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하? 기업의 넘치는 탈세수법

2018-01-31     크리스티앙 드 브리 | 언론인

지금으로부터 약 50여 년 전, 당시 기업인 연합회를 이끌던 총수는 법인세 감면 논쟁을 언급하면서 “당근(법인세 감면)은 사장들과 무관하다”고 내뱉었다. 그러나 그 후에도 기업 총수들은 최근 피에르 가타즈 프랑스 경제인 연합회 회장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수십 상자의 당근을 먹어치웠다. 그리고 2015년에는 (고용경쟁 세액공제 등) 추가적인 몇 가지 특혜를 더 받은 대가로 일자리 1백만 개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당근은 지급됐지만 일자리는 생기지 않았다. 이때 기업들은 굉장히 진부한 수사법을 구사한다. 먼저 자신들이 받은 혜택은 얼마 되지 않는다며, 그들에게 유리한 세제 조치를 인정하지 않고 훨씬 높은 감면 혜택을 요구한다. 그리고 과도한 조세 부담에 늘 앓는 소리를 늘어놓는다. 이렇게 사장들의 앓는 소리가 클수록, 그들이 얻어내는 결실도 커진다. 계속해서 기업에 유리한 세제 조치가 늘어가는 것이다. 결국, 기업이 짊어져야 할 부담은 고스란히 사회로 전가된다. 

국가가 물적회사(주식회사, 유한회사 등 자본 중심의 회사)로부터 징수하는 유일한 직접세인 법인세는 기업의 연 수익, 즉 과세기간의 순수입에 대해 33.33% 세율이 부과된다.(1) 하지만 이는 눈속임에 불과하다. 일단 기업이 과세수입을 축소할 수 있는 제도와 방편이 얼마든지 존재하므로, 기업의 실수익도 표면상으로 내세우는 수입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정부도 기업의 행동 변화를 촉진하고 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조세 부담 완화책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수많은 조세회피 방안을 마련해준다.

경영진의 호화파티 비용, 결국 누가 부담하나?
 
어디 그뿐인가? 기업은 조세와 사회보장세를 징수하는 주체로서 –그로부터 얻는 이득은 은폐한 채– 국세청의 대리인 역할을 맡고 있다. 게다가 15%의 세율감면 혜택을 받는 중소기업과 달리 대기업에는 스스로 지급세액의 총액을 정할 수 있는 조세회피 방편 및 세금 최적화 방안도 마련돼 있다. 조세소득은 실수익과 공제세액 간 차이로 정해지는데, 기업은 신고소득을 합법적으로 최소화하고 납부액은 부풀림으로써 과세표준을 터무니없이 낮춰버린다. 위조전표나 무(無)기장 거래, 이중 영업소 등의 탈세방편은 특히 충당금, 경상비 항목과 관련해 무수한 탈세 가능성을 제공한다. 

먼저, 충당금은 조세회피의 가장 화려한 꽃이다. 풍부한 기업의 탈세 상상력을 정부가 더욱 부추기는 분야로, 모든 항목에 적용할 수 있다. 거의 전담으로 사용되는 항목도 있고, 우선시되는 소수 항목도 있는 충당금은 아주 다양한 형태로 세분화된다. 감가상각 충당금, 가격인상 충당금, 시세변동 충당금, 투자 자산가치 하락 충당금, 여신업무대손 충당금, 분쟁 충당금, 부실채권 충당금 등 가지가지다. 이에 2014년 미 법정이 BNP파리바 측에 90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을 때도 BNP파리바는 소송비용과 변호사수임료를 충당금으로 설정하고, 해당 비용을 과세수익의 공제 비용으로 할당했다. 이 말을 회계용어로 바꾸면, 비용의 1/3을 사회에 전가한 셈이 된다. 다음, 경상비는 원하는 만큼 늘릴 수 있는 마법창고다. 실질적인 영업비용과는 별개로 경상비에는 과연 수익실현에 필요할지, 또 진정 필요한 것이었는지 의심스러운 지출 항목이 눈에 띈다. 특히 경영진의 지출이 영업비로 둔갑하고, 이어 원가항목으로 바뀐 후 결국 소비자에게로 비용 전가가 이뤄지기도 한다. 최상위 계층의 지출이 취약계층의 부담으로 합법적인 전가가 이뤄지는 것이다. 

사실 경영진의 취향은 여간 고급스러운 게 아니다. 고급호텔에 레스토랑도 최상급이어야 하고, 비행기는 퍼스트 클래스에 업무용 리무진과 자택용 신용카드도 필요하다. 본사 건물도 화려해야 하며, 호화로운 리셉션과 갈라파티, 그리고 휴양지도 필수다. 세미나와 심포지엄, 전략회의는 골프장 인근의 리뉴얼된 고택, 겨울레저 스포츠센터 등에서 열리기도 한다. 게다가 정부도 대기업 총수들의 휘황찬란한 리셉션을 위해 생트 샤펠 성당이나 베르사유 궁, 루브르 박물관 등 귀중한 국보급 유산을 빌려줌으로써 장단을 맞춰준다. 2017년 4월 프랑스 최고의 부호 베르나르 아르노가 개최한 디너파티가 대표적인 사례다. LVMH의 아르노 회장은 자사의 가방 모델 출시를 기념하며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및 베로네세의 <가나의 혼인 잔치>가 전시된 루브르 박물관의 위엄 있는 국가관(Salle des États)에 200명의 게스트를 초대했다. 주최 측 부담이었지만, 부분적으로는 납세자가 비용을 치른 셈이었다.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다채로운 조세회피 수단

조세회피 수단을 하나하나 열거하는 것도 부질없는 짓이다. 그 방법만 수백 가지가 넘으며, 비단 기업들만 그 혜택을 보는 것도 아니다. 그에 따른 총비용은 연간 수백억 유로에 달하는데,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다고는 하나 그 효용성에 대해서는 회계법원도 회의적이다. 그럼에도 조세 치외법권지대인 조세특례구역이 늘어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는 한편, 지자체들은 면세 혜택을 앞세우며 투자자를 유치하고자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업의 사회연대기금 감축액은 2015년 10억 유로에서 불과 1년 후인 2016년 20억 유로로 2배가 됐으며, 종합토지세도 일부 또는 전체가 면제됐다. 기업들에는 지원금·보조금·저금리 융자가 제공됨은 물론, 기업들은 모든 시설이 완비된 상업·산업지대도 파격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기업 대상의 조세제도는 사측의 압박으로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취해진 조치들이 문란하게 적재된 꼴이다. 이런 조치들은 서로 일관성도 없고, 비용 대비 효율성에 대한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 마디로 정부는 민간기업의 이익을 위해 기꺼이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조세 및 준조세 징수액의 형평성 있는 분배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스포츠·인도주의 부문에 투자하는 기업에 상당한 세금감면 혜택을 주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해당 부문은 주요 대기업들이 사리사욕을 채우지 않는 선량한 기업 이미지를 창출하는 분야인데, 그에 대한 비용은 자연스럽게 납세자에게 전가된다.(2)

2016년 55억 유로에 달하며, 점점 그 금액이 커지는 연구세액 공제 또한 제대로 된 정기 확인절차가 이뤄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일각에선 이를 이용해 마케팅이나 광고 부문의 ‘연구’에 자금을 대기도 하고, 아니면 그저 조세회피 전략을 마련하는 데에 쓰기도 한다. 고용경쟁 세액공제의 경우, 그 심각성과 금액이 훨씬 크다. ‘책임 및 연대 협약’의 1차 5개년 계획 시범 조치인 고용경쟁 세액공제는 2013년 시행에 들어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이어갔다. 2014년에 64억 3천 유로를 돌파한 뒤 2016년에는 126억 유로, 이어 2017년에는 157억 규모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비용 대비 성과는 보잘것없는 수준이다. 2017년 10월에 발간된 5차 보고서를 통해 조사 위원회는 최소 3천 개에서 10만 개의 일자리를 보전 혹은 창출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곧 (최대치와 최소치의 상당한 격차로 보건대) 그 효과를 예측할 수도 없거니와 일자리 하나에 수십만 유로가 소요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왕정시대 징세청부인을 빼닮은 기업의 특권

전체 의무 징수액(특히 부가가치세 및 사회보장세)의 80%는 매년 소비자 및 노동자를 대상으로 국가나 지자체, 사회기구 대신 기업이 징수한다. 말하자면 정부는 징수액 대부분을 민간기업에 하청을 준 셈이고, 소득세마저 원천징수 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중간징수인의 역할을 맡은 기업은 왕정시대의 징세청부인 역할을 맡은 셈인데, 과거의 그들처럼 오늘날의 기업도 징세청부인으로서의 특권을 누리고 있다. 이들은 은행가이지 자선사업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이 거둬들인 금액은 다시 정부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기업의 손으로 들어가고, 기업은 아무 대가 없이 징수 후 몇 달 동안 이 돈을 활용한다. 수천억 유로에 달하는 이 자금 혜택은 기업의 현금흐름을 원활하게 해준다. 노동자의 임금에서 징수한 사회보장분담금을 주식투기에 이용해 얼마든지 자금 운용을 최적화할 수 있는 것이다. 

프랑스 제5공화국의 조세정책은 국영 대기업에 유리한 방향을 추구해왔다. 기업에 대한 장려책과 공제 및 삭감 정책, 특례 제도 등을 통해 투자를 촉진하고, 인수 및 합병, 자산 출자, 지주 회사 및 모회사, 자회사를 구성해 대기업을 만듦으로써 늘 기업 친화적인 방향을 추구한 것이다. 아울러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함께 어느새 다국적 기업 또한 국내의 유리한 세제 혜택을 보게 됐다. 프랑스 기업들을 쥐락펴락하는 이 다국적 기업들은 조세 최적화, 즉 ‘바른 경영’의 주된 목표 중 하나가 돼버린 ‘합법적인 절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국내 기업인들의 동의와 동조 하에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늘어놓는다. 즉, 비용 삭감을 위한 투자 증대나 정리해고, 기업 이전을 요구하고 나서는 것이다. 

나아가 기업들은, 로펌과 회계법인, 세무법인, 전문 컨설턴트들의 값비싼 지원사격을 바탕으로 지주회사와 모회사, 자회사, 하위 자회사, 교차출자 지분 등으로 얽히고설킨 사업체를 구축해 수익 대부분을 조세 부담이 적은 국가나 조세 천국으로 이전시킨다. 이와 동시에 투기성 자본과 연기금 자본 등을 앞세워 전 세계를 활보하는 포식자들이 몰려와 기업들을 토막 내고 돈을 빨아들이며 자산을 처분한 다음 특허를 헐값에 팔아치우고 내뺀다. 기업가들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하는 프랑스의 법인세 수익률은 막상 OECD 국가들의 평균치에도 못 미친다. 지난 몇 년간 법인세 수익률은 급격히 낮아진 반면, 기업들의 수입은 계속 증가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프랑스의 법인세율은 과표의 재정비 없이 향후 2022년까지 33.33%에서 25%로 내려갈 예정이다. 그로 인한 특혜는 물론, 실질 과세율이 이미 중소기업보다 한참 낮은 대기업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조차도 표면상의 수치에 불과한 세율일 뿐이다. 대기업의 실질과세율은 그보다 훨씬 더 낮아질 수 있으며,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은 거의 제로 과세율에 가까워질 수도 있다. 해당 자료에서는 조세최적화 방편이나 재무관리 기법에 대한 부분이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책 연구원에서도 (미국 이외에서의) 수익 대비 실질 과세율이 구글의 경우 8.6%, 애플은 3.7%인 것으로 추산했다. 

투자보다는 주가에 더 관심이 많은 포식자 위주의 기업 환경 속에서 법인세 인하와 (2012년 3%로 설정된) 배당소득세 철폐(3), 임금에 대한 최고세율 구간 폐지 등으로 이제는 더 많은 배당금을 퍼줄 수 있게 됐다. 2016년 이미 458억 유로가 지급됐는데, 이는 곧 수익의 57%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고용이나 투자 부문을 눈에 띄게 개선한 것도 아니며, 오히려 불평등만 고조됐다. 조세 및 준조세의 총 감축액은 매년 늘어, 2014년 110억 유로에서 2017년에는 345억 유로로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4년 만에 1,010억 유로가 된 기업지원액은 주로 대기업들에 특혜를 주면서 모든 수치를 경신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막대한 부담은, 오롯이 사회에 돌아간다.  


글·크리스티앙 드 브리 Christian de Brie
언론인. 본 기사는 국제금융관세연대(ATTAC) 주관 하에 2018년 3월 출간 예정인 공저 <빈익빈 부익부를 위한 세제: 보다 공정한 세금 제도를 위한 선언 Toujours plus pour les riches: Manifeste pour une fiscalité juste>(Les Liens qui libèrent, Paris)에 수록된 글이다.

번역·배영란 runaway44@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역대학원 졸업. <22세기 세계> 등의 역서가 있다. 

(1) 2018년 1월 1일 이후 50만 유로 이하의 수익에 대해서는 28%로 법인세율이 인하된다. 이에 더해 2019년에는 다른 기업들에 대해서도 세율이 31%로 내려갈 전망이다.
(2) Christian de Brie 크리스티앙 드 브리, ‘당신의 세무서가 주식에 상장됐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2017년 1월호. 
(3) 2017년 10월 헌법위원회에서 징수무효판결을 받은 배당소득세는 기업들에 환급 조치해야 하는 상황이며, 납세자 부담액은 약 100억 유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