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탄핵시킨 브라질 오데브레히트사의 부패 사슬

2017-08-31     안 비냐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기자

2014년부터 브라질에서는 전례 없는 부패 스캔들이 줄줄이 폭로되고 있다. 2016년 지우마 호세프가 부당하게 탄핵 당했다. 현직 대통령 미셰우 테메르도 안심할 수 없는데, 그의 혐의에 대해서도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남미의 수많은 국가들이 이 부패 스캔들에 연관된 듯하다. 이 사건의 중심에는 건설재벌 오데브레히트(Odebrecht)사(社)가 자리 잡고 있다.


에밀리오 오데브레히트는 호방한 성격과 웃음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브라질 최대 재벌그룹의 전직회장인 그는 2016년 12월, 3년 전부터 부패를 추적해온 일명 ‘고강도 세척’ 작전을 담당한 검사들 앞에 섰다.(1) 당연히 긴장이 흘렀다. 오데브레히트는 자사의 고위간부 76명과 함께 브라질에서 가장 큰 공사를 따내기 위해, 특히 국가가 소유권의 반을 소유한 페트로브라스(Petrobras)와 체결한 공사계약들을 보장받기 위해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뇌물을 주고받은 지 30년이 넘었다”
 
그러나, 법정에서도 그는 긴장한 기색이 없었다. 심지어 미소를 띠운 채 농담을 하기도 했다. 다름 아닌 ‘보상받는 협력’이라는 제도의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오데브레히트는 자백하는 대신, 감옥에는 가지 않을 것이다. 촬영된 그의 증언은 대중에게 공개됐다. 그는 외국이나 브라질에서 공사를 따내기 위해 항상 뇌물을 제공해야 했다고 단언했다. “현재 벌어지는 일들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뇌물수수는 30년이 넘게 지속된 일이다. 모든 언론이 알고 있었다. 왜 이제야 이런 폭로전이 벌어지는 것인가?”

이런 그의 질문에, 화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판사가 “모든 일에는 시작되는 어떤 순간이 항상 있기 마련이다”라고 대답한다. 이에 오데브레히트는 특유의 호방한 미소를 띠며 주먹으로 책상을 치면서 “참 잘된 일인 것 같습니다. 나의 조직부터 시작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내가 얼마나 효율적인 협력자인지 알게 될 겁니다”라고 말한다.

2016년 12월 뉴욕의 연방법원에서 브라질, 스위스, 미국 간 사법협정이 체결됐다. 오데브레히트는 2001~2016년 7억 8천만 달러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벌금은 오데브레히트 그룹이 뇌물 덕택에 실현한 수익에 근거해 33억 6천만 달러로 추산됐는데, 6개월 후 26억 달러로 수정됐다. 그러나 오데브레히트사가 어디에서, 누구에게, 어떻게, 왜 그런 선물들을 줬는지 대중에게 공개된 것은 2017년 4월에 이르러서였다. 모든 범법행위를 오랫동안 부인해왔던 오데브레히트는 19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그의 아들, 48세의 경영주 마르셀로를 석방시키기 위해 ‘고백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건의 실체는 일명 ‘뇌물부서’라고 불리는 회계부서에서 11년 동안 근무한 비서가 체포된 후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고강도 세척’ 작전 중에 경찰들은 뇌물 리스트를 발견했는데, 뇌물 수수자들의 별명과 액수가 적혀 있었다. 회사의 ‘전략’이 갑자기 바뀌면서 77명의 간부들이 고백하기 시작했다. 오데브레히트는 기업이라는 ‘조직’을 ‘기업가의 도덕’을 구현하는 곳으로 표현하길 좋아했다. 그리고 회사의 홍보전문가가 의도적으로 그 점을 상기시켰지만, 그런 도덕이 항상 구현되는 곳은 아니었던 것이다.

“도덕적 부가 물질적 부의 근간이다”라고 그의 아버지이자 그룹의 창립자인 노베르토 오데브레히트가 강조했는데, 그의 ‘사상’은 모든 직원들에게 배포된 3권의 두꺼운 책 속에 나타나 있다. 이 ‘위대한’ 인물에 따르면, 훌륭한 경영주는 자신의 기업과 고객을 위해 헌신하는 ‘모범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오늘날 우리는 노베르토의 저서들을 달리 읽을 수 있다. 그가 ‘고객의 모든 필요’를 만족시킨다고 말할 때, 그는 아마 머릿속에 뇌물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잡지 <피아우이(Piaui)>의 기자인 말루 가스파르는 이렇게 조롱한다. 결과적으로 이 그룹은 설립자가 발전시킨 소문난 기술 덕택이 아니라, 첨단의 부패시스템을 개발해 낸 덕택에 거인이 됐다. 이 부패시스템은 3세 경영주인 마르셀로가 그룹을 지배하는 동안에 완벽해졌다. 뇌물부서의 마지막 책임자인 힐베르토 마스카렌하스는 ‘비밀결제’의 기능을 판사들에게 설명했다. 비밀결제는 대부분의 조세피난처에 개설된 40여 개의 은행계좌를 경유한 후, 지폐로 가득한 가방을 운반하는 일반 환전중개인을 통해 이뤄졌다. “2006년 마르셀로가 나에게 이 서비스를 구축하라고 명령했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불법 기여금을 늘려야 한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라고 전직 고위간부가 조금 난처해하며 설명했다.

2006년부터 모든 결제요청은 교묘하게 만들어진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처리됐다. 감시를 피하기 위해 결제는 브라질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외국의 지사에서 이뤄졌다. 그런 후에 뇌물은 파나마 특히 버지니아 섬, 앤티가 섬 같은 조세피난처를 경유하거나, 영국, 미국, 오스트리아, 모나코, 스위스 은행들을 경유했다. 뇌물은 거기에서 중개인들이 관리하는 은행계좌로 보내졌다. 이 중개인들은 오데브레히트를 위해 일했지만 그 회사에서 급여를 받지는 않았다. 결국 뇌물이 브라질에 도착하는데 그것은 환전소를 통해서였다. 

서버가 스위스에 설치된 또 다른 컴퓨터 시스템은 환전 중개인들과 오데브레히트사의 뇌물배분 담당부서 간의 메시지와 전자우편 교환을 위해 만들어졌다. 여기에서도 모든 환전중개인들은 별명으로 불렸다. 그들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는 것은 뇌물담당 부서의 책임자들뿐이었다. 그 시스템은 대단히 복잡해서, ‘보상받는 협력’ 제도가 없었다면 수사관들은 뇌물을 찾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 금액도 엄청나서, 뉴욕법원이 예상한 액수를 훨씬 넘어선다. 마스카렌하스에 따르면 2006년에서 2014년 사이에 브라질 정당들과 더불어 다른 여러 나라 정당에 33억 달러 정도의 불법 기여금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보상받는 협력’ 제도의 혜택을 받은 마스카렌하스는 말한다.

“나는 이 엄청난 금액에 대해 마르셀로에게 여러 번 경고했다. 그러나 그는 계속 뇌물을 먹이라고 대답했다.”

26개 정당, 정치인 415명이 뇌물혐의

곧바로 두 개의 곡선이 상승한다. 배분된 뇌물액수의 곡선과 그룹이 따낸 공사계약 곡선이 그것이다. 2006년에 ‘비밀결제’는 6천만 달러에 ‘불과’했다. 2013년 비밀결제는 7억 3천만 달러로 뛰어올랐다. 동시에 매상고가 113억 달러에서 414억 달러로 4배 가까이 상승했다. 마르셀로 오데브레히트 곁에서는 클라우디오 멜로 필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4년부터 공식적으로 ‘입법부 담당’ 책임자로 활동한 클라우디오는, 의원들이 그룹에 유리한 조치들을 통과시키거나 심지어 제안하도록 하기 위해, 의원들을 매수하는 일을 담당한다. 미셰우 테메르 현직 대통령이 속한 ‘브라질 민주주의 운동당(PMDB, 우파)’은 오데브레히트가 베푼 후한 인심의 가장 큰 수혜자였다. 

멜로 필류는, PMDB의 상원의원들 중에서 ‘그룹의 이익에 가장 헌신하는 의원들’과, ‘가장 큰 금액의 기부금을 요구하는 의원들’을 찾아냈다고 이야기한다. 매수됐지만 감사하다고 느낀 의회는 2012년 멜로 필류에게 입법부 최고 훈장인 ‘입법부 명예 메달’을 수여했다. 시(市) 단위에서 오데브레히트가 후한 인심을 베푼 이유는, 그룹의 전직 환경부서 책임자인 페르난도 레이스가 설명했던 것처럼, ‘민영화를 자극하기 위한 것’이었다. 마침내 페르난도는 수도와 하수도 관리 계약을 따냈다.

결론적으로 법정 청문회를 통해 오데브레히트사의 간부 77명이 21개주(州)(연방 전체 26개 주중에서), 26개 정당(전체 35개 정당)의 정치 책임자들 415명을 고발했다. 이 정치 책임자들 중에는 5명의 전직 브라질 대통령들인 호세 사르네이, 페르난도 콜로르 멜로, 페르난도 엔리케 카르도소,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지우마 호세프가 포함돼 있다. 미셰우 테메르 현직 대통령 역시 청문회에서 여러 차례 언급됐지만, 현직 대통령은 임기 이전의 행위로 인해 법정에 서지 않는다는 헌법의 혜택을 받고 있다. 미셰우 테메르 정부의 장관 8명과 그의 최측근 자문관 2명이 뇌물 리스트에 올라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인물들만 꼽아 보면, 상원의장과 하원의장, 28명의 상원의원, 48명의 하원의원, 12명의 주지사들이 언급됐다. 증언 중에 마르셀로 오데브레히트는 2008~2015년 노동당(PT, 좌파)에 1억 유로를 납입했고, 선거기간에도 공식적인 기여금을 기부했다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 룰라와 지우마도, 직접 돈을 요구한 적은 없지만 우리의 지원 내용을 알고 있었다”라고 그가 확언했다. ‘아미고(Amigo; 친구)’라는 이름이 오데브레히트의 명세서 상에서 룰라 다 실바의 별명이었다. 문제의 ‘친구’는 직접 돈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밀고내용에 의하면 그의 연구소와 집, 선거사무소(그의 소유는 아니지만)의 수리에 기여금이 기부됐다. 이런 폭로 내용을 룰라는 부인하고 있다.(2)

브라질 사회 민주당(PSDB,우파)의 불운한 대통령 후보였던 아에시오 네베스는 자신의 선거운동을 위해 5천만 유로를 받았고, 반면에 그의 당은 상파울로주(州)에서 뇌물을 요구했다. 호세 세라의 관리 하에 있는 지하철 2호선에 대한 공사계약대금의 3%를 요구했고, 2010~2014년 현 주지사인 제랄도 알크민의 선거운동에 4백만 유로를 요구했다. PMDB는 자기 당이 지배하는 상원 내에서 뇌물을 거뒀는데, “미셰우 테메르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멜로 필류가 단언한다. 리우데자네이로에서는, 권력을 쥐고 있는 PMDB가 거대 스포츠 이벤트 공사 덕택으로 미셰우 테메르의 선거운동을 재정적으로 지원했다.

사법부는 추후 개인적으로 뇌물을 받은 이들(스위스에 은행계좌를 지닌 전직 하원의장 에두아르도 쿤하 등)과 2003~2006년 재무장관을 역임한 안토니오 팔로치(Antonio Palocci)처럼 자신의 당에 뇌물을 주라고 한 사람들을 구분해야 할 것이다. 안토니오 팔로치는 세르지오 모로 판사에 의해 ‘PT의 비자금 책임자’라는 이유로 12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모로 판사는 오데브레히트의 밀고에 근거해 형을 선고했으나, 당사자는 그런 사실을 부인했다.

브라질이 특히 불평등한 국가인 이유

브라질에서 이런 대규모의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2017년 6월 1일 베네수엘라, 도미니크 공화국, 파나마, 페루,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과테말라, 멕시코, 콜롬비아, 앙골라, 모잠비크, 프랑스 등 적어도 13개 국가의 영토에서 공금횡령이 저질러졌다고 오데브레히트의 간부들이 고백했다. 프랑스의 경우는 2008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 서명한 잠수함 건조 시의 핵기술 이전계약과 관련된 것이다. 이 거래에는 오데브레히트와 프랑스 선박제조사인 DCNS가 연루돼 있다. 프랑스 검찰청 대표단이 2017년 5월 브라질리아를 방문했다.

다른 곳에서도 오데브레히트는 똑같은 방어 전략을 채택한다. 자신이 협력하는 대신에, 그룹이 계속 활동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런 국가들은 정치권력에 대한 사법부의 의존성이 심각해 이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좌파계열 전직 페루대통령 오얀타 우말라에 대한 18개월 간의 예방적 구금이 7월에 결정돼 이뤄지고, 반면 알란 가르시아와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의 임기 동안에 오데브레히트의 가장 큰 공사들이 진행된 것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가르시아와 후지모리는 불안하지도 않았을까? 오데브레히트의 전직 페루 책임자는 가르시아와의 우정을 과시했으며, 자백에서 그를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왜 브라질 사법부는 7월 31일 일간지 <오글로보(O Golbo)>에 오데브레히트의 전직 베네수엘라 책임자의 밀고 내용을 흘려보냈을까? 오데브레히트사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선거운동에 3천 5백만 달러를, 그의 상대후보인 엔리케 카프릴레스에게 1천 5백만 달러를 지원했다. 이 ‘폭로’는 베네수엘라에서 입법의회에 대한 국민투표가 실시된 지 며칠 후에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룹 입장에서는 폭로에 대한 비밀 준수가 대단히 중요하다. 적어도 그룹이 활동을 재개하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그룹의 경제상황은 별로 좋지 않다. 브라질에서는 3년 전부터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가 사법부의 수사대상이 된 23개의 기업에 대해 경쟁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게 했는데, 오데브레히트도 여기에 포함된다. 게다가 주정부와 민간영역 간의 공사계약을 감시하는 임무를 맡은 비리수사처가 여전히 오데브레히트사의 사법적 책임을 조사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오데브레히트사가 주정부와 재계약을 못하고 있다. 오데브레히트사의 파산 우려가 경제지의 대문짝만한 타이틀이 되고 있다. 오데브레히트사는 3년 동안 10만 명을 해고했다. 오데브레히트사는 2016년 말 직원이 약 8만 명 정도로 감소했다. 오데브레히트사의 주문총량은 계속 줄었고, 회사의 부채 재조정으로 인해 기업을 분할해 여러 기업을 매각해야 했다. 브라질의 국제투명기구 소장인 브루노 브란당은 말한다.

“오데브레히트의 입장은 옹호될 수 없다. 부패수사의 영향이 경제에 너무 강한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 영향이 사회에까지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우리는 늘 들어왔다. 장기적으로 볼 때, 브라질은 이 위기에서 승자가 될 것이다. 브라질이 전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국가들 중의 하나인 까닭은 경제와 정치 엘리트들 간의 잡거생활 때문이고, 오데브레히트 간부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들 간의 특혜교환 때문이다.”

브라질의 비정부기구인 콘타스 아베르타스(Contas Abertas)의 추산에 의하면, 오데브레히트가 2006~2014년 제공한 뇌물은 구급차를 8만 3,944대 살 수 있는 금액이다. 그리고, 브라질에서는 지금도 구급차가 없어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글·안 비냐 Anne Vigna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기자 

번역·고광식
파리 8대학 언어학박사로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있다. <르몽드 세계사 3> 등의 역서가 있다.

(1) 오데브레히트사(社)는 공공건물, 토목공사, 수자원, 농업관련 산업, 부동산, 방위산업, 운송, 금융, 보험, 환경관련 산업, 석유화학 분야에 진출해 있다. 안 비냐(Anne Vigna), “브라질 사람들 역시 프랑스의 부이그 사(社)에 맞먹는 재벌회사를 가지고 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3년 10월.
(2) 7월에 세르지오 모로(Sergio Moro) 판사는, 오데브레히트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건설사 OAS가 수리해 제공한 4층 건물 아파트를 룰라가 받았다고 간주해, 부패혐의로 전직 대통령에게 9년 반의 형을 선고했다. 기소는 오로지 OAS의 ‘보상 밀고’에 근거해 이뤄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