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프랑스'의 치부, 불법이민자 폭력적 추방

집단 수용, 무자비한 단속, 비인간적 추방… '인간 존엄' 무시

2008-10-29     타사디트 아마슈 | 작가

 

사실 그동안 프랑스는 '깨끗하게 자신의 방식으로' 수없이 많은 행정절차를 통해, 불법이민자들을 착취하는 사람들의 손아귀에서 그들을 벗어나게 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을 다른 곳에 내팽개치면서 자선을 행한다고 생각해왔다.
 최근 프랑스에선 개인이나 가족의 수용소나 주거용 건물들이 눈에 띈다. 이는 종래 윤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이다. 일단 구청이나 시청이 요구하는 수많은 필요 서류를 제출하지 못해 추방 대상자가 된 사람들은 도덕적, 심리적, 육체적 제약을 받으며 그곳에서 추방되기를 기다린다. 유럽연합은 추방 대상자들의 억류기간을 18개월까지 연장하는 이민 규칙을 승인했다.
 
 납치·유괴 연상케하는 단속 현장

 검문 현장이나 추방 현장은 유괴를 연상시킬 만큼 늘 난폭하고 경악스러운 광경이 연출된다. 얼핏 보이는 추방 당사자들의 얼굴은 정당하지 못한 일에 연루되어선지 고통 또는 수치심으로 일그러져 있다. 그럼에도 추방에는 그 나름의 독특한 '프로토콜'(의전)이 있고 기술적 합리성이라는 논리와 표현으로 만들어진 절차가 있다.
 전문 안전 요원들이 받는 스트레스, 쌍방의 흥분된 감정, 고함, 침 뱉기, 울음, 모욕, 두려움, 동정 등은 오히려 나쁜 결과를 가져올 위험이 있다. 만일 그들의 임무가 실패하면 '불법 입국자'들은 비행기에서 내려 우리 땅에 다시 발을 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모든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추방 동행'(Deported Accompanied) 임무를 담당하는 전문 요원들이 받게 되는 중압감은 쉽게 이해가 간다. 그들에게는 설정된 목표 수치를 달성하라는 압력이 가해지고 그 수치는 늘 증가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수행원들에게 좀 더 나은 장비를 갖추게 하고 실제적인 모든 대책을 고려한다. 추방 대상자들이 수행원을 물어 뜯기라도 하면, 감염이라도 될까 보아 두꺼운 장갑을 끼게 한다. 소말리아 출신 젖먹이의 엄마는 자칫하면 안고 있는 아이를 떨어뜨릴 지도 모르나, 수갑을 차고 안 떠나겠다고 울부짖는다. 이는 모든 경찰과 시민들, 그리고 아이 가진 부모들에게 반감을 심어주며, 특히 강제 추방 과정을 지켜보는 목격자들, 법관들, 의사, 간호원, 인도주의 단체들도 마찬가지다.
 추방 대상자들이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대기하는 공간은, 추방과 무관한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공항의료센터보다는 계류장 위에 세워진 경찰차 안이 더 바람직하다고나 할까. 이런 상황에선 절망은 인간의 힘을 배가 시킨다는 사실, 그리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은 주위의 어떤 것이라도 자해하는 데 사용하기도 하고, 추방을 모면하기 위해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나기도 한다.
 
 요원들에 '추방 노하우' 따로 교육

 그러다 보니, 경찰들은 추방 수행의 방법에 대한 정확하고 자세한 자료들을 수집해 놓았다. 이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인들은 과격하고, 중국인들은 위험하고 신경질적이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까지 그들의 심리적 변화를 주시해야 하고, 겉치레라도 대화를 해야 하며, 단호하면서도 온화한 어조로 저항을 잠재워야 한다. "조용히 하면 합법 체류자가 되어 되돌아 오겠지만 소란을 피우면 다시는 프랑스 땅에 발을 들여놓지 못할 것"이라고 얼르기도 한다.
 추방 대상자들의 비행기 탑승도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일반 승객들이 탑승하기 전 비행기 뒤편으로, 빈 좌석이 있는 감압실에 탑승시킨다. 전문 안전요원들 중 한 명은 만일의 비상 사태를 대비해 기장과 협상하는 임무를 맡고, 다른 전문요원은 만일의 경우 당황하거나 충격을 받을 만한 승객들, 혹은 소란의 동조자가 될 지도 모를 승객들에게 상황을 설명한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 하는 승객과 시민들의 태도에 따라 수행원들의 반응도 달라진다. "우리는 법을 집행하고 있다"는 정보 전달에서부터 시작해, 위협과 협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방해자의 수가 늘어나면 완전한 대립·갈등 관계가 되어 버린다. 이런 경우 방해자를 끌어내 유치장에 수감하기도 하고, 폭동 선동이나 항공기 정상 운항 방해로 기소할 수도 있다.

추방과정,'사람' 무시한'非인간'의 극치
프랑스, 유럽의 심각한 문제와 약점 노출

 
 추방 대상자 제압 특수 '매뉴얼'도
 당국은 5년 전부터 안전요원들에게 현장에서 얻은 특별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캠코더 덕분에 추방 순간의 장면을 무한정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화면을 보면서 다시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실수도 잡아낸다. 현장에서 어머니와 하느님을 찾으며 울부짖는 흑인이 있다면 어떻게 비행기에 탑승시키는 것이 좋을까? 교관은 정확히 신체의 어느 부분을 잡아야 하는지, 기술적으로 어떤 제스처를 취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팔과 다리를 못 움직이게 하는 데는 벨크로 테이프(일명 찍찍이)가 제격이다. 이 테이프를 사용하면 2분 만에 들어 옮길 수 있는 미라가 만들어진다.
 다른 승객들의 관심이나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반항하는 추방 대상자의 입을 손으로 막고 비행기 좌석에 성급하게 앉히는 것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비행기 이륙 때까지 강제 추방자의 등 위에 올라앉는 것도 안 된다. 그런 방식 때문에 리카르도 바리엔토스와 마리암 하고스, 2명이 사망했다. 그들의 심장이 프랑스 영토에서 박동을 멈춰 버린 것이다.
 하지만  '소음공해'라는 한 가지 문제가 남아있다. 추방 대상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승무원과 승객들이 소란스럽게 모여드는 일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추방 당국은 무술에서 아이디어를 찾아냈다. 목 뒤의 혈을 누르는 법을 가르치게 된 것이다. 그러면 호흡이 멈추고 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고, 결국 소리를 내지 못하게 된다. 이것을 두고 '소리 변조'라는 색다른 명칭으로 부른다.
 또한 비탄에 빠진 추방 대상자가 구조를 요청하는 일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하는 문제도 있다. 착각하지 말자. 추방 자체엔 이처럼 내재된 폭력이 상습화 돼있다. 시청이나 도청에서 보낸 팩스, 비행기 좌석, 행정 명령 등에 이르기까지 비윤리적 추방의 논리는 결국 비열함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책임은 경찰들에게 전가된다. 그러나 이는 이미 추방 자체에 포함되어 있던 것들이다. 여기서 '사람'의 존재는 어떤 비중도 차지하지 않는다. 무기력해진 인간을 마치 짐짝처럼 비행기에 싣는 것이다.
 
 '자유, 권리, 존엄'의 사각지대인가

 거짓말, 매복, 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위한 지원 조치나 법률의 몰인정한 왜곡, 이런 문화가 국가적으로 만연하고 있다. 이젠 이민자들을 지원하는 단체 시마드(CIMAD)1)의 활동마저 위협받는 실정이다. 시마드 회원들은 단 몇 시간 만에 운명이 바뀌어진 사람들이 무거운 발길로 가방을 끌며, 더러는 긴 의자에 젖먹이를 앉혀 수용소에 도착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시마드(CIMAD)는 인간의 시선과 인간성이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존재다. 인도주의 단체는 공적 성격을 띨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행정부나 경찰, 정치 지도자, 시민들이 보기에 그들 존재는 우리 체제의 납득하기 어려운 과실을 폭로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그 때문에 이를 변조하려 드는 시도도 있다.
 당국은 인도주의 단체들에 중립성과 기밀 유지를 요구하곤 한다. 그러나 인도주의 운동은 그렇게 중립적이지 않다. 실제로 인간에게는 개인의 권리와 존엄성이 문제될 뿐이다.
 인도주의 운동의 축적된 경험을 파괴시키기 위해 단체들끼리 경쟁시키고,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총체적인 시야 확보를 방해하기 위해 활동 영역을 분할하는 것이다.
 이제 무슨 말을 해야 할 것인가? 곧 이런 상황이 진정되기를 기다려야 할까? 프랑스는 아직까지 인간의 '권리', '자유', '존엄'을 계속 외치기 원하는 것인가? 보편적 가치의 영속성에 대한 믿음과 각종 법조문들이 '그들'에게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오늘날 프랑스에서 가장 취약한, 이 외국인들을 다루는 방식은 프랑스와 외국인들, 그리고 유럽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전의 우리 모습, 그리고 미래의 우리 모습에 있어서도 심각한 문제다. 혹 프랑스인 스스로가 이방인인 것은 아닌가?        

번역 | 김계영 canari62@ilemonde.com

 


 

* 2009년 3월 <코라의 편지>(악트 쉬드 출판사) 발간 예정, 2001-2007년 치안윤리위원회(CNDS) 위원

1) 시마드(CIMAD)는 상부상조를 위한 통합종교단체로, 1948년부터 프랑스와 해외에서 이민자들과 망명 요청자들을 인솔, 보호하는 일을 하고 있다. 1985년부터는 추방 대상 외국인들을 위한 일에 개입하고, 행정적인 수용시설 내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유일한 단체다. 2008년 8월 23일자 법령과 '경쟁 입찰'에 의거해 프랑스이민국은 이러한 임무수행을 경쟁화시켜 방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