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 남획에 뿔난 일본어부들
2018-01-31 야기시타 유타 | 언론인
동해 남쪽의 한 작은 섬. 300여 명의 일본인 어부들이 태평양 붉은 참치의 개체 수 감소를 막기 위해 투쟁 중이다. 이들은 남획을 문제 삼으며 이를 옹호하는 정부기관을 비난하고 있다. 세계 최대 참치 소비국인 일본에서 이들 어부의 투쟁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인구 2만 7천의 이키섬(壱岐島)은 한반도와 일본 남부도시 후쿠오카의 중간쯤에 위치한다. 이곳에 사는 49세 어부 나카무라 미노루는 이키섬 특유의 강한 억양으로 2013년에 잡았던 초대형 참치 이야기를 들려줬다. “무려 319kg짜리였어요. 도저히 배에 실을 수가 없어서 결국 매달았죠.” 그 이야기는 지역신문 1면에 실렸다. 은색으로 빛나는 2.7m짜리 참치가 기중기에 매달려 있고, 그 옆에서 미소를 짓는 나카무라가 담긴 사진도 있다. 범상치 않은 전리품임에도, 사진 속 나카무라의 표정에서는 겸손함과 덤덤함이 느껴진다. 생계에 대한 불안이, 일희일비하지 않는 태도를 만든 것일까. 이야기를 이어가던 나카무리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두 달 반 동안 한 마리도 못 잡을 때도 있어요. 초대형 참치를 잡았다고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것은 아니죠.” 당시 그가 잡았던 참치는, 이키섬 바다에 남은 마지막 붉은 초대형 참치였다. 당시에는 이 사실을 상상이나 했을까?
130㎢ 남짓한 규모의 이 섬, 푸르른 언덕과 온천, 파도처럼 일렁이는 논밭, 백사장 해변이 있는 아열대 지역 이키섬에 사는 어부들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초밥 애호가들이 열광하는 태평양 붉은 참치의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붉은 참치의 연간 어획량은 2005년에 358t을 기록했고 2014년만 해도 최소한 23t이었다. “이키섬 바다에는 더 이상 참치가 없습니다.” 현지 어부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우선 3~4kg의 작은 참치들이, 그다음 초대형 참치들이 사라졌습니다. 더 이상 남은 게 없습니다.” 나카무라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불안해진 참치 어부 나카무라와 동료들은 농림수산성 산하 수산청의 문을 여러 차례 두드렸다. 하지만 수산청은 참치어획량 감소를 단순히 기후변화 탓으로 돌렸다. “수산청에서는 참치가 한반도 바다로 이동했다는 겁니다. 한반도 바다면 저희가 어업 활동을 할 수 없는 곳이죠.” 나카무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투덜거렸다.
1회 50t까지 대량포획 하는 트롤어업의 폐해
그와 동료들은 참치의 개체 수 감소의 원인이 참치잡이 어선에 있다고 본다. 일본 수산(Nippon Suisan Kaisha) 등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참치잡이 대형어선들은 약 1만 명을 고용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대형어선들은 이키섬에서 동쪽으로 400km 떨어져 있는 사카이미나토(境港) 항구에서 출발해 바다를 누비며 2004년부터 여름이면 동해에서 산란기의 참치들을 포획하기 시작했다(이키섬의 참치어획량이 감소하기 시작한 게 이 때부터다). 참치잡이 어선들이 사용하는 트롤어업은 탐지기로 참치 떼를 발견하면 1km가 넘는 그물을 던져 포위하는 방식이다. 그 그물을 던지면 참치를 50t까지도 잡을 수 있다. 또한 참치잡이 어선들이 집중적으로 활동하는 6~7월에는 1,500t까지 잡힌다. 요즘 이키섬에서는 참치잡이 어선 1대당 매달 잡는 참치어획량이 1,200kg을 넘지 못할 때가 많다.
트롤어업 방식은 “환경에 부담을 크게 준다”고 그린피스 일본 사무소의 가즈에 코마츠바라 활동가가 설명한다. “트롤어업 방식을 사용하면 크기나 어종과 관계없이 물고기를 다량 잡게 됩니다.” 국제과학위원회(ISC)가 북태평양 참치 어종에 관해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30년 간 일본 어선들이 포획한 참치량의 약 60%에 사용된 방식이 트롤어업이다.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평소에 태평양에서 서식하는 붉은 참치들 중 상당수가 여름에 동해로 모여들어 산란하는데 동해는 북필리핀해와 함께 참치의 2대 주요 산란장소다. 이 같은 특성 덕에 사카이미나토의 참치잡이 어선들은 그물을 던져놓고 기다리기만 하면 되니 작업이 한결 수월하다. 환경보호가들과 연구원들도 트롤어업이 참치의 개체 수를 감소시키는 원인이라며 분노한다. “산란기에 참치를 다량 잡으면 개체 수에 타격이 옵니다.” 도쿄해양대학의 가츠카와 토시오 참치 연구원의 주장이다. “트롤어업은 지속가능한 어업에 역행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을 계속 사용한다면 일본의 어업은 몰락할 것입니다. 정부가 트롤어업을 금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태평양 전역에서 참치의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다. 2014년 4월 국제과학위원회(ISC)는 충격적인 수치(1)를 발표했다. 산란할 수 있는 나이의, 3~5세 참치는 2012년 기준으로도 6%에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개정된 보고서에 의하면 이제 2.6%에 불과하다고 한다. 1980년과 2014년 사이에 태평양에서 어획된 붉은 참치 중 3/4은 일본이 잡은 것이다. 일본은 현재 국제사회와 환경단체들로부터 참치 개체 수의 감소를 막으려면 트롤어업 방식을 중단해야 한다는 독촉을 받고 있다. 한국, 일본, 미국을 중심으로 태평양 근처의 국가들은 2014년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 회의에서 참치어획량 제한 협정을 체결했다.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는 태평양 지역의 거대 회유어 보호를 위해 2014년에 창설된 기구다. 현재 회원국마다 정해진 어획 할당량(쿼터)을 준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참치 최대소비국 일본은 2002~2004년의 절반수준으로 참치어획량을 줄이겠다고 했다. 다시 말해, 30kg 미만의 참치는 4,007t, 초대형 참치는 4,882t으로 최대 어획량을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한편 국제자연보호동맹(UICN)은 태평양의 붉은 참치를 멸종위기 어종으로 분류하며 이 어종의 개체 수 유지를 위한 보다 효율적인 보호정책을 촉구했다.(2) 이키섬의 어부 314명도 나름의 방식으로 투쟁 중이다. 이들은 2013년 말에 ‘이키섬 바다의 참치를 보호하자’라는 단체를 설립했고 나카무라가 회장을 맡았다. 이들은 2017년까지 6~7월에는 참치를 잡지 않기로 했다. “수산청에 산란 가능한 참치의 어업을 금지하는 방안을 도입해달라는 압력을 넣기 위해서였습니다.” 도모카즈 토미나가 회원의 말에, 또 다른 회원이 덧붙여 설명했다. “이 속도로 참치 소비가 계속된다면, 조만간 참치를 먹을 수 없게 된다는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하고 싶었습니다.” 나카무라의 팀은 다른 지역의 어부들과 함께 회의를 열고, 정부와 사카이미나모토의 참치잡이 어선들과 지속해서 협의한다. 2016년 이 단체는 참치 어업의 지속적 관리를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해양생태계 보호를 위한 국제 환경정당회담 시웹 시푸드 서밋(Seaweb Seafood Summit)이 수여하는 시푸드 챔피언상의 최종 후보자군에 올랐다.
하지만 상황은 회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요즘도 사카이미나모토의 참치잡이 어선들은 이키섬의 어부들 앞에서 보란 듯 동해를 누비고 있다. 분명히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의 협약에 따라 제한조치는 마련됐지만, 어획량 할당 제도가 어업방식에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문제다. “일본 정부는 2002~2004년에 걸쳐 참치 어획 결과에 따라 어획 할당량을 배분하기로 했습니다. 어종별 개체 수를 지속시키는 어업방식인지는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그린피스 일본 사무소의 코마츠바라가 설명한다. 그 결과 이키섬의 어부들은 사카이미나토의 참치잡이 어선들과 같은 비율로 어획 할당량이 줄어들게 됐다. 논리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제도다.
“우리가 왜 사카이미나토의 사람들과 같은 어획 할당량을 받아야 합니까? 저 사람들만큼 참치를 많이 잡지도 않는데 말이죠. 사카이미나토 쪽이 우리보다 자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나카무라가 분통을 터뜨린다.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어업정책의 문제
뿐만 아니라, 사카이미나토의 참치잡이 어선들은 참치를 kg당 1천 엔(약 7.4유로)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팔아치운다. 실제로 “산란기에 잡은 참치는 지방질이 적어서 좋은 가격을 받기 힘듭니다.” 도쿄 해양대학의 가츠카와 연구원이 지적한다. 도쿄의 수산시장 츠지키에서 열리는 참치경매 때 매수인이 나오지 않기도 한다. 붉은 참치처럼 귀한 어류가 너무 가격이 저렴하면, 초밥에 애착이 큰 일본 소비자들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초밥은 참치요리 중 62%를 차지한다.
고고학자들에 의하면 일본인들이 참치를 먹기 시작한 것은 적어도 기원전 5,500년부터다. 이런 일본인들에게 참치가 남획으로 언젠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인 듯하다. “여기저기서 참치요리를 먹을 수 있으니, 사람들이 참치가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하죠.” 고마츠바라가 안타까워한다. 붉은 참치 소비에 관한 공식자료는 없지만 종류와 관계없이 어류 소비는 지난 10년간 1/3 감소했다(1인당 약 1.5kg 감소. 2015년 1kg 이상 감소).(3) 하지만 2010년과 2016년 사이에 수입이 2배로 증가하면서 5,000t에 달했다. 한편 양식 어업은 5년 만에 40% 증가했다.
역설적이지만 남획을 저지하는 엄격한 조치 때문에, 식탁에 오를 질 좋은 참치가 사라질까봐 걱정하는 일본인들이 있다. “앞으로 참치를 먹기 어려워진다면 먹을 수 있을 때 실컷 먹자”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그에 부응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고마츠바라가 안타까워한다. 참치를 대량으로 잡아서 염가로 파는 사카이미나토의 참치잡이 어선들은 참치를 집중 소비하는 일본인들의 성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키 섬의 어부들은 맛좋은 참치를 제공하기 위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죽인 후 바로 피를 빼는 등 정성을 기울이고 있어서 지금의 상황을 견디기 힘들다. “작살로 참치를 많이 잡을 수는 없지만, 잡을 수 있는 만큼 잡으려고 합니다.” 가즈나리 오가타 사무총장이 힘주어 말한다. 가즈나리 사무총장은 단체의 회원 어부들의 어업방식이 개체수를 지속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며 자랑스러워한다. 이런 방식으로 잡은 참치는 kg당 4만 엔(약 295유로)까지 나갈 수 있어서 주로 도쿄의 고급식당에 납품된다.
2017년 7월 초에는 악천후가 작은 이키 섬을 덮쳤다. 참치잡이 어부들은 폭풍우 때문에 바다로 나갈 수 없자 곧장 나카무라의 사무실에 모였다. 그들은 날씨와 휴교령, 그리고 참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들은 2014년에 여름 어업중단을 결정한 후부터 이 같은 여름철 휴어제를 모두에게 확대해달라며 수산청과 계속 논의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벽이 있다. 수산청 관계자들은 다 자란 참치보다는 어린 참치를 보호하는 편이 낫다는 입장이다. 수산청의 오타 신고 고문관은 “이키섬 어부들의 참치잡이를 제한하는 조치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붉은 참치는 대량으로 산란을 합니다. 약 수천만 개에서 1억 개의 알을 낳죠. 어린 참치 상당수는 산란할 수 있는 나이에 도달하기도 전에 죽어버립니다. 참치의 생존을 위해서는 어린 참치가 성장하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산란이 가능한 참치를 보호해도 어린 참치의 개체수를 높이는 데에는 큰 도움이 안 될 것입니다.” 이는 사카이미나토의 어선들이 환호할 주장이다. “수산청이 참치 개체수를 보호하겠다며 정한 어업할당량 제도를 준수하면서 작업한 지 2년 됐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사카이미나토 어선 협동조합의 책임자가 상세히 설명한다. “정부는 산란기 동안 어업을 해도 참치 개체수에 전혀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그러나 수산청의 입장에 반박하는 연구원들도 있다. “현재 거의 모든 참치가 남획으로 인해 다섯 살이 되기 전에 잡힙니다. 즉, 참치는 일생 동안 1~2회만 산란하죠.” 도쿄 해양대학의 가츠카와 토시오 연구원이 설명한다. “개체수 보호를 위해서는 참치가 산란할 수 있게 놔두어야 합니다.” 이키섬 어부단체는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참치 휴어제의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해달라고 수산청에 요청했으나 ‘예산부족’을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키섬의 어부들은 사카이미나토의 참치잡이 어선 같은 대형어선을 관리하는 대기업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비난한다. “대기업들은 수산청의 은퇴한 공무원들에게 정기적으로 자리를 마련해주며 보호를 받습니다.” 도미나가가 확신하듯 말한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최소 다섯 명의 수산청 퇴직 공무원들이 참치잡이 어선 관리 회사와 관련된 어업 협동조합들의 고문관이나 대표가 됐다. 수산청의 오타 신고 고문관도 순순히 인정한다. “사실입니다. 그곳에서 근무하는 수산청의 퇴직 공무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타 고문관은 결탁은 절대 아니라고 반박한다.
이키섬에는 분노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개인 어부들은 오징어와 은대구를 중심으로 다른 어류들을 잡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수익이 훨씬 적은 어류다. “간신히 입에 풀칠하고 있습니다.” 나카무라의 말이다. 이키 섬의 어부들의 소득은 12년 전부터 절반 이하로 줄었다. 12년 전만 해도 이키 섬의 참치어획량은 매년 300톤을 넘었다. 현재 월 소득은 1,250~2,500유로로, 지역 평균소득 2,800유로에 못 미친다.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어 이미 직업을 바꾼 이들이 40여 명. 휴어제가 적용되는 마지막 해인 2017년, 3년 간의 투쟁결과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 정도면 정부의 협력을 이끌어낼 줄 알았지만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오가타가 씁쓸하게 말한다. “산란기에 참치어획이 계속되면 일본의 식문화 중 상당부분이 사라질 것입니다. 사카이미나토의 사람들도, 정부당국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릅니다.” 나카무라가 안타까운 듯이 말한다. 현재 소비되는 참치의 53%는 수입산이다. 게다가, 지중해나 태평양에서도 참치 개체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글·야기시타 유타 Yuta Yagishita
도쿄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 기자로, 일본의 환경과 정치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룬다.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번역서로 <인간증발-사라진 일본인들을 찾아서>(2017)가 있다.
(1) <Report of the fourteenth meeting of the international scientific committee for tuna and tuna-like species in the north pacific ocean>, 북태평양 참치어종에 관한 국제과학위원회(ISC)의 보고서, 2014년 7월 16~21일, 대만. isc.fra.go.jp
(2) <The IUCN red list of threatened species>, 2017-3, 국제자연보호동맹(UICN), www.iucnredlist.org
(3) 참조할 기사: Taro Kawamoto, <Tuna market in Japan>, 제14차 14th 인포피쉬 세계 참치무역 회의, 2016년 5월 22~23일, http://infofish.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