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뛰어넘는 자, 마크 트웨인

2017-09-28     아르노 드 몽주아 | 문화평론가

그곳에 무엇이 있기에, 이 신대륙의 작가들은 자신의 선조들이 떠나온 구대륙인 유럽으로 달려가는 것일까? 과거에 대한 향수 때문인가, 뿌리에 대한 갈망 때문인가, 아메리카 대륙은 새롭고 유럽은 잠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려는 욕구 때문인가, 아니면 서쪽에서 동쪽으로의 먼 여행담을 서사시와 풍자극으로 풀어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인가? 

1878년, 마크 트웨인(1835~1910)은 유럽으로 떠났다. 그는 문학에서도, 저널리즘에서도 더 이상 무명이 아니었다.(1) 트웨인은 인쇄 견습공, 탐사가와 미시시피강의 수로안내인으로 일했다. 그의 필명인 마크 트웨인은 뱃사람들 사이의 은어로, 배가 지나가기에 안전한 수심인 ‘물 깊이 두 길’이라는 뜻이다. 트웨인은 희곡을 여러 편 집필했는데, 그중에는 화자가 노예인 <실제 이야기(Une histoire vraie)>가 있다. 이 작품은 흑인의 목소리를 들려준 첫 번째 시도였다. 이후 트웨인은 엉뚱한 아이의 이야기 <톰 소여의 모험>(2)과 도망친 ‘흑인 짐’의 이야기가 담긴 <허클베리 핀의 모험>(3)을 선보였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매사추세츠 주의 도서관에서 금서로 지정되기까지 했다. 
 
트웨인은 강연을 했고, 정치를 접했다. 그리고 예약신청을 받은 작품만 출간하겠다고 해서 자수성가한 사람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이는 문학작품에 한정된 이야기이다. 트웨인의 수필은 비즈니스 면에서 실패로 끝났기 때문이다. 그래도 트웨인은 동료들로부터 미국 작가의 본보기로서 인정을 받았다. 트웨인은 여행애호가로서, 상식 선상에서 사람과 사물을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는 인간이란 최악과 최상이 모두 가능한 생물이라는 흥미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트웨인은 과거 유럽에 몇 년간 머물면서 도시와 지방을 돌아봤지만, 당시 도보여행을 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출판사와 여행기 계약을 맺은 후에는, 비로소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방문하기로 한 유럽지역들을 걸어 다녔다. 1년 간(1878~1879) 가족과 함께 한 이 여행에서 트웨인은 과거에 대한 향수와 풍자가 동시에 담긴 시선으로 유럽의 관습과 풍속을 관찰했다. 그는 과장하지 않았다. 바덴바덴, 밀라노, 베네치아, 로마의 모습을 채색 석판화 그림에 담았다. 
 
트웨인은 풍경을 보면서 관광객을, 그중에서도 특히 미국인 관광객들을 구분해냈다. 트웨인은 여행의 동반자로 ‘해리스’라는 인물을 상상했다. 트웨인은 책의 성공을 위해 도보 여행을 한 것처럼 묘사했는데, 해리스는 트웨인을 대신해서 걸었다. 이 이야기는 이후에 <유럽 방랑기>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이 책의 제목은 영어로 <A Tramp Abroad>인데, 여기에서 tramp는 ‘방랑자’라는 뜻 외에도 ‘도보로 걷다’라는 의미도 있다. 트웨인은 “tramp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무의식적으로 걷는 것만큼이나 걷는 사람을 묘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걷다 보면 유럽과 그 위대함에 대한 진부한 생각을 지울 수 있었다. (…) 그리고 도보 여행자는 추억과 매혹만이 남은 과거를 불완전하게 바라보는 목격자에 불과했다.”
 
트웨인은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1881년에는 <왕자와 거지>를, 1889년에는 <아서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를 발표했다. 트웨인의 이야기는 여러 나라 중에서도 특히 독일 편에서 더 돋보였다. 슈바르츠발트의 풍경으로 더 칭송을 받는 라인강의 전설이나 학생조합 간의 경쟁, 네카어강에서 뗏목을 타고 성채와 숲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도시, 하이델베르크에 간 모험담이나, ‘끔찍한 독일어’로 어려움을 겪은 에피소드 중 무엇 하나 빠뜨리지 않고 세심하게 그려냈다.
 
서쪽에서부터 동쪽으로 생소한 지역을 여행하는 이의 모험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비함의 베일을 벗기며 ‘근원으로 돌아가는 길’에 가까워졌다.  
 
 
글·아르노 드 몽주아 Arnaud de Montjoye
문화평론가
 
번역·이연주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Mark Twain, <Un vagabond à l’étranger(유럽 방랑기)>, Genève, 2017, 672페이지, 23유로.
(2) Mark Twain, <Les Aventures de Tom Sawyer(허클베리 핀의 모험)>, Gallimard, coll. ‘Folio Junior’, Paris, 2017, 350p, 5.90유로.
(3) Mark Twain, <Les Aventures de Tom Sawyer(허클베리 핀의 모험)>, Gallimard, coll. ‘Folio Junior’, 2017, 431p, 6.90유로. 토마스 콘스탄티네스코(Thomas Constantinesco)와 함께 필립 자월스키(Philippe Jaworski)의 지도하에 출간된 <Œuvres(작품집)>(Gallimard, coll. ‘Bibliothèque de la Pléiade’, Paris, 2015, 1,648페이지, 65유로)와 비교해서 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