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하늘에서 추락한 천사

2017-12-29     비르지니 라루스 | 종교학자

전통적으로 천사에 어울리는 이미지는 순수함과 아름다움, 완벽함 등의 개념이다. 그러나 인간을 혼란에 빠뜨리는 악한 반역 천사들도 엄연히 존재하는데, 악마도 그 중 하나다. 

 
히브리 성서에서 야훼의 곁을 지키는 천사 중 ‘죽음의 천사’라 불리는, 이 무자비한 악령은 인간을 벌하러 온 신의 사자로 이집트의 갓난아기들을 죽이기도 하고(탈출기 12장), 신을 거역한 이스라엘 주민들에게도 벌을 내린다(역대기 상 21장). 이렇듯 잔혹한 행위를 벌이는 장본인이 바로 천사라는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인데, 천사라는 자가 어떻게 이런 혼돈을 일으키고 다닐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이런 ‘악한 천사’라는 개념은 사실 구약성서보다 훨씬 앞서 존재했다. 

고대 중동지역만 하더라도 행운과 불행을 동시에 가져다주는 신의 피조물에 대한 신화는 많았으며, 무시무시한 악령 ‘파주주’도 그중 하나였다. 파주주는 전염병을 퍼뜨리는 존재인 동시에 인간들이 수호 기도를 올리는 대상이었고, 등에는 한 쌍의 날개가 달린 모습으로 묘사된다. 성서 곳곳에 고대 바빌로니아 문명이 녹아있다는 점에 착안하면 이런 파주주의 외형은 꽤 흥미롭게 다가온다. 기원전 7세기 무렵의 조로아스터교(이란의 예언자 자라투스트라가 건립 혹은 개혁한 종교)에서도, 일곱 명의 대천사가 유일신 아후라 마즈다의 곁을 지킨다고 믿었는데, 그중 가장 힘이 센 ‘성령(스펜타 마이뉴)’은 반란을 일으킨 ‘악령(앙라 마이뉴)’에 맞서 천계의 싸움을 벌이고, 결투가 끝난 뒤에는 ‘다에바(훗날 악마가 된 타락 천사)’들이 지상으로 추락한다. 그뿐만 아니라 힌두교에서도 (우두머리 모이자수르가 부추긴) 반역 천사들은 천계에서 추방되는 것으로 믿고 있다.

 
끊임없이 가공되는 타락천사의 신화

타락천사의 원형에는 반역 천사의 추락이라는, 유대-기독교의 저 유명한 신화가 밑바탕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쉬에서부터 <실락원>으로 잘 알려진 시인 존 밀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소재이기도 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히브리 성서에서는 타락천사에 대한 비유가 별로 없고, 있더라도 꽤 모호하게 표현된다. 가령 이사야서(14장)의 경우에는 신의 권위를 넘보려다 추락해 심연으로 내던져진 바벨론 왕에 대해 “새벽별이자 여명의 아들” 정도로만 언급하고 만다. 

 
성 히에로니무스는 라틴어 성경에서 ‘새벽별’이라는 표현을 ‘루시퍼’라는 용어로 바꾸는데, 이는 곧 ‘빛을 지닌 자’를 의미하는 단어로서, 고대에선 유난히 빛나는 항성인 금성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기독교의 대표적인 타락천사로 자리 잡은 루시퍼는 중세 때부터 유명세를 치르다가 판타지 문학에서 악명을 떨치게 됐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구약성서에서 루시퍼가 자취를 감춰 오히려 눈에 띄게 됐다는 점이다. 
 
에스겔 서(28장 11절~19절)의 경우에는 야훼의 이름으로 두로 왕(루시퍼)에 대한 탄식을 더욱 극명하게 드러낸다. “너는 완벽함의 표본이었으며, (…) 에덴동산에서 지냈던 너는 (…) 내가 영롱한 지품천사로 만든 존재였다. (…) 세상에 창조된 이후로 줄곧 모범적인 행실을 보여줬던 네 안에서는 결국 부덕함이 발견됐나니 (…) 나는 너를 신의 산에서 내던져버렸으며, 수호천사였던 너를 불구덩이 속에서 타죽게 했다. 네 마음이 교만해진 것은 바로 네 아름다움 때문이었느니라.” 아마도 이런 근사한 은유를 바탕으로 타락천사의 신화가 만들어진 듯한데, 그 후로 이 타락천사는 굉장히 변화무쌍한 운명을 겪는다. 
 
(교회의 정경(正經)에 포함되지 않는) 수많은 예언서에서는 불구덩이에 던져진 천사 이야기에 해설을 달고 내용을 가공, 재생산했다. 이에 따라 타락천사는 이미 이사야서와 에스겔서에서 언급되던 교만의 원죄에 더해 -다른 천사들이 스스로 죄책감을 느꼈던- 다른 잘못들도 모조리 뒤집어쓴다. 기원전 2세기의 에녹1서는 천사의 타락에 대해 (색욕을 원인으로 꼽으며) 상세히 기록한 가장 오래된 문헌으로 추정된다. (아담의 7대손 이름을 딴 에녹서는 그 저자가 누구인지 명확히 전해지진 않는다.) 에녹서에서는 창세기의 약간 미심쩍은 한 대목(6장)을 옮겨놓고 있는데, ‘신의 아들’이 어떻게 ‘인간의 여식’과 간음해 ‘네필림’이라 불리는 거인들을 탄생시켰는지에 대한 내용이다(‘네필림’이란 히브리어로 (하늘에서) 떨어진 자를 의미한다). 
 
에녹서는 이 대목을 (신의 아들인) 천사가 하늘에서 추락한 것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괴물의 형상을 한 그 자식들은 곧 세상 모든 악의 기원이 된다. “거인들은 인간의 노고로 만들어낸 모든 결실을 집어삼켰으며, 이에 따라 인간들은 더 이상 이들을 먹여 살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자 거인들은 서로 손을 잡고 인간에 대항해 이들을 죽인 뒤 잡아먹어 버렸다. 이들은 모든 짐승과 새에 대해 죄악을 범하기 시작했으며, (…) 자기들끼리도 서로 잡아먹고 피를 마셨다.”
 
게다가 신의 율법을 어기고 그 본분을 져버린 아자엘, 세미야자, 바라키엘, 코카비엘 등의 천사들과 그 동료들은 여성들에게 보석으로 단장하고 화장하는 법을 가르쳤으며, 남자들에게는 무기 만드는 비법을 알려줬다. 그리고 인류 전체에게 마술과 마법, 점성술을 전해줬다. 하지만 타락천사의 죄악은 교만과 색욕에 그치지 않고 시기심이 더해진다. 기원전 1세기의 또 다른 예언서 <아담과 이브의 생애>에서는 일부 천사들이 아담 앞에서 무릎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에 천국에서 추방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은 자신의 존재 안에 신의 빛을 지니고 있는데, 신이 자신의 모습을 본 떠 인간을 만들고, 인간에게 자신의 숨결을 불어넣어 생명을 얻게 해준 까닭이다. 이는 천사들조차도 누리지 못한 호사였다. 그러자 이들의 우두머리였던 사탄은 이렇게 외친다. “아담이여, 나의 모든 증오와 질투, 그리고 내 동요의 마음은 너에게서 비롯됐나니, 바로 너 때문에 나는 천사들 가운데에서 내가 누리고 있던 광휘와 영광을 빼앗겼다. 그리고 바로 너 때문에 내가 땅 위로 내쳐진 것이다.”
 
이런 외경들은 훗날 유대 문학과 기독교 문학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타락천사의 신화와 관계된 대목이 곳곳에서 넘쳐나는 신약성서에도 지대한 영향을 준다. 이에 누가복음 10장 18절에서는 “나는 사탄이 하늘로부터 번개처럼 떨어지는 것을 봤다”고 예수가 말하는 대목이 나오고, 요한묵시록 9장 1절에서는 “나는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진 별 하나를 봤다. 그 별에게는 심연의 우물로 들어가는 열쇠가 주어졌다”는 내용도 나온다. 기원전 2세기의 요엘서에는 흥미로운 설명 하나가 등장하는데, 심연에 갇힌 뒤에도 이 세상에 악이 계속 존재하게 된 이유가 바로 신이 이 자를 열 번째 천사로서 곁에 둬 반역천사의 수장으로 삼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인간의 믿음을 시험에 들게 해 이들을 벌하고자 활용한 존재가 바로 타락천사인 셈이다.
 
사탄과 이블리스, 악한 천사의 전형
 
외경에 수록된 내용이긴 해도 이는 성서에서 야훼의 곁에 ‘사탄’이라 이름 붙은 존재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히브리어로 ‘사탄’이라는 단어는 ‘걸림돌이 되는 자’, 혹은 ‘적대자’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 사탄이라는 존재의 역할이 꽤 역설적인데, 신 대신 인간의 신앙심을 시험하는 일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야훼는 까다롭고 엄격하며, 자신을 기만하는 자들은 서슴없이 처벌한다. 이는 죽음의 천사를 통해서도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에 욥기에서도 천당의 천사들 사이에서 사탄이 등장하며 이목을 사로잡는다. 이 악마의 천사는 지상 위를 돌아다니던 중 하나님의 충직한 신도인 욥을 봤느냐고 하나님이 묻자, 이에 대해 만약 욥에게 불행이 닥치면 욥은 곧 하나님을 저주할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에 따라 야훼는 사탄이 ‘적대자’로서 욥에게 고통을 주러 떠나는 것을 용인한다. 
 
하지만 인간의 잘못을 찾아낸다는 타락천사의 모델이 비단 유대-기독교에서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며, 이는 코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코란에서는 천사와 (일종의 정령에 해당하는) 진(Jinn), 그리고 신기하리만치 사탄과 그 발음이 유사한 샤이탄 등 세 가지 종류의 비가시적 존재가 공존하는데, 이는 이슬람이 아브라함의 종교 가운데 제일 늦게 태동한 종교로서, 유일신을 주창하는 앞의 두 종교(유대교 및 기독교)로부터 많은 것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란의 일부 대목에서는 예언서의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나타나기도 한다. 지상으로 보내져 잘못을 저지르고 바빌론(메소포타미아)의 심연에 갇힌 두 천사 하루트와 마루트 이야기도 그중 하나로, 둘은 바빌론에서 사람들에게 마법을 가르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코란 2장 102절)
 
코란에서는 아담을 흙으로 만들어진 하찮은 존재로 여기던 거만한 천사 이블리스가 아담 앞에 무릎을 꿇지 않아 천계에서 추방당한 것으로 돼 있다(코란 2장 34절). 그런데 -그리스어 ‘디아볼로스(Diabolos)’에서 파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블리스의 집요한 요구 끝에 절대자는 결국 그의 죄를 유예하고, 대신 이 타락천사는 불순한 신도들을 가려내는 역할을 맡는다. 코란에서 (악마, 사탄 등을 가리키는) 알 샤이탄이라 불리는 이 타락천사는 아담과 이브가 불멸의 나무 열매를 따 먹도록 선동해 인간의 원죄를 부추긴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런 내용은 구약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다만 구약에서는 원죄를 범하도록 선동한 사탄이 이브를 꼬드긴 뱀으로 나타난다(지혜서 2장 24절).
 
하지만 유대교와 기독교의 신학자들 및 무슬림 해석학자들에게 있어 신이 악마와 맺은 이 ‘계약’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와 관련한 이야기 및 해석은 교인들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질문, 즉 ‘신이 만들었기에 본질적으로 완벽해야 할 이 세상이, 어찌 악으로 훼손될 수 있느냐’에 대한 수많은 답변의 형식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성서 내용의 대부분이 집필된 시기는, 유대민족이 이민족 압제자의 끊임없는 지배하에 놓인 상황이었다. 공정한 신께서는 어찌 자기 민족을 악의 손아귀에 버려둘 수 있단 말인가? 
 
이에 따라, 악은 곧 신에게서 직접 유래한 것이 아니라 사탄이 이끄는 반역천사 무리가 가져온 것이라는 생각이 차츰 발전하기 시작한다. 조물주께서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한 것과 마찬가지로, 천사에게도 악행을 포함해 스스로 자신의 길을 선택할 가능성을 부여한 것이다. 그러니 바로 이런 자유의지에 악의 기원이 있었다. 이는 인간에게까지 확대 적용되는데, 유일신을 따르는 세 종교(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에서 인간은 선한 천사와 -인간 스스로 억제해야 하는- 악한 천사가 동시에 깃든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다. 심한 경우에는 기독교 초기부터 사제들이 구마예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선한 천사와 악한 천사 간의 결투
 
어찌 됐든 신으로부터 그 죄를 유예받았음에도, 악마의 말로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악한 세력은 결국 패배를 면치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악의 세력은 될 수 있으면 빨리 무력화될 필요가 있었는데, 절대자의 용인 하에 인간을 혼란에 빠뜨리던 이 악마가 성서에서 서서히 인간의 적에서 신 그 자체의 적으로 변질돼갔기 때문이다. 그 우려스러운 행동으로 구약에서 이미 어느 정도 점쳐지던 악마의 운명은 복음서에서는 완전히 그 윤곽을 드러낸다. 복음서에서는 이제 일반명사로서의 ‘사탄(satan)’을 말하는 게 아니라 고유명사로서 ‘사탄(Satan)’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즉, 과거에는 단순히 인간의 잘못을 잡아내는 타락천사로서의 ‘사탄’을 말했다면, 이제는 독립적인 의지로 움직이는 완전한 인격체로서의 ‘사탄’을 일컫게 된다. 이에 따라 진정한 악마로 거듭난 사탄은 (‘갈라놓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디아볼로스라는 말처럼) 예수를 그 아버지인 하나님과 갈라놓으려 노력한다. 
 
마태오(마태) 복음서와 루가(누가) 복음서에서는 예수가 사막에서 은거할 때, 어떻게 악마가 예수를 유혹하려 들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언급된다. 이런 사탄의 유혹은 훗날 부처가 되는 싯다르타가 대각성도(大覺成道)에 이르기 얼마 전에 겪은 시련과도 중첩한다. 당시 깊은 명상에 잠겨 있던 싯다르타는 쾌락과 죽음의 신인 마라의 공격을 떨쳐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해탈의 길이 세상에 드러나면 자신이 이 세계에 미치던 영향력을 잃게 될까 두려웠던 마라가 싯다르타 앞에 끔찍한 무기를 늘어놓는다거나 그를 유혹하기 위해 자신의 매혹적인 딸들을 보내 정신을 흐트러뜨리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마라의 시도는 결국 수포로 돌아간다. 선에게 맞선다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악은 스스로 영벌의 길에 들어서게 되는데, 코란에서도 종말의 시기에 이르러 이블리스와 그 무리가 무슬림의 지옥으로 보내진다고 적고 있다(코란 26장 94~95절). 
 
묵시록(12장 7절~9절) 또한 선한 천사와 악한 천사 사이의 싸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상세히 기록해두고 있다. “하늘에서 대대적인 싸움이 벌어졌는데, 미카엘과 그 무리가 용을 무찌른 것이다. 이어 용이 자신을 따르던 천사 무리와 함께 반격했지만 역부족이었다. (…) 그 후 거대한 용, 고대의 뱀, 악마, 혹은 사탄 등 여러 가지로 불리는 이 악령이 내쳐졌고, 그 뒤를 따르던 천사 무리도 함께 버려졌다.” 최후의 벌을 받을 때까지 “악마는 유황과 불구덩이에 내던져졌고, 금수와 거짓 예언자도 함께 버림받았다. 이들의 고문은 수 세기를 반복해 밤낮으로 이어진다.”  
 
 
글·비르지니 라루스 Virginie Larousse
종교학자
 
번역·배영란 runaway44@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박스기사
 
악마라는 단어에 담긴 의미들
 
‘악마’라는 단어는 ‘기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막상 이 단어를 대할 때면 우리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악마와 관련한 수많은 수식어들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데, 실제로는 굉장히 다양한 맥락에서 사용되기 때문이다. 가령 히브리 성서에서 ‘사탄’이라는 단어는 인간의 믿음을 시험하기 위해 온 ‘신의 천사’를 가리키기도 하며, 때로는 선택받은 민족의 수월한 행보에 장애물을 놓으러 온 ‘적’을 의미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신의 명을 집행하기 위해 내려온 전령을 나타내기도 하며, 때로는 신의 재판 앞에서 인간의 잘못을 짚어내는 고발자를 가리키기도 한다(즈가리야서 3장 1~2절).
 
이런 ‘악령들(satans)’이 지닌 의미들로부터 ‘사탄(Satan)’이라는 고유명사가 확립됐으며, 신약에서 이 ‘사탄’은 사람들을 현혹하는 ‘이 세상의 왕’으로 나타난다. 그리스어로 ‘디아볼로스(diabolos)’인 사탄은 훗날 프랑스어에서 ‘디아블(diable)’이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그리스어 성서 번역자들은 히브리어에서 ‘사탄(satan)’이라고 나온 부분을 ‘epiboulos(음모자)’ 혹은 ‘antikeimenos(적대자)’로 옮겼다. 이렇듯 후대 해석학자들은 (기독교인들을 필두로) 악마를 나타내기 위해 수많은 수식어를 사용했다. 
 
1947년에 발견된 사해사본은 고대 유대교 종파가 남긴 성서로, 여기에서는 ‘벨리알(Belial)’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악하고 타락한 모든 인물을 가리킨다. 이 단어는 대문자 ‘S’를 사용해 고유명사로 표현한 ‘사탄(Satan)’과 관련한 후기 저술에서도 다시 등장한다. 복음서에서도 마왕 ‘벨제붑(Beelzebub)’에 대한 언급이 등장하는데, 성서는 그 어디에서도 이를 악마로 규정하지 않지만 후대의 해석학자들은 신의 벌을 집행하는 ‘지옥의 왕’ 역할을 맡은 ‘사탄 Satan’을 가리키기 위해 이 용어를 사용한다. 
 
그렇다면 ‘루시퍼’는 어떨까? 원래 라틴어에서 환히 빛나는 새벽별을 가리키던 이 단어는 태양의 도래를 알리는 전조를 의미했다. 묵시록(22장 16절)에서 예수는 구세주가 도래하는 경로인 ‘환히 빛나는 새벽별’로서 자신을 ‘루시퍼’라고 밝혔지만, 고대 말과 중세의 일부 기독교인들은 이 단어를 악마와 동일시한다. 따라서 루시퍼는 인간에 대한 질투심으로 천계에서 ‘떨어진 별’이라는 의미에서 타락천사로 인식됐으며, 지상에 떨어진 후 인간의 신앙심을 시험해, 신에게 인간의 믿음이 얼마나 약한지 증명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글·가에탕 쉬페르티노 Gaétan Supertino
번역·배영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