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공사’, 예측불허의 조합

2017-10-31     구에나엘 르누아르 & 마리 린 다르시 | <르몽드 디

올해 40세의 젊은 정무장관 페드로 누노는 남다른 유머 감각을 자랑한다. 포르투갈 시사지 <렉스프레소>에 실린 엘더르 올리베이라의 캐리커처를 책상 위 잘 보이는 곳에 올려놓았다. 연기가 나는 우스꽝스러운 삼륜차에 사회당의 안토니우 코스타 총리, 헤로니모 데 수자 공산당 대표, 카타리나 마틴스 좌파블록 대표가 타고 있다. 코스타 총리는 곱슬곱슬한 백발을 휘날리며 냉소적으로 아랫입술을 내밀고 전방을 응시하며 운전 중이다. 그 뒤에, 헤로니모 데 수자 대표가 한 손은 총리의 어깨 한쪽에 얹고 다른 손으로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옆쪽으로 앉은 카타리나 마틴스 대표는 기름통을 들고 엔진 체인에 기름을 묻히고 있다. 2015년부터 포르투갈을 이끌고 있는 좌파연합을 잘 보여주는 풍자만화다. 우파인 사회민주당(PSD)의 바스코 풀리도 발렌트 의원은 의회에서 좌파연합을 ‘게리공사(Gerigonça)’라 부르며 깎아내렸다. 그는 ‘멍청이, 바보’로 번역되는 이 단어를 통해, 좌파연합에는 이름을 붙일 가치도 없다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좌파연합을 무시하는 발언이기는 하지만 2015년 10월 사회당, 공산당, 녹색당 등 좌파블록이 맺은 협정은 리스본 정가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포르투갈 좌파연합은 그리스의 시리자(Syriza)나 장 뤽 멜랑숑이 이끌고 있는 ‘불복종 프랑스(La France insoumise)’와 비견할 수 있는 정당연합이다. 

하지만 이는 40년 포르투갈 민주주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연합체다. 정권은 사회당이 단독으로 잡고 3개 정당은 의회에서 여당을 지지하는 것이다. 사회당은 각 정당이 추구하는 정책이 명확하게 명시된 쌍무협정을 3개 정당과 각각 맺었다. 협상은 쉽지 않았다.  그 중 첫 번째 장애는 공산당이 좌파블록과 한 테이블에 앉기를 거부한 것이었다. 그래서 사회당은 공산당과 좌파블록, 각각 협상을 진행해야 했다. 이런 이유로 당사자들도 연합의 가능성에 매우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사회당은 성공적으로 연결고리 역할을 했고 원하는 것이 서로 다른 포르투갈 국민과 EU도 모두 만족했다.

2015년 10월 4일 총선 결과가 나왔을 때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우파연합인 사회민주당-국민당(PSD-CDS)은 지난 총선에 비해 70만 표를 잃었지만 36.86%를 획득하며 의회 제1당이 됐다.

2011~2014년 가혹한 긴축정책의 대가치고는 선방한 편이다. 반면 좌파정당은 모두 약진했다. 우파진영이 총의석 230석 중 107석을 차지해 의회에서 소수세력이 됐지만 좌파는 분열돼 있었다. 사회당과 공산당은 서로 불신했다. ‘카네이션 혁명’ 후 1976년 사회당 소속의 마리우 소아르스(1924~2017)가 총리로 임명됐다. 공산당은 포르투갈 민주주의의 아버지이며 사회당 출신인 소아르스 총리의 정책이 지나치게 우편향적이라고 정책 지지를 거부했다. 대표적인 좌파정당인 사회당과 공산당은 EU에 대해서도 반대 관점을 취했다. 공산당은 EU 탈퇴를 주장하는 반면, 사회당은 탈퇴를 반대할 뿐 아니라 브뤼셀과 합의한 긴축예산 정책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긴축예산과 관련해서는 사회당은 좌파블록과도 큰 견해차를 보였다. 다양한 극좌세력이 통합해서 1999년 결성된 좌파블록은 주권 침해와 독립적인 경제정책을 수립하는데 장애가 되는 유로존 탈퇴뿐 아니라 국가부채 재조정,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탈퇴를 주장했다. 그래서 2015년 총선을 위한 연합은 그만큼 상상하기 힘든 것이었다. 

경제전문가이자 좌파블록 정치국 위원인 주제 구스망은 “사회당과 좌파블록의 연합 가능성은 사회당 코스타 대표와 좌파블록의 마틴스 대표의 토론회에서 처음 제기됐다”고 기억한다. “토론회에서 마틴스 대표는 사회당이 핵심정책 3가지 즉, 자유로운 해고, 연금동결, 사회보장보험 사측 분담금 축소를 포기한다면 사회당 정부를 지지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코스타 대표는 즉답을 피했고 후에도 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총선 후 포르투갈 대통령은 우파연합의 페드로 파소스 코엘료 대표를 총리로 임명하기로 했다. 코엘료는 긴축정책을 이끌었던 장본인이다. 그래서 32.31%를 득표하고 의석 86석을 차지한 사회당 앞에는 두 가지의 옵션이 놓여있었다. 우파 정부를 지지하든지 아니면 공산당, 녹색당, 좌파블록과 연합해 정권을 바꾸는 것이다. 공산당과 녹색당의 선거연합인 통합민주연합은 8.25%의 득표와 의석 17석을 획득했다. 좌파블록은 그보다 더 선전했다. 10.19%를 득표하고 19석을 차지했다. 정치학자 앙드레 프레리는 “신임투표에서 사회당이 기권할 수도 있었고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사회당 내부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의원들이 있었다”고 말한다. 좌파블록의 마틴스 대표도 그것을 우려했지만 사회당이 설사 그렇게 했다 해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사회당은 사회당 역사상 가장 우파적인 정책을 들고 총선에 임했다. 노동시장의 ‘유연화’ 정책을 지지하고 사회보장보험의 분담금 상한선 설정에 찬성하는 등 사회민주주의 노선을 포기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사회당은 주저하는 것 같이 보였다. “선거 결과가 나오자 좌파블록과 공산당은 여전히 모든 논의가 열려있다고 밝혔다. 그에 대한 사회당의 답은 야심한 시각에 나왔고 그것도 매우 모호했다.” 주제 구스망이 그 때의 긴박한 상황을 떠올렸다. 의회와 당사에서 협상이 격렬하게 진행됐다. 물론 비밀협상이었다. 협상이 3주 동안 계속됐으며, 그들은 쟁점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격렬하게 토론하고 논쟁했다. 카타리나 마틴스 대표는 “실제는 힘겨루기였고 누가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고 가느냐 하는 싸움이었다”고 말한다. 이렇게 힘든 협상을 통해 마침내 의회지지 협정이 탄생하게 됐다. 산토스 정무장관은 “긴축정책에 마침표를 찍으라는 거센 국민적 요구와 압력에 세 지도자는 합의해야만 했다”고 회상한다.    

산토스 장관은 포르투갈 내부 문제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포르투갈 사회당은 유럽의 사회당들이 신자유주의 이념을 채택하고 실패하는 것을 지켜봤다. 그리스 사회당(Pasok)은 2009년 총선에서 43.92%를 획득했지만 여러 해 긴축정책을 펴고 우파와 연합하면서 2015년 총선에서는 5%를 얻는데 그쳤다. “그리스, 헝가리, 네덜란드, 스페인, 프랑스의 사회당 몰락이 코스타 대표의 머리를 복잡하게 했을 것이다. 코스타 대표는 우파와 손을 잡는 것이 사회당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했고 유럽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프랑수아 올랑드대통령의 임기 후반, 내분과 쓰라린 선거패배로 몰락한 프랑스 사회당이 그의 생각에 확신을 줬다.

포르투갈 방식의 독창성은 연합조건에서 찾을 수 있다. 공산당도 좌파블록도 그리고 사회당과 가까운 녹색당도 정권을 원하지 않고, 정권은 사회당만 가지기로 했다. 대신 3당은 찬성하는 법안에는 의회에서 투표를 하고 반대하는 법안에는 기권하는 방식으로 집권여당을 지원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결정권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3당은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협상을 해야 했다. 산토스 정무장관은 중심축 역할을 하는 자신의 임무를 강조했다. “포르투갈의 정치체제는 정부가 결정하고 의회가 승인하는 이원집정부제다. 좌파연합 결성으로 의회는 다시 포르투갈 정치의 중심에 서게 됐다. 관련 장관과 공산당, 좌파블록 간의 회의가 매일 열린다. 16번 회의가 열린 날도 있었다!”

아직까지 좌파블록도, 공산당도 연합을 깨고 사회당 정부를 실각시키겠다고 위협한 적은 없다. 조정이 힘들 정도로 대립하는 경우가 있어도 말이다. 포르투갈 북부 브라가 지역 공산당 지역위원장인 안토니우 이스페란사는 더딘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동법 개정이 시급하다. 물론 실업률이 감소하고 있지만,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는 양질이 아니다. 우리가 사회당 정부 정책을 모두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신자유주의 우파로 회귀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좌파블록은 여론을 통해 정부를 압박한다고 자랑했다. 그 방식은 일정 부분 성공을 거뒀다. 정치학자 앙드레 프레리에 의하면 사회당은 연합 전보다 훨씬 왼쪽으로 가있다. “연합 정당들이 영향을 준 것이 확실하다. 임금과 퇴직연금 인상은 집권 중 실현을 목표로 처음부터 준비한 것이다.” 3당이 아직까지 사회당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은 사회당의 높은 지지율 덕분이기도 하다. 지금으로서는 조기 총선을 초래할 만한 어떤 움직임도 좌파블록에게나 공산당 모두에게 위험한 것이다. 산토스 장관은 다음의 한 마디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게리공사. 과거에 이는 좌파연합의 불안정성과 취약성을 부각하는 모욕적인 단어였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좌파전선이 굳건하고 좋은 결과를 이뤄냈다는 것을 증명했다.”    


글·구에나엘 르누아르 Gwenaëlle Lenoir 
마리 린 다르시 Marie-Line Darcy

번역·임명주 mydogtulip156@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