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의 수혜주 커뮤니티 칼리지는 상종가

2010-06-07     도미니크 고드레슈

대학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에서, 각 지역의 커뮤니티 칼리지는 서민층에 학사 취득의 디딤돌로 각광받고 있다. 평생교육과 사회적 요구에 충실한 강의도 커뮤니티 칼리지가 경제위기 속에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원인이다.

2009년 7월 5일, 파리를 방문한 조지프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은 ‘커뮤니티 칼리지’(Community College·미국의 지자체가 운영하는 2년제 전문대학으로 지역 주민에게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을 제공한다-역자)’야말로 자국의 ‘미래를 위한 해법’이라고 치켜세웠다.

같은 달 14일, 오바마 대통령은 2년제 공립 고등교육기관인 커뮤니티 칼리지 육성을 통해 몇 년째 답보 상태인 미국 내 대졸자 비율을 세계 1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이로써 커뮤니티 칼리지는 120억 달러가 투입되는 ‘미국 졸업 구상안’(American Graduation Initiative)에 따라 2020년까지 연간 500만 명의 추가 졸업자를 배출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빌 게이츠, 루미나, 켈로그, 포드 등 여러 재단도 정부와 보조를 맞춰 ‘칼리지 지원 방침’을 전격 발표했다.

난데없는 칼리지 열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광풍에 휩쓸린 이들은 비단 미국 지도층만이 아니다. 1년 전부터 커뮤니티 칼리지에 대거 지원자가 몰리는 등 국민까지 부화뇌동하고 있다.

사립대 꿈꿀 수 없는 이들의 선택


커뮤니티 칼리지의 인기가 상종가를 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무엇보다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적 이유를 빼놓을 수 없다. 미국에서는 연령·계층·출신학교 등의 제한 없이 누구나 입학이 가능한 덕분에 커뮤니티 칼리지가 문턱 높고 학비 비싼 종합대학(University)의 대안으로 인식된다. 커뮤니티 칼리지에는 고졸자를 대상으로 한 2년간의 ‘준학사’(Associate Degree) 코스가 마련돼 있는데, 이 학위가 있으면 대학 과정을 2년만 이수해도 ‘학사’(Bachelor Degree) 학위 취득이 가능하다. 따라서 4년간 사립대 학비를 부담할 형편이 안 되는 저소득층 학생에게 커뮤니티 칼리지는 대학 진학의 디딤돌 역할을 한다. 다음으로 자격증을 수여하는 여러 직업훈련 코스가 개설된 것이나, 이민자를 비롯해 그동안 언감생심 어떤 권리도 꿈꿀 수 없던 소수 계층에게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점이 인기몰이의 비결이다. 마지막으로 커뮤니티 칼리지는 재취업 희망자나 학습이 부진한 학생에게 보충교육과 평생교육을 제공하는 데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이런 예를 여실히 보여주는 곳이 1982년에 설립된 샌타페이 칼리지(뉴멕시코주 소재)다. 이곳에는 법학에서 영화학, 간호학, 교육 관련 신기술에 이르기까지 학과별로 다양한 통섭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예를 들어 심리학을 전공하는 학생이 경제나 형사사법 수업을 함께 수강한다. 브루노 보닛 심리·교양학 학과장은 “국민 일부가 교육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커뮤니티 칼리지는 “모든 이가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일종의 민주사회”를 구현한다고 말한다. 예술의 도시 샌타페이는 더 이상 예술만을 소명으로 하지 않는다. 이제 샌타페이의 칼리지로 조각가와 예술가가 교수 또는 학생 신분이 돼 몰려오고 있다.

평균연령 40살의 학생 3천 명

더글러스 바키 예술학 학과장은 지역 차원에서 커뮤니티 칼리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하며, “우리는 학기당 평균연령 40살인 학생 3천 명과 유수의 아티스트, 고교생을 교육한다. 강단에 서는 교수는 2년 과정의 석사 학위를 보유하거나 20년에 이르는 현장 경험을 갖고 있다. 우리 강사진 수준은 종합대학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지역 경제와의 긴밀한 연계나 새로운 수요에 민감한 강의 개발은 커뮤니티 칼리지의 큰 장점이다. 더욱이 커뮤니티 칼리지가 제공하는 평생교육과 청강수업은 자기계발을 실현하고, 다양한 경력을 쌓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그래서 샌타페이 칼리지에는 저마다 다양한 목적을 지닌 수강생이 모여들고 있다. 히스패닉 문화와 친숙해지기를 바라는 다른 주 출신의 퇴직자가 있는가 하면, “스페인어로 된 거리명의 의미도 알고, 직장에서 히스패닉계 동료와 대화도 나누고 싶어” 스페인어 강좌를 수강한다는 캐슬린처럼 방금 뉴멕시코주로 이주해온 지역민도 있다. 때로는 부모에게 받는 홈스쿨링 교육을 보강하는 차원에서 수업을 듣는 어린이 수강생도 있다. 이곳 칼리지에서 강의하는 예술가 펠릭스 로페즈는 “이곳 남자는 결혼할 때가 되면 ‘어도비’(Adobe·진흙을 이용한 전통 양식의 건축물-역자) 강의를 들으러 온다. 이동식 주택 대신 전통 가옥에 보금자리를 틀기 위해서다. 실상 칼리지가 히스패닉 문화 계승에 첨병 구실을 하는 셈이다. 내 수업을 듣는 학생은 16명인데, 연령층이 20~70살로 다양하다. 인근 지역 출신뿐 아니라 해외 유학생까지 있다”(1)고 설명했다.

재취업을 위한 유일한 희망

데이비스 코스 샌타페이 시장은 아무리 불법 체류 중인 이민자라도 교육의 권리를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그는 “어떤 주에서는 불법 이민자 가정의 자녀를 교육하는 것이 비용이 많이 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가난한 지역 중 하나인 우리 뉴멕시코는 오히려 이들을 교육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지역 경제 차원에서 막대한 비용 손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칼리지에서 20년째 교편을 잡고 있는 앤드루 로바토 교수는 한술 더 떠 “산타페는 이민자에게 노동과 교육의 권리를 제공하는 안식처 같은 도시”라고 표현한다. 그에게 커뮤니티 칼리지 열풍은 필연적 결과나 다름없다. “기업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모두 대량 실업 사태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새로운 직업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그런 가능성을 제공하는 곳이 바로 칼리지다. 평생교육, 그것이야말로 칼리지가 가진 강점이다”고 그가 설명했다.

연방정부가 커뮤니티 칼리지에 기대하는 역할도 바로 그런 것이다. 국가 경제 회복에 원동력 역할을 하고, 전세계 개도국에 모델이 되는 것이다. 샌타페이 칼리지의 실라 오르테고 학장은 “대학은 일단 학생들을 바다에 던져넣고 빠져 죽든 헤엄쳐 나오든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하지만 커뮤니티 칼리지는 학생들이 무사히 졸업할 때까지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때로는 한 강의에 300명이 함께 수강해야 하는 대학보다 칼리지의 강의 질이 훨씬 우수하다. 장년층이나 부양가족 때문에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칼리지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마지막 희망이다. 그러므로 단언하건대 진정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곳은 대학이 아니라 바로 칼리지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경제위기가 한창인 가운데, 1년 전부터 커뮤니티 칼리지 지원자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샌타페이 칼리지의 경우 학생 수 증가율은 무려 12%에 달한다. 하지만 문제는 각 주의 교육예산이 크게 삭감됐다는 점이다. 노스버지니아주의 경우, 4년 만에 교육예산이 전체 주 예산의 60%에서 45%로 줄었다. 반면 지난해 여름 이 주에 소재한 노던버지니아 커뮤니티 칼리지의 학생 수는 지난해보다 10%나 증가했다. 이 때문에 커뮤니티 칼리지는 요즘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해 있다. 대부분의 재정을 지방세나 주정부 지원, 등록금에서 충당하는 탓이다. 오르테고 학장은 “추가로 교수를 채용할 여력이 안 돼 마지막 등록자 중 일부에게 등록 취소 조치를 해야 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그녀는 “다른 주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대표적인 예가 캘리포니아주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열기에 부응하기 위해 칼리지들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선, 학사 취득 준비 과정을 대폭 확대했다. 미국커뮤니티칼리지협회(AACC)에 따르면, 학사 학위를 취득하려는 학생의 절반가량이 커뮤니티 칼리지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나 히스패닉, 여학생이 주를 이룬다. 다음으로 실직자를 위한 등록금 할인이나 무료 강의도 늘렸다.(2) 마지막으로 장학금 신청자가 늘어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다수의 학교가 장학 재원을 확충했다. 전국사립대학협회(NAICU)가 2009∼2010년 전국 수백 개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장학 재원 증가율은 9.2%에 육박했다.

정원 채우기 벅찬 사립대들

사립대학의 사정은 어떨까. 경기 침체 여파로 미국의 사립대는 사상 처음 대기자 명단에서 학생을 추가로 선발해 정원을 채웠고, 앞선 연구·조사에서 보듯 등록금 인상폭도 조금 낮추었다(2009년도 신학기 등록금 인상률은 4.2%로, 37년 이래 가장 낮았다). 그렇지만 여전히 사립대 등록금은 많은 가정에 부담이다. 명문대 대신 학비가 저렴한 대학에 학생이 몰리는 것도 모두 그 때문이다(1학년 등록금의 경우, 조지워싱턴대(사립)가 4만1610달러, 메릴랜드대(공립)가 8천 달러였다). 오펜하이머 기금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9명은 등록금이 계속 오르면 대학 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응답했다. 아직 대학 학비에 사용할 5천 달러를 저축하지 못한 이들도 조사 대상자의 4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률 상승과 공공지원 중단은 미국의 교육 판세를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여전히 학사 학위가 취업을 담보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상황에서, 2005년 새로 생긴 온라인 학사준비 속성코스(4년 대신 3년)나 커뮤니티 칼리지의 학사준비 코스가 각광받고 있다. 그 결과 커뮤니티 칼리지의 총학생 수는 9년 만에 무려 30%나 증가했다. 이들은 종합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할 때 드는 총학비를 아껴 단기 코스에 집중 투자한다. 더욱이 이 경우 가정을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까지 누릴 수 있다. 이렇듯 명문대(하버드대 졸업률은 97%)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요즘 학사 취득까지 최소 두 개 학교(재정지원금과 등록금의 변화 추이에 따라 학교별로 졸업률이 달라진다)를 거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오바마의 커뮤니티 칼리지 지원 정책이 크게 환영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방정부의 지원은 칼리지의 학위 취득률을 높이고, 부유층과 저소득층 사이의 교육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교육 당국도 정부의 이런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특히 환경문제에 대한 산업계의 지대한 관심을 반영해, ‘녹색’ 인력 양성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오리건주의 레인 커뮤니티 칼리지가 재생에너지 기술과 수자원 보존, 에너지 관리 등에 관한 신규 강의를 개설하고 수료증 코스를 마련했다.

뜨거운 화두, ‘녹색 일자리’

요즘은 환경운동가나 정치인사의 단골 주제인 ‘녹색 일자리’가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연방정부가 공포한 경기부양법만 봐도 다름 아닌 친환경 분야에 1천억달러 이상의 예산이 편성돼 있다. 대상은 재생에너지, 건물 내 에너지 고효율화,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 전력망 현대화 등 이른바 친환경 사업이다. 기부금과 대출금으로 재정을 충당하게 될 이 사업은 수십만 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을 예고하고 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녹색’ 기술 분야의 인력난은 친환경 에너지 분야의 성장과 전세계적인 에너지 이용 효율화에 걸림돌이다. 인력난 해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나서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교육개발원(AED)이 미국인력양성협회와 함께 발표한 보고서도 칼리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민디 펠드바움은 “실직자 신세가 된 근로자 수천 명은 직무 능력을 향상하고, 새로운 직업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커뮤니티 칼리지는 독보적인 기관이다. 노동시장과 긴밀히 연계된 만큼 …신흥산업이나 고용주의 새로운 요구에 적절히 부응할 수 있다”(3)고 덧붙였다. 오르테고 학장도 “커뮤니티 칼리지는 직업적 운명을 가르는 중대한 요소이자, 가난에서 벗어날 마지막 기회다. 또한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글•도미니크 고드레슈 Dominique Godrèch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번역•허보미 jinougy@naver.com
서울대 불문학 석사 수료.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각주>
(1) 몇몇 칼리지는 중국 등 해외에서 유학생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유학생 수는 2008∼2009년 전체 학생의 10.5%를 차지했다. ‘Number of foreign students in US hit a new high last year’, http://chronicle.com 참조.
(2) 기타 주정부 프로그램, 장학재단 등이 제공하는 지원금이 있다. 또 ‘연방정부 학자금 지원제’(FAFSA)를 통한 학자금 대출이 가능하다.
(3) ‘녹색 전문가 양성에 나서는 커뮤니티 칼리지’, 제프리 토마스, www.america.gov, 2009년 4월 8일.

 


 

[박스기사] 커뮤니티 칼리지는  어떤 곳?

1910년 미국 최초의 커뮤니티 칼리지(졸리엣 주니어 칼리지)가 학사 취득 준비 과정의 일환으로 일리노이주에 설립됐다. 1920∼30년 직업교육의 색채가 강한 실용적이면서도 기술적인 성격의 다양한 자격증 코스가 개설됐다. 1947년 트루먼위원회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한 고등교육’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커뮤니티 칼리지는 지역사회 기여를 목적으로 저렴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1960년대에 미국 주니어칼리지협회가 창설됐다. 그 무렵 미국에는 457개 칼리지가 개교했다. 1965년에는 장학금 제도가 확충됐다. 1970년대에 이르러 2년제 기술교육 과정이 개설됐다. 1992년 주니어칼리지협회는 미국 커뮤니티칼리지협회로 개명했다. 오늘날 이 협회에는 200여 개 커뮤니티 칼리지가 가입해 있으며, 학생 수는 1150만 명에 달한다. 2009년 커뮤니티 칼리지 재학생 수는 10%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동시에 입학한 지 1년 뒤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도 증가했다(일반적으로 미국 고등교육의 경우 자퇴 비율은 30%에 이른다). 재학생 절반가량은 학위 취득에 실패했다. 캐티 헤이콕 에듀케이션 트러스트 대표에 따르면 학업 포기 현상은 특히 소수자 계층에서 도드라진다.(1) 매년 개설되는 영어와 수학 보충강의의 경우에도 학업 포기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그만두는 학생 수는 약 100만 명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