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교도 앞에서 철학하기

2010-05-10     샤를 알뤼니

 2009년 파리8대학에서 이반 세그레가 발표한 논문 ‘유대인 역사에 대한 유대 애호주의적 반응’은 이런저런 말을 낳았다. 그러나 다른 출판사를 통해 출간된 세그레의 두 권의 책 <아우슈비츠는 우리에게 무엇을 생각하게 하는가?>와 <유대 애호주의적 반응(혹은 지식인의 배반)>(1)에 대해서는 침묵이 흘렀다. 이번 세그레의 논문에 대해서 “이단의 냄새가 난다”고 논문 주임이던 다니엘 벤사이드가 썼다. 벤사이드는 세그레의 저서들이 “유대교 신자 앞에서 벌이는 철학적 논쟁”, “유대인을 대상으로 하는 유머”라고도 했다.(2) 그러나 세그레의 저서에는 그 어떤 논쟁이나 유머가 없다. 다만 은근한 비판과 모욕만 있을 뿐이다. 우선 저자는 철학자 알랭 바디우의 명의를 빌렸다(실제로, 그의 책 중에는 알랭 바디우가 쓴 서문이 있다). 저자는 이스라엘에 있으면서 탈무드를 열심히 연구한 사람인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유대인에 대해 은근한 비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책 곳곳에서 반유대주의는 아니더라도 유대인인 자신을 증오한다는 것을 드러낸다. 유대인에 대한 모욕인 것이다. 과연 이 두 권의 책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세그레의 두 권의 책은 반유대주의, 이스라엘의 위치, 쇼아(Shoah·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역자) 등이 서구 역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완전히 새롭고 삐딱한 시선으로 분석하고 있다. 첫 번째 책 <아우슈비츠는 우리에게 무엇을 생각하게 하는가?>는 철학(마르틴 하이데거, 필리프 라쿠 라바르드), 수학(장 이브 지라르), 정신분석(다니엘 시보니), 이데올로기(알랭 핀키엘크라우트, 클로드 란츠만, 장클로드 밀네, 에리크 마르티)에서 나온 현대이론 관련 저서에 대해 의문점을 던진다. 아우슈비츠의 특수성, 나치 범죄에 대한 입장 때문이다.

<유대 애호주의적 반응>은 알랭 바디우가 서문에서 “글자 그대로의 사회학”이라고 한 새로운 학문을 방법론적으로 다룬다. ‘사회학’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유대인이라는 그룹을 사상적 면에서 다루기 때문이고 ‘글자 그대로’라는 말이 붙은 것은 세그레가 텍스트만 참고하고 있어서다. 이 덕에 세그레는 효과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또한 <유대 애호주의적 반응>에서 세그레는 ‘쇼아-이스라엘-전통’의 등식을 실제로 ‘민주주의-미국-현대’라는 등식으로 은근히 바꿀 수 있다고 본다.

프랑스 지식인, 전통 시오니즘을 주장하는 드라이, 미국과 완전히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알렉상드르 아들러, 인종·문화 사회학자인 에마뉘엘 브레너, 반유대주의를 곧 반미로 보는 피에르 앙드레 타기에프에게는 세그레의 주장이 당황스러울 것이다. 세그레는 책에서 결론 내지 않는다. 독자가 자유롭게 결론 내리게 열린 결말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의 책이야말로 차원 높은 비판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글•샤를 알뤼니 Charles Alunni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각주>
(1) <아우슈비츠는 우리에게 무엇을 생각하게 하는가?>, 알랭 바디우의 서문, 파리, Nouvelles éditions Lignes, 2010. <유대 애호주의적 반응(혹은 지식인의 배반)>, 리, Nouvelles éditions Lignes, 2010.
(2) 다니엘 벤사이드, <라 리뷰 앵테르나시오날 데 리브르 에 데 지데>(파리·2009년 11월 15일)에 기고한 <파문을 일으킨 논문: 유대인 역사에 대한 유대 애호주의적 반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