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를 위해 존재하는 문학

2017-10-31     알리오샤 발드 라조브스키

“문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앙투안 콩파뇽이 2006년 진보적 개방대학인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첫 강의 때 했던 질문이다. 이 질문은 수 세기 동안 끝없이 제기돼왔다. 문학과 문학의 의미, 미래에 관한 생각…….
“일상에 파묻힌 사람들과 평범해 보이는 사물들이 문학을 통해 신비로워집니다.” 파트릭 모디아노가 2014년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 때 했던 설명이다. 비평가이자 수필가인 알렉상드르 게팡은 프랑스 현대문학의 여정을 그린 <세상을 손질하다>(1)에서 글쓰기와 독서행위의 변화, 작가의 사회적 위치, 공동체 균열을 회복시키고 메워줄 수 있는 패러다임의 출연을 깊이 생각해 본다. 게팡은 21세기 글쓰기의 목적은 ‘치유’라고 생각한다. 작가 피에르 미숑의 표현에 의하면 글쓰기는 ‘티끌 같은’ 우리의 삶을 제대로 지탱하는 데 도움을 주고, 미셸 푸코의 표현에 의하면 글쓰기는 ‘미천한’ 우리의 삶을 잘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글쓰기는 사회·정치적 혼란이 지니는 의미를 제기한다. 게팡은 “문학은 치유 효과를 지니며,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준다”고 쓰고 있다.

우리의 불안한 민주주의에서 나타나는 특성을 어떻게 생각해 볼까? 가장 나약한 개인들, 거대한 역사에서 잊힌 사람들, 혹은 표류하는 공동체를 어떻게 그릴 것인가? 사회조직 속에서 자아를 구축하거나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을 나누거나 미래를 만들어 가는 수단이 되는 문학은 말초적 재미가 아니라 근본적 흥미를 이끌어 낸다. 문학이란 현실을 사회적 의미를 담아 바라보는 것일까? 소설은 보이지 않는 것, 혹은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언어로 살리는 것일까? 언어는 해방을 돕는 힘일까? 철학가 자크 랑시에르가 신작 에세이(2)에서 강조했듯 ‘더불어 사는 세상을 상상해 구현하는 것’이 늘 문학의 과제다. 은폐되거나, 진부한 것으로 전락한 역사 앞에서 문학이 어떻게 외연을 확장해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게팡은 학교, 교외, 공장, 감옥 같은 구체적인 공간에서 디지털 공간과 소셜 네트워트가 사용되며 교류의 공간이 마련되고 대화의 장이 만들어지는 상황을 분석한다. 위로를 주는 문학에서 다채로운 미학으로 공감을 주는 문학까지 다룬다. 후자 중에는 사회적 공감을 주는 문학(프랑수아 봉, 파트릭 모디아노, 다니엘 살나브, 엠마뉘엘 카레르…), 신비함을 선사하거나 슬픔을 나누는 문학(피에르 미숑, 피에르 기요타…), 내면의 고민을 다루는 문학(올리비에 롤랭, 레지 조프레, 아니 에르노), 조사를 통해 분석하는 문학(파트릭 드빌, 로랑 모비니에, 장 하츠펠드)이 있다. 적극적이고 행동을 유도하는 문학은 “치유와 자비 사이에서 자아를 구축한다”고 게팡은 결론 짓는다. 게팡은 몽테뉴에서부터 시는 치유를 위해 쓰여야 한다고 주장한 앙리 미쇼까지 사상의 역사를 치유의 개념으로 바라본다.  

최근 작가들은 경험을 말하거나, 의견을 제시하거나, 기억을 더듬는 방식으로 고통 받는 육체, 상처 받은 사람들, 불안해하고 방황하는 보이지 않는 피해자들을 이야기 한다. 수필가 마리엘 마세는 <경악하다, 생각하다>(3)를 통해 파리 오스테를리츠역에 세워진 난민촌에서 느낀 ‘경악스러움’을 다룬다. 난민촌은 사람들로 붐비는 파리에서 유령 같은 존재로 전락했다고 마리엘 마세는 설명한다. 기억과 이야기는 소통하고 공존할 수 있을까? 한나 아렌트에서 레이몽 드파르동까지, 앙드레 말로에서 피에르 부르디외까지 국경과 인접의 의미를 물으며 마세의 에세이는 게팡의 분석방식을 따른다. 마세와 게팡은 다양한 세계가 만나는 공간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준다. 


글·알리오샤 발드 라조브스키 Aliocha Wald Lasowski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한불과 졸업. 역서로 <술레이만 시대의 오스만 제국>(2016) 등이 있다. 

(1) Alexandre Gefen, <Réparer le monde. La littérature face au XXIe siècle(세상을 손질하다. 21세기를 맞은 문학)>, José Corti, 파리, 2017년
(2) Jacques Rancière, <Les Bords de la fiction(픽션의 테두리)>, Seuil, 파리, 2017년
(3) Marielle Macé, <Sidérer, considérer, Migrants en France(경악하다, 생각하다-프랑스의 난민들)>, 2017년, Verdier, 라그라스, 201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