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사태, 사립대라고 사유화할 수는 없다!

2017-08-31     한만수 | 동국대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교수
동국대 사태가 벌써 3년째 접어들고 있다. 총장후보추천위원회(총추위) 에서 1위였던 분은 조계종 유력인사들과 점심식사를 한 후 돌연 사퇴하고, 2위였던 보광스님이 대학 공식기구에서 표절판정을 받았음에도 총장으로 선임됐다. 이에 학생과 교수들은 당연히 반발했으니, 2015년부터 기나긴 투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간략하게 그 경과를 정리하고, 동국대 사태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앞서 말하면, 그 근본원인은 ‘대학 거버넌스 구조의 미비’라는, 대다수 한국의 대학들이 지닌 치명적 결함과 연결된다. 보광스님은 대학 공식기구에서 논문 18편이 표절로 판정받았고, 그 중에서 2편은 보광스님이 요청한 재심까지 거쳐 최종 확정됐다. 그 2편은 첫 페이지부터 남의 논문을 짜깁기한 것으로서, 굳이 공식심사를 거치지 않더라도 복사수준의 논문임이 명백하다. 그럼에도 그는 총장으로 선임됐다. 그것도 총추위 추천 후보 3인 중 2인이 사퇴한 상황에서 말이다. 

당연히, 학생들은 강경하게 반발했다. “학생이 표절하면 징계 받고, 어떤 교수는 표절하고도 총장되느냐?” 교수들은 답변할 말이 없었다. 교수대표인 나로서는 더욱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항의를 시작했고, 쌓인 분노들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최장훈군(전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이 15m 조명탑 위에서, 대소변을 받아내며 45일간 고공농성을 벌였다(2015.4.21~6.4). 조계사 항의행진(2015.4.10), 교수협의회 릴레이단식 및 천막강의(4.20~), 경인지역 14개 대학 교수회 등 연합집회(2015.4.29), 그리고 학생총회가 16년 만에 성사돼 보광스님과 일면스님의 퇴진 등을 결의했다(2015.9.17). 문제가 커지자 일면스님은 조계종 중앙종회에서 이사연임 동의를 얻지 못했다(2015.9.8). 

마침내 김건중 군이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2015.10.15). 처음에는 길게 가지 못하리라 생각했지만, 의사를 불러 건강을 체크하면서 중단을 권유할 정도로 이어졌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자네 주장에 동의하지만, 이게 목숨까지 걸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건중군은 굽히지 않았다. 나는 그의 야위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고통스러웠다. ‘저러다 저 녀석을 잃는 게 아닌가? 내 아들딸 또래가 아닌가.’ 단식 26일째,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김준 교수와 함께 단식에 돌입했다(2015. 11. 10). “우리가 대신 굶겠네. 이제 그만 중단하게나.” 그러나 그의 의지는 금강석 같았고, 점차 몸이 쇠약해진 그는 중단을 권유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조차 힘겨워했다. 한편, 동국대 교수 여론조사에서 일면스님의 이사장 연임은 반대 119명, 찬성 9명으로 나타났다(2015.11.12). 그럼에도 일면스님은 이사회를 통해 이사로 선임됐고, 이사장 연임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러는 동안 이사회를 대학 내에서 열지 못하고 호텔로, 일산병원으로, 초등학교로 전전해야 했으니 대학의 명예는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김건중 군의 단식 40일이 넘어가자, 그의 체력은 눈에 띄게 쇠약해졌다. 점차 전국의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고, 이사 사퇴(수불스님)와 함께, 항의 동조단식(미산스님, 금강스님, 법인스님, 교직원 김윤길씨, 총동창회 등)으로 캠퍼스는 온통 단식천막으로 뒤덮였다. 조계종단도 화쟁위를 중심으로 사태해결에 나섰지만 안타깝게도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단식 50일째 되는 작년 12월 3일 아침 김건중 군은 끝내 혼수상태로 병원에 실려 갔다. 같은 날 저녁 동국대 이사 총사퇴가 극적으로 이뤄졌다. 그 대승적 결단에 따라 대학 정상화의 계기가 생겼다고 믿었다.

그러나 총장인 보광스님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으며, 새로 선출된 이사들도 별 다를 바 없었다. 2016년 들어서면서 대학당국은 결국 나를 해고하고, 50일 단식한 부총학생회장을 무기정학에 처하는 등 극단적 보복에 나섰다. 동료교수들 중 한 사람은 나에게 폭행혐의를 씌워 고소했으며, 보광스님 임기 내내 보직을 차지하고 있다. 내 폭행을 목격했다는 허무맹랑한 증인들이 많았지만, 기적처럼 발견된 증거사진 덕분에 2심까지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학 내에서 ‘표절총장’에 반대하다가 폭행범이 될 뻔 하다니…. 나를 모함한 동료교수들과 직원들에 대한 배신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결국 나는 6개월 간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최종적으로 무죄가 확정된 뒤, 나는 그 무고자와 위증자들이 참회하고 사과할 줄 알았다. 최소한 보직이라도 내려놓을 줄 기대했다. 하지만 그들은 단 한 마디 사과조차 없었고, 심지어는 보직까지 유지했다. 결국, 나는 그들에 대한 사법적 처리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대학교수 간의 일을, 그것도 아주 단순하고 명백한 사안을 법정으로까지 끌고 가야하는 마음이 무겁기 짝이 없다. 

이처럼 대학기구가 표절판정을 내리고도 총장으로 선출하는 일, 그에 항의하는 사람을 해직하고 무기정학을 내리는 일, 무고한 자에게 보직을 주는 일들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이런 엽기적인 사건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거버넌스 구조의 개선이 시급하다. 재단이사의 구성을 바꾸고, 총장을 구성원들의 의사를 반영해 제대로 뽑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현재 동국대 정관에는 스님이사가 2/3를 넘도록 규정돼 있다(13인 중에서 9인). 연세대(12인 중 성직자 2인), 이화여대(12명 중 성직자 없음), 서강대(12명 중 성직자 6인) 등 다른 대학과 비교해보면, 지나친 수준임을 분명하게 느낄 것이다. 성직자들은 대학경영에는 문외한인 경우가 많으므로, 대학발전에 기여할 가능성이 낮다. 더욱이 존경받는 스님이사들이 추천되던 관례도 무너져, 오히려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이들이 대거 진입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물론 불교계에서 동국대학을 세운 것은 분명하다. 또 다른 사학들 역시 설립주체들이 있다. 하지만 창립자(의 후손)이라고 해서 대학을 사유화할 수 없다. 헌법과 사립학교법에 대학의 공공성과 자주성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 대학 예산의 절반 정도가 국가보조금에 의존한다는 점 등은 그 논리적 근거가 된다. 아니, 당장에 한국대학이 모델로 삼았던 미국 사립대학의 운영만 보더라도 한국 사학과는 사뭇 다르다. 예일대, 하버드대 등 해외 유수대학의 경우도 20~30명의 이사들 중에서 창립자의 후손들은 대개 5인 이내로 국한돼 있다. 그 후손들은 자신의 선조가 세운 대학이라고 해서 좌지우지하려 들지 않는다. 그들은 대학구성원과 전문가들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해야 대학이 발전할 수 있음을 믿으며, 이를 통해 대학이 발전해가는 것이 가문의 명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스님이사가 많아서 동국대가 잘 운영되고 있다고, 창립자의 후손들이 직접 경영하기 때문에 그 대학이 잘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총장후보 추천위원회의 규정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당장에 표절하신 분이 총장으로 될 수 있었음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또한 총장후보가 학내 구성원과 만나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공청회조차 불허하는 등 비민주적인 규정이 허다하다. 이사회에 3~5명을 추천하도록 돼 있고(다른 대학은 거의 예외 없이 2~3명이다), 후보추천위원 중에도 이사회나 불교계 의 비중이 과다하니, 실질적으로 동국대 총장은 누가 정하는 것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래서야 법적 독립성이 유지될 수 있겠는가. 그러니 동국대 3년의 갈등은, ‘올 것이 온’ 상황인 것이다.

다른 대학들도 거의 비슷하다. 이명박 정권은 총장 간선제를 강요했으며, 박근혜 정권은 국공립대 총장임명에서 2순위자를 고르거나 아예 선임을 기한 없이 지연시켰다. 블랙리스트가 작동했다는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결국 총장직선제로 복귀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학교수들은 대부분 자신의 전공에만 매진할 뿐, 자신이 평생 몸담는 대학이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전공에서의 실적에 내몰리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광풍 이후 더더욱 그러하다. 필자 또한 그러했다. 이사장이 누구인지, 대학재정의 얼마가 국고지원금인지 통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별 생각 없이 교수협의회장을 맡게 되자, 그리고 표절총장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하자 그 후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 

내가 알든 알지 못하든, 한국대학의 비정상적 거버넌스 구조는 늘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삶의 냉혹한 조건이었으며, 단지 내가 그것을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어느 날 해임이라는 이름으로 그 비정상적 거버넌스가 나의 삶을 삼켜버렸을 때에야 나는 그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사립학교법 개정이 얼마나 시급한 과제인지, 우리가 몸담고 있는 대학에 대해 잘 알아야 할 필요성은 얼마나 큰지, 대학학회가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닌 기획인지 좀 더 일찍 내 삶의 현실적 토대에 대해 알고 있었더라면, 좀 더 잘 대응할 수 있었을 텐데….  


글·한만수
동국대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교수. 인문학협동조합 이사장, 동국대 교수협의회장, 경향신문 기자 등 역임. 저서로는 <허용된 불온-식민지시기 문학과 검열>, <독자 속의 비평>, <태백산맥 문학기행> 등이 있다.

※이 글은 지난해 <불교포커스>에 연재한 글 중 일부를 한국대학학회가 발행하는 <대학: 담론과 쟁점>(2017년 제1호 통권3호)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