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문화 다양성 수호에 나서다?

2010-05-10     로랑 보넬리

 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전화를 하고 있다. 아시아계 직원은 외국어로 된 문서를 주의 깊게 들여다본다. 라틴계 직원은 PDA에 보급 관련 정보를 기록한다. 금발머리 여직원은 한 도시의 지도를 분석 중이다. 미 중앙정보국(CIA) 채용 안내 팸플릿 사진에 묘사된 장면이다. 직원 복장이 모두 비슷하다는 것(단정한 양복과 흰색 와이셔츠)만 제외하면 1980~90년대 유행한 베네통의 다문화주의 광고와 흡사하다.

 

2002년 5월 15일부터 미국의 모든 연방기관은 이른바 ‘No FEAR Act’(1)라 부르는 인종차별방지법을 준수해야 한다. CIA도 예외는 아니다. CIA 국장 레온 파네타는 인종차별 문제와 관련해 이렇게 선언했다. “민주주의 수호를 임무로 하는 우리 조직이 민주주의 가장 고귀한 가치를 보존하고 실천하는 것은 당연하다.”(2)

 

그 일환으로 CIA 내부에 ‘직장 내 문화와 민족 다양성’을 고취하는 조직이 만들어졌다. ‘흑인행정위원회’(Black Executive Board), ‘BIG’(Blacks in Government) 등이 그 예다. 이 조직들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직원의 채용과 지도, 관리를 담당한다. ‘게이와 레즈비언 직원을 위한 에이전시 네트워크’(ANGLE)는 게이와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직원을 대변한다. 라틴계, 그리스계, 아메리칸 인디언, 여성, 아시아계, 장애인, 중동계 직원도 각자의 조직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기회 평등을 보장’하는 고용주가 되려는 CIA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해야 하나? 우리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No FEAR Act’ 법안에 서명하던 그 순간에, 테러에 대한 전쟁의 일환으로 CIA 요원이 관타나모 수용소와 그 외의 곳에서 테러리스트 ‘혐의자’를 물고문하고, 포로에게서 정보를 캐내기 위해 잠을 재우지 않거나, 심지어 개나 곤충을 이용해 고문을 자행한 사실을 안다. 같은 시기, CIA는 말 그대로 외국 시민을 (이탈리아와 독일 등지에서) ‘강제 납치’까지 했다.

파네타 국장은 “CIA 내에서 문화 다양성이 존중됨으로써 직원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말 그러기를 희망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난감한 노릇이다.

글•로랑 보넬리 Laurent Bonell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정기헌 guyheony@ilemonde.com

<각주>
(1) Notification and Federal Employee Anti-discrimination and Retaliation Act.
(2) www.cia.gov/offices-of-cia/equal-emplyment-opportunity/zero-tolerance.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