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개입’에 대한 서구 엘리트들의 망상

2017-11-30     아론 마테 | The Real News의 프로듀서

러시아의 개입이 지난 미국대선 결과를 바꿀 수 있을까? 언론들은 앞다퉈 이와 관련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으며, 관련 조사가 미 의회위원회에서 이뤄지고 있다. 브렉시트에서 카탈루냐 국민 투표에 이르기까지 주요 여론조사에서 러시아의 불법 해킹에 대한 적개심을 읽을 수 있다.


2016년 선거 후, 워싱턴과 언론 매체들은 러시아의 개입과 트럼프 선거캠프의 공모를 둘러싼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러시아의 개입이 선거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명백한 증거는 없다. 미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를 당선시키기 위해 이메일을 해킹하고 소셜 미디어를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더 아틀랜틱(The Atlantic)>지는 “2017년 1월 미국 국가정보장실(Office of the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 이하 ODNI) 국장의 보고서가 지금까지 발표된 보고서 중 가장 강력한 언어로 가장 세세한 평가를 했으나, 어떤 증거도 제공하지 못했고, 제공할 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러시아 정부가 선거 조작을 감행했다는 ODNI의 주장을 뒷받침할 확실한 증거가 없다”며, “ODNI보고서가 본질적으로 ‘우리를 믿어 달라’고 말하고 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해킹의 결과물?

러시아 정부와 트럼프 선거캠프 간의 공모(共謀)의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관련 전문가들은 지난 5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검토된 바에 의하면 러시아와 미 선거 캠프 간의 부정행위나 공모의 증거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트럼프에 비판적인 전직 ODNI책임자인 제임스 클래퍼, 전직 CIA국장 마이클 모렐, 민주당 상원 의원 다이앤 페인스타인 등도 이에 동의한다.

증거가 없는데도 왜 의혹이 일고 있는가? 힐러리 캠프의 관계자는 “선거 후 며칠간 힐러리가 충격에 휩싸여 있다가, 보좌관들에게 이 모든 것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되돌리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클린턴의 선거결과 승복 연설이 나온 지 하루도 안 돼 캠프 고위간부들은 선거 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모였다. 이들 주장의 근거는 “러시아의 해킹”이었다.

그러나 러시아에 대한 관심 집중은 클린턴 캠프의 차원을 넘어선다. 모스크바와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거짓으로 인식되고, 나아가 역사적 진전을 거부하고 공포를 조장하는 냉전 시대 국가 권력의 부당한 개입이 연상됐다.(1) 미국의 반(反)개입주의를 천명하며 외교 정책 엘리트들을 놀라게 했던 변덕스러운 대통령은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대상이 됐다. 클릭 수와 시청률로 움직이는 기업형 언론 매체는 가차 없이 스캔들에 빠져들었다. 

그리하여, 대중들은 부적격이라고 매도되는 대통령 당선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간첩 스릴러를 선물 받았다. 러시아 게이트에서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이 거의 의심 없이 언론에 노출됐다. 스토리 전개에 부합한 내용은 선별되고 과장되는 반면, 부합하지 않은 내용은 축소되거나 무시된다. 신문 1면의 헤드라인은 독자를 낚기 위한, 자극적이고 그럴싸한 문구로 채워진다. 그러나 잘 읽어보면 내용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임회피를 위함인지, 문구에는 러시아어가 곁들여진다. 결국, 러시아 게이트는 각종 풍자를 양산하게 됐다.

처음에는 명백한 증거로 여겨지던 트럼프 캠프의 담합에 대한 이야기는 그 맥락이 약화될지 모른다. 대표적인 예가 트럼프가 모스크바에 트럼프 타워를 건축하고자 구속력 없는 서한에 서명했다는 이야기다. 러시아 태생의 건설업자 펠릭스 세이터는 트럼프의 변호사 마이클 코헨에게 이 거래가 트럼프의 대통령 선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이터는 트럼프가 미국의 “가장 어려운 적수”와 부동산 거래를 한다는 점에 유권자들이 감동할 것이라면서 “나는 이 프로그램에 푸틴을 참여시키고, 우리는 트럼프를 당선시킬 것”이라 썼다. <뉴욕타임스>는 아래와 같은 기사를 실었다. “이메일에는 세이터가 약속을 이행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세이터가 러시아와의 연계를 과장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2016년 1월에 코헨은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대변인에게 교착 상태에 빠진 트럼프 타워 프로젝트를 재개할 것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썼다. 그러나 코헨은 페스코프에게서 이메일을 직접 받지 않았다. 이 프로젝트는 정부의 허가나 자금조달을 받지 못했고, 몇 주 후 폐지됐다. 페스코프는 결국 코헨으로부터 받은 이메일을 읽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이야기는 잠재적 이해 충돌을 일으켰다. 트럼프는 선거유세에서 푸틴을 칭찬하면서 모스크바와의 계약을 추진했다. 하지만 계획에 그친 일이 터키, 필리핀, 페르시아 만 등에서 이뤄진 실제거래보다 중요하다고 보긴 어렵다. 무엇보다도 어떤 공모가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그 협상은 실패했고, 트럼프의 변호사는 러시아 측 담당자들의 이메일 주소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영국 기자 롭 골드스톤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에게 “러시아 정부의 트럼프 지원의 일환으로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비록 트럼프 주니어가 이를 20분 후 폐기했다고 주장하지만 골드스톤의 이메일은 세이터의 이메일보다 더 효과적이었다. 세이터나 골드스톤의 이메일을 러시아의 개입을 입증하는 증거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전에 그들의 행적을 살펴보아야 한다. 세이터는 “약삭빠른 헛소리쟁이”로 알려져 있으며, 과거에 자신의 비즈니스 파트너를 공격하기 위해 IAmAFaggot.com, VaginaBoy.com 등 조잡한 이름의 웹사이트를 만든 장본인이다. 한편 골드스톤은 <타블로이드> 기자 출신으로 음악 홍보업자다. 그들이 크렘린 로비스트라고 의심하기 위해서 정보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파파도풀로스의 기소장 속 인물들의 진실

트럼프 캠프에서 하급 대외정책 고문으로 일한 조지 파파도풀로스의 기소장에 드러난 인물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파파도풀로스는 연방 수사관들에게 러시아 관련인과 접촉했다고 거짓말한 것에 대해 인정했다. 파파도풀로스에게 러시아가 당시 대선후보였던 힐러리의 추문에 대한 수천 통의 이메일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해외 교수’는 런던 외교아카데미의 조세프 미프수드로 밝혀졌다. 미프수드는 파파도풀로스와 만난 사실을 인정했으나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또한, 미프수드는 러시아 정부와의 연관성을 부인하면서, 러시아 정부와의 관계는 엄격하게 학문적 영역에 제한된다고 못 박았다. 

파파도풀로스가 “푸틴의 조카딸”이라고 소개한 미확인의 러시아 여성은 푸틴과 무관한 인물로 밝혀졌다. 그 여성의 이름은 올가 폴론스카야이며, 한 와인유통기업의 고위 간부로 재직한 바 있다. 파파도풀로스가 러시아 외무부 관계자라고 소개받은 사람은 모스크바 국립국제관계대학교의 졸업생이자 크렘린 관련 회의의 프로그램 책임자인 이반 티모피프로 밝혀졌다. 티모피프는 말했다. “언제부터인가 파파도풀로스가 트럼프와 푸틴 또는 다른 고위급 러시아 정치인들 간의 만남이 가능할지를 묻기 시작했다. 대화를 통해 파파도풀로스가 러시아의 외국 정치 환경에 대해 밝지 못하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예를 들어 그냥 무작정 가서 회의날짜를 잡고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경찰은 파파도풀로스가 그의 유죄협상의 일환으로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주의가 필요하다. 러시아게이트 관련 수사에 대한 기소는 심지어 검찰 측 주장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파파도풀로스가 밝힌 내용에 근거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파파도풀로스의 입을 통해서 그들이 누구인지를 듣는 게 전부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그는 자신을 모스크바의 로비스트라고 스스로 소개하면서 선거 캠프에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파파도풀로스는 그의 상관에게 런던의 한 러시아 대사와 만났다고 말했으나, 검찰은 이것이 전혀 일어난 적 없는 일이라 일축했다. 

러시아의 정교함, 페이스북의 허를 찔렀다

또한 2015년 6월부터 러시아에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 가짜 계정의 3천 개의 광고에 대해, 10만 달러를 지불했다는 페이스북의 폭로가 있었다. <뉴욕타임스> 편집국은 이를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전례 없는 외국의 침공과 이에 관한 명백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10만 달러 광고 구매가, 68억 달러에 달하는 선거 비용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 같지는 않다. 페이스북에 의하면, 대다수의 광고는 미국 대통령 선거나 투표, 또는 특정 후보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LGBT 문제에서부터 인종, 이민, 총기 소유에 대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이념적 관점에서 사회적, 정치적으로 분열을 증폭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페이스북은 56%의 광고가 “선거 이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광고들은 일반적으로 “러시아의 허위정보”로 묘사되지만, <워싱턴 포스트>는 “그 광고들은 크렘린과 관계된 인터넷 리서치기관 계정으로부터 나온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의심되는 러시아 계좌에 대한 페이스북의 초기 검토에서 이 회사들은 외국 정부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재정적 기준이 있다고 밝혔고, 페이스북 보안팀은 러시아의 허위정보나 러시아 연계 계좌에 의한 광고구매의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러시아 게이트의 증거 부재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는 ‘러시아 전술의 정교함은 페이스북의 허를 찔렀다’는 제목으로 어떻게 러시아의 “정교함”을 극복할지 덧붙였다. 페이스북이 러시아의 조작에 대한 분명한 증거를 찾으려 전전긍긍할 때, 힐러리 클린턴과 오바마 대통령의 보좌관들은 비정상적인 사건을 설명할 단서를 찾으며 투표수와 참여자 수를 자세히 조사했다. 그들의 사후 조사에서 제기된 이론 중 하나는, 크렘린으로부터 트럼프 지지를 지시 받은 러시아 요원들이 페이스북 및 기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해 인구 통계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의 미국 유권자들에게 트럼프에 대한 열망은 증대시키고, 클린턴에 대한 지지는 억압해왔다는 것이다.

러시아 트롤(북유럽 신화 속의 유령, 괴물, 도깨비-역주)들이 부동층 유권자들을 마이크로 타겟팅하기 위해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었지만, 그들은 지난 1월 대선에서 러시아의 역할에 대한 병행 조사를 시작한 하원과 상원 정보위원회와 함께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 민주당 상원 의원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5월 개인적으로 페이스북 회사를 방문해 “회사 내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지를 살펴보고, 몇 가지 변화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 1면 기사에는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과 미국 전역의 부정 선거를 연관 짓는 “러시아의 해킹, 방대한 사안에 비해 부족한 정밀조사”라는 표제가 붙어있다. 그러나 계속 읽어 보면 러시아의 해킹에 대한 증거는 없고, 단지 증거가 없다는 비난만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선거 감시위원 수잔 그린할은 노스캐롤라이나 주 더럼에서의 투표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마치 조작이나 사이버 공격 같은 느낌이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더럼뿐 아니라 몇 달 후 버지니아, 조지아, 애리조나 등 다른 주에서 발생한 비슷한 사건들에 관한 의문들은 여전히 남았다. 그러나 그 문제들은 다른 원인으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지역 공무원들은 인적오류와 소프트웨어 오작동을 문제 삼는다. 디지털 방해 공작에 대한 명백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고, 러시아의 역할은 훨씬 적다.” 

러시아 해킹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지적은 9월 말경 국토안보부(DHS)가 2016년 선거에서 21개 주가 러시아 사이버 공격의 대상이 됐다고 통보했을 때 확대됐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를 포함한 3개 주는 “정밀조사 결과, DHS의 결론이 틀렸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며 DHS의 주장을 일축했다.

러시아의 해킹, 프랑스와 독일도 겨냥했을까?

최근 프랑스와 독일의 선거에서도 러시아의 해킹과 허위정보에 대한 유사한 우려를 볼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선거 당선자인 에마뉘엘 마크롱의 캠프를 겨냥한 해킹에 대해 프랑스 사이버 보안 책임자는 러시아 관련의 흔적이 없다고 결론 내리면서 실제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매우 일반적이며 단순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독일은 훨씬 더 혼란스러운 결과에 직면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독일의 투표 준비 과정에서 커지는 미스터리, 러시아는 어디에?’라는 제목 아래 “독일의 투표를 방해하기 위한 러시아 공격의 명백한 부재(不在)는 공격 가능성을 경고한 공무원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스터리가 됐다”고 전했다. 이 미스터리는 매우 심오해서 <뉴욕타임스>도 며칠 후에 “독일 선거의 수수께끼, 왜 러시아는 개입하지 않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만약 영국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면, 그 미스터리는 오래도록 풀리지 않을 것이다. 대다수의 영국 유권자들이 브렉시트를 지지한 후 1년이 넘도록 러시아가 비난을 받고 있다. “브렉시트 투표에서의 러시아의 역할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라는 칼럼에서 이란 비렐은 크렘린에 대한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유럽연합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은 주요 서방 국가들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경멸을 감안할 때 러시아가 국민투표에 간섭하지 않으려 한다면 놀라운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영국 의원들이 러시아와 연계된 트위터 계정에 “국민투표 그 자체의 적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 할 수 있다”는 트윗이 게재된 것으로 전해 듣고, 이 싸움에 가담했다고 전했다. 11월 15일, 영국 총리 테레사 메이는 “나는 러시아에 아주 간단한 메시지를 전하겠다. 우리는 러시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카탈루냐에서 진행 중인 위기 또한 모스크바가 그 배후로 지목됐다. 스페인 정부와 유럽연합은 모두 크렘린 정부가 카탈루냐 국민투표에서 독립을 조장했다고 비난했다. <워싱턴 포스트> 편집위원회는 “카탈루냐는 국민 투표를 실시했고, 러시아는 승리했다”고 즉시 발표했다. 최근 몇 주간 스페인의 <El Pais>는 러시아를 대규모 선거개입과 연결 짓는 여러 기사를 실었다. 조지워싱턴대의 한 연구원은 <El Pais>와의 인터뷰에서 “10월 1일 국민투표를 전후해 러시아와 연계된 소셜 미디어 좀비 군단 계정을 발견했으며, 이들은 스페인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퍼뜨리기 위해 활동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 파생되는 이미지가 있다면, 그것은 수십 년의 공산주의와 1990년대의 비극적인 민영화 계획으로부터 여전히 회복 중인, 고립당하고 제재받는, 석유 의존 국가인 러시아가 어떻게든 더 큰 영향력을 가진 나라들을 약화할 힘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흑인들과 인종차별주의자들 사이에 낀 러시아

러시아는 또한 서구국가들의 선거를 훨씬 넘어선 사안에 대해서도 비난받을 수 있다. 2017년 8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력 사태 이후, 외교 정책고문인 몰리 맥큐는 트위터에 호소문을 발표했다. “우리는 오늘 샬러츠빌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과 사건의 조작, 그리고 미국에 대해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맥큐는 이후 미국 정부 청문회에서 “러시아 허위 정보의 재앙”에 대해 증언했다.)

예일 법학대학원의 아샤 랑가파는 CNN에서 샬러츠빌이 “러시아의 문제를 재조명시켰다”고 주장했다. 물론 랑가파는 “러시아가 미국의 극우정당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인정했다. 그런 한편, “샬러츠빌에 대한 트럼프의 반응을 통해 볼 때 러시아 정부는 유럽의 우익과 연계돼 있으며, 러시아 정보기관이 미국 내에서 적극적 조치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국내 혐오단체를 이용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를 미국 우파 인종차별주의자들과 연결하는 것은 불과 몇 달 전 러시아와 극단적인 관계를 형성했을 때와 대조적이다. 지난 3월 정보기관의 증인들은 러시아의 “21세기 사이버 침공이 ‘Occupy Wall Street’나 ‘the Black Lives Matter movement’와 같은 시위를 부추김으로써 미국을 불안에 빠뜨리려 했다”고 의회에서 엄숙히 증언했다. 이 주장에 대한 증거는 두 가지 움직임 모두 러시아 국영 텔레비전 네트워크인 RT(2)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이다.

공화당의 제임스 랭크포드 상원의원은 인종차별에 항의하기 위해 애국가가 나오는 동안 무릎을 꿇고 있는 NFL선수들에 관한 트위터에 대해, 러시아인들이 “이 나라에서 분열을 조장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딜런 바이어스 CNN 기자는 퍼거슨과 볼티모어의 청중을 겨냥한 러시아어 연계 광고 ‘Black Lives Matter’에 대해 “이 광고를 구매한 러시아인들은 ‘Black Lives Matter’ 광고를 지역 사회에 내보내는 것이 정치적 불화를 일으킬 수 있음을 이해할 만큼 정교하며, 이들의 목표는 실제로 혼란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실제로 전문가와 입법자들이 청중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트위터는 페이스북에 의해 확인된 3천 개의 광고 중, 2016년 선거에서 러시아의 개입과 관련된 약 2백 개의 계정을 의회에 제출했다. 트위터에는 3억 2,800만 명의 사용자가 있다. 이렇게 많은 사용자 중 2백 명만 제출하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난다. 또한 퍼거슨과 볼티모어 등의 ‘Black Lives Matter’ 시위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인종차별주의에 대항하는 시위를 촉구하는 외국 요원이 됐다.

러시아의 개입과 흑인운동을 연계시키는 것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1919년 7월 <뉴욕타임스>는 “Reds, 흑인반란을 선동하다”, “급진론자들이 흑인들의 폭력성을 자극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FBI는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미국 공산당과 긴밀한 관계라고 주장하면서 도청을 정당화했고,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시민운동을 소비에트의 음모라며 매도했다. 그렇다면 다시금 매카시즘 전술이 부활한 것은 당연하다. 트위터는 이런 소란 이후, 러시아 연계 계정 식별기준에 키릴 문자가 포함된 이름을 사용하거나, 러시아어로 빈번히 글을 올리는 것을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한편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은 페이스북에 “사용자 언어 설정, 사용 통화나 지불수단을 포함해 러시아와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될 수 있는 개인이나 단체의 러시아 연계 계정” 관련 정보를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파인스타인은 또한 트위터에도 위키리크스 발행인 줄리언 어산지의 여러 주고받은 메시지를 넘겨줄 것을 요구했다. 어산지에 따르면 그가 자신의 미국 변호사에게 보낸 메시지도 포함돼 있다.

미 하원의 재키 스페이어는 유튜브에 광범위한 시청자가 있는 RT의 방송금지를 고려할 것을 구글에 촉구했다. 켄트 워커 구글 법률고문은 RT에 대한 “신중한” 검토 결과, “편파적 발언 및 폭력에 대한 선동 등과 관련해 우리의 위법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스페이어는 구글 네트워크가 “선동의 기계”이며 “적들의 무기”라 답했다.

“RT에서 일한 경력은, 언론인의 주홍글씨”

RT가 매일 3만 명의 시청자를 자랑한다는 사실을 무시하더라도, 국가정보국장은 보고서에 2015년 2월부터 방송을 중단한 TV 프로그램 ‘Breaking the Set’을 인용하면서, 그 네트워크는 미국 민주주의나 시민의 자유에 대해 좋지 않은 점을 부각한다고 비난했다.

RT와 스푸트니크에 대한 조사는 모스크바와 워싱턴 사이의 긴장을 증대시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토요일 기자 회견에서 RT에 대한 조사를 “우리 미디어에 대한 공격”이라고 일컬으며 “우리는 분명히 대응할 것이고, 그것은 또한 상호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기금을 지원하는 ‘Radio Free Europe/Radio Liberty(RFE/RL)’와 ‘Voice of America’와 함께 CNN International 또한 러시아 정부에 비난의 목표가 됐다. 역사를 아는 사람들은 소련에 도전하기 위해 냉전 초기에 설립된 방송국인 RFE/RL의 상징성을 잊지 않았을 것이다. RT와 스푸트니크에 대한 압력은 정부를 넘어서고 있다. 최근의 아틀란틱 카운실(워싱턴DC 소재의 국제관계 싱크탱크-역주) 행사에서 칼럼니스트인 제임스 커칙은 민간 부문 주도하에 불법 계정을 공표하고 RT를 고립시킴으로써, 이들을 사회의 훌륭한 영역에서 밀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커칙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앞날이 창창한, 20대 초반의 서구 언론인들이라 해도 RT에서 일한 전적이 있다면, 명망 있는 언론사에 취직하기 어렵다. 그들이 이 사실을 안다면, 당연히 RT입사를 거절할 것이다.”

러시아 게이트에 초점을 맞춘 몇몇 사람들은 역사상 가장 자격 없고 예측할 수 없는 대통령의 승리에 방향을 잃고 진정한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특히 특권을 가진 사람들은 러시아 게이트가 그들에게 안전하고 온건한 환경을 제공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러시아에 대항해 트럼프에 도전하는 특권층 미국인들로서는 그들이 대면한 많은 유권자들이 반대했던 경제적, 정치적 시스템과의 관계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 방송진행자 레이첼 매도우의 시나리오를 빌려 “만약 대권이 사실상 러시아의 작전일 경우, 현재 미국 대통령직이 러시아 정보기관과 미군 간의 공모의 산물이라면” 그땐 다른 직면할 일은 없다.

러시아 게이트로 인해 놓치고 있는 것들

그러나 러시아 게이트에 주목하는 사이에 경제 불안, 유권자 진압, 민주당 실패, 트럼프의 공약과 인종 간 적개심에 끊임없는 관심을 기울인 기업언론에 대한 문제들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의 언론과 정치 엘리트들이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서민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해킹보다 훨씬 심각한 개입에 직면한 국가에, 러시아 게이트에 대한 강박감이 어떻게 비칠지 고려해야 한다. 카네기 멜론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80개 이상의 선거에 개입했다(이란, 칠레, 과테말라와 같은 군사 쿠데타와 폭력적인 체제 변화는 포함되지 않음). 최근에 미국은 러시아의 이웃 우크라이나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의 타도를 도왔다. 만약 러시아 게이트가 미국 관리들이 우크라이나에서 그랬듯이,(3) 차기 미국 대통령 선출에 대해 러시아 고위 관계자들의 음모를 꾸미는 통화를 조작한다면, 우리는 미국의 반응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대단히 실제적인 미국과 러시아 간의 긴장이 그렇듯, 이런 질문은 무시된다. 푸틴의 이와 같은 발언이 알려진 가운데, 트럼프는 매파인 반(反)러시아 인사를 조용히 요직에 임명했고, 러시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몬테네그로를 새로운 나토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트럼프 최고 군사령관인 조셉 던포드 합참의장은 신무기로 우크라이나를 장악하려는 미 국방성과 의회의 노력을 지지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것이 국가 간에 치명적인 갈등을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면서 이와 유사한 제안을 거절한 적이 있다. 핵보유국과의 갈등은 많은 사람들의 미래를 전멸시킬지 모르지만, 그것은 일부에게는 즉각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기업언론은 “러시아에 관한 나토의 우려는 방위산업에 오히려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군사 관련주가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다고 보고했다. MSNBC의 등급에서 볼 수 있듯 케이블 방송들은 다른 어느 것보다 러시아 게이트에 대해 집중보도했다.

러시아 게이트의 덕을 보지 않은 이들은 그들에게 굴복할 필요가 없다. 트럼프는 러시아의 힘을 빌려 당선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을 포퓰리스트 챔피언으로 잘못 묘사했다. 그를 위기에 빠뜨릴 유일한 속임수는 바로 그 자신이다.  


글·아론 마테 Aaron Maté
저널리스트 겸 <The Real News>의 프로듀서

번역·이경진 
번역가. <르디플로>강의실에서 열리는 수요독서단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1) 아론 마테의 9월 기사 참조
(2) Maxime Audinet 막심 오디네, ‘La voix de Moscou trouble le concert de l’information internationale(러시아 투데이 러시아판 국영 CNN의 야망)’,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17년 4월호‧한국어판 17년 5월호
(3) 2014년 2월, 우크라이나의 정치 위기가 고조된 시점에 공개된 빅토리아 누랜드 유럽·유라시아 담당 차관보와 우크라이나의 제프리 프랫 주미 대사의 통화내용에서 이들은 미국 정부의 이익을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를 구조조정할 방안을 모색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Gq_Xvzn_3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