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할테케, 투르크멘의 비극적 상징물

2017-10-31     다비드 가르시아 | 언론인

투르크메니스탄에서 9월 17일부터 27일까지 제5회 인도어 아시안게임이 열렸다. 60여 국가의 선수들이 각자의 기량을 겨룬 이번 아시안게임의 가장 큰 후원자는 ‘말’이다. 순수 혈통을 지닌 전통 마종 중 ‘아할테케(Akal-Téké)의 역사’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은 이 중앙아시아 국가에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2013년 4월 28일,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도 아슈하바트의 경마장에서 일곱 명의 기수들이 각축을 벌인다. 그중 한 명은 바로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다른 누구보다도 빨랐던 이 기수는 다름 아니라, 강력한 권위주의 체제를 구축한 이 중앙아시아 국가의 대통령이다. 이 경기에서 그는 우승을 거머쥐었고, 그가 탄 말이 도착점을 넘자마자 쓰러지면서 자신 또한 말에서 떨어진다. 대통령의 제안으로, 투르크메니스탄은 해마다 4월의 마지막 일요일을 말 축제일로 정해 날씬한 몸통에 긴 다리, 희귀한 모양의 갈기, 섬세한 모질, 높게 솟은 목선과 작은 두상이 특징인 투르크메니스탄 고유의 말인 아할테케를 기린다. 투르크메니스탄 국민의 자랑거리라 할 법한 아할테케는 독보적인 속도와 지구력을 지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품종이다. 1,000km를 달리는 데 1주일이 채 걸리지 않는다.(1)

매해 4월의 마지막 주말, 국내외 말 애호가들이 모여 아름다운 말 선발대회를 열고 경주를 관람한다. 국제사회에서 스스로 고립을 택한 이 국가는, 여전히 접근이 쉽지 않지만 이때만큼은 문을 활짝 연다. 이 나라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대통령 또한 이 전설적인 말을 숭배한다. “아할테케가 바람을 가르며 빠른 속도로 달린다. 가느다란 다리로 역동적인 점프를 할 때 압도적인 우아함을 보여준다. 힘이 있으면서도 섬세하며, 용맹하면서도 여성미 넘치는(…), 이 모든 요소가 신비롭고 아름답게 어우러진다”라고 기술한 말 전문학자인 장루이 구로(2)의 시적인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 단지 대통령만 이 말을 숭배하는 것은 아니다. 약 2천 5백 년 전부터 존재했다고 추정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말의 품종은 스키티아의 무덤(3)에서 발견된 유품 연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거의 종간 교배를 거치지 않았다. 알렉산더 대왕이 애용했던 전설적인 준마 또한 이 영광스러운 혈통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며, 영국의 순수 혈통 말의 일부도 이 품종에 속한다. 아슈하바트 근처 아할(Ahkl)의 계곡에 자리 잡은 테케(Téké) 기수들은 투르크멘 부족 중 가장 강력했으나 주로 약탈로 주변 부족들에 두려움을 안겼다. ‘아할테케’라는 품종명은 여기에서 기인한다. 투르크메니스탄의 국기의 중앙에 그려진 말은, 다섯 개의 지방을 의미하는 다섯 개의 별에 둘러싸여 있으며, 투르크메니스탄의 국가 정체성과 화합을 의미한다. 

“30여 년 전 구소련 연방에서 독립한 중앙아시아의 신생 국가들은 연방국으로서의 상징을 강조하고자 했다.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 또한 아할테케를 통해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자 한다.” 2004년부터 2014년까지 투르크메니스탄 프랑스 대사를 지낸 피에르 르보빅은 설명한다. 말에 대한 숭배는 국가 원수에 대한 존경심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수도의 중심에는 말에 오른 대통령의 금장 장식을 한 동상이 거대한 대리석 받침 위에 세워져 있으며, 그 높이가 20m에 달한다.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2007년 취임 이래, 신적인 말의 존재를 기리는 책을 여러 권 출간했다. 2006~2010년 이곳 대사를 지낸 크리스티앙 르셰르비는 “그의 전임인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4)는 애국심 고취를 위해 아할테케에 대한 열정을 이용했다. 현 대통령은 이런 움직임을 더 확장해 말 스포츠가 국가 경제를 견인하도록 하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외교를 위한 최고의 선물로 자리 잡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 9월 17일부터 27일까지 열린 제5회 인-도어 아시안게임은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 이 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개최하는 대규모 국제 스포츠 행사로 21개 종목에 5천 명 이상의 선수들이 참여했다. “스타디움 상부를 장식하는 말 동상은 아할테케다. 투르크메니스탄의 상징이며 국민 모두의 자긍심이다.” 아시안게임 운영위 위원장 다얀치 굴겔디에프(Dayanch Gulgeldiyev)가 강조했다.(5) 실내 아시안게임 역사상 처음으로 승마가 초청 경기로 경기종목에 포함됐다.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실내 아시안게임 경기종목에 마장마술을 포함할 수 있도록 아시안게임 운영위의 인가를 받았다”라고 아할테케 품종 국제사육 연맹의 위원장인 엘렌 지라르디(Hélène Girardi)는 말한다. 그의 전임 대통령에 이어 말에 남다른 열정을 지닌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투르크메니스탄 경마시설의 전면적인 개보수 작업을 지시했다. 2011~2012년 다섯 개의 주요 경마장을 새롭게 단장했다. 각 지방 자치구는 최고 수준의 경마장을 보유하게 됐다. 또한 아할테케의 경마경기를 진행할 수 있는 경마코스 건설계획을 집요하게 추진하며, 국제 승마대회로 발돋움 하고자 하는 큰 그림을 구상한다. 

여기에 프랑스 전문가 한 명이 2012년 자신이 경마사업을 맡아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아일랜드에 마사를 소유한 에르베 바르죠는 대통령을 직접 접촉해 일을 추진해 나간다. 늘 조심스럽고 접근이 힘든 것으로 알려진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자신의 관저와 특히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고 선망했던 말 사육장을 공개한다. 바르죠는 긍정적인 대통령의 반응에 고무돼 대통령에게 파리 방문을 제안한다. “개선문배 승마대회 3주 전, 대통령에게 초대장을 보냈습니다. 일정이 워낙 촉박했기에 초대에 응하리라는 보장은 거의 없었죠. 하지만 결국 대통령은 투르크멘 기수 한 명이 경기에 참여한다는 조건으로 파리 방문을 수락했습니다”라고 바르죠는 말한다. 그는 투르크멘 전통기수 모자를 쓴 40여 명의 방문단을 대동하고 롱샹 경기장에 온 대통령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프랑스와 투르크메니스탄 간의 비즈니스 교류는 부이그(Bouygues) 사태의 수습이 실패로 돌아간 데에 실망한 기업들 때문에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20년 전 한 프랑스 건설회사는 니야조프 대통령과 건설사업 부문에서 수익성 있는 공조 관계를 만들었다.(6) 이미 그 당시에도 아할테케는 국가외교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1993년 투르크메니스탄 공식방문 당시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투르크멘 말을 선물로 받았었다. 선물 받은 말은 젠드 짐(Gend Jim)이라고 불렸는데, 미테랑 대통령은 그를 국가의 마사에 귀속시키는 대신, 프랑스 승마연맹의 한 고위 간부인 알렉상드르 그로에게 은밀히 맡겼다. 그리고 후에 파리 남쪽의 수지-라-브리슈에 위치한 대통령 사저에 위탁된 젠드 짐은, 결국 미테랑 대통령의 숨겨진 딸이자 말 애호가인 마자린 펭조에게 갔다. 말 관련 기록작가인 장 루이 구로의 집요한 취재 덕분에 젠드 짐과, 마자린 펭조의 존재가 1994년 11월 세상에 알려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아할테케는 승마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 마종으로 떠오른다. 그 분야의 거장들이 서로 이 말을 갖고 싶다고 달려들었다. “파리를 방문 중이었던 모로코의 하산 2세는 잡지에서 젠드 짐의 사진을 눈여겨 봤다. 그는 곧바로 아할테케를 원한다고 미테랑 대통령에게 의사를 전달했다”고 알렉상드르 그로는 서술한다. 그는 프랑스의 공공자금으로 코카서스에서 데려온 아자르(Adjar) 품종을 선물로 준비한다. 러시아의 첫 차르인 이반 4세(재위 1547~1584)도 일찍이 아할테케에 매혹됐고, 결국 아할테케는 외교적인 성과를 위한 최고의 선물로 자리 잡았다. 로마노프의 첫 번째 차르였던 미하일 1세 또한 페르시아에서 말들을 선물 받았었다. 1956년 니키타 흐루시초프는 엘리자베스 여왕 2세에게 그중 한 마리를 선물했다. 그 당시 구소련연방 공산당 서기장은 아할테케 품종을 매장하고자 했다. 

아할테케의 수호자가 감옥에 갇힌 이유

“흐루시초프는 아할테케를 푸줏간으로 보냈다”라고 겔디 키아리조프는 격노해 서술한다. 그는 1997년부터 2002년까지 말을 관리하는 국가 협회의 사무장으로 역임했다. 장관급에 해당하는 직급으로 직무는 오직 투르크메니스탄의 말을 관리하는 것. 세상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국가소속 직무 부서라 할 수 있다. 취재진은 그를 프라하에서 만났고 그는 그곳에 2016년부터 망명해 지내던 중이었다. 지칠 줄 모르고 이야기를 풀어 놓던, 활기찬 모습의 60대 전직 관료는 오직 아할테케를 지키기 위해 살았다. 러시아가 1881년 국가를 점령한 이래 말의 수는 정보 출처에 따라 2만에서 10만까지 집계되며 멸종 위기에 처할 만큼 급격히 개체 수가 감소한다.(7) “차르의 통치에서 소련으로 이어지는 공권력은 강력한 군사력의 상징인 아할테케를 파멸에 이르게 해 트루크멘 국민을 복종시키고자 했다”라고 키아리조프는 설명한다. 소련에 저항하고자 아할테케에 오른 트루크멘 민간 반란군은 러시아의 지배에 격렬히 맞선다. 하지만 1930년 초 그들은 항복하고 만다. 

지칠 줄 모르는 아할테케의 수호자, 키아리조프는 1988년 아할테케를 타고 수도 아슈하바트에서 모스크바까지 ‘원정’을 떠난다. 3,000km나 떨어진 러시아의 수도까지 도착하는 데 두 달이 걸렸고, 이는 1935년 있었던 같은 원정에 걸린 기간 대비 24일을 단축한 결과였다. 원정의 목적은 아할테케의 멸종 위기를 소련 당국에 경고하고, 동시에 전무후무한 지구력을 지닌 이 말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1991년 소련 연방에서 독립했고, 아할테케를 식민지배의 순교자에 견준다. 거의 멸종돼 1980년 당시 집계된 아할테케의 개체 수는 2,100마리였다. 이는 그 어떤 요인보다 더 강력하게 구소련 당국을 불신하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 “지난 세기 농업의 기계화는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말의 개체 수 감소를 야기한다”라고 나탈리아 구레비치 러시아 말 전문학자는 강조한다. 소멸 위기를 인식해 1932년 몇몇 소련의 전문가들은 순수품종 명부를 만든다. 이 족보에는 아할테케 순수혈통(75% 이상)으로 분류되는 말과 그 후손을 기록하고 이 혈통의 진화 과정을 정리한다. 그러나 이 협회는 모스크바에서 185km 떨어진 랴잔(Riazan)에 있는 러시아 농무부가 통치하고 있었기에 트루크멘 정부에는 이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에게 있어 이는 식민지 유물뿐이기도 하다. 

트루크메니스탄 국민들에게 숭배의 대상인 이 품종의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 2010년 8월 14일 대통령은 아할테케 품종 국제 사육 협회를 창립해 그 수장을 맡는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품종의 명부를 되찾기 위함이다.” 2008~2015년 아할테케 프랑스 지부의 협회장을 역임했으며 국제협회의 설립 멤버인 쟝 드 반느는 설명한다. 그러나 이 단체는 곧 러시아와 충돌하게 된다. 품종의 족보를 관리하는 (러시아의) 연구소는 구소련 말 체결된 조약을 앞세우며 순수 품종의 족보는 러시아에만 존재한다는 조항을 들고 나온다. 투르크멘 정부는 투르크메니스탄 국내에 존재하는 개체 수 파악에 착수하고 외교적 선물을 목적으로 할 때를 제외하고는 아할테케 품종의 수출을 전면 금지한다. 옛 식민지배 세력과의 분쟁을 떠나 트루크멘 정부는 품종의 관리를 소홀히 했던 과거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이 분야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문인력 양성, 위생관리 등 국내 표준을 세우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남아있다. “투르크멘 정부는 15년 전부터 품종 관리에서 엄격한 통제를 하고 있지 않다”라고 러시아의 아할테케 품종 사육사로 유명하며 60여 마리를 보유하고 있는 레오니 바베프는 꼬집는다. 

키아리조프는 2002년 당시 대통령이었던 니야조프에 의해 체포됐다. 말 절도 혐의로 그는 5년 간 수감된다. 이 당시 그에게서 108마리의 아할테케가 압수돼 대통령 관할 마사로 귀속된다. 투르크멘 조상에 대한 불경죄라는 죄목. 아마도 그가 너무 많은 수의 아름다운 말을 사육하고 있던 것이 주된 수감 이유였을 것이다. 이 나라의 관습에 따르면 투르크멘의 사육사라면 가장 좋은 말은 국가에 헌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는 말의 교역을 독점하며, 투르크메니스탄에서 국가란 바로 대통령이다. 

600여 품종의 보유자인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전 세계 아할테케 개체 수의 약 1/10을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개체 수로 볼 때 투르크메니스탄이 1위로 3천 마리, 러시아가 2위로 1,600마리를 기르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유럽과 북미, 중앙아시아의 몇몇 국가가 전 세계적으로 총 6,600마리를 기르고 있다고 국제협회의 쟝 드 반느가 설명한다. 멸종의 위기에 처해 있다가 살아남은 아할테케는 이제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됐다. 투르크멘 국민은 매해 4월 말 ‘말의 날’ 축제를 즐기고, 승마 거장을 말에서 떨어뜨린 이 말의 대담함에 감탄을 표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글·다비드 가르시아 David Garcia 
주요 저서로 <부이그가 왕인 나라(Le Pays où Bouygues est roi)>(Danger Public, 2006)등이 있다. 

번역·유정은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카롤 페레(Carole Ferret), <1인 1마. 구소련 연방 국가 정체성과 말의 품종>(A chacun son cheval! Identités nationales et races équines) Cahier d'Asie cetrale, n.10-11. Bichkek, 2011.
(2) 장루이 구로 Jean-Louis Gouraud, Petite Géographie amoureuse du cheval, Belin, Paris. 2017
(3) 말과 승마 연구소의 파일에서 발췌. www.haras-nationaux.fr
(4) 투르크메니스탄의 독립(1991년)부터 사망시점인 2006년 말까지 대통령 역임 
(5) Euronews.com, 2017년 7월 11일
(6) ‘Bouygues, le bâtisseur du dictateur’,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5년 3월호‧한국어판 2015년 4월호 참조
(7) Jean-Baptiste Jeanène Vilmer, Turkménistan, CNRS Éditions, Paris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