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두 나라'로 쪼개지나

시조르다니와 가자지구, '불신과 적개심' 팽배… '사실상 적국'

2008-10-29     아미라 하스 | 특파원

 

 

7월 초 시조르다니와 가자 지구 주민들은  좋은 소식을 들었다. 두 점령 지역에 사는 학생들의 대학입학 성적이 동시에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가자 지구 교육부가 그 결과를 하루  먼저 공개한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사실과 달랐다. 2007년 6월 이후 시조르다니의 라말라에는 파타 세력의 정부가 수립되고, 가자에서는 하마스가 장악한 정부가 세워지면서 팔레스타인 지역의 '권력'이 두 개로 나뉘어져,

 

 대학입시조차 서로 갈리지 않나 하는 우려감이 앞섰던 것이다. 물론, 교육, 보건, 복지 같은 기본적 서비스를 담당한 부서는 나눠지지 않았다는 게 권력 핵심권 주변 사람들의 얘기다. 하긴 두 개의 권력이 있다 해도 팔레스타인의 모든 것을 둘로 쪼개지는 않았다.
 실제 8월엔 파타와 하마스 간의 화해를 목적으로 한 새로운 회담이 이집트의 후원으로 열렸을 때, 라말라에서는 파타와 연결된 노조가 가자 지구 공공 부문 노동자에게 파업을 호소하기도 했다. 7월 중순엔 다시 팔레스타인 사회는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 누가 대학입학 시험을 잘 보고 못봤는 지에 관심을 쏟았다. 이곳 사람들은 분단이 이스라엘 점령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모두 잘 알고, 두 '정부'는 제한적인 책임만 있고 이스라엘 점령군이 사실상 권력을 쥐고 있다는 것도 잘 인지하고 있는 듯 했

 

다.
 
 하마스와 파타 간 대립, 주민들 희생
 2006년 1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하마스가 승리한 이후, 합법 정부의 총리 자격으로 이스마일 하니예는 가자의 가장 우수한 학생에게 특별 장학금을 주었다. 시조르다니 지역의 학생을 포함해서 다른 열 몇 명에게도 장학금을 수여할 것을 약속하였다. 그러나 2007년 6월, 하마스가 파타 소속으로 밝혀진 가자 지구 치안 요원들을 축출하면서 군사적인 통제력을 장악한 이후, 하니예는 마흐무드 아바스 대통령에 의해 실각되었다.
 가자 지구 150만 주민들은 하마스와 파타의 상호 적대감으로 인해 매 순간 고통 받는다. 또한 더욱 잔인해지는 이스라엘의 봉쇄로 인한 대가, 특히 빈곤의 고통을 감당해야 한다. 가자의 빈곤율은 79.4%(수입 기준) 또는 51.8%(소비 기준)인데, 이는 시조르다니의 빈곤율인 45.7%와 19.1%보다 월등히 높다.1)
 2006년 민주선거와 2007년 6월 하니예 총리 축출에 이르는 기간, 이스라엘의 봉쇄 조치는 주로 시조르다니를 겨냥하였다. 두 지구간의 정치적 결별 이후 시조르다니에 대한 봉쇄가 해제되면서 그곳 220만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활고를 약간 덜어 주었으나, 결과적으로 가자지구와의 거리는 더욱 멀게 만들었다.
 두 개의 정부가 초래한 분단 상황에 대해서 시조르다니 사람들은 그다지 문제 의식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이는 지난 여름, 경제 봉쇄 당시 라말라에서 가자 지구와의 연대를 호소하는 시위에 동참한 사람의 숫자가 보잘 것 없는 숫자였던 데서도 잘 드러났다. 시조르다니 사람들에게 두 정부의 각료 이름을 물어보면 대답을 잘 못한다. 그들은 관심조차 없다.
 가자 정부 종교 담당 차관인 유세프 알-라카브는 지난 4월 라말라의 댄스 축제 조직자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가자 지역이 봉쇄를 당하고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고 있는 와중에 웬 춤이냐는 것이다. 라말라에선 이를 두고 "이런 민족주의 감정 뒤에 남성과 여성을 분리하려고 하는 이슬람 근본주의적 의도가 있다"고 폄훼했다.
 그러나 하마스의 선거 승리 이전에도 가자 뿐 아니라 시조르다니에서도 공공 행사에서 남녀 분리는 일반화된 것이었다. 그래서 라말라의 문화적 활기는 시조르다니에서조차 예외적인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스라엘 군대의 침투와 봉쇄에 익숙한 곳에서 온 사람들에게 라말라는 너무 흥겹고 만족한 도시처럼 보이는 것이다.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유명한 지도자 집안 출신이며, 대졸 학력을 지닌 C 씨는 "자못 냉소적 현상"이라고 평했다. 그는 본래 가자 지구의 하마스가 종교적 아젠다에 치우친 것을 걱정했고, 자신의 아이들을 그런 권위주의적 이슬람 정권하에서 키우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다행히 자신의 직업 덕분에 시조르다니에 살게 되었으며, 이스라엘은 그가 그곳에 살도록 허락했다.2) 그러나 그는 실체도 불분명한 국제적 지위와 일부 개인적 특권을 얻는 대가로 민족해방 투쟁 정신을 내팽개친 팔레스타인 정부의 '냉소'적 태도 때문에 라말라 역시 혐오했다. 그래서 자신의 중산층 친구들이 그랬듯이, 스스로도 고통스럽지만 이민을 생각중이다.

상대지역 '파업선동'과 보복 일상화 
분단 상황, 일반 주민들 '무관심'

 
 상대 진영에 대한 탄압과 선동 다반사
 두 지역 간의 해묵은 지역 갈등엔 정치적 이념적 갈등도 덧붙여졌다. 가자 지구 사람들은 시조르다니 주민들이 항상 자신들을 멸시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지역 갈등은 파타의 내부에서도 존재하며, 자치 정부의 구조적 문제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3)
 라말라에는 2007년 6월 가자 지구를 탈출한 십 여 명의 파타 간부들이 살고 있다. 하마스에 대한 그들의 거부감은 여전하다. 그들은 가자 지역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사건들에 대한 약간의 과장된 보고서를 공개하였는데, 하마스 운동원 뿐 아니라 가자 지구의 인권 단체 직원 및 팔레스타인 좌파 전직 활동가들도 이에 수긍했다.4) 그러나 '가자의 망명자들'은 그들의 정치 담론이 라말라의 지배 담론과 일치함에도 불구, 배반자이자 가자 출신이라는 이유로 라말라에서 무시당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면, 아마도 이스라엘에 있는 수감자들에 대한 걱정일 것이다. 이들의 석방을 마음속으로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난 8월 하마스가 시조르다니에서 만기 출소되는 수감자들을 환영하기 위한 모임을 개최하였을 때, 참석한 사람은 적었다. 행사장에는 팔레스타인 기자도, 파타 측 관계자도, 재소자 담당 부서 대표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하마스 측은 많은 운동 간부들이 이스라엘 감옥에 갇혀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마음과는 달리, '하마스' 행사에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꺼린다는 게 진짜 이유일 것이다. 사람들은 침묵을 선택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인 장소에서 드러내지 않는다. 심지어 체포, 고문, 폭행, 고발, 해고 등의 위험 때문에 더욱 두려워하고 있다.
 라말라 정부 당국은 시조르다니에서 가능한 한 모든 조치를 취하면서 하마스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려고 한다. 자선 단체와 비정부 단체의 폐쇄, 단체 지도부의 교체, 책임자 체포 및 무력을 통한 시위해산, 하마스계 신문 금지 등이 그런 것들이다.
 정부 당국이 개입하지 않는 곳은 이스라엘 군대와 정보부가 맡았다. 간혹 당국과 이스라엘은 동일한 목표로 움직이곤 했다.
 'M'은 밀고자들에 대해서 할 말이 많다. 가자 지구 난민촌에서 태어난 그는 90년대 중반에 팔레스타인 경찰에 들어왔다.

 2007년 6월 라말라 정부의 아바스 대통령이 가자 지구의 모든 치안 요원들에게 출근 정지를 명령하였을 때, 그는 그대로 따랐다. 이슬람 신도인 그는 가자 지구를 장악한 하마스를 지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누군가가 그가 출근하고 있다고 밀고한 후, 월급이 끊겼다. 이후 라말라 당국은 이것이 허위고발이었다는 점을 인정하였으나, 시정 조치는 더디기만 했다. 'M'은 여전히 월급을 못 받고 있다.  

 테러와 체포에 파업·해고로 맞서
 '두개의 권력'이 존재하는 현실은 이처럼 황당하다. 'M'처럼 예외적 경우를 빼놓곤, 라말라 당국의 지시를 따라 근무를 하지 않았던 공무원들은 그 후 월급을 받으며 근속 일수도 길어졌다. 그러나 계속 근무를 고집했던 공무원은 임금이 지급되지 않았고, 가자 지구 정부가 이를 보상했다. 가자 지구 정부는 또한 아바스 대통령의 보이콧 명령으로 인해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새로 고용한 수천 명의 공무원들의 임금도 지급하였다. 더욱이 친 파타로 분류된 지자체는 해산되고, 하마스 사람들로 대체되기까지 하였다.
 시조르다니 서쪽의 한 마을에서 경찰관으로 근무하는 'K' 또한 하마스 군사조직에 연루되었다는 이유로 고발당해 해고되었다. 2007년 후반엔 시조르다니의 공공 부문에서 이 같은  해고가 홍수를 이뤘다. 대량 해고의 희생자들은 과거 파타가 그랬듯이, 하마스의 정실 인사에 의해 고용된 사람들이었다.
 시조르다니에서 하마스에 대한 위협과 탄압이 있는 것과는 정반대 현상이 가자 지구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하마스는 단체 해산, 불법 체포, 고문, 언론 봉쇄, TV 방송국 사무소 탄압,  폭력적인 시위 진압 등 파타와 연루된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었다.
 일부 하마스 반대자들은 하마스가 시리아와 이란에도 침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가자 지구엔 많은 밀고자들이 있으며, 이들은 누가 회교사원에 가고, 안가는 지까지도 보고한다. 그리고 남의 집안까지도 몰래 감시한다.
 "집에서 친구들을 초대해서 술을 약간 마시고 수다를 떠는 것이 우리의 유일한 도피 행각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이것도 두려워요."
 이곳 사람들은 "하마스 경찰들은 차 속에 있는 남녀를 연행해서 이들의 결혼 여부까지 확인한다"며 치를 떨었다.
 그럼에도 '보통 사람들'은 택시 속에서, 미장원에서, 시장에서, 전화 통화중에, 혹은 하마스 지지자들과의 논쟁 중에도,  계속 불평하고 비판적 의견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5)
 2008년 6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 체결된 휴전협정 이후 당국은 베이트 하노운(이스라엘로 통하는 북쪽 관문) 장벽 근처에 검문소를 설치하였다. 이곳에서 누가 들어오고 누가 나가는지를 적으며 나가는 이유를 묻는다. 입구에선 알콜을 찾기 위해 가방을 뒤진다. 가자 지구 외곽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어려운 이스라엘 통행 허가를 받은 환자들을 제외하면, 출구를 통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국제기구 직원이나 라말라가 통행을 원하는 자들이다.
 지난 7월, 하마스는 파타 소속의 간부 두 명이 라말라에 가는 것을 금지하였다. 그 무렵 가자에서 한 젊은이가 체포된 적이 있다. 해변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 당시 그가 하마스의 군사조직에 속한 5명의 행동대원의 사망을 축하하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는 이유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테러의 배후라고 주장하고 테러 행위자를 추적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고의건 아니건 하마스는 즉시 파타를 용의자로 지목하면서 대대적인 체포 작전을 개시했다. 파타 관할 사회복지시설을 폐쇄하고 유명 인사를 구금하였으며, 테러리스트가 은신하고 있다고 의심되는 운동 조직과 유혈 무력 충돌을 감행하였다. 
 그러자 라말라 당국의 파업 명령이 내려졌고, 역시 확전을 선택하였다. 라말라 정부가 중앙에서 통제하는 교사총연맹은 가자 지구 국립 학교 교사들에게 파업 명령을 내렸다. 파타 지지 성향의 교사와 교장을 교체하려는 하마스의 조치에 반대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인권단체가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일부 교직원의 교체는 직업적 기준에 의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 법적으로 고용주인 라말라 정부는 파업을 지지하면서 파업을 방해하는 교직원들은 월급을 받지 못하고 심지어 해고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이후 이 협박을 거두어 들였다.
 

 밀고자들 득실… 사생활 몰래 감시·보고
'테러 배후'지목, 체포·구금·유혈극 빈발


 불투명한 앞날…'분단 고착' 우려도
 고등학교 교사인 L은 첫 이틀 동안 무거운 마음으로 파업에 참가했다. 불면증에 시달렸고 하마스 당원이 아닌 주위의 가까운 지인들과 논의했다. 이들의 결론은 파업의 이유가 정치적 행위라는 것이었다. 가자 지구에서 파업을 조장한 라말라 정부 스스로 몇 달 전에는 시조르다니의 공공 부문 근로자들이 물가 상승과 연계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돌입하자 제재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6)
 하마스는 또한 파타 지지자로 판명된 파업 노동자를 체포하고 다른 노동자들을 위협했다. 그리고 파업 노동자들을 대체하기 위해 친정부 노동자를 고용하였는데, 이들은 종교 교육을 목적으로 한 청년 노동자 및 학생들이 주를 이루었다. 라말라 정부 당국은 의도적이든, 오판에 의해서든 결과적으로 행정 공백을 초래했고, 그 자리는 결국 하마스에 의해 채워졌다.
 L은 이틀 동안의 고심 끝에 일터로 돌아왔다. 그녀는 라말라에서 파타 계열의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진 '변절자' 리스트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하였다.
 가자 지구 보건부 장관은 직원들이 파업에 참가한다면 민간 병원과 비정부 기구에서 일하는 것을 금지시킬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많은 수의 직원들은 파업 지시를 무시하였는데, 이는 이러한 위협에 대한 공포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보단 이스라엘의 각종 제한 조치들에 의해 가뜩이나 최악의 상황에 처한 의료·보건상황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7)
 하마스는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근로자들의 월급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이스라엘의 경제 봉쇄 조치에도 불구하고 가자 지구 정부는 다양한 방법으로 자원을 조달받고 있다. 외부 '이슬람 형제들'의 기부금, 소득세(특히 라파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터널을 통과하는 상인들로부터 징수한 세금)등이 있다. 그러나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이 정도론 충분하지 않다. 더욱이 그 중 상당 부분은 하마스 내부 조직 운영비와 보안체제 유지비로 들어간다.
 가자 지구 공공 부문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법률이 예고하는 파업 기준을 무시하는 데 대해서도 불만이 높다. 그럼에도 월급, 근속일수 그리고 퇴직금을 잃어버릴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파업에 참가한다. 나아가선 지금과 같은 '두 개의 정부'의 현실이 종식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시조르다니에서는 정반대로 인식하고 있다. 이들은 정치적 분단이 오랜 시간 지속될 것이라는 가자 지구 사람들의 생각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번역 | 김태수 asticot@ilemonde.com

독립 관심없는 두 정부 '이스라엘 하청기관?'

 라말라 북부 카라트 바니 제이드의 지자체 단체장인 파티야 바르구티는 관할 부처의 승인을 받기 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해야 했다. 법에 의하면 적자상태에서는 관할 부처의 승인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06년 하마스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보이콧과, 이스라엘의 포위가 강화된 이래 모든 지자체가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그녀 역시 예외는 아니다.
 "법을 현실에 맞게 적용할 것이라고 위에서 약속은 합니다. 그러나 입법의회가 기능하지 않기 때문에 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이러한 일상적인 '조작'은 헌법상 아무런 정당성도 없는 두 개의 정부가 존재하는 팔레스타인의 비정상적 정치 현실을 반영한다. 하나의 정부는 해산되었으나 계속 기능하고 있으며, 다른 하나는 임시정부이기 때문에 이미 오래전에 선거를 치렀어야 했다. 하긴 의회가 마비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전체 의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가자 지구 의원들은 대부분 하마스 소속으로서, 정기적으로 모이고 법률안을 고안하기도 한다.
 원칙적으론 77명의 하마스 소속 의원을 포함해서 총 132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의회는 시조르다니와 가자를 동시에 관할하게 돼있다. 의회는 또 시조르다니에 거주하면서 지난 2년 동안 이스라엘에 체포당한 40명의 하마스 소속 의원의 위임장을 갖고 있다. 의결 정족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라말라에서 입법회의(국회)는 열리지 않는다. 대신 살람 파이야드 정부는 입법의 임무를 띤 특별 부서를 신설하였다. 아바스 대통령은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대통령령'을 공포하곤 한다. 로이터 통신에 의하면 2007년 6월 이후 406개의 법률과 대통령령이 이러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팔레스타인 법률가들과 입법회의 의원들은 입법부와 행정부간의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의 독재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당국자는 "법을 만들지 않고 통치할 수는 없으며 정부가 만든 법은 위기 상황이 종결되면 무효화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2005년 1월 대통령에 당선된 마흐무드 아바스의 임기는 2009년 1월에 종료된다. 하마스는 2005년 입법회의에서 채택된 선거법이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동시에 치른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아바스 대통령의 임기가 2010년 1월까지 연장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선거법 보다 팔레스타인 기본법을 우위에 놓으면서 임기 이후의 아바스 씨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하였다. 그러나 팔레스타인해방기구와 파타조차도 그들의 내부 임원 선거를 치를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 논쟁에 앞서 모두가 고민하는 현안이 있다. 두 정부들이 당장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와 이들이 지불하는 임금 문제가 그것이다. 월급이 은행 계좌에 도착하지 않을 때마다 사람들은 두 개의 정권이 초래한 현실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파타와 하마스는 오직 권력 장악에만 관심을 두고, 고착되는 분단 상황을 걱정하지 않는다.  민족 독립이란 궁극적 과제를 위협하는 것에도 관심을 갖지 않은 채, 이기적 싸움에 혈안이 돼있다.
 이런 관점에선 하마스가 파타보다 한 술 더 뜬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했다. 많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하마스는 다르게 행동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심지어 일부 파타 지지자들도 하마스를 선거에서 찍었다. 그러나 하마스는 족벌주의, 특권, 불법행위, 도처에 출몰하는 무장집단과 부도덕한 지도자들로 대변되고 있다.
 두 정부에 대한 더욱 신랄한 비난도 들린다. 즉, 권력을 잡으면서 라말라 정부는 이스라엘 보안 당국의 하청업체처럼 행동하며, 이스라엘의 식민화 정책이 순조롭게 추진되는 와중에서 끝없는 '평화'교섭을 벌인다는 비난이다. 이들의 정당성은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서방세계의 지지에서 나온다는 비판도 있다.
 가자 정부는 또한 그토록 작고 포위됐으며, 외부로부터 단절된 땅에서도 이슬람 정권이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권력을 놓지 않으려 한다. 가자 지역의 어느 하마스 반대자는 "우리를 가지고 그들은 무엇을 했지?"라고 한숨 섞어 반문했다.
 번역 | 김태수 asticot@ilemonde.com

 


 

* 언론인, <가자에서 바닷물을 마시다> 1993-1996 Boire la mer a Gaza. Chronique 1993-1996, La Fabrique, Paris, 2001. <라말라 서신>, 1997-2003 Correspondante a Ramallah, 2003, La Fabrique, Paris, 2004. 저자.

1) 중동 지역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와 지원을 위한 유엔 사무국(UNRWA) 보고서: Prolonged Crisis in The Occ-upied Palestinian Territory : Socio-Economic Developments in 2007.
2) 1990년대 초부터 이스라엘은 가자 주민 대부분에게 시조르다니 이주를 허락하지 않았다.
3) 2007년 6월 이후 라말라 정부는 가자에서 여권 관계 서류 뿐 아니라 내무부 및 공무원 인사 관련 부서 자료들을 입수하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여야만 했다.
4) 이스라엘군은 이스라엘 기자가 가자 지구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모든 인터뷰는 전화로 진행되었다.
5) 그러나 나 또한 마찬가지지만 가자와 시조르다니 주민들은 자신의 지역 정체성을 강조하지 않기를 바란다.
6) 7월 둘째 주, 시조르다니 교사노조는 임금 인상 요구와 함께 가자 지구 교사들을 지지하는 새로운 운동을 전개하였다.
7) 마안 통신사가 공개한 유엔 사무국 집계에 의하면, 9월 5일 가자지구의 의료·보건 부문 직원의 48%와 교사의 절반이 파업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