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서평 단신

2017-10-31     르몽드디플로마티크

<집안의 노동자>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 김현지 외 옮김, 갈무리)

1972년 여성학의 고전 <여성의 힘과 공동체의 전복> 저자 이탈리아 페미니스트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의 10년만의 신간이다. <집안의 노동자 : 뉴딜이 기획한 가족과 여성>은 뉴딜을 둘러싼 여성 투쟁의 역사를 살핀다. 뉴딜과 복지 국가가 만든 국가공동체가 여성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관계 맺으려 했는지 분석한다. 대공황 기간 미국에서 여성이 구호 체계와 맺고 있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지금 우리 사회의 복지 체계에 의문을 던지게끔 한다.

<유럽 변방으로 가는 길>(김병호, 한울)
현직 기자의 ‘유럽 변방’ 탐방기다. 중앙아시아·캅카스·동유럽·발칸반도·흑해 주변에 위치한,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은 25개국의 사정을 발로 뛰며 담았다. 이 책의 특징은 저자의 특성에서 나온다. 기자이면서 학자인 저자는 저널리스트다운 저돌성과 학자적인 치밀함을 무기로 생소한 나라들의 정치·경제 답사기를 풀어냈다. 양자택일의 갈림길에 선 약소국들이 어떻게 정략적 선택을 하고 있는지 전문가 인터뷰와 각국 최고 지도자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를 같이 실어 사안에 대한 다차원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폭풍우>(J.M.G. 르 클레지오, 송기정 옮김, 서울셀렉션)
200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작가의 제주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이 책에는 작가가 어린 시절 잡지에서 본 해녀를 제주에서 실제로 만나고, 그들의 용기와 삶의 의지에 감동하여 쓴 소설 ‘폭풍우’와 ‘신원 불명의 여인’ 두 편이 실려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소녀들이 등장하며, 그들은 유년기 무거운 트라우마를 안고 성인의 삶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두 작품 모두 열린 결말이다.

<서른의 반격>(손원평, 은행나무)
<아몬드>로 문학 팬들에게 환영을 받았던 손원평 작가의 두 번째 장편 소설로, 이번에는 서른들의 이야기다. 정규직 전환을 위해 의기투합하는 지혜와 규옥. 그들의 분개는, 김 부장 응징을 위해 ‘가짜 편지’를 보내고 국회의원 입에 엿을 물려주는 등 사회를 향한 작은 반격으로 나타난다. “슬퍼할 일이 아니라 분노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는 이 작은 개인들의 분투하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전개해 자연스러운 공감을 이끌어낸다.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작이다.

<친밀한 이방인>(정한아, 문학동네)
한 소설가가 자신의 작품을 훔친 인물의 행적을 추적해나간다. 소설가 ‘나’는 어느 날 신문에서 “이 책을 쓴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신문 전면에 한 소설의 일부를 발견한다. ‘나’는 그것이 데뷔 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문예 공모전에 제출했던 작품임을 알게 된다. 더 나은 삶의 조건을 쟁취하기 위해, 때로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삶을 뒤엎는 한 인물의 일생을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겹쳐가며 복원해내는 미스터리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