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는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지 않다

2010-05-10     소냐 샤

마을이나 도시에서 말라리아를 퇴치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모기에 노출되는 것을 줄이고, 모든 환자를 약으로 치료하고, 감염된 여행자를 돌봐 새로운 기생충 유입을 예방하면 된다. 이론상 이렇게 하면 말라리아(또 다른 이름 ‘학질’)를 영원히 퇴치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 질병의 보균자가 인간에 국한될 때다. 황열(黃熱), 콜레라 혹은 독감처럼 말라리아가 알려지지 않는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고, 이 바이러스가 야생동물의 혈액에 숨어 지낼 수 있다면, 향후 말라리아 퇴치 전쟁은 해봐야 질 게 뻔한 전쟁이다.

한편 프랑스와 가봉의 전문가로 구성된 말라리아 연구팀은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믿었던 것과 달리 말라리아기생충(Plasmodium)의 전염 시스템이 모기와 사람 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최근 밝혀냈다. 혁신적 방식을 통해, 말라리아기생충의 경로를 추적해온 이 연구원들은, 카메룬과 가봉에 서식하는 고릴라의 몸속에서 말라리아기생충 중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인 말라리아 원충(Plasmodium Falciparum)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규명해냈다.(1) 또 다른 연구팀은 보노보(Bonobo) 침팬지와 일반 침팬지의 몸속에서 똑같은 기생충을 발견했다.

 이젠 원숭이와도 싸워야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에서도 일련의 자료가 발표되며, 여태까지 원숭이 몸속에만 존재한다고 간주된 일부 말라리아기생충이 종종 인간의 혈액에서 발견될 수 있다는(2) 사고의 전환을 가져왔다. 말라리아 원충이 발견된 지 130년이 지난 지금, 말라리아 야생 바이러스의 존재 가능성이 밝혀지며, 한 해 2억5천만 명의 감염자가 속출하고 이 중 100만 명을 죽음(대부분 아프리카 어린이)으로 내모는 이 질병을 퇴치할 수 있다는 희망의 종을 울리게 됐다.

 

20세기 초반, 영국군 의사 로널드 로스와 이탈리아 동물학자 지오바니 그라시는 말라리아기생충이 모기를 통해 감염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박애주의자와 공중보건 책임자, 그리고 야심찬 정부 당국은 말라리아 퇴치에 매달렸다. 2007년 말, 갑부 재단 운영자인 빌과 멜린다, 즉 세계보건기구(WHO)보다 세계 건강을 훨씬 잘 챙기고 있는 게이츠 부부가 지구상에서 말라리아를 퇴치하겠다는 포부를 발표했다. WHO와 유엔이 구축한 ‘말라리아 감축’ 파트너십은 이들의 야심찬 발표를 반겼다. 기금은 1998년 1억 달러에서 2008년 10억 달러로 껑충 뛰었다.

1990년대 후반, 게이츠재단은 말라리아 백신 연구에 1억1천만 달러를 제공했다. 수십 종의 실험 백신이 실험실에서 출시됐다. 이 중 임상실험에서 가장 진전을 보이는 말라리아 백신 ‘모스퀴릭스’(Mosquirix)가 말라리아 발병률을 65%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부 아프리카에서 말라리아 피해를 입고 있는 미국의 최대 석유화학회사 엑슨모빌을 비롯한 석유기업이 첨단 게놈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경영자 출신인 네이슨 미어볼드를 비롯한 벤처 캐피털 전문가도 이 연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어볼드는 2010년 2월에 열린 TED(Technology-Entertainment-Design, 즉 기술-엔터테인먼트-디자인) 포럼에서 ‘스타워즈’를 방불케 하는 레이저 원격조정 방식으로 말라리아 보균 암모기를 박멸하는 최첨단 치료법을 선보였다.

 빌 게이츠의 기부, 뜻은 좋으나…

비록 동물 몸속에 말라리아 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말라리아를 퇴치하겠다는 희망에 종지부를 찍게 했지만, 이 사실은 역설적으로 더 많은 사람을 이 질병에서 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퇴치는 여러 측면에서 질병 통제와는 정반대 목적을 지녔기 때문이다. 퇴치는 질병을 가장 손쉽게 근절할 수 있는 지역에 자원을 우선적으로 쓴다. 이를테면 보건을 가장 필요로 하지 않는 곳에 자원을 쓰는 것이다. 이와 달리, 공중 보건 담당자가 질병을 통제하려 할 때는,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지역에 지원 가능한 대부분의 자원을 할당한다.

그 결과, 이 캠페인이 실패한다면 괜히 막대한 정책과 자금을 질병 퇴치가 시급하지 않은 지역에 헛되이 투자한 꼴이 되지만, 그에 대한 책임 부담은 가장 적은 것이다. 이것이 50년 전, 미 국무부와 WHO가 설정한 전략에 따라 세계 90개국이 단합해 세운 목표였고, 그 목표가 실현된 것이다. 당시 퇴치 캠페인에 대략 90억 달러를 썼지만 그 결과는 빈약하다. 말라리아가 카리브해 연안과 레위니옹 등 일부 섬에서는 근절됐지만,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산업국은 극빈 지역의 20억 인구를 통제가 까다로운 말라리아에 방치하고 있다. WHO 말라리아 퇴치부서 책임자인 티보르 르페스는 실패한 말라리아 퇴치 프로그램이 “공중 보건 부문의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라고 했다.(3)

 퇴치보단 예방과 치료부터

물론 말라리아의 근절 노력이 수백만 명의 건강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앞으로 말라리아 동물 바이러스의 존재 가설을 확실히 밝혀내는 일과 이 바이러스가 미칠 결과에 관한 새로운 연구가 남아 있다. 말라리아 퇴치에 대한 꿈이 요원하지만, 이 질병과 영원히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면, 공중보건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 그 이후에야 비로소 퇴치가 필요하다. 짧은 기간에 말라리아기생충을 박멸해, 전염 사이클을 차단하는 효과적인 퇴치 방법이 필요하다. 또 말라리아를 억제하는 일은 인간의 환경에서 모기의 존재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장기적 투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침대에 설치할 모기장과 치료약을 저렴하게 공급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도로 개선과 보건 시스템 그리고 모기를 퇴치하기 위한 주거 환경의 개념을 강화해야 한다. 그 이후에는 원숭이, 침팬지 또는 기타 동물 등 말라리아를 전염시키는 야생동물이 얼마가 되든지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때는 인류가 마침내 말라리아부터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

글•소냐 샤 Sonia Shah
저서 <열병, 어떻게 말라리아는 50년 동안 인류를 통치했는가?>가 뉴욕에 있는 출판사(Sarah Crichton Books/Farrar, Straus & Giroux)에서 7월에 출간될 예정이다.

번역•조은섭 chosub@ilemonde.com
파리7대학 불문학 박사. 주요 역서로 <착각>(2004) 등이 있다.

<각주>
(1) Franck Prugnolle 외 다수, <African great apes are natural hosts of multiple related malaria species, including Plasmodium falciparum >, PNAS, 워싱턴, 2010년 1월 19일.
(2) Van den Eede 외 다수, <Plasmodium knowlesi malaria in Vietnam: some clarifications>, Malaria journal, 런던, 2010, vol. 9.
(3) Gordon Harrison, <Mosquitoes, Malaria and Man: A history of the hostilities since 1880>, E.P. Dutton, 뉴욕, 1978, p.2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