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정복에 나선 구글

2017-11-30     예브게니 모로조프 | 저널리스트

지난 6월, 건축디자인 전문지 <볼륨>은 ‘구글 어버니즘(urbanism)’ 프로젝트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모스크바의 저명한 디자인연구소에서 고안한 이 프로젝트는 대도시가 ‘데이터 추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그럴듯한 도시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개발 자원으로서 수집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같은 기업은 전 분야에 걸쳐 초현대식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1) 이 프로젝트로 도시는 데이터를 이용해 발생한 수익의 일정 부분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시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을 듯하지만, 알파벳은 어떤가? 얼마 전부터 다국적기업인 알파벳은 도시를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경영자들은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해 현행 규제의 어떤 제약도 받지 않고 (아마도 디트로이트와 같이)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도시를 새롭게 탈바꿈하는 구상까지 언급했다. 이 모든 일은 수십 년 전만 해도 추상적인 계획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은행 같은 기관이 민영화된 도시의 미덕을 찬양하고, 실리콘밸리의 거물들이 기존 관료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바다 위에 ‘마이크로네이션(초소형 국가체)’을 건설하려는 오늘날, 이 시나리오는 좀 더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알파벳은 이미 도시 지도, 실시간 교통정보, 무료 무선인터넷(뉴욕시), 자율주행자동차 등 상당수의 도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5년 알파벳은 도시생활 전문 자회사 사이드워크 랩스를 설립했고,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 다니엘 닥터로프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닥터로프는 마이클 블룸버그가 뉴욕시장에 재임할 당시 부시장을 역임한 바 있다.

화려한 홍보문구는 잠시 접어두고, 닥터로프가 지나온 길을 살펴보면 구글 어버니즘의 진짜 의도를 찾을 수 있다. 바로 부동산개발업자들에서부터 기관 투자자들까지 현대도시를 좌지우지하는 세력과 수익률이 높은 연합을 맺기 위해, 알파벳의 강점인 데이터 분야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구글 어버니즘이 딱히 혁명적일 것은 없다. 물론 이 프로젝트는 데이터와 센서를 활용한다. 그러나 무엇을 왜, 얼마에 세울 것인지 선택하는 데에 있어서 데이터와 센서는 부차적 요소에 불과하다.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큰 금융 실력자를 기리는 의미에서 블랙스톤(2) 어버니즘으로 불러도 무방하다. 토론토가 최근 온타리오 호수 인근에 면적이 5헥타르에 달하는 키사이드를 첨단 디지털도시로 개발하기 위해 알파벳을 사업자로 선정했으니, 이제 곧 구글 어버니즘이 지금의 도시를 만든 금융세력과 타협할 것인지, 아니면 그들을 뛰어넘을지 알게 될 것이다. 

사이드워크 랩스는 이 프로젝트에 5천만 달러를 투입했고, 이 중 대부분이 1년에 걸쳐 운영될 협의체를 꾸리는 데 할애됐다(구성원은 계약 기간 1년이 지난 후에야 프로젝트에서 철수할 수 있다). 220쪽 분량의 제안서에는 그들이 생각하는 도시계획 접근법과 방법론이 매혹적으로 소개돼 있다. “높은 주거비용, 대중교통에 버리는 시간, 사회적 불평등, 기후변화와 사람들이 집에서만 생활하게 만드는 혹한” 등이 닥터로프가 최근 인터뷰에서 묘사한 도시 전쟁터의 모습이다. 

이 전쟁터로 뛰어드는 알파벳 보유 무기의 규모는 엄청나다. 비용이 저렴하고 순식간에 조립 가능한 모듈형 건물, 공기청정도와 설비상태를 측정하는 센서,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적응형 교통신호체계, 자동차를 빈자리로 유도하는 주차시스템 등이다. 배송용 로봇, 최신식 전기망, 쓰레기 자동분류배출 시스템과 거리 곳곳의 자율주행자동차는 말할 것도 없다. 알파벳은 도시서비스의 기본설정 플랫폼이 되기를 꿈꾼다. 알파벳에게 도시는 늘 플랫폼이었다. 오늘날 디지털 플랫폼으로 거듭났을 뿐이다. 제안서에는 “전 세계 대도시는 성장과 혁신의 중심지입니다. 선견지명 있는 지도자들이 마련한 플랫폼을 이용한 덕분입니다. 로마에는 수도망, 런던에는 지하철망, 맨해튼에는 격자형 도로망이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토론토는 자신의 선각자들 덕택에 알파벳을 얻게 될 것이다. ‘플랫폼 중심론’은 격자형 도로망 구축이 원래 (일부에게만 특혜를 줄 수 있는) 민간기업의 몫이 아니며, 다른 이들을 배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우리는 트럼프 주식회사가 도로망의 소유주이기를 원하는가? 아마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왜 격자형 도로망의 디지털 버전을 알파벳에 넘겨주지 못해 안달인가?

이 플랫폼 접근을 관리하는 규칙은 누가 정하는가? 도시가 알파벳의 AI 시스템을 이용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을까? 또 플랫폼은 다른 서비스제공업체에게도 개방되는가? 자율주행자동차는 알파벳의 해당부문 사업체 웨이모의 제품을 쓸 것인가? 아니면 우버? 그것도 아니면 다른 자동차제작업체? 알파벳은 기존 인터넷망 중립성을 지지했듯 적극적으로 ‘도시의 인터넷망 중립성 원칙’에 찬성할 것인가?

사실 ‘디지털 격자형 도로망’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알파벳의 단독상품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매력적인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해 도시에서 추출한 데이터를 완벽하게 독점하는 것이 알파벳의 목표다. 도시망 구축을 위한 알파벳의 노력은, ‘블랙스톤 어버니즘’이라는 오명을 벗고 새로운 길로 도약하려는 분투가 아니다. 블랙스톤 버전임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줄 도시 서비스의 민영화에 불과할지 모른다. 알파벳의 장기적 목적은 크라우드소싱(사회적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낡은 규칙과 규제를 없애고 도시에서 자본의 축적과 순환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다. 알파벳은 한때 “인간의 건강을 지키고 건물의 안전을 보장하며, 부정적인 외부요인을 관리하기 위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어, “빡빡한 용도지역과 경직된 건축규정을 강제하는 비효율적인 규제가 없어도 도시는 이와 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알파벳의 이런 선언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그렇지만 신자유주의의 최고권위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와 빌헬름 뢰프케조차 도시에 비시장 형태의 사회조직이 어느 정도 용인돼야 한다고 봤다. 그들은 도시공간의 물리적 한계 때문에라도 시장에 반대되는 계획 체제가  현실적으로 필요하고, 이것이 도시 인프라를 이용하고 도로를 건설하며, 교통체증을 피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알파벳에 이런 제약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끊임없는 정보의 흐름은 이제 국가규제를 시장신호로 대신할 수 있다. 누군가 불평하지 않는다면, 아니 누군가 불평할 때까지 모든 것이 허용된다. 우버도 규칙과 표준을 멀리하고, 왕이나 다름없는 소비자가 운전자의 등급을 평가하고, 평가점수가 낮은 사람은 알아서 도태된다는 원칙에 따라 운영됐다. 이 원칙을, 왜 건물주에게는 적용하지 않는가? 당신이 운이 좋아 당신의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에서 살아남았다면, 당신은 소비자로서 권력을 행사해 집주인에게 나쁜 점수를 줄 수 있다. 기술은 구글의 것이지만, 이 도시계획은 바로 블랙스톤식 사고방식이다.

구글 어버니즘은 자본 유동성 규제와 외국인의 토지 및 주택 매매 제한 등의 체제 변화가 불가능함을 전제로 한다. 구글 어버니즘은 불평등 심화, 주택 가격의 무한 상승(알파벳은 그 원인이 외견상 끝없이 제공되는 부동산 저리 대출이 아니라 제조원가 때문이라고 한다) 등 소위 냉혹하다는 세계적 현상에 도시 주민들이 ‘적응’하도록 돕기 위해 기술력을 동원하려고 한다. 결국 우리들 대부분의 상황이 열악해질 것이라는 뜻이다. 그렇지만 알파벳은 신기술이 우리의 생존과 번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정반대의 주장을 펼친다. 자가 건강 측정(3) 덕분에 일에 파묻혔던 부모들이 빽빽한 일정 속에서 기적적으로 시간을 내게 될 것이다!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가 더 이상 없으니, 자동차 대출금은 안녕! 에너지 비용을 절약해줄 AI 만세!

구글 어버니즘은 블랙스톤과 동일하게 (제자리걸음인 실질임금, 전 세계적인 수요 집중으로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킨 부동산시장 자유화, 과정은 불투명하지만 꽤 짭짤한 민관협력 방식으로 건설된 인프라 등으로 얼룩진) 현재의 금융주도형 경제모델이 지속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희소식이 있다면, 우리가 예전 같은 삶의 수준을 회복하고 유지하게 할 센서, 네트워크, 알고리즘을 알파벳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론토 제안서를 보면, 누가 이 유토피아 도시에 자금을 지원할 것인지가 모호하다. 그렇지만 “이 프로젝트에는 파급력이 높은 혁신적 실행안이 다수 포함돼 있는데 이 실행안은 주기적으로 고액 매출이 발생해야만 자금을 동원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모든 것은 집단 환각에 걸린 듯 쏟아 붓는 공적지원금 덕분에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전기자동차 제작 벤처기업 테슬라의 도시 버전에 그칠 수도 있다. 알파벳은 투자자들에게 공간의 ‘모듈성’과 ‘가소성’이라는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항상 유연하고 재구성이 가능한 건축을 꿈꾸던 초기 사이버네틱 유토피아처럼 여러 부분들 중 어디에도 영구적인 것은 없다. 모든 것은 재편 가능하다. 디지털이 변신을 가능하게 만든 덕택에, 투자 대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면 상점은 갤러리도, 맛집도 될 수 있다. 

어쨌든 알파벳은 “건물 용도가 확정되지 않은” 도시를 건설하겠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로프트’라 명명된 토론토 개발예정 지구의 핵심건물은 “시장의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유연하고 다양한 용도(주거, 상업, 창작, 사무실, 접객, 주차)가 복합적으로 공존하게 될” 골조 구조로 지어질 것이다. 

구글 어버니즘은 알파벳이 데이터를 지속공급하고 저렴한 기성자재를 사용해 고객 맞춤형 공간을 제공하면서 공간을 민주화할 수 있다고 하는 인기영합적 약속이다. 단, 기능의 민주화가 도시자원 관리와 소유의 민주화를 동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알파벳의 민주주의 알고리즘의 주요 데이터 입력 값은 공동체적 의사결정보다는 시장의 수요인 것이다. 

그런데 많은 도시에서 바로 이 ‘수요’가 공적 공간의 사유화로 이어지고 있다. 의사결정은 더 이상 정치적 숙고로 도출되지 않고 안정적이고 유의미한 수익을 좇아 부동산과 인프라에 올인하는 자산 운영자, 사모펀드, 투자은행의 손에 좌우된다. 구글 어버니즘은 이런 흐름을 한층 강화할 것이다.
 
주민 대다수가 자신들의 공간, 건물, 인프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었다면 구글 어버니즘의 유토피아적인, 거의 아나키스트적(무강권주의적) 측면은 반길 만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게다가 이 공간은 점차 (대체로 외국인) 개인투자자들의 손에 넘어가고 있다. 따라서 숨 막히게 빡빡하고 (특히 자금관련) 규제가 심한 관료주의 체제와 단절하는 것은, 우리를 한숨 쉬게 했던 영국 그렌펠타워 화재의 악몽을 재현할 가능성이 높다.

지구를 통째로 사들이는 기관투자자들을 차치하더라도, 알파벳은 전 세계 부호들이 스마트 시티에 관심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들에게 데이터를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은 알고리즘이 가능하게 만든 ‘핸드크래프트 라이프스타일’(사이드워크 랩스는 지역 메이커스 공동체에서 물건을 조달하는 ‘신세대 마켓’을 약속했다)과 더불어 자신들의 부동산 포트폴리오의 가치 상승을 정당화하는 수단일 뿐이다.

알파벳이 제안한 ‘선택적 도시계획’이 토론토 주민에게 어필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이 계획의 목표는 미래의 주민, 특히 캐나다 부동산시장으로 모여드는 중국 백만장자 수백만 명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다. 닥터로프는 <글로브 앤 메일>지와의 인터뷰에서 알파벳의 캐나다 프로젝트가 “무엇보다 부동산 게임”이라고 깔끔하게 정리했다. 알파벳의 사업방향이 도시로 선회한 일은 정치적으로도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캐나다 정치인들이 알파벳의 비위를 맞추는 동안, 아마존의 두 번째 북미 본사를 놓고 입찰경쟁이 벌어졌다.(4) 아마존이 오기만 한다면 70억 달러에 이르는 세제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나선 곳도 있다. 이런 상황은 실리콘 밸리의 반발이 커짐에도 불구하고(5) 정치인들에겐 고개를 돌릴 다른 (무엇보다 자금 확충 면에서) 확실한 사업이 별로 없음을 시사한다.

최근 “캐나다의 이점을 더한 실리콘 밸리”로 캐나다를 묘사한 저스틴 트뤼도 총리도 분명 그 중 한 명이다.(6) 어떤 의미에서는 그의 말이 옳다. 캐나다 연기금이 부동산과 인프라를 가장 수익률 높은 자산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환상을 버리자. 순진한 이들만이 도시를 위한 기술과 금융의 만남이 금융의 기세를 꺾을 수 있으리라 믿을 것이다. 청소부 역할은 알파벳이 맡더라도, 우리가 사는 도시를 만드는 역할은 블랙스톤이 계속할 것이다. 

‘구글 어버니즘’은 단지, 이런 진실을 감추기 위한 화사한 꽃단장일 뿐이다.  


글·예브게니 모로조프 Evgeny Morozov  
벨라루스 출신으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정치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며 작가, 연구원, 저널리스트로 활동한다. 주요 저서로는 <Le mirage numérique: Pour une politique des big data(디지털 신기루: 빅데이터 정책을 위해)>(2015), <To Save Everything, Click Here: Technology, Solutionism, and the Urge to Fix Problems that Don't Exist>(2014) 등이 있다.

번역·서희정 mysthj@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To tackle Google’s power, regulators have to go after its ownership of data’, <더 가디언>, 2017년 7월 2일.
(2) 뉴욕 상업은행 리먼브라더스 출신인 피터 G. 피터슨과 스티븐 A. 슈워츠먼이 1985년 설립한 미국 투자은행.
(3) 영어로는 ‘self-tracking’ 또는 ‘quantified self’라고 한다. 각 개인이 자신의 생활패턴을 추적, 기록, 분석하고 사물인터넷이나 모바일 또는 웹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공유하게끔 하는 도구, 원리, 방법을 통칭하는 말이다.   
(4) 첫 번째 본사는 시애틀에 있다. Cécile Marin, ‘시애틀, 사무도시(Seattle, ville-bureau)’,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7년 11월호 시애틀 지도 참조.
(5) ‘Silicon Valley has been humbled. But its schemes are as dangerous as ever’ <더 가디언>, 2017년 9월 3일. 
(6) 조디 커밍스 Jordy Cummings,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꿈꾸는 위험한 21세기 자유주의(Justin Trudeau, l’envers d’une icôn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7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