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피를 잃은 세네갈 경제

2010-05-10     톰 아마두 세크

 세네갈 국민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2008년 12월 24일 옛 식민 지배자인 프랑스가 8300만 유로의 긴급차관을 세네갈에 제공한 것이다. 차관은 세네갈 정부가 공무원에게 지급할 월급으로 쓰일 것이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국제통화기금(IMF)은 금융위기로 타격을 입은 국가에 구제금융을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세네갈 정부에 7560만 달러(약 5600만 유로)를 지원했다. 2000년 3월 와데 대통령의 소속당인 세네갈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며 얻은 별칭은 ‘사회적 요구 수용을 위한 정당’이었다. 그만큼 세네갈 국민의 기대가 컸다는 뜻이다. 그로부터 9년이 흐른 지금 와데 대통령의 슬로건이던 ‘소피’(Sopi·윌로프어로 ‘변화’를 뜻함)는 ‘사피’(Sapi·고통)로 전락했다.

 ‘변화’ 구호가 ‘고통’의 탄식으로

세네갈은 최근의 높은 경제성장률(2008년 4.3%, 2009년 5.7%)에도 불구하고, 1인당 국민총생산액이 613유로에 그쳐 저개발국가로 남았다. 최대 재정 수입원인 어업은 직·간접적으로 60만 개가 넘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으나, 2000∼2008년 수출 품목 내 수산자원 점유율은 37%에서 24%로 급락했다. 편의치적선제를 활용한 일본과 유럽연합 국가의 과도한 조업 활동이 세네갈 수산업 쇠퇴의 원인이 되었다.

두 번째로 중요한 외화 수입원인 관광산업 또한 프랑스 관광객의 주요 방문지인 카자망스 지역의 정세 불안으로 타격을 받았다. 인도양 연안 국가와 마그레브 지역 국가의 관광객 유치 경쟁과 다카르행 항공요금 상승(세네갈 국적기의 국제선 운항은 거의 폐지됐다), 달러화 대비 유로화 절상은 관광산업 침체를 악화하고 있다.

 

한편 2008년 대중매체의 집중적 관심을 받으며 실시된 세네갈 식량자급계획인 GOANA가 식량 위기를 해결하지 못했고, 전국농촌지역협의회는 정부 정책이 국민 여론을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정부를 비난했다. 그뿐만 아니라 농촌 지역 주민 감소를 막고, 특히 청년층의 이농 현상을 막기 위해 실시된 2006~2015 ‘레바’(Reva·농업 재건) 정책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311억 CFA프랑(약 5500만 유로)을 투자해 수출 위주 농업을 진흥시키는 한편, 최근 경제 및 금융 위기로 심각성이 드러난 식량자급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전국농촌지역협의회 관계자인 마마두 시소코는 “현재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도시 거주자가 세네갈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을 소비하도록 의식을 개선하는 것이다. 현지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수천만 개 일자리를 보전하는 한편, 기업을 육성하고 소규모 직군을 창출할 수 있다”(1)고 했다. 특히 시소코는 가족 중심 농업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산업은 후퇴, 농민 서비스는 폐지

견과류 상품화를 맡은 국영기업 소나코스의 민영화가 농촌경제 악화를 한층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소나코스는 생산업자에게서 사들인 땅콩을 가공해 만든 땅콩기름을 상품화함으로써, 견과류 산업 내 핵심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전국농촌지역협의회는 “소나코스는 단순히 땅콩 가공만 담당하는 곳이 아니다. 풍작일 때는 농가와 운송업계, 중간 과정 관련 기업과 은행 등에 700억 CFA프랑(1억600만 유로)에 이르는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의 핵심 요소”라며 소나코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농업대출금고의 준민영화, 소나그린스 같은 농민 지원기관 및 서비스 폐지가 농민의 생활 여건을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농촌 지역 빈곤이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 반면, 세네갈 국민의 60%가 농촌에 거주하고 있다.

차관 지원에 따른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세네갈은 전방위적 민영화 정책을 시행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다. 1999년 시행된 세네갈전력청 민영화는 전력망의 질적 저하를 가져왔고, 당황한 정부는 2009년 11월 ‘민관 파트너십’을 체결해 전력청을 다시 공권력의 지배 아래에 두기로 결정했다.(2) 세네갈의 전력 공급은 현저히 낙후된 상태로, 수도 다카르에서조차 정전 사태가 증가하고 있다. 2008년 6월 1일부터 2009년 5월 24일까지 야당과 사회단체가 개최한 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력 공급의 비효율성과, 이로 인해 적정 가격 책정, 재원 조달, 전력 공급의 안정성 확보와 빈민층에 대한 전력 공급 확대에 따르는 어려움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세네갈전력청의 장기적 전력 생산 미달은 심각한 구조적 원인이 되고 있으며, 재정 적자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어 단순한 민영화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3)라고 밝혔다.

 정부 예산 40% 배정, 교육만이 희망

세네갈 빈곤현황 조사(2005~2006) 결과를 보면, 설문에 응한 가구 중 64.7%가 끼니 해결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4) 또한 전국을 기준으로 했을 때, 상위 부유층 20%가 전체 소비액의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본적 공공서비스 측면에서, 대다수 세네갈 국민이 기초적 위생시설 및 인프라(물·전기·도로) 이용과 1차 의료 서비스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45.9%가 말라리아에 걸렸으며, 2004년 말 수도 다카르와 2005년 초 투바에서는 콜레라가 발병했다.

그러나 정부 예산의 40%가 책정된 교육 부문에서는 실질적 향상이 눈에 띈다. 초등교육 취학률은 1999년 68.9%에서 2004년 80%로 확대됐다. 서아프리카 특유의 교육 확대 보급 정책인 ‘모든 어린이의 사례’(Case des tout-petits)는 1~6살 어린이 2만2천 명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농촌 지역을 제외한 남녀 학생 비율이 거의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 반면 교사가 모자라고, 교육기관의 재정 수준이 미흡한 상태다. 한편 고등교육기관은 위기 상황에 처했고, 파업이 만연해 있다. 인재 유출을 막고 실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교육체계 개혁이 시급하다. 실업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청년층은 때로는 생명이 위태로울 수단까지 동원해 국외 이주의 기회를 찾고 있다.

글•톰 아마두 세크 Tom Amadou Seck
세네갈 경제학자. 『La Banque mondiale et l’Afrique de l’Ouest. L’exemple du Sénégal 세계은행과 서아프리카. 세네갈의 예』(Publisud, Paris, 1997)의 저자.

번역•김윤형

<각주>
(1) 마무두 시소코, <신은 농민이 아니다>, 프레장스 아프리켄, 다카르, 2009.
(2) 2009년 11월 11일, 세네갈 정부는 세네갈전력청을 전력 생산·송전·배전을 담당하는 세 개의 자회사로 분리하고, 전력청을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프랑스전력회사와 민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3) www.assises-senegal.info.
(4) ‘세네갈빈곤현황조사’(ESPS·2005~2006), 정부보고서, 재정경제부, 다카르, 2007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