, 과거의 활동 이력을 확인하기 위해 마련되는 “티타임 초청”에도 응해야 한다. 정부는 또한 외국 자금 유입에도 제한을 둔다. 2017년 1월 1일부터는 중국에 기반을 두지 않은 7천여 개의 NGO들도 공공안보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런 복잡한 관료적 절차들 외에도 외국의 NGO들은 티벳과 신장 현과 같은 민감 구역에서는 활동할 수 없으며, 지방자치단체는 비판할 수 있지만, 중앙정부는 절대로 비판할 수 없다. 그러나 학자이자 논설위원인 우 치앙은 중국 정부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민들은 또 다른 형태를 빌어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최근에 등장한 새로운 인터넷 도구들처럼 말이지요.” 소셜 네트워크는 비공식적인 표현 공간으로, 현재 7,310만 중국 네티즌들이 사용하고 있다.(8) 웨이보 계정은 무려 70~80억 개에 달한다. “정부가 무슨 수로 이 많은 계정들을 감시할까요?” 뎅 페이가 묻는다. 뎅 페이는 39세의 환경 분야 사이버 활동가로, 2011년부터 중국의 대표적인 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웨이보와 위챗을 통해 오염 기업들에 규탄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는 자신을 팔로잉하고 있는 600만여 명의 네티즌들에게 환경오염의 증거 사진들을 널리 배포해서 체제를 압박할 것을 촉구한다. 

“웨이보는 젊은 층에 다가갈 수 있는, 그리고 그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최고의 수단입니다.” 뎅 페이가 설명한다. 우리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시위에 대한 정보를 검열되지 않은 상태로 접할 수 있고, 모금 플랫폼 상에서 철새 보호 및 고비 사막의 수목화 프로젝트에 힘을 보탤 수 있으며, 또한 정부를 풍자하고 조롱할 수도 있다. 이런 과정들 속에서, 소셜 네트워크는 유동적인 상태로 존재하는 검열의 한계선을 위협하는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레드 라인은 대부분 모호하게 설정돼 있기 때문에, 그 한계를 시험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창의적인 표현을 독려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언론의 최대 장점이겠지요.” 그린피스(Greenpeace)의 린 리가 분석한다. 

곡예를 하는 듯한 상황 속의 변호사들 

중국 내 표현의 자유가 예전보다는 확대됐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종종 강력한 제재가 가해진다. 2007년 활동가인 우 리홍은 저장성에 위치한 타이오 호수의 오염을 강하게 비판했다는 이유로 징역 4년을 구형받았다. 2016년에는 환경운동가 리우 슈가 중국 남부 후난성에서 정부기밀로 간주하는 환경관련 정보들을 누설했다는 이유로 구속됐다.(9) “최근 20년간 감옥으로 끌려간 환경운동가들의 숫자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우 치앙은 한탄한다.

그래서 차이 장을 만나는 것도 불가능했다. 차이 장은 중국의 심각한 대기오염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돔 지붕 아래서(Under the dome)’를 제작했으며, 이 작품은 2015년 온라인에 공개된 지 하루 만에 1억 5,500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는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인터뷰를 거절했다. 변호사들의 경우에도 상황은 매우 복잡하다. “국가권력의 전복”을 꾀했다는 이유로 수백 명의 변호사들이 2015년부터 억압받고 있다.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소송에 개입한다는 것은 서커스 곡예처럼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다. “우리의 목적은 환경오염의 피해자들이 정부의 태도에 반기를 들게 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할 뿐입니다.” 왕 칸파가 매우 신중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예측할 수 없는 주기에 따라 억압 정도가 달라지는 상황 속에서, 대다수의 활동가들에게 현실은 불안정 그 자체다. “환경투쟁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에는 문제 될 게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체계를 갖춘 정치세력이 환경투쟁을 벌이는 경우에는 매우 위험합니다.” 베이징대 사회학과 교수인 장 얀롱은 분석한다. 즉, 중국이 변함없이 ‘빨간색’을 유지한다는 조건 하에서, 환경운동가들은 ‘초록색’과 ‘파란색’ 꿈을 꿀 수는 있다는 뜻이다.  


글·기욤 피트롱 Guillaume Pitron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번역·김소연 dec2323@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China's Xi says he checks pollution first thing every day>, Daily Mail, 런던, 2014년 11월 10일, www.dailymail.co.uk
(2) Eleonor Albert & Beina Xum <China's environmental crisis>,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뉴욕, 2016년 1월 18일
(3) Kathinka Fürst, <Regulating through leverage: Civil regulation in China>, 암스테르담 대학교, 2016년
(4) Cf. <A case of land and water pollution in Qiqiha'er city, Heilongjiang province, CLAPV 홈페이지, 2012년 6월 12일, clapv.org
(5) Cf. Andrew C. Mertha, China's Water Warriors. Citizen Action and Policy Change, Cornell University Press, Ithaca, 2008년
(6) Cf. <Cards of the aquatic biological species in the ten major rivers of China> & <Catalogue of life China 2015 annual checklist, China biodiversity red list>, 2015년 7월 13일, www.acef.cn/en
(7) <UNDP and GEF kick off a green initiative to empower local communities and NGOs in protecting the environment and combating climate change>, 2010년 3월 27일, www.acef.cn/en
(8) <Statistical report on Internet development in China. The 39th survey report>, 2017년 1월, 중국 인터넷 네트워크 정보 센터(China Internet Network Information Center), http://cnnic.com.cn
(9) <China jails environmental activist for "revealing state secrets">, 2016년 10월 11일, www.rfa.org


중국의 지역별 대기오염도

<에어포칼립스(Airpocalypse>
2015년 연평균 2.5㎍/㎥ 이하 미세먼지 농도
WHO ‘위험’ 기준
오염이 심한 대도시들
수질오염
매우 나쁨
강물 바닷물
산성비
연평균 pH 5 이하

예상대로, 중공업(철강, 화학, 자동차 등)이 발달한 지역에서 환경 오염도가 높았다.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은 대부분 함께 나타난다. 그러나 봉제 공장과 전자공장이 밀집된 광둥 성은 환경 오염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인도 뉴델리의 경우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122㎍/㎥이다. 중국 베이징은 85㎍/㎥이다(프랑스 파리는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