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치안조치의 불순한 배경

2017-12-29     로랑 보넬리 | 파리 10대학 조교수

정계는 때로 흥미로운 광경을 연출한다. ‘세비 횡령 공모 및 은폐’, ‘자금유용 공모 및 은폐’에 이어 ‘위·변조 및 고의적 사용, 가중 사유가 있는 사기죄’ 등 3건의 혐의로 기소된 프랑수아 피용(공화당)이 “무관용, 불처벌이라는 단순한 원칙의 단호한 적용”을 호소했던 때와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해이해진 사법체계를 바로 잡겠다”고 한 마린 르 펜(국민전선)이 보좌관들을 상대로 ‘배임’건을 조사하려는 경찰의 소환에 유럽의회 의원의 사면권을 내세워 6월 말 이전에는 응할 수 없다고 할 때처럼 말이다. 

일관성 없음과 무례함을 넘어서, 치안문제는 2002년 이후 늘 그랬듯 또다시 프랑스 대선의 주요쟁점으로 부각됐다. 형사처분 가능 연령을 16세로 하향 조정(피용)하거나, ‘교외 우범·취약지대 해소 계획’을 마련하겠다(마린 르 펜)는 등 특히 극단적인 제안으로 이목을 끄는 후보들도 있었지만, 후보 대부분이 제시한 방법은 놀라울 정도로 유사했다. 치안유지에 필요한 수단을 양적으로 확충하면 된다는 단순한 계산으로 (공공 또는 민간) 인력과 기반시설(교도소, 소년원, 기술시스템)을 늘리고 법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사고방식은 1990년대 말부터 집권한 모든 정부에서 꾸준히 이어져왔다. 그리하여 40여 개의 법안이 채택됐다. 이 법들은 새로운 유형의 범죄(강압적 구걸, 간접적인 성매매 호객행위, 상습적 대중교통 무임승차, 건물 로비 점거집회 등)를 막아내지 못했고, 형사처분을 체계화하고 강화하거나 경찰권(구속기간 연장, 도청 및 감청 권한 확대, 경찰 기록물 확대 등)을 확대했다. 그 논리적 귀결로 프랑스 교도소는 현재 7만 명 이상의 수감자로 북적이고, 금고형 이외의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있거나 형 조정 대상이 된 사람은 17만 명에 이른다. 법원의 제재를 받는 사람의 숫자가 1997년에서 2017년 사이 약 50% 증가했다. 도시와 교외의 거리는 그만큼 안전해졌는가? 폭행, 주거침입, 절도, 성폭행, 테러가 이전보다 줄었는가?

참담한 결과 앞에서 주요 대선 후보자들은 다시 무모한 정면 돌파에 승부수를 걸었다. 그들은 여기서 정치적 수확을 얻을 것이라고 확신했거나, 아니면 상상력이 부족한 것인지 모른다. 어느 쪽이든 그들은 공소가 개인과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애초에 척결하려던 악을 재생산하거나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을 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과도한 치안 조치 완화에 착수할 때가 아닐까?

첫 번째로 손을 봐야 할 곳은 교도소다. 모든 연구결과가 교도소가 수감자에게 악영향을 끼친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구금은 무엇보다 기관의 대리인에 대한 적대감을 키운다. 수감자들이 갇히기 전에도 학교나 경찰, 법원과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교도소라는 기관은 그들의 존재 자체를 규제하는 곳이다. 따라서 기관과 그들의 관계는 심각한 경우 한층 폭력적인 형태로 발전할 수 있으며, 이때 수감자 간의 연대감은 깊어진다.

공동체에 속하는 일은 다른 수감자들의 폭력은 물론 제도적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형성된 관계(때로는 우정)는 수감이 끝난 후에도, 즉 범죄자나 과격 활동가로서 살아갈 때도 계속 영향을 준다. 수감생활을 경험한 이들의 미래는 암담하다. 형사처분 경력은 이미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고 노동시장에서 배척된 이들의 상황을 더 열악하게 만든다. 그들이 출신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이런 악순환은 재범이 발생하는 이유, 즉 교도소가 ‘범죄학교’(1)로 불리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준다. 

교도소를 신축하는 대신, 다른 유럽국가처럼 교도소를 비워보는 것은 어떨까?(2) 로베르 바댕테르가 법무부 장관을 맡았을 때 이런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1981년 5월에서 10월 사이에 수감자 수는 40%(약 1만 9,000명)가 감소했는데,(3) 그렇다고 나라가 범죄자소굴이 되지 않았다. 20년이 지나 하원의원들도 “현재 교도소는 약물중독, 외국인, 미성년자, 정신질환자 등 여러 유형의 경범죄자들에게 부적합해 보인다. 구금형 중심의 제도에서 벗어나 재범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치안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그들에게 법을 일깨울 다른 처분을 개발해야 한다”(4)며 같은 내용의 결론을 도출했다. 그들의 일시적인 통찰은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몇 달 후, 그들은 결과적으로 앞서 언급된 이들을 교도소로 보내는 내용의 새로운 법안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향정신성 물질 관련 제재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대마초 소비율이 높은 나라에 속한다. 2015년 16~64세의 40.9%가 평생 적어도 한 번 이상, 16~34세의 22.1%가 지난 1년간 1회 이상 대마초를 피운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마초 흡연은 강력한 처벌 대상이다. 2014년 17만 6,700명이 단순 흡연 혐의로 경찰과 헌병에 소환조사를 받았다(향정신성 물질 관련 법 위반 건의 83%를 차지). 2013년 관련 형사처분 중 59%가 단순 흡연에 대한 처벌이었다.(5)

대마초 합법화 주장을 할 때 첫 번째로 나오는 주장처럼 제재가 소비를 줄인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관련 소송은 경찰 당국과 사법당국에 피로를 가중한다. 몇 그램의 약초 때문에 경찰들이 순찰을 멈추고 탐문하고, 혐의자를 체포한다. 대부분 가벼운 처분(벌금, 사회봉사활동, 계도 등)으로 이어지는 사건을 위해 변호사가 호출되고 법관과 법원 서기가 동원된다. 그럼에도, 재범억제 효과는 턱없이 불확실하다. 여기에 소모되는 시간과 비용을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게 낫지 않을까? 좀 더 위중한 범죄 수사에 집중하고 약물중독 예방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 있지 않을까? 장뤼크 멜랑숑(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브누아 아몽(사회당), 필립 푸투(반자본주의 신당)가 내세웠듯, 오스트리아, 우루과이 또는 캘리포니아 등 미국의 여러 주와 마찬가지로 소비를 합법화할 때인 듯하다.

반드시 필요한 변화에는 경찰관리 문제도 있다. 아다마 트라오레, 테오 L, 리우 샤오요 등이 사망한 사건들이 언론에 잇달아 보도되면서, 경찰 폭력 문제는 경찰관리 체제의 허점을 드러냈다. 국립경찰총감사관(IGPN)과 같은 내사과에서 규율위반은 효과적으로 제재하지만, 감시나 검문에서 발생한 폭력 사건을 다룰 때는 지극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6) 법원은 경찰과 일상적으로 맺는 유대 관계에 사로잡힌 듯, 다른 사건에 비해 유독 관대한 판결을 내린다. 조사권과 제재권을 갖춘 외부기구 설치가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일련의 법으로 확대된 경찰의 수사권은 효율성 확보는 고사하고 그들의 자의적 권리만 늘려놓았다. 도청과 위치정보 확인은 물론 위급상황 시 가택수사와 거주지정에 관한 행정절차가 강화됐지만 수사의 질은 나아지지 않았다. 반드시 법관을 이해시켜야 한다는 의무가 오히려 수사관으로 하여금 사건을 서둘러 매듭짓고 동료들에게 이야기할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게끔 했다.

과도한 치안 조치를 완화하자는 제안은, 우선 안전이 불안의 반의어가 아님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일이다. 안전과 불안은 변증법적 관계를 맺고 있어서, 안전을 보장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일탈하는 개인과 집단을 배출하면서 불안을 확대한다. 이는 또한 경찰과 사법부의 활동으로 가장 가시적인 현상만 단순하게 공격하면서 마약, 폭력, 매춘, 이민, 빈곤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안일한 견해를 바꾸는 일이다. 집회에서 간간이 들을 수 있는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는 구호는 정치사회적 질서가 오직 억압으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그 어떤 표현보다 잘 보여준다.  
 
 
 
글·로랑 보넬리 Laurent Bonelli
파리 10대학 조교수, <La France a peur. Une histoire sociale de l’insécurité(프랑스는 두렵다. ‘치안불안’의 사회사)>(La Découverte, Paris, 2008)의 저자. 
 
번역·서희정 mysthj@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Le récidiviste, voilà l’ennemi!(재범자의 탄생과정)’,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4년 8월호.

(2) Léa Ducré&Margot Hemmerich, ‘Les Pays-Bas ferment leurs prisons(네덜란드의 감옥이 폐쇄되고 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5년 11월호‧한국어판 2015년 12월호.

(3) Robert Badinter, <Les Épines et les Roses(가시와 장미)>, Fayard, Paris, 2011.

(4) Commission d’enquête sur la situation dans les prisons françaises(프랑스 교도소 현황에 대한 조사위원회), 프랑스 하원의회, 2000년 6월.

(5) <Drogues, chiffres-clés(마약, 주요 수치)>, Observatoire français des drogues et des toxicomanies(마약과 약물중독 관리청), 2015년 6월, www.ofdt.fr

(6) Cédric Moreau de Bellaing, <Force publique. Une sociologie de l’institution policière(경찰 공권력, 경찰기관의 사회학)>, Économica, Paris,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