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몬교가 50억 인류가계도를 작성한 이유

2018-01-31     프레데리크 카플란 & 이사벨라 디 레나르도 | 연구원

디지털 시대, 사진 수집품들처럼 가계도(家系圖) 자료들도 역사적인 공동유산에서 소수기업의 상업적 자산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따라서 보편적인 공공자산으로 간주되는 유산(遺産)이라는 표현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그라니테 산속. 이곳에 자리 잡은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 즉 모르몬 교회 안에는 보물이 있다. 35억 개의 사진들을 마이크로필름에 편집해둔 세계 가계도 자료가 그것이다. 1백여 국가에서 수집한 호적부들을 정리해 만든 50억이 넘는 사람들의 가계도 정보다. 1894년에 세워진 비영리단체 유타가계도회사는 ‘패밀리서치(FamilySearch)’로 이름을 바꾸고 끈기 있게 수집한 이 황금 같은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가계도를 검색하는 것은 모르몬교의 종교적인 교리와 수행의 일부다. 모르몬교도들은 부활을 꿈꾸며 여러 세대에 걸친 가족관계를 재구성한다. 조상의 신원을 확인한 후 정식으로 구세주의 세례를 주기 위해서다. 아담에까지 이르는 혈연관계를 끊임없이 찾는 것은 신앙 속에서 인류를 구원하려는 그들 나름의 방식이다. 이런 이유로 패밀리서치는 자사의 자료를 다른 가계혈통의 취급기관과 공유하며, 때에 따라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라니테산의 또 다른 동굴에서 출발한 회사인 ‘앤센스트리닷컴(Ancestry.com)’은 패밀리서치와 마찬가지로 거대한 가계도 데이터베이스에 접근 가능한 인터페이스를 유료로 제공한다. 두 회사는 2014년부터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앤센스트리닷컴이 제공하는 상업적인 자료의 조회수는 190억에 달하며, 이미 2백만 명이 넘는 가입자들이 연평균 200달러 이상을 내고 있다. 또한 이 회사는 DNA검사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최소 100달러 이상이 드는 DNA검사를 통해 해당 지역과 인물을 검색해 가족관계를 찾을 수 있다. 이 회사에는 이미 수백만 개의 유전자 프로필이 등록돼있다. 프랑스에서는 순수 과학적, 사법적, 의학적인 목적에서만 DNA 테스트를 허락하는 생명윤리법에 따라 상업화가 금지돼 있지만, 가계도 DNA테스트는 전 세계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스라엘의 ‘마이헤리티지(MyHeritage)’라는 기업은 여러 가계도 회사를 차례로 인수하면서 10여 년 만에 눈부신 성장을 기록했다. 8천만 명에 달하는 이 회사의 가입자는 70억 개의 가계정보를 받을 수 있다. 2013년 마이헤리티지는 패밀리서치와 계약을 체결했고, 2014년에는 일반대중 유전자검사 분야의 선두기업인 ‘23andMe’와 계약했다. 23andMe는 2013년, 미 정부로부터 의학적 예측분야 계획을 포기하라는 명령을 받은 후 세계에서 가장 큰 프로필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을 위해 가계도 분야에 집중했다. 

이 기업들은 몇 년 동안 새로운 형태의 자산을 축적했다. 바로 가계도라는 자산이다. 이 새로운 자산의 특징은 하나의 가계도가 다른 가계도와 연결될 수 있는 만큼, 그 가치가 방대하다는 점이다. 마이헤리티지는 각 지역의 가계도 데이터베이스를 소유한 회사들을 인수하면서 거대한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이들 기업은 상업적으로 날로 발전하고 있다. 기업들이 가계도 정보를 더욱 많이 제공할수록, 서비스가 가입자들을 더욱 많이 끌어들일수록, 기업의 매출이 높아질수록 가계도 자산규모는 커진다. 몇 년 동안 이런 법칙에 의해 소수의 세계적인 기업들이 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관련 법규가 아직 없지만, 리더 기업들은 제휴를 통해 독점적인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인류유산의 자본화 현상에 예외는 없다

본래 광대한 가계도가 재구축될 수 있었던 것은 계보 기록을 끈기 있게 연구한 수천 명의 연구자와 수집가들의 열정 덕분이었다. 그 결과, 광활한 데이터베이스를 누비는 검색엔진을 통해 쉽고 효율적으로 조상들에 관한 자료를 찾을 수 있게 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몇 달 동안은 기록을 파고들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 가계도는 이제 역사적인 공동유산에서 소수기업들이 소유하는 상업적 자산으로 변질됐다. 역사적 유산의 지위 변화는 자본주의 법칙에 굴복한 정보시스템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몇몇 기업이 독점한 ‘인류의 거대한 가계도’는 유산으로서 보호받지도, 자산으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있다. 또한 정치권에서는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세계경제 시장에서는 이미 타깃이 됐다.(1) 가계도 전문기업들은 자사가 보유한 가계정보들을 기업들에 팔기도 하는데, 23andMe의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사람들은 자신들의 자료가 10여 개의 제약연구소에 팔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문제는 가계도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예술사가와 연구기관이 구축한 수많은 사진 수집품들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상업적인 성격의 도상학 데이터베이스가 됐다. 시장의 법칙에 따라 오늘날에는 소수기업이 관리하는 형태로 점차 바뀐 것이다. 오토 베트만이 박물관원으로서 직접 만든 2만 5천 개의 이미지 데이터가, 오토 베트만 사가 1936년 세운 기록의 바탕이 됐다는 점은 이런 흐름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1995년, 빌 게이츠의 코비스(Corbis)사는 오토 베트만 사를 인수함으로써 약 1천억 개의 도상학 자료를 구축해, 인류 전체를 아우르는 야심 찬 컬렉션을 기획했다. 이 수집품 또한 (펜실베이니아주 보이어타운에 있는) 산속 동굴에서 시작됐다. 최근에는 비주얼 차이나 그룹이 코비스를 인수해, 관련 자료들을 게티 이미지(Getty Image)사와 공동 관리하고 있다.

가계도와 도상학은 인류 유산이 자본화되는 현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역사성을 지닌 고문서 자료들은 더 높은 가치를 지닌 통합적인 디지털 자산으로 변신한다. 하지만 역사적 자료들은 한정된 자원이다. 따라서 이 자료들의 독점적인 재사용 및 접근, 그리고 보관과 관련한 위험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맞춰, ‘보편적 공공자산으로서의 유산’이라는 개념은 새롭게 정의돼야 한다. 방대한 과거의 데이터베이스들은 오늘날 단 하나의 국가나, 단 하나의 공동체의 문화적 이해관계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특성상 이런 유산들은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의미를 획득했고, 따라서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필요불가결한 자원으로서 다뤄져야 할 것이다.  


글·프레데리크 카플란 Frédéric Kaplan 
& 이사벨라 디 레나르도 Isabella di Lenardo
로잔 에콜 폴리테크닉 이공과대학 디지털 인류 연구소 연구원. 

번역·김영란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공역서로는 <22세기 세계>가 있다. 



(1) ‘당신의 DNA는 어디에서 왔는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08년 6월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