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갈에서 도쿄까지, 느린 저널리즘
2017-12-01 장 스테른 | 기자
어느 지역 일간지의 50대 특파원이 젊은 떠밀려,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본사로 발령이 난다. 영국 드라마 <브로드처치(Broadchurch)>에 나오는 이 상황은, 책상에 앉아서 쓰는 ‘체어(Chair) 저널리즘’과 발로 뛰는 ‘현장 저널리즘’의 대결을 잘 보여준다. 성격은 다르지만, 저널리즘에 대한 책을 두 권 소개한다. 제이크 아델스타인의 <도쿄 바이스>(1)와 다비드 뒤프렌의 <유쾌한 밤의 카페, 뉴문>(2)이다. 각각 도쿄의 유흥가 가부키초와 파리의 유흥가 피갈을 배경으로 한 두 작품은 오랜 시간을 들여 정밀취재를 하는 ‘느린 저널리즘’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일본어를 배우러 1990년대 초 일본에 온 미국인 아델스타인은, 1993년 일본 일간지 요미우리 신문(3)에 입사한 최초의 외국인 기자가 된다. 도쿄 경시청 소속 기자실로 발령 받은 그는 마사지숍으로 위장한 섹스클럽에 야간 잠입해 취재하고, 마약거래, 노동착취, 살인, 협박, 돈세탁을 폭로한다. 이로 인해 살해위협을 받던 그는 일본을 떠난다. 한편 1987년 파리 피갈에 있는 캬바레 뉴문을 알게 된 뒤프렌은 그 곳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은 <유쾌한 밤의 카페, 뉴문>을 출간했다. 스페인계 프랑스 그룹 마노네그라, 프랑스 펑크록 그룹 밤파스의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던 뉴문은 2004년 4월 헐리고 만다. 뒤프렌은 뉴문에서 공연했던 배우들을 수소문해 인터뷰하고, 언론보도 등 각종 자료를 수집해 뉴문과, 뉴문이 있던 마을 피갈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렇게 사회의 은밀한 부분을 심층취재, 보도하는 밀착 저널리즘(미국에서는 내러티브 논픽션)은 소설 같은 전개, 대사, 1인칭 시점 등 주관적 개입을 강조하는 곤조 저널리즘(Gonzo journalism) 코드를 답습하며, 한 때 시대상을 다루는 틈새 저널리즘으로서 각광 받았다.
글·장 스테른 Jean Stern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한불과 졸업. 역서로 <술레이만 시대의 오스만 제국>(2016) 등이 있다.
(1) Jake Adelstein, <Tokyo Vice>, Points-Seuil, 파리, 2017년, 드라마로 각색.
(2) David Dufresne, <New Moon, café de nuit joyeux>, Seuil, 파리, 2017년, 아르테 채널의 다큐멘터리로 각색.
(3) 전성기에는 매일 1,500만 부의 판매기록을 세웠고, 현재도 매일 1,200만의 판매부수를 자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