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에는 국제정의가 적용되지 않는가?

2017-10-31     에마뉘엘 아다드 | 기자

시리아의 미래를 결정하는 회담이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바샤르 알 아사드(Bachar al-Assad) 대통령 측의 정부군은 비(非)지하디스트 반군과의 휴전기간을 이용해, 무장단체인 이슬람 국가 조직(IS)의 통치구역을 줄여나가고 있다. 그러나 시리아가 평화를 유지하는 것은, 6년간의 전쟁 속에서 일어난 범죄들을 공정하게 심판하는 것만큼이나 요원해 보인다.


“실망했습니다. 이제는 포기하려고 합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이 위원회에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1) 지난 8월, 카를라 델 폰테는 시리아 UN조사위원회를 떠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구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ICTY)의 검찰관 출신으로, “2011년 8월 23일 설립된 이 위원회는 유엔(UN)이 뭔가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면서 사퇴를 선언했다. 델 폰테는 시리아 정부가 “끔찍한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으며, 반정부군 역시 이제는 극단주의자들과 테러리스트들뿐”이라고 비난했다. 무력함을 고백하고 위원회를 사퇴한 카를라 델 폰테의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시리아 정부가 그동안 법망을 피해온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실 이슬람 단체들을 비롯한 모든 분쟁 당사자들도 각종 범죄와 잔혹행위를 저질렀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시리아 정부는 2011년 3월부터 2017년 3월 사이에 일어난 민간인 사망자의 92.2%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시리아인권네트워크(SNHR)에 의해 고발된 상태다. SNHR은 시리아 출신의 활동가인 파델 압둘 가니가 2011년 6월에 설립한 NGO로, ‘보호책임’을 위한 국제연맹(International Coalition for the Responsibility to Protect)의 회원이다.(2) 여전히 논쟁의 대상인 이 보호책임 원칙은 2005년 UN 정상회의에서 언급된 것으로, 국가는 집단학살과 반인도적 범죄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책임을 지닌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제 사회’는 UN안전보장이사회의 결정에 따른 무력사용을 포함해 해당 국가의 국민들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한다는 내용이다.(3)

증거가 명백해도, 처벌할 재판소가 없어

바샤르 알 아사드 정부는 이미 EU와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 최소 2018년 6월 1일까지 유럽 및 미국 영토로의 입국 금지와 재산 동결 조치를 받은 정부 관계자들이 250명 이상이며, 제재 대상에는 시리아 중앙은행을 비롯한 67개의 국가 및 정부 기관도 포함돼 있다. 원유 금수조치와 특정 분야에 대한 투자 및 수출 금지도 단행됐다. 그러나 시리아 정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소송 건은 없었다.

증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2011년 3월부터 변호사이자 인권운동가인 라잔 제이투나와 마젠 다르위시가 설립한 위반기록센터(VDC)와 시리아 미디어와 표현의 자유 센터(SCM)는 시리아 정부의 비밀 정치범 수용소에서 일어나는 고문과 의도된 실종 관련 자료들을 국제사회에 널리 퍼뜨려왔다. 2011년 사하로프 인권상 수상자인 라잔 제이투나는 2013년 12월 구타(Ghouta) 동부에서 VDC의 다른 회원들 4명과 함께 납치됐다. 반정부군 측은 구타 지역을 장악하고 있던 IS세력을 납치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 한편 마젠 다르위시는 13명의 동료와 함께 시리아 정보부에 체포돼 고문을 당했다. 그는 유네스코 세계자유언론상을 수상한 해인 2015년 8월 10일에 석방됐다. “정부는 반대세력의 입을 틀어막고 활동가들의 측근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기 위해서 의도된 실종사건을 일으킵니다.” UN 인권 고등판무관 사무소는 설명한다.(4)

같은 해, 헌병대 사진사 출신인 세자르(가명)는 시리아 교도소 내 고문 및 집단처형 시스템의 존재를 증명하는 5만 3,275장의 사진들을 가지고 시리아에서 도망쳤다. 국제인권감시기구(HRW)는 이 사진들을 면밀하게 검토한 결과, 총 6,786명이 교도소 수감 중에 사망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5) 이에 대해 HRW 근동지역 사무소 책임자인 나딤 우리는 “반인도적 범죄의 명백하고 틀림없는 증거”라고 평했다. 또한 2017년 2월 국제사면위원회는 사이드나야 중앙 교도소에서 최소 1만 3천 명의 수감자들이 교수형을 당했다고 발표했다.(6)

스탠퍼드 대학의 인권법 교수인 베스 반 샤크는 이러한 모순이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전쟁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명백하게 인정된다 해도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재판소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2014년 5월, 프랑스는 시리아 사태 책임자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결의안을 마련했지만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로 채택되지 못했다. 시리아는 로마 규정을 비준한 124개국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7) UN 안보리의 의결만이 시리아 정부를 ICC에 소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8) 

일부 국가들의 반대와 마땅한 재판소가 없는 상황에서, 중대한 반인도적 범죄에 있어서는 어느 국가에서나 재판 관할권이 인정됨을 의미하는 ‘보편관할권’은 마지막 희망이다. “시리아의 경우를 통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제형법 시스템의 대안이 아니라 기존 시스템의 보완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법학 고등연구소의 형법 프로그램 책임자인 조엘 위브레쉬트는 말한다.

이는 국제정의책임위원회(CIJA)의 목표이기도 하다. 이 단체는 2012년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 방지를 위한 미국 순회대사를 지낸 스티븐 랩과 ICTY와 ICC의 검찰관 출신인 윌리엄 와일리에 의해 공동 설립됐다. 와일리는 시리아와 그 주변국들에 파견된 50여 명의 조사관들 덕분에 “교도소 내 고문 문제와 관련해 시리아 정부의 수뇌부까지 올라가는 의사결정 라인이 존재함을 증명하는 70만여 개의 공식문서를 시리아에서 반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CIJA에는 소속 조사관들 외에도 전쟁범죄 조사 기법을 보유한 1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안보 문제로 본사의 위치는 비밀에 부치고 몇몇 서방 국가들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아왔다. 또한 CIJA는 현장에서 수집한 증거들을 바탕으로 이제는 국가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9) “우리는 유럽과 북미 12개국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보편관할권의 원칙에 따라 전쟁범죄 및 반인도적 범죄 용의자가 그 국가들 내에 있을 경우 소송 제기가 가능합니다. 2016년에는 그 국가들로부터 409명의 용의자 목록을 전달받아 소송자료를 작성했습니다.” 

늦더라도, 그들은 피고인석에 앉게 될 것이다

첫 번째 성과는 프랑스에서 나왔다. 2016년 10월, 파리 지방법원의 반인도적 범죄 및 전쟁범죄 전담부서에 국제인권연맹(FIDH)과 오베이다 다바가 ‘무명씨(X)’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오베이다는 64세의 프랑스계 시리아인 엔지니어로, 그의 동생과 조카는 2013년 11월에 체포돼 악명 높은 메제 교도소에 수감됐다. 이 둘이 실종된 이후 전혀 소식을 모르고 있던 오베이다는 세자르의 사진들 속에서 동생의 시신을 발견했다. FIDH의 변호사인 클레망스 베크타르트는 이 사건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주장한다. “이제껏 보편관할권은 반정부 지하디스트 단체 출신들이 저지른 테러행위에만 적용돼 왔습니다. 시리아 정부 책임자들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그들에게 소송을 제기한 일이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반정부군이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한 최초의 재판은 2015년 2월 스웨덴에서 열렸다. 그 결과 시리아자유군 출신의 난민 모하나드 드루비에게 8년 징역형이 선고됐다. 2017년 2월에는 반정부군 출신으로 스웨덴에 난민신청을 한 하이삼 오마르 사칸이 이들리브에서 7명의 시리아군을 사살했다는 이유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2017년 3월, 시리아 정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하는 최초의 소송장이 스페인에서 접수됐다. 마드리드에 위치한 게르니카 37 사무소의 마이트 파레조 변호사가 이 건에 대해 설명했다. “CIJA는 스페인 희생자 1명의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그 후 8개월 동안 면밀한 조사가 진행됐고 마침내 소송장을 제출한 것입니다.” 소송인은 스페인 국적을 취득한 시리아 출신의 여성으로, 세자르의 끔찍한 사진들 중에서 운전기사였던 남동생 압둘무에멘 알-하즈 함도의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은 매우 야윈 상태였고 248교도소 바닥에 그대로 놓여있었다. 같은 시기, 독일에서는 교도소에 수감된 경험이 있는 변호사 마젠 다르위시와 6명의 고문피해자들이 시리아 정부관계자 6명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IS가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라크의 변방지역 신자르에서 소수민족인 야지디족에게 만행을 저지른 사건과 관련해, CIJA의 조사관들은 야지디족 노예를 소유한 49명과 IS 지도자들 34명의 신원을 확인했다.(10) 시리아 UN조사위원회는 IS가 야지디족을 집단학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6년 2월에는 기독교 인권단체인 ‘Chredo(위험에 빠진 중동 기독교인 연합)’가 프랑스 검찰에 무명씨(X)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IS가 이라크와 시리아의 소수 기독교인에 대해 반인도적 범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지지하기 위해 UN총회는 2016년 12월, “2011년 이후 시리아에서 벌어진 가장 중대한 국제법 위반사례에 대한 조사를 용이하게 하고 그 책임자들을 단죄하기 위한 국제적이고 공정하고 독립적인 메커니즘(IIIM)”을 마련했다.(11) ICTY와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 항소재판부의 수석 판사를 지낸 프랑스 출신의 판사 카트린 마르시-위엘이 7월 초 IIIM의 총괄자로 임명됐다. 또한 EU 고위 대표인 페데리카 모게리니는 유럽이 IIIM에 약 150만 유로를 지원할 것임을 밝혔다. “피해자들을 위한 정의실현은 시리아 사태의 효과적이고 포괄적인 조정을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전범들에 대한 재판과 판결이 가능한 한 신속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10월에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인 시리아 평화회담을 앞두고, UN의 시리아 특파원인 스타판 드 미스투라는 시리아의 반정부군에게 “전쟁에서 이기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현실을 직시할 것”을 촉구했다. “아사드는 승리했고, 대통령직을 내려놓지 않을 겁니다. 어쩌면 영영 처벌받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시리아 미국대사를 지낸 로버트 포드가 말한다.(12) “사법 절차가 너무 길어요.” 베크타르트가 한숨을 내쉰다. 다바는 지난해 파리 지방법원에서 증언한 이후에도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한탄했다.(13) 스페인에서는 게르니카 37이 제출한 소송장이 엘로이 벨라스코 판사에 의해 기각됐다. 게르니카 37 소속 변호사들은 항소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불리한 신호에도 불구하고 와일리는 여전히 낙관적이다.

“2년, 5년, 어쩌면 10년이 걸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제 경험상 시리아의 정부관계자들이 언젠가는 반드시 법정의 피고인석에 앉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글·에마뉘엘 아다드 Emmanuel Haddad 
기자

번역·김소연 dec2323@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Blick, 취리히, 2017년 8월 6일
(2) www.whoiskillingciviliansinsyria.org
(3) Anne-Cécile Robert, ‘Origines et vicissitudes du ‘droit’ d’ingérence(내정간섭권의 기원 및 변천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1년 5월호.
(4) 시리아 UN조사위원회, <Without a trace: Enforced disappearances in Syria>, 2013년 12월 19일.
(5) Human Rights Watch, <If the dead could speak: Mass deaths and torture in Syria’s detention facilities>, 2015년 12월
(6) Amnesty International, <Abattoir humain. Pendaisons de masse et extermination à la prison de Saidnaya, en Syrie(인간 도살장. 시리아 사이드나야 교도소의 집단 처형 및 학살)>, 2017년 2월 7일.
(7) 시리아는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과 함께 로마 규정에 서명은 했으나 비준은 하지 않은 32개국에 포함된다.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터키, 인도네시아는 서명조차 하지 않았다. 
(8) 범죄자와 피해자가 ICC 회원국 국적일 때도 재판 관할권이 인정된다.
(9) 영국, 덴마크, 캐나다, 유럽연합, 독일, 노르웨이
(10) 윌리엄 와일리와의 대담, British Broadcasting Corporation (BBC), 2016년 8월
(11) ‘UN 총회는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중대한 국제법 위반 사례 조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국제적 메커니즘을 만들었다’, 2016년 12월 21일 공보, www.un.org
(12) <The National>, 2017년 8월 28일
(13) Luc Mathieu, <Franco-Syriens disparus en 2013: une famille en quête de réponses (2013년 실종된 프랑스계 시리아인: 대답을 기다리는 가족)>, <Libération>, 파리, 2017년 8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