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둘러싼 미·중 역학관계

2017-11-30     피에르 랭베르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나침반 바늘이 으레 북쪽을 가리키듯, 쓰레기의 일생도 역학관계의 구도를 알려주는 나침반과 같다. 즉, ‘강자가 남긴 쓰레기를 떠맡는 쪽은 언제나 약자’라는 불변의 진리를 알려준다. 국제통상관계도 이 법칙에서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다. 가령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휴대폰과 값싼 노동력을 사들이고는, 다시금 낡은 포장재 더미와 압축 페트병, 누더기 넝마, 고철 따위를 내다판다. 다시 한 번 재활용 공정을 거치게 될 이 소비의 부산물들은 그동안 국제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메이드인 USA’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사실상 미국의 15대 수출기업 중 9개는 폐기물수출 분야(1)에서 번영을 누리고 있다. 가령 미국의 폐기물 수출은 2016년 오로지 중국을 상대로만 무려 56억 달러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또한 폐지(미국이 가장 많이 해상운송으로 수출하는 상품이다)로 가득 찬 1백여 개의 컨테이너가 바다를 건너 수출길에 올랐다. 반면 폐기물 수입 대국인 중국은 지난해 무려 180억 달러에 달하는 폐기물을 사들였다. 그 중 플라스틱 폐기물은 7천3백만 톤에 육박한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저임금 노동자의 손길을 거쳐 분류작업이 이뤄지고, 이어 재포장 공정을 마친 후, 번드르르한 각종 신상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는 바다 건너 슈퍼마켓에 진열되기 위해 다시금 파도를 가를 것이다.

지금까지 산업계와 정치계는 이런 ‘쓰레기 자유무역’을 상당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 왔다. 덕분에 서구는 대도시의 오염을 줄일 수 있었고, 중국의 제조업체는 값싼 원자재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해운회사도 중고품 화물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자칫 빈 배로 돌아갈 수도 있었을 회향 길에 컨테이너선은 화물을 잔뜩 싣고 세계의 공장을 향해 닻을 올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떠한가? 먼지와 가스에 질식할 지경이 된 중국인은 원성과 불만이 높아지고, 정부는 해결책을 내놓지 않을 수 없었다. 가령 중국 정부는 지난 2013년 ‘그린펜스’ 정책에 이어 2017년 이번에는 ‘내셔널소드’ 정책이라 불리는 폐기물 수입 규제책을 내놓으며, 해외 폐기물의 수입허가 품질 기준을 높이는 데 전력하고 있다.
 
지난 7월 18일, 중국 정부는 ‘자국 환경과 자국민 건강 보호’를 목적으로 올 연말부터 고체 폐기물 80종의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세계무역기구(WTO)에 공식통보했다. 지난 몇 달간 폐기물 재처리 공장을 방문해 현장조사를 벌인 결과, “원자재로 재활용될 예정인 고체폐기물 중 상당수는 오염물질과 때로는 유독성 물질이 포함된 것”(2)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중국의 현행 폐기물 규제가 얼마나 실효성 있게 운영될지는 미지수다. 현행 규제책은 사실상 중금속을 포함한 철강 쓰레기, 섬유 쓰레기, 그리고 폐기물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플라스틱 폐기물과 혼합폐지 등 실로 다양한 품목에 적용될 예정이다. 특히 혼합폐지가 수입금지 품목에 들어간 것은 미국의 폐지 분류 공정이 자동화된 영향이 크다. 폐지처리 분야에서 일하는 한 전문가는 “손으로 폐지를 분류하던 시절에는, 훨씬 더 철저하게 품질별로 종이를 분류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3)
 
하지만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규제하는 데는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해외 수입 폐기물을 자국 수집 폐기물로 대체함으로써, 자국의 폐기물 재처리 산업육성에 매진하려는 것이다. 그만큼 중국은 현재 제한적인 수준에 그친 수입규제를 앞으로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세계경제 무대의 지정학적 역학 관계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글로벌 폐기물 유통시스템도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에 앞서 미국은, 아마도 부지런히 자국의 쓰레기를 떠맡길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 나설 것이다. 가장 먼저 물망에 오르는 나라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그리고 인도다.  
 
 
글·피에르 랭베르 Pierre Rimber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허보미 jinougy@naver.com
서울대 불문학 석사 수료.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20피트짜리 수출 컨테이너 수로 측정한 수출량(수출액이 아님) 순위. ‘Top 100 importers and exporters’, <Journal of Commerce>, 뉴욕, 제18권, 제11호, 2017년 5월 29일.
(2) www.wto.org, ‘Notifications’란.
(3) Bill Mongelluzzo, ‘China wastepaper import ban less severe than feared’, JocOnline, 2017년 8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