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유전자변형식품 전쟁

2017-09-28     레미 카라욜 | 기자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변형식품(GMO) 개발이 확산되는 현상을 우려한 몇몇 단체들은, 거대 종자기업들을 ‘생태계 파괴 주범(Ecocide)’ 또는 환경파괴자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2017년 4월 헤이그에서 열린 ‘시민법정’에서는 미국의 유명 종자기업인 몬산토에 상징적인 유죄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아프리카 내 GMO 찬성자들과 반대자들 간의 충돌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1년 전, 부르키나파소 보보디울라소 지역에서 목화를 재배하는 폴 바둔에게 희소식이 들려왔다. 그것은 부르키나파소의 직물 섬유회사인 소피텍스(Sofitex)가 몇 년 전부터 요구해왔던 “그 고약한 Bt 목화” 재배를 계속할 필요가 없다는 소식이었다. 여기서 Bt는 BT균(Bacillus thuringiensis)을 의미하는 것으로, BT균은 일부 해충에 방제 효과가 있는 박테리아다. 부르키나파소의 수도 와가두구와 보보디울라소를 연결하는 국도 옆에 위치한 콘콜레칸 마을의 한 벤치에 앉아서, 바둔과 그의 친구들은 이 유전자변형 목화에 대한 불만들을 쏟아냈다. 우선 가격이 너무 비싼 탓에 이 목화를 재배하려면 빚을 질 수밖에 없었고, 생산량도 소피텍스가 약속했던 수준을 밑돌았다. 수확에 참여했던 여성들은 병을 얻었고, 나뭇잎을 따먹은 가축들은 죽었다. 목화재배와 가축사육이 주요 수입원이었던 마을은 위기에 빠졌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일단 유전자 변형 목화가 부르키나파소 땅에서 사라진 지금, “모든 것이 나아졌다”고 바둔은 기뻐했다. “목화 생산량은 다시 증가했고, 가축들의 건강도 회복됐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GMO를 원치 않습니다. 절대로요!”

몬산토(Monsanto)의 Bt 목화를 도입한 지 7년이 지난 2016년 중반, 부르키나파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3대 기업인 소피텍스, 소코마(Socoma), 파소 코통(Faso Coton)은 생산량이 적고 품질도 떨어지는 이 GMO를 포기하기로 했다. 그 결과 부르키나파소의 총 목화 생산량 중에서 Bt 목화의 비중은 70%에서 0%로 추락했다. “후회는 전혀 없습니다. 2016~2017년의 생산량은 일반 목화만으로도 상당히 높았습니다.” 소코마의 수장 알리 콩파오레는 말한다. 올해 부르키나파소의 목화 생산량은 68만 3천 톤으로, 목화종자의 절반을 몬산토 연구소와 부르키나파소 환경 및 농업 연구소(Inera)에서 조달했던 전년도의 생산량 58만 6천 톤에 비해 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생산량 역시 885kg/ha에서 922kg/ha로 4% 증가했다. “직물 섬유의 품질은 특히 길이 측면에서 대폭 상승했다”고 목화산업 종사자들의 연합인 부르키나파소 목화 협회(AICB) 측은 덧붙였다.(1)

부르키나파소 국민 5명 중 1명은 목화 산업에 직접 연관돼 있고, 목화 산업은 부르키나파소 GDP의 4% 이상을 차지한다. 목화는 서아프리카 지역에 끼어있는 이 작은 나라의 수출품목 1위를 오랫동안 고수하다 2000년대 초반 금에 자리를 내줬다. 부르키나파소에는 현재 35만여 명의 목화 생산자들과, 대부분 소규모 가족 단위의 25만여 개의 목화농장들이 있다. “목화는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고, 농업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고마운 존재”라고 2011년 부르키나파소 환경부는 보고서에 기록하고 있다.(2) 따라서 GMO가 초래한 부정적인 결과들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산업기반을 흔들 만큼 위험한 것이었다.(3) 

공식적으로는, 부르니카파소의 GMO 도입은 전 세계에 모범사례로 소개돼 있다. 생산량이 많고 농민들의 건강도 양호하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Bt 목화의 수확이 시작된 지 약 1년이 지났을 무렵인 2010년, 그 간의 Bt 목화 관련 연구들이 몬산토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작성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부르키나파소의 경우는 생명과학 제품들의 성공적인 도입에 필요한 모든 절차와 과정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사례다.”(4) 그러나 당장 그 해부터 이상 징조들이 포착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 이미 부르키나파소 연구원들은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몬산토 측은 걱정하지 말라며 종자의 품질은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우리를 안심시켰습니다. 2010년, 난관에 봉착한 목화 회사들은 몬산토에 문제해결을 위한 시간으로 3년을 주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속였습니다.”

기밀서약을 이유로 익명을 요구한, 부르키나파소 목화 산업의 주요 관련자 중 한 명이 털어놓았다. 품질뿐만 아니라 Bt 목화는 각종 문제점을 드러냈다. Bt 목화가 도입되기 전에는 부르키나파소에서 생산되는 목화 중 장섬유의 비율이 93%, 단섬유의 비율이 0.44%였다. 2015년 이 둘의 비율은 뒤바뀌어 각각 21%와 56%가 됐다.(5) 그 결과 부르키나파소 산 목화는 명성을 잃었고 가격도 하락했다.

이제야 편하게 말하는 것이지만, Bt 목화의 실패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몬산토와 Inera는 유전자 변형 작업을 대충 해치웠다. “보통은 6~7회의 역교배(교배로 생긴 잡종을 다시 그 양친의 한쪽과 교배시킴으로써 양친과 유사한 유전자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해야 하는데, 그들은 2회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부르키나파소의 GMO 도입을 반대해온 인물들 중 한 명인 유전학자 장-디디에 드 종고는 설명한다. Inera 연구소 측도 이제는 굳이 사실을 감추려 하지 않는다. “당시에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목화업계의 수익은 떨어지고 있었고 사람들은 즉각적인 해답을 원했습니다.”

1990년대 초, 해충이 부르키나파소의 목화농장을 덮치면서 생산량이 급락했다. 빚에 허덕이게 된 농민들은 다른 작물을 재배하기를 원했다. “목화업계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였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우왕좌왕하고 있었습니다.” 목화 생산자 연합을 설립한 프랑수아 트라오레가 당시를 떠올렸다. 바로 그때 몬산토가 ‘기적의 해법’인 GMO 기술을 들고 나타났다.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었습니다. 뭐든 하루빨리 시작해야 했습니다.” AICB의 사무국장 조르주 야메오고가 말한다.

몬산토는 2009년에 오픈했던 보보디울라소 사무소를 2016년 9월 조용히 폐쇄했다. 부르키나파소를 아프리카 시장 진출의 트로이 목마로 삼으려 했던 만큼, 몬산토의 실패는 더욱 뼈아픈 것이었다. “만약 몬산토가 부르키나파소에서 성공을 거뒀더라면 아프리카 대륙에 다른 GMO들을 더 쉽게 도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몬산토는 부르키나파소의 경우를 내세워 GMO의 재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홍보하려 했기 때문이다.”(6) 2011년 Inera와 몬산토가 공동작성해 발표한 보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그러나 부르키나파소에서의 참혹한 성적표는 아프리카 내 다른 지역 진출에 대한 몬산토의 열망을 꺾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GMO 도입자이자 개발자로서의 야망을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했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였다.
 
1997년에 이미 유전자변형 작물의 재배를 시작한 남아공은 오랫동안 아프리카 유일의 GMO 재배국이었다. 오늘날 남아공에서 생산되는 옥수수의 80%, 콩의 85%, 목화의 100%가 GMO다. 다른 국가들은 2000년대 말이 돼서야 GMO 재배에 뛰어들었다. 2008년에는 이집트가 Bt 옥수수 생산을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 해에, 부르키나파소는 몇 년간의 시험 기간을 거친 끝에 Bt 목화를 재배하기로 했다. 2012년에는 수단이 중국산 Bt 목화 생산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이 세 국가의 경험은 전혀 성공적이지 못했다. 2017년 현재, 이들 가운데 정보에 어두운 수단만이 GMO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심리적) 장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 국제농업생명공학정보센터(Isaaa)는 기뻐한다. 아프리카에 GMO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이 민간단체에 따르면, “GMO를 받아들이려는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7) 일부 국가들은 GMO 작물들의 생산과 유통을 규제하기 위한 ‘생물 안정성(Biosecurity)’ 법들을 마련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이미 밀폐된 공간 및 개방된 공간에서의 토양실험을 허용하고 있다. 부르키나파소만 해도 GMO 목화재배에서 실패를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옥수수와 니에베(Niébé)에 대한 실험을 허용한다. 이집트는 밀을, 카메룬은 목화를, 가나는 목화·쌀·니에베를, 케냐는 옥수수, 목화, 마니옥(Manioc), 고구마, 수수를, 말라위는 목화와 니에베를, 모잠비크는 밀을, 나이지리아는 마니옥, 니에베, 수수, 쌀, 옥수수를, 우간다는 옥수수, 바나나, 마니옥, 쌀, 고구마를, 탄자니아는 밀을 그와 같은 방식으로 실험한다. 

두 영어권 국가가 현재 GMO 보급 확대에 가장 적극적이다. 첫 번째는 동아프리카 지역의 경제 대국 케냐로, Isaaa를 비롯한 여러 GMO 홍보단체들이 케냐에 본사를 두고 있다. 두 번째는 나이로비로, 몬산토는 요하네스버그에 있던 아프리카 본부를 2015년 1월 나이로비로 옮겼다. 나이로비 정부는 조만간 Bt 목화와 Bt 옥수수의 생산을 허가할 방침이다.

남아공에 이어 아프리카 2위의 경제 대국으로 꼽히는 나이지리아 역시 GMO에 호의적이다. 나이지리아는 잠재적 시장의 규모로는 가장 크다. 2050년에는 인구가 4억 명에 육박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인구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나이지리아 국회는 논의 끝에 최초의 GMO 실험들을 허용했는데, 당시에는 부르키나파소의 실패가 세간에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르키나파소가 성공사례로서 거론됐다. 2016년 가을, 나이지리아의 국립과학아카데미(NAS)는 유전자 변형 식품들을 섭취해도 무해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두 국가에서도 “생명의 사유화”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16년 3월, 농업조합, 학생 단체, 각종 협회들을 포함한 100여 개의 나이지리아 내 단체들은 몬산토 프로젝트 반대성명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민주주의 및 발전을 위한 센터의 수장이자 이번 반대성명서 제출을 주도한 지브린 이브라힘은 “모든 농민들을 노예로 만들고, 나이지리아를 아프리카 대륙의 GMO 보급을 위한 교두보로 삼으려는” 몬산토의 전략을 강하게 비판했다.(8)

비슷한 시기에, 서아프리카 지역의 300여 개 단체들은 2016년 한 해 동안 부르키나파소, 말리, 세네갈을 차례로 돌면서 시위를 벌였다. “우리의 목표는 주요 관련자들, 즉, 농민과 정부에 GMO가 농민경제와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알리는 것입니다.” 우스만 티엔드레베오고가 설명한다. 그는 부르키나파소 농민들의 상황을 대변해 2016년 10월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열린 시민법정에도 참여했다. 이 시민 법정은 몬산토에 유죄 판결을 내렸다.

GMO 반대 운동은 아프리카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카메룬에서는 2012년 소드코통(Sodecoton, 소피텍스와 유사한 기관)이 Bt 목화를 생산할 의중을 내비치자, 이름만 봐도 목표가 분명한 단체, ‘Attention OGM(GMO 주의)’가 결성됐다. 이 단체의 주동자들 중 한 명인 베르나르 느종가는 소드코통 프로젝트의 “은밀함”과 “투명성 부재”를 비판한다. “소드코통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자세히 검토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우리는 GMO를 맹목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카메룬 국민들이 모든 상황의 원인과 동기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모든 정보가 공개될 것을 요구하는 것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그 어떤 정보도 알지 못합니다. 단 한 번도 정보가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그 와중에 소트코통은 현장에 나가서 농민들에게 헛된 희망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수확량을 부풀리고, 재배도 쉽다고 홍보합니다.” 그는 설명한다. 

GMO 반대자들은 가공할 만한 위력의 병기들과도 맞서야 한다. 1990년대 말부터 아프리카 시장의 잠재력을 알아본 몬산토 외에도, 독일기업인 바이엘(Bayer, 몬산토 인수를 추진 중), 미국의 듀퐁 파이오니어(Dupont Pioneer), 스위스의 신젠타(Syngenta, 중국 기업인 ChemChina에 인수됨)가 아프리카 대륙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Isaaa의 표현을 빌자면 아프리카는 정복해야 할 “마지막 프론티어(the last frontier)”다. 아프리카는 지구상에 남아 있는 미개척 농지의 60%를 보유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GMO 경작지의 3%만이 아프리카에 있기 때문이다(Isaaa에 따르면 GMO 경작지는 미국에 7천만 ha, 아프리카에 260만 ha가 있다).

몬산토는 나이로비 본사 외에 말라위, 나이지리아, 남아공, 탄자니아, 잠비아에도 사무소를 두고 있다. 몬산토의 아프리카 지역 총괄자인 그야넨드라 슈클라는 GMO가 목화 시장을 이미 장악하고 있는 인도에서 태어났다. 2015년 1월 나이로비에 입성한 그는 아프리카의 “무한한 잠재력”을 한눈에 알아보고는 매우 흡족해했다. “현재 11억인 아프리카 인구는 2100년에 약 40억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그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식량 생산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합니다.” 사하라 이남 지역의 95%에서 기업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그는 자신의 목표가 “소규모 농가들과 함께” 일을 하는 것임을 강조한다.(9)
바이엘의 야심도 만만치 않다. 아프리카 대륙 진출은 조금 늦었지만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독일기업인 바이엘은 이미 케냐와 남아공에 사무소를 설립했다. 최근에는 Bayer West and Central Africa(BWCA)이라는 이름의 지사를 신설해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 시장에 진입했다. 이 지사는 코트디부아르를 비롯해 가나, 나이지리아, 카메룬, 세네갈, 말리에 사무소가 있다.

아프리카 시장 진출 초기에 종자기업들은 국민의견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아프리카의 ‘강력한’ 독재자들, 즉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수단의 오마르 알-바시르,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 부르키나파소의 블레즈 콩파오레(2014년 10월 퇴진) 등을 집중공략 했다. 또한 남아공의 경우에는 아파르트헤이트에서 갓 벗어나 국정이 어지러운 틈을 타 GMO 보급을 시작했다. 거대 GMO 기업들은 다단계 조직들을 이용하기도 했는데, 이때 농민은 아무런 의견도 내지 못하고 오로지 종자와 비료를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카메룬에서는 목화 재배업자들을 목화 기업들에 완전히 종속된 농노에 비유하기도 했다.

GMO 도입에 대한 마지막 남은 망설임을 제거하기 위해 종자 기업들은 표면적으로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2개의 확실한 목표를 제시했다. 바로, 인구급증에 대비하기 위해 기아를 퇴치하겠다는 목표와 아프리카 대륙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살충제의 사용량을 줄이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아프리카 유전적 유산 보호를 위한 연합(Copagen)의 비서관인 장-폴 시켈리는 지적한다. “GMO는 세계의 식량안보를 위해서 개발된 것이 아니라 거대 생명공학 및 농업기업들의 영리를 위해 개발된 것입니다.” 실제로, 아프리카에서 재배되는 GMO의 대부분은(특히 목화와 콩) 아프리카인의 식량으로 쓰이지 않는다. GMO가 화학제품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농업개발 및 연구를 위한 국제협력센터(Cirad)는 GMO 외에 다른 대안들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한다. 토고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아프리카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종자 기업들은 생명공학 관련 명분들을 내세우는 각종 협회, 재단, NGO들을 공략했다. Africa Harvest, Nepad(아프리카 신개발 협력 계획)에서 설립한 ABNE(아프리카 생물 안전성 전문 네트워크, African Biosafety Network of Expertise), AAFT(아프리카농업기술재단, African Agricultural Technological Foundation), Isaaa 등이다.(10) 그 중에서도 Isaaa는 농민들과 정책개발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들을 위한 아프리카 대륙 내외 여행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 단체들의 영향력은 상당합니다. 종자 기업들보다도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곤 하는데, 이들이 가진 비영리 단체라는 이미지 때문입니다.” Inf'OGM(GMO 정보) 사이트의 운영자인 크리스토프 누아제트는 말한다. 몬산토를 위시해 다양한 종자 기업들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는 이 단체들은 유명 재단들(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록펠러 재단)과 미국 국제개발처의 후원도 받고 있다. 

AATF는 종자 기업들의 공세를 앞장서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AATF는 GMO 개발에 필수적인 생물 안전성 관련법들이 도입될 수 있도록 아프리카 정부들을 압박한다. 또한 대기업들과 다양한 인도주의적 프로그램들을 연결하는 역할도 한다. Bt 니에베 프로그램과 Wema(아프리카를 위한, 적은 양의 물로 재배 가능한 옥수수) 프로그램이 그 예이다. 첫 번째의 경우, 피해가 큰 해충에 저항성이 있는 유전자 변형 니에베 종자가 실험을 거쳐 조만간 부르키나파소, 가나, 나이지리아 3개 국가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풍부한 단백질을 함유한 이 강낭콩은 특히 환절기에, 서아프리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두 번째 프로그램은 케냐, 탄자니아, 남아공, 모잠비크, 우간다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특정 유전자 표지나 변형된 유전자를 선별해 가뭄에 강한 새로운 옥수수 종자를 개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비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1990년대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가 곧 사장된 ‘황금쌀’에 종종 비유되곤 한다.(11) 누아제트는 이 프로젝트가 실현되기만 한다면 “전 세계를 휩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기근과 빈곤을 퇴치한다는 목표를 내세우는 이 프로그램들은 ‘인도주의’ 목표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렇지만 몬산토가 AATF와 기타 국가들에 이 기술을 무료로 제공하는 속셈은 사회적 연대성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는 도구와 유전자를 로열티 없이 제공합니다. 그리고 Inera와 같은 국립연구소들이 실험을 진행합니다.” 몬산토의 서아프리카 지역 총괄자인 둘레이 트라오레는 지난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나 누아제트의 말은 다르다. “회사 편에 설 수 있는 전문가들을 포섭하려는 방법일 뿐입니다. 이들이 결국 생물 안정성 국립기관과도 연계돼 있기 때문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몬산토 서아프리카 지역 부서의 전 임원도 이에 동의한다. “이 제품들은 몬산토에 어떤 경제적 이득도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사실 몬산토와 같은 거대 기업에서 니에베가 차지하는 부분은 미미합니다. 그보다는 니에베와 같은 현지 작물들에 관심이 많은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함으로써 GMO 도입에 필요한 법 제정을 촉진하고, 또 연구원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기 위한 부분이 큽니다.”

캐나다의 연구원 매튜 슈너와 크리스토퍼 고어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우간다에서는 공급(종자 기업들 및 GMO 찬성 기구들)이 수요(정부 및 농민들)를 앞서간다. “과학과 연구 활동에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GMO에 회의적인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두 연구원은 보고서에 썼다.(12) 아프리카 시장을 얻으려면 연구 활동에 필요한 물자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과학계를 집중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종자업계는 일찌감치 깨달은 것이다. 소드코통 소속의 한 직원에 따르면, 소드코통이 5년 전부터 유전자 변형 목화를 실험하고 있는 카메룬의 경우 “모든 연구 자금은 바이엘이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수많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가들은 Bt 목화로의 전환을 여전히 고려 중이다. 예를 들어 부르키나파소의 이웃 국가인 코트디부아르 국회는 2016년 7월 생물 안전성에 관한 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생산과정의 어려움을 줄이는 것입니다. 현재 6~7단계에 이르는 과정을 2단계로 줄일 수 있다면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목화생산협회의 협회장인 실루에 카숨은 설명한다. 

부르키나파소도 아직 GMO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GMO에 관한 몬산토와의 협업을 중단했음에도, 언젠가는 GMO를 다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소피텍스의 총괄자 윌프리드 야메오고는 말한다. 부르키나파소의 목화업계는 바이엘과의 협상도 시작했다. Inera는 2015년 몬산토로부터 2억 2천만 CFA(34만 유로)를 지원받은 이후 목화, 옥수수, 니에베에 대한 실험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부르키나파소 생명공학 전문가 네트워크(Recoab)의 수장인 시르 파임 우에드라오고 역시 GMO 도입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아프리카의 몇 안 되는 과학잡지 중 하나로 2015년에 창간돼 격주로 발행되는 <Infos Sciences Culture>의 편집장을 맡은 그는 단순한 철학을 내세운다. “우리가 투쟁해야 할 대상은 GMO 자체가 아니라 GMO 도입이 가져올 각종 변화입니다.” 2017년 8월 6일에 쓴 보고서에서 그는 농촌 지역의 연구결과를 하나의 이미지, 즉 “이른 시일 내에 양질의 Bt 목화 생산을 재개해 목화 생산량을 늘리고 수익을 높이고 건강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라는 선량한 농민들”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GMO에 찬성하는 이들에게 부르키나파소에서의 실패는 몬산토의 성급함이 초래한 하나의 사건일 뿐이다. 그러나 부르키나파소 서쪽에 위치한 3개 지역의 생산자들 203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Copagen 연구에 따르면 피해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었다. Bt 종자를 사용하면서부터 농민들이 부담하는 생산비용은 7% 증가한 반면 생산량은 7% 감소했다.(13) 또한 몬산토의 수많은 약속들 가운데 해충 제거와 관련된 약속만이 제대로 지켜진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구멍 난 추적 시스템”도 문제로 지적됐다. 생산자 10명 중 4명은 종자구매 시 또는 수확한 작물의 판매 시 Bt 종자와 기존의 일반 종자를 혼합한다고 답했다. 더 믿기 힘든 부분은, GMO가 도입된 지 벌써 8년이 지났지만 “생산자들의 대부분은 GMO가 무엇인지도 정확히 알지 못하며 Bt 목화를 단순히 개량된 종자의 일종으로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GMO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접하게 되는 농민들이, GMO 논란에서는 가장 소외돼 있다. 교육 혜택을 많이 받지 않은 농민들은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단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일반 시민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슈너와 고어는 또한 GMO 도입 초기 단계에서 모든 결정들이 외부의 시선을 피해 민간 및 공공 출자자들, 규제 당국, 과학계 인사들만이 참석한 소규모 회의를 통해 이뤄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시켈리는 가장 위험한 것은 이 부분이라고 말한다. GMO는 농민들의 희생을 담보로 아프리카의 농업형태를 바꿔놓을 가능성이 있다. “아프리카의 농민들은 일반적으로 소규모 경작지에서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거나 농업과 축산업을 같이 합니다. 이는 환경, 생물 다양성, 토양에 상당히 이롭습니다. 반면 GMO 재배는 정반대입니다. 방대한 경작지에 한 가지 작물만을 계속 재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에 의하면 이런 현상은 ‘땅 없는 농민들’을 양산해 내거나 농민들을 단순한 농업 노동자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 이는 소피텍스의 한 임원이 2006년 1월 친절하게 설명해준 내용과 일치한다.

“능력 있는 사람들이 와서 수천만 헥타르에서 작물을 재배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들은 농업 노동자가 될 것입니다.”  


글·레미 카라욜 Rémi Carayol
파리 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번역·김소연 dec2323@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기자회견, 와가두구, 2017년 4월 22일
(2) ‘Analyse du secteur économique du secteur du coton. Liens pauvreté et environnement (목화 분야의 경제성 분석. 빈곤과 환경 간의 관계)’, 환경 및 생활환경부, 와가두구, 2011년 8월 
(3) André Linard, ‘Le coton africain sinistré (위기에 빠진 아프리카 목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03년 9월호
(4) Jeffrey Vitale, Gaspard Vognan, Marc Ouattarra, Ouola Traore, ‘The commercial application of GMO crops in Africa : Burkina Faso’s decade of experience with Bt cotton‘, AgBioForum, vol.13, n°4, Columbia (Missouri), 2010년 1월
(5) ‘Mémorandum sur la production et la commercialisation du coton génétiquement modifié au Burkina Faso (부르키나파소 내 유전자 변형 목화의 생산 및 유통에 관한 각서)’, AICB, 와가두구, 2015년
(6) Jeffrey Vitale, Marc Ouattarra, Gaspard Vognan, ‘Enhancing sustainability of cotton production systems in West Africa : A summary of empirical evidence from Burkina Faso’, Sustainability, 2011년, http://www.mdpi.com
(7) www.isaaa.org
(8) Jibrin Ibrahim, ‘Monsanto’s plot to takeover Nigeria’s agriculture‘, <Daily Trust>, Abuja, 2016년 7월 25일
(9) Jaco Visser, <Monsanto targets smallholder farmers>, Farmer’s Weekly, Pinegowrie(남아공), 2015년 1월 8일
(10) Tom Amadou Seck, ‘Leurres du Nouveau partenariat économique pour l’Afrique (아프리카 신개발 협력 계획(Nepad)의 환상)‘,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04년 11월호
(11) Agnès Sinaï, ‘Comment Monsanto vend les OGM (몬산토가 GMO를 판매하는 방식)’,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01년 7월호
(12) Matthew Schnurr et Christopher Gore, <Getting to “yes” : governing genetically modifie drops in Uganda>, Journal of International Development, vol.27, n°1,Sheffield, 2015년 1월
(13) ‘ Le coton Bt et nous, la vérité de nos champs (Bt 목화와 우리들)’, Coalition pour la protection du patrimoine génétique africain (Copagen), 2017년, www.copage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