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가사 도우미 폭동

“그들은 날 쓰레기통에 버리겠다고 위협했다”

2017-10-31     쥘리앙 브리고 | <르몽드> 특파원
인도의 가사 도우미들은 비단 백만장자만이 아니라, 신흥 중산층을 위해서도 일한다. 대다수가 빈곤한 농촌 지역 출신이며 실질적인 권리를 전혀 지니지 못한 이들 가사 도우미의 수는 점점 더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이 저항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어느 7월 저녁, 가사 도우미들이 고용주들에 맞서 분연히 일어났다. 이후 일부 고용주들은 더 안전한 용역 업체와의 계약을 고려 중이다.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다. 어린 원숭이들과 다람쥐들이 끽끽거리고 노을로 붉게 물든 하늘을 새떼가 수놓는 한 공원에서, 조흐라 비비(1)는 그날의 일이 어떻게 전개됐는지를 회상했다. 조흐라는 고용주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따귀를 맞고 도망쳤다가, 휴대폰을 압수당한 뒤 고용주의 고급 아파트에 밤새도록 갇혀 있었다. 그리고 새벽녘이 되자, 그의 도우미 동료들이 복수를 외치며 몽둥이와 돌멩이 등으로 무장하고 도착했다.
 
만 29세의 조흐라 비비는 뉴델리 외곽도시 노이다의 21개동 고급 아파트 단지에서 일하는 5백여 명의 가사도우미 중 한 명이다. 지난 7월 12일, 조흐라는 고용주 하르슈 세티의 집에 갔다. “나는 매일 새벽 5시 반이면 일어나 고용주의 집에 7시 전에 도착해 그들의 아침식사를 차려준다. 우리 가사도우미들은 ‘사모님’들의 가사를 대행함으로써 그들의 시간을 상당 부분 절약해준다. 8개 가구를 돌며 가사도우미 일을 하는데, 이렇게 일하고 한 달에 약 1만 7천 루피(한화 약 30만 원)를 받는다. 이 일을 12년 전부터 해왔다. 큰아들과 남편, 그리고 내가 벽돌공으로 일하며 이 고급 아파트, ‘마하군 모던’ 단지 건설에 참여했다. 아파트 입주가 완료됐을 때, 나는 단지로 들어가서 주민들에게 나를 가사도우미로 채용해달라고 했다.”
 
전례 없는 ‘도우미 폭동’에 부유층 경악
 
지난 7월 13일 이후 경찰수배 중인 조흐라 비비와 그의 남편 압둘은 노조원이 7천 명에 달하는 비등록 노조 ‘가렐루 캄가르 유니언(GKU)’이 소유한, 노이다 시에서 멀리 떨어진 비밀 아파트에 숨어 있다. 7월 12일과 13일 밤, 경찰은 조흐라 비비의 남편의 요청에 따라 하르슈 세티의 자택에 방문했다. 아내를 찾지 못한 남편 압둘은 다음 날 새벽, 동료 도우미들과 이웃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결국 전례 없는 규모의 집단행동으로 인도의 부유층을 경악시켰다. ‘불필요한 문제를 피하고자 힌두교도의 행색을 하기 위해’ 주황색 쿠르타(인도의 전통의상)를 입고 두 손은 깍지를 낀 채, 가르마에는 주황색 가루를 뿌린 조흐라 비비는 인구 대부분이 이슬람교도인 서부 벵갈 지역에서 대도시로 이주한 수만 명의 주민 중 한 명이다. 
 
노이다 시에는 콘크리트로 이뤄진 마천루가 밝은 미래를 향한 약속처럼 끝없이 올라가며, 에어컨이 완비된 청량한 공기, 초고속 인터넷, 올림픽 경기규정에 맞는 현대식 수영장, 개인 경비원과 도우미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델리의 부동산 가격 과열과 인구과밀 현상을 피해 온 프리랜서, 고위간부, 유력자, 의사, 변호사 등으로 폭넓게 이뤄진 ‘중산층’이, 바로 이 거대 고층빌딩처럼 인도의 ‘글로벌 클래스’라는 꿈을 구체화한다. 미국 <포브스> 지에 의하면 2016년 인도의 억만장자는 총 101명으로 미국, 중국, 독일 다음으로 많다고 하지만, 이 거대 외곽지역의 고급 아파트 단지는 초부유층만 모집하는 곳은 아니며 서구식 생활에 매력을 느낀 부유층이 선호하는 곳이다. 로마노 아파트는 “노이다에 사세요, 로마의 향취를 느끼세요”라는 광고를, 제이피 그린 리조트는 “또 다른 공간, 또 다른 세상”이라는 광고를 내걸었다. 이 고급 리조트의 발치에는 슬레이트로 지은 빈민촌에 사는 가사도우미들 한 무리가 포진해 있다.
 
마하군 모던의 (맨해튼, 베네치아, 에테르니아 등) 여러 동 그리고 테니스 코트, 그늘진 정원, 미니골프 코스 등 대리석을 바른 환상의 경관 속에서 7월 13일의 아침은 다른 날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사모님’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거나 요가수업에 갈 준비를 하는 동안, 남편들은 스마트폰으로 올라나 우버 택시기사들을 불러 델리로 출근할 준비를 한다. 사모님들이 집 청소를 가사도우미들의 빗자루에 맡기는, 여느 날과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아침이었다. 그러나 이 날은 달랐다. 건설노동자, 인력거꾼, 채소장수 등 빈민촌의 이웃과 수백 명의 가사도우미들이 그들의 남편들까지 동원해 아파트 단지의 문을 부수고 들어온 것이었다. 이들의 목표는 위험에 처한 조흐라 비비를 구출하는 것이었으나, 이 시도는 순식간에 ‘폭동’으로 변모했다.
 
‘시간 외 수당’을 요구하러 갔을 뿐인데…
 
고용주의 집에서 사건이 일어난 그 시각, 조흐라 비비는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바로 그 날 집주인, 아파트 주민들, 그리고 마하군 관리사무소로부터 각각 ‘폭동’ ‘사유물 손상’ ‘살인미수’라는 명목으로 3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반면, 조흐라의 남편이 집주인 세티가 자신의 아내를 ‘감금’했다는 명목으로 넣은 신고는 ‘폭동’이 일어난 지 10일 후 불기소 처분됐다. 현재 이 사건은 사법부의 소관이며, 조흐라 비비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나는 단지 그 날, 약 700루피(한화 약 1만 2천 원)의 미지급 급여를 받으러 갔을 뿐이다. 그런데, 고용주인 세티 여사가 내 따귀를 때리고 밀친 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겠다’고 위협했다. 나는 내 근무시간을 초과해서 했던 세탁에 대한 보수를 요구했을 뿐이다. 그런데, 세티는 ‘훔쳐간 1만 7천 루피를 내놓으라’며 소리를 질렀다. 나는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다. 내 얼굴을 몇 차례 때린 후, 세티는 나를 경비원에게 신고했다. 그리고 내가 다른 가정에서 하는 가사도우미 일들도 못 하게 하겠다고 했다. 나는 밤새도록 마하군 모던 아파트에 갇혀있었고, 새벽이 되자 경비원이 나를 찾으러 와서 풀어줬다.” 여태껏 인도의 상류계급은 이토록 많은 도우미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주민 산디아 굽타 여사는 <뉴욕 타임스>의 기자에게 말했다. “도우미들은 우리 목 속의 가시 같다. 삼킬 수도, 뱉어낼 수도 없는 그런 존재다.”(2)
 
폭동이 일어난 지 한 달 후, 마하군 모던 아파트의 안내소를 방문했다. 햇빛이 잘 드는 안내소에는 마하군 마에스트로, 마하군 매너, 마하군 맨션 등 10여 개의 장대한 사업계획들이 장식돼 있었다.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매니시 판데이는 마하군의 아파트 단지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았다. “쇼핑센터에는 64개의 상점이 입점할 예정이다. 단지 안에 초등학교가 있고 테니스장, 수영장, 농구장, 피트니스 센터 등 여가활동시설이 완비돼 있다. 이곳에서는 2천 6백여 명이 총 25헥타르 규모의 부지에 살고 있으며, 137㎡의 주거공간은 침실, 주방, 거실이 하나씩으로 이뤄진 전형적인 아파트 형태다.” 이 아파트에서 저 아파트로 서둘러 옮겨가며 정해진 근무시간도, 휴식 장소도 없이 아침부터 밤까지 격무에 시달리는 가사도우미를 언급하자 담당자는 눈살을 찌푸렸다. 물론 “도우미들을 위한 ‘하녀전용 공간’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이 고급 아파트 단지의 명성에 흠집을 낼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우리 아파트에 관해 부정적인 내용은 쓰지 말고, 지난달 사건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마라. 모든 것은 원래대로 돌아왔고, 우리 측 경비원 120명이 상황에 완벽하게 대처했다.”
 
사건 다음 날, 지역 당국은 이번 ‘폭동’의 참가자로 추정되는 벵갈 출신 지역민들 소유의, 마하군 모던 입구 과채 노점상 수십 개를 철거했다. 1만 루피(한화 약 17만 원)의 입주비와 700루피(한화 약 1만 원)의 월세를 지역유지에게 내야 하는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빈민촌에서는 58명의 남성이 체포되고 폭행당했으며, 그들의 판잣집은 경찰들에게 훼손됐다.(3)
 
공동체적 연대의식을 보였던 빈민촌에서 이제는 체포나 구금, 혹은 실업에 관한 공포가 나타나고 있다. 조흐라 비비의 이웃, 아미나 비비는 이렇게 회상했다. “그날 아침 우리는 동료를 찾기 위해 모였다. 우리는 조흐라 비비에게 무슨 일이 닥쳤는지 몰랐다. 나중에야 경비원들에게 쫓겨난 조흐라의 얼굴이 몹시 창백해져 있음을 보았다. 조흐라는 아파트 안에 밤새도록 갇혀 수차례 폭행당한 것이다.” 아미나 비비의 남편은 노이다에서 차로 몇 시간 걸리는 다스나 감옥에서 8월 말의 시점에도 여전히 풀려나지 않은 13명의 ‘폭도’ 중 한 명으로, 이들의 재판은 올해 이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그 전까지 그들의 가족들은 이들의 투옥이 장기화될까 노심초사할 것으로 보인다.
 
 
 
가사도우미 60% 증가, 고용형태도 변화
 
2011년 해당 주제에 관해 최초의 노동협약을 도입한(4) 국제노동기구(ILO)에 의하면, 전 세계 가사도우미의 숫자는 1995년에서 2011년 사이 60% 증가했다. 전 세계 가사도우미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필리핀 노동자다. 이들은 프랑스를 포함해 유럽 전역에 20세기 중반까지 존재했던 하녀, 24시간 노동자를 모델로 삼아 양성됐기에 임금이 높은 편이다. 그렇지만 인도는 이들을 수입할 필요가 없다.(5) 인도 대도시의 고급 아파트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가사도우미 수백만 명은 비하르, 자르칸드, 우타르 프라데시, 아삼, 서부 벵갈 등 대부분 낙후한 지방 출신이다. 이 여성들이 대규모 이주한 것은 가난 때문이기도 하지만, 성대한 결혼식 비용 때문이기도 하다. 중앙아시아처럼, 여성의 가족이 지참금을 지불할 뿐 아니라 결혼에 드는 모든 지출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6)
 
마하군 모던단지 21개 동 중 한 곳. 샤라드는 13층에서 얇은 빵 반죽을 확신에 찬 손짓으로 철판에 떨어뜨렸다. 반죽은 타닥타닥 소리와 함께 노릇노릇해지더니, 거품이 올라오며 먹음직스럽게 부풀어 올랐다. 그렇게 완성된 ‘차파티’가 빵 바구니에 들어갔다. 자기 일에 집중한 샤라드에게서는 경계 가득한 눈빛이 느껴졌다. 이 집의 주인 사비타(7)는 “샤라드는 당신들과 말을 섞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조흐라 비비의 출신 지역인, 쿠치 베하르와 말다 지역 출신 가사도우미들은 이곳에서 일할 권리를 잃었다. ‘폭동’이 일어난 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단지 내 출입이 금지된 140명의 명단을 작성한 것이다. 사비타가 설명했다. “폭동 참가자 대부분은 CCTV와 미디어의 언급을 기반으로 신원이 파악됐다. 샤라드는 예외인데, 우리가 그를 계속 고용하겠다고 추천서를 썼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에게는 말을 걸지 않는 게 좋다.”
 
사비타는 대학교수이며, 그의 남편 안슈만도 뉴델리에서 영문학을 강의한다. 사비타와 안슈만 부부는 자신들이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사건에서 나타나는 착취의 규모보다, 이슬람교도인 조흐라 비비와 그 동료들을 향해 수많은 언론, 인터넷 커뮤니티, SNS 등이 쏟아내는 비난에 대해 더욱 터무니없어 했다. “이 가사도우미들은 방글라데시인이 아니라 인도인들이고, 투표권과 노동권을 지닌 사람들이다. 불법체류자도 아니며, 지하드를 벌이러 온 것도 아니다!” 인도에서 종교문제는 굉장히 민감한 만큼, 이들 부부는 조흐라 일행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인종차별적 발언에 불쾌감을 표했다.
 
프리드리히 엥겔스, 피에르 부르디외, 프랑수아 미테랑을 언급하던 이들 부부는 GKU 노동운동가 알로크 쿠마르와 함께하는 식사 자리를 마련했고, 쿠마르는 우리를 자신의 숙소로 이끌었다. 샤라드는 거기에 없었다. 안슈만은 “마치 에어컨처럼, 가사도우미들은 사람들의 필요 때문에 여기 있는 것이다. 그들이 없는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 씻지 않은 그릇들이 쌓여 있고, 바닥도 더러운 집 풍경은 생각하기도 싫다”고 토로했다.
 
7월 13일의 ‘폭동’이 이토록 큰 반향을 얻은 이유는, 인도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가사도우미들의 집단적 행동이 드물기 때문이다. 또한, 이제는 인도의 상류층이 자신들과 도우미들 간의 관계를 더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과거 도우미들이 고용주 가족에 완전히 편입된 형태였다면, 이제는 시간당 급여를 받는 파트타이머의 형태로 바뀌고 있다. 이제 고용주들은 상주하는 도우미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집안일을 누군가에게 맡기고 시간과 편안함을 사려고 한다. 안슈만은 가사도우미의 현실을 이렇게 분석한다.
 
“인도의 대도시에는 다른 도시에서 이주해온 가사도우미들이 넘쳐난다. 거의 매일 도우미를 갈아치울 수 있을 만큼 공급이 풍부한 현실인 것이다. 그러니 지속적인 인간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과거에는 고용주 가족이 가족처럼 24시간 상주하는 ‘하녀’와 함께 생활하고 성장했으나, 이제는 파트타임 도우미를 쉽사리 고용하고 또 쉽사리 해고한다. 베란다에서 소리쳐 부르기만 하면, 얼마든 일꾼을 찾을 수 있다. 이런 것이 중산층의 일상이며, 인도인이 자라온 봉건적 문화를 구성하는 일부이다.”
 
베란다에서 소리쳐 불러서 고용할 수도 있지만, 도우미를 고용하는 데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왓츠앱’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이 앱은 스마트폰을 통해 서로 긴밀히 연결된 2,600명 주민들 간에 일종의 인트라넷을 형성한다. 이름, 업무 능력 등 도우미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일종의 커뮤니티인 것이다.
 
버스도 타기 힘든 박봉, 그리고 폭력
 
사비타와 안슈만의 월수입은 약 20만 루피(한화 약 350만 원, 인도 평균임금의 약 20배)라고 한다. 이들은 그중 3천 5백 루피(한화 약 6만 원)를 청소 도우미에게 지급하는데, 도우미는 아침과 저녁 1일 2~3시간 집의 먼지를 털고 설거지를 하며 바닥을 닦는다. 요리 도우미는 4천 루피(한화 약 7만 원)를 받는데, 매일 저녁을 준비해 차려놓은 뒤 집을 나선다.
 
“우리 집 도우미들은 우리가 가사에 할애하는 시간을 절약하게 해주고, 일과 가족과의 생활에 더 집중하게 해준다. 하지만 그들은 임금이 너무 낮아 버스요금도 부담스러워 한다.” 그럼, 이들 부부가 임금을 더 주면 될 일 아닌가? 하지만 그들은 여러 차례 강조한다. 자신들이 도우미들에게 주는 급여는 서부 벵갈의 평균임금보다 ‘이미’ 5배가 높다는 것이다. 이런 논거는 도우미의 박봉에 대한 고용주의 자책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준다. 가사노동에서부터 IT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비서직에서부터 수많은 분야에 이르기까지, 인도의 노동자들은 양측이 비공식 합의로 협상하는 데 익숙하다. 
 
13억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의 노동시장은 약 80%가 비공식적 경로에 의존하며, 가사노동 하청은 인도 사회의 엔진을 돌리는 윤활유 같은 존재다. 대부분 하층 카스트 출신인 가사도우미들은 그들의 구체적인 권리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인도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이 가사도우미들의 숫자는 450만 명에 달하며 그중 3백만 명이 여성이다. 그러나 노동조합과 인권단체는 이 숫자를 2천만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만일 그 추정이 맞는다면 인도는 세계 제1위의 가사 노동자 보유국인 셈이다. 2014년 여성아동부의 어느 조사에 의하면 3,511명의 가사 노동자가 폭행혐의로 자신의 고용주를 고소했다. 3,511명. 이 숫자 이면에는 감히 고용주를 고발할 엄두도 못 내는 수만 명의 여성이 숨어 있으며,(8) 가장 극단적인 폭력만이 침묵을 깬다고 볼 수 있다. 
 
일례로 2017년 3월 10일, 노이다와 비슷한 규모의 위성도시 구르가온에서 란지타 브라흐마라는 17세 소녀가 고급 아파트 칼튼 에스테이트 11층 베란다에서 바깥으로 추락사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 인도 부지사장의 아내 소날 메흐타가 란지타를 밀친 것이다. 의학 감정에서 수많은 얼굴 상처가 지적됐음에도, 지역 수사관들은 자살이 유력하다고 판단했다.(9) 자살교사(인도 형법 306조)에 관한 잠재적인 소송일자는 아직 잡히지도 않았다. “이런 고급 아파트 단지에서는 이런 사건이 비일비재하다. 피해자는 언제나 경찰과 고용주에게 약자인 이주여성들”이라고 안슈만은 지적한다. “지난 7월 13일 사건은 이념적인 것이 아니다. 일부 고용주의 악의에 대한 반응일 뿐이다.”
 
한편 노동운동가 쿠마르는 그와 다른 의견을 표명했다.
“이들의 폭동은 완전히 이념적이다. 가사 노동자들, 요리사들, 나아가 일부 진보적 고용주들 간의 동맹을 구축해, 임금인상과 불공정한 보복, 일상의 폭력을 척결하고자 싸웠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회적 투쟁은 언제나 이렇게, 자신의 밥줄을 지키겠다는 것 외에 특별한 구호 없이 시작된다. 중요한 것은 동료들끼리 합심하고 협력해서 그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했다는 점이다. 제대로 된 권리가 없는 만큼 동등한 권리를 갖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권리, 그리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위해 투쟁했다. 우리 노조는 대치 상황이 끝난 후에 도착했다. 이들의 운동을 조직화하고, 이들을 또 다른 투쟁에 연결하며, 특히 조흐라 비비와 그의 남편, 투옥된 13명의 시위 참가자처럼 언론에 가장 많이 노출된 사람들을 보호해주기 위해서다.”
 
“CCTV를 설치해 가사도우미를 감시하라”
 
한 통신회사에서 간부로 재직 중인 아눕 메호로트라는, 가사도우미 고용주를 대변하는 입장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아들였다. 응접실에서 우리를 맞이한 메호로트는 고용주들의 보편적인 감정을 내비쳤다. “그 사건은 계급 간의 충돌이 아니라, 범죄공모에 불과하다. 누군가가 조직한 공격이었다. 하루아침에 어떻게 수백 명을 모은단 말인가? 이 모든 것을 계획한 수뇌부가 따로 있다. 누군가가 폭도를 끌어모은 후 이들을 자극했다. 폭도들은 논의할 마음도 없었고, 진실을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으며, 그저 한 가족을 죽이려 했다. 상황은 그 정도로 심각했다.”
 
노이다 시에서는 폭력사건 하나가 지난 십 년간 언론에 큰 소재를 제공했다. 바로 이탈리아 자동차부품업체 MNC 그라치아노 트라스미시오니의 인도 지사장 랄리트 키쇼르 차드하리 살해사건이다. 차드하리는 2008년, 해고를 통지받은 노동자 200명이 일으킨 폭동에서 몽둥이에 맞아 사망한 바 있다. 델리의 병원 간부 자그지트 싱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을 증오하는 가사도우미를 왜 아침저녁으로 자기 집으로 부르고, 식사와 설거지를 시키는가? 나는 나를 고용하는 사람을 도무지 싫어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일을 그만두는 게 낫지. 예정됐던 대로, 이 작은 사건은 거대한 불로 탈바꿈했다.”
 
고용주들은 경찰 측의 지원을 비롯해 사회 다방면의 지원을 받았다. 경찰은 주민들, 그리고 중앙당국과 함께 ‘신뢰 향상’ 회합을 주최했다. 7월 16일에는 나렌드라 모디 행정부의 문화부 장관이자, 반이슬람‧반유대‧반서구 발언으로 유명한 마헤시 샤르마(10)가 찾아왔다. 그는 폭동 참가자들이 인도 사회에서 추방당할 것이라고 확언했다. “세티 가족은 무고하다. 거기에는 어떤 의혹도 없다. 폭동을 일으킨 무리는 이들 가족을 위해하고 살해하려고 모인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들이 향후 몇 년간 보석으로 절대 석방될 수 없도록 확실히 조처하겠다. 우리는 세티 가족의 이름으로 여기에 온 힘을 쏟을 것이다.”(11)
 
그 후로 마하군 주민 가운데서는 새로운 관행이 나타났다. 병원 간부로 일하는 싱은 씁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식기세척기를 공동 구매했고, 전문대행업체에서 사람을 채용한다. 우리 집에 오는 사람들에게 일을 주겠지만, 그들과 어떤 관계도 맺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이름도 알 필요 없고, 차 한 잔도 주지 않을 것이다. 꼭, 미국에서처럼 말이다.” 완벽한 하청제도로 넘어가는 것, 바로 이것이 우리와의 인터뷰를 허락한 조흐라 비비의 고용주 세티 여사가 이미 결심한 바다.
 
산산이 부서진 창문, 온통 엉망이 돼버린 주방가구들, 수십 명의 가사도우미에게 침범당한 베란다. 초등학교 교사인 세티 여사는 아직도 이 끔찍한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그날 자신이 죽을 줄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학교에서 나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가치들, 도덕관념, 내면의 기쁨을 가르친다. 나는 평소 매우 긍정적인 사람이지만, 이 일로 인류에 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게 됐다.” 그 사건 이후 세티 여사는 지인을 통해 가사도우미를 채용하지 않고 ‘미국식’ 청소업체인 ‘저스트클린’을 애용한다. 세티 여사는 가사도우미들에 대한 분노를 숨기지 못했다.
 
“그들은 다정한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며, 매정하다. 우리도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이다. 누가 그들에게 우리를 죽일 권리를 줬나? 그들은 큰 돌멩이와 쇠몽둥이를 들고 왔고, 우리는 45분간 화장실 안에서 문을 잠그고 있어야 했다. 그들은 나를 죽이고 강간하려 했다. 아예 작정하고 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들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그게 바로, 그 어떤 끔찍한 일도 저질렀던 프랑스나 바르셀로나에서의 테러 같은 사례 아닌가? 우리에게는 경비가 있지만, 400명이 문으로 몰려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폭동의 주범이 방글라데시인이며 지하디스트(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조직원)일 수 있다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그러나 우리가 만났던 고용주들은 이 같은 가능성을 완전히 반박했다), 마하군 모던의 충돌사건은 인도의 상당수 아파트 단지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 7월 22일에는 첸나이(과거 이름은 마드라스)에서 50여 명의 가사도우미들이 조흐라 비비와 연대시위를 조직했다. 또한 기자 아카시 조시는 이런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다.
 
“2017년 7월 30일, 구르가온의 한 고급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임금상승을 요구하는 가사도우미들의 외침에 잠을 깼다. 그중 한 주민은 집 안에서 꼼짝할 수 없었다며 노이다 사건 이후 신중하게 행동하게 됐다고 밝혔다.”(12) 노이다의 또 다른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10여 가지의 권유 사항을 작성해 주민들에게 보냈다. 그중에는 “도우미의 전과기록을 확보할 것”, “가사도우미를 채용하기 전, 집의 보안상태가 최상인지 확인할 것”, “집 안 공동구역에 CCTV를 설치해서 당신의 부재 시에도 도우미의 모든 언행을 녹화할 것” 등이 있다.
 
인도의 부유층을 중심으로 확립된 비공식 경제사회는 수많은 벽과 개인경비원, 24시간 쉬지 않는 감시 기계를 전제로 해야만 가능한 것이 아닐까?   
 
 
글·쥘리앙 브리고 Julien Brygo  
<르몽드> 특파원. <Boulots de merde ! Du cireur au trader 망할 놈의 직업: 구두닦이에서부터 트레이더까지>를 올리비에 시랑과 공동으로 저술했다. <Enquête sur l’utilité et la nuisance sociales des métiers 직업의 유용성과 사회적 뉘앙스에 관한 설문조사>(La Découverte, Paris, 2016)의 저자.
 
번역·박나리 
연세대 불문학과 및 국문학과 졸업.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역서로 <세금혁명> 등이 있다.
 
 
(1) 인도 서부 벵갈에서 ‘비비’는 기혼여성의 이름에 붙이는 호칭이다.
(2) Cf. Suhasini Raj, Ellen Barry, ‘At a luxury complex in India, the maids and the madams go to war’, <뉴욕타임스>, 2017년 7월 15일 자.
(3) Cf. Maya John, Sunita Toppo, Manju Mochhary, ‘Noida’s domestic workers take on the “madams”. A report from ground zero’, Kalifa, 2017년 8월 2일 자, http://kafila.online
(4) 2011년 6월 16일 가결된 가사노동자 관련 189번 협약은 2014년 9월 5일에 발효됐다. 180개 회원국에서 오직 24개국만 이 협약을 2017년 9월 1일 비준했는데, 여기에는 인도도, 프랑스도 포함되지 않는다.
(5) Julien Brygo, ‘Profession, domestique(직업, 가사노동)’,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1년 9월호 참조. 동제목의 다큐멘터리(C-P Productions, 2015)도 참조.
(6) Juliette Cleuziou, Isabelle Ohayon, ‘Ruineux mariages au Tadjikistan(타지키스탄의 초호화 혼례식)’,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7년 8월호, 한국어판 2017년 11월호 참조.
(7) 가명. 이슬람교도 부부가 보복을 두려워했기에 가족의 성은 가명으로 처리했다.
(8) ‘Noida’s domestic workers take on the “madams”…’, op. cit.
(9) Cf. Rashpal Singh, ‘Protest at police station against death of a domestic help from Assam’, Hindustan Times, New Delhi, 2017년 3월 12일 자. 
(10) Cf. ‘Le ministre qui voulait purifier la société indienne(인도 사회를 정화시키길 바라는 문화부)’, Courrier international, Paris, 2015년 10월 18일. 
(11) Pathikrit Sanyal, ‘By siding with flat owners, Union minister Mahesh Sharma has shown ugly class bias’, Daily O, 2017년 8월 18일, www.dailyo.in
(12) Cf. Aakash Joshi, ‘An immoral subsidy’, The Indian Express, Noida, 2017년 8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