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서 자전거페달을 밟는 독립사업자들

2018-01-31     장-필립 마르탱 | 언론인

2008년 독립형 사업자(Auto-entrepreneur) 제도가 도입되자 이를 환영하는 보도가 잇따랐다. 그로부터 9년 후, 자전거로 음식배달을 하는 사람들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기 위해 파업을 하고, 우버 운전기사들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프리랜서들’은 연대 결집하고 있다. 이들의 월 평균수입인 410유로는 적극적 연대소득(RSA: 만 26세 이상 청년 실업자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청년수당-역주)보다 적은 금액이다.


2017년 8월 11일 초저녁, 파리의 공화국 동상 아래에 녹색과 회색으로 칠해진 보온‧보냉백이 쌓여 있었다. 그 발치에는 영국의 다국적 음식배달 대행업체인 딜리버루(Deliveroo)의 로고를 달고 독립형 사업자로서 자전거로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Rider) 수십 명이 자전거 핸들에 기대어 서 있다. 이들은 법적으로 월급을 받지 않는 프리랜서이므로 파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접속을 끊은 것’일 뿐이었다. “누가 사장이냐”는 질문에 파리 독립배달원 단체(CLAP) 공동설립자인 제롬 피모는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가 모두 사장입니다. 경영을 해야 한다고요? 우리가 무리 지어 행동할 때 경영할 기회가 옵니다!”

경영자와 정부가 권장하는 허망한 제도

보르도에서 시작해 낭트, 리옹, 파리로 번져간 항의 시위는 딜리버루가 ‘파트너들’(이곳에서는 ‘피고용자’라고 부르지 않는다)의 보수체계를 하향 통일하겠다고 일방적으로 결정하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딜리버루는 라이더를 ‘고용’한다고 하지 않고 신임 라이더가 ‘승선’에 참여한다는 표현을 쓴다. 신임 라이더를 맞이하는 사람은 인사부장이나 임원이 아닌, ‘대사’라는 호칭이 붙은 동료들이다. 지난 8월 말, 회사 경영진은 시간당 지급되던 보수(7.5유로에 성과급 기준에 따라 배달 건당 2~4유로가 추가된다)를 건당 5유로(파리는 5.75유로)로 하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2016년 9월 이전 계약자에게는 여전히 예전 보수체계가 적용된다. 영국에서는 이미 1년 전 새로운 보수체계가 시행되면서 라이더들이 항의시위를 벌인 바 있다. 딜리버루는 프랑스의 라이더들에게 소송 없이 새 보수체계를 받아들이는 것과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것, 2개 선택안을 제시했다. 피모는 “배달 건당 5.75유로는 말도 안 된다. 우리는 회사가 임금노동자의 기본 시급과 같은 수준을 보장해주기를 원한다. 시간당 15유로, 가장 바쁜 시간대인 12~14시, 19~21시에는 20유로가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딜리버루 라이더들은 잠시 후 힙스터 스타일의 코와 수염을 붙이고 10구에 위치한 인기 레스토랑 테라스 앞에 모여 입을 모아 외쳤다.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라!” 작년부터 10시간 넘게 라이더로 일하는, CLAP 회원인 아드리앙(23세)은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존재에 기반을 둔 사회경제모델을 그린다. 일자리가 부족하다보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쟁이 거세졌다. “일하려는 사람이 넘쳐나면서 근무시간대를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요. 매주 수요일 아침 8시에는 비어있던 시간대가 2분이면 꽉 찹니다. 건당으로 보수를 지급하면 딜리버루는 원하는 만큼 라이더를 모집할 수 있게 되죠. 거리와 식당에서 자신을 불러주길 기다리는 라이더는 딜리버루에겐 하찮은 존재예요!”

시위가 벌어지는 중에도 음식배달 가방의 무게에 시달리며 달리는 자전거들이 계속 인근 거리를 지나간다. ‘아리 JMG’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음식 배달원의 삶을 이야기한다. 음식배달 플랫폼 배달원의 귀중한 근무시간대를 ‘보장’하기 위한 유료 앱을 개발한 이 젊은이는 음식을 배달하며 힘겹게 거리를 주행하는 신입 라이더들을 후원하자고 제안한다. 그는 8월 말이면 결국 끝나버릴 파업에 대해 독설을 날렸다. “일하지 못해 돈도 벌지 못하는 현 상황이 아주 고통스럽겠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가버려! 당신들은 독립 사업자라고. 계약서에 서명도 했고, 원래 이런 거잖아! 내가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파업은 하지 않아. 그냥 가버리지.” 

혁신이라는 미명하에, 임금노동제가 정치적, 법적으로 확립되기 이전부터 존재해온, 건당 보수를 받는 독립형 일자리가 재등장하고 있다. 1848년 2월 혁명의 여세를 몰아, 아돌프 티에르는 ‘노동자연합’과 노동권의 위기에 맞서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팔밖에는 가진 것이 없는 노동자도 자본주의자가 돼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길 바란다. 나는 그가 주인의 입장이 돼서 동료들과 연대해 공동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본, 관리, 성공에 필요한 모든 요소가 부족할 것이다. 그러나 유능한 일꾼은 제시된 결과를 달성할 수 있는, 그래서 자본 없이도, 공동사업에 따르는 어려움 없이 사업자가 될 수 있는 어떤 수단을 가지고 있는데, 노동자들의 ‘새로운 친구들(기업가들)’이 없애버린, 건당 보수를 받는 일자리가 바로 그것이다.”(1)

이는 자유지상주의의 싱크탱크인 ‘제네라시옹 리브르’(자유 세대)에서 출간한 ‘임금노동제 이후 사회에서의 노동권’ 보고서의 저자인 드니 페넬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만약에 미래가 과거와 비슷하다면?” 그는 자신이 던진 질문의 답을 과거에서 찾았다. 1804년 민법으로 도입된 노동 및 용역(서비스)에 관한 ‘임대차’ 계약에 따라, 작업지시자와 전적으로 상거래를 맺고 일하던 독립형 노동자(삯일꾼, Pieceworker)들이 ‘자신들이 일하던 현장에서 사업자’로 간주됐다는 것이다. 1808년의 민법은 고정 임금제의 종말을 예견하는 세계일자리연맹(World Employment Confederation, 임시직 파견 회사들의 로비단체로서는 명칭이 조금 거창하다)의 사무총장인 페넬에게 앞으로 도움이 될 적절한 참고사항인 셈이다.(2)

한 개인의 삯일이 상업화되면서 구축된 자가 고용(자영업)이 유럽 전역에서 확산되고 있다. 2003년 독일에서 페터 하르츠 전 폭스바겐 인사부장이 ‘Ich-AG’(문자 그대로 ‘나-무명 회사’) 규정을 처음 만들었다. 같은 해 이탈리아는 1973년에 제정된 총괄적인 지속적 협력계약(co.co.co)에 ‘프로젝트 협업’이라고 불리는 또 다른 노동계약(co.co.pro.)을 추가하면서 프리랜서의 수가 230만 명에서 390만 명으로 폭증했다. 

스페인에선 두문자어(頭文字語)로 TRADE(영어로 ‘무역’을 의미)라고 불리는 ‘경제적으로 종속된’ 노동자 수가 많이 감소하면서 2007년부터 독립형 노동자가 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2008년 8월 4일 제정된 경제현대화법에 따라 독립형 사업자 제도가 구축됐다. 2009년 1월 1일 시행된 이 제도는 ‘3번의 클릭’만으로 등록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간단해, 거의 모든 직업 활동에 적용할 수 있다. 프랑스 정부는 미소 지으며 날아가는 풍선 로고와 함께 ‘당신의 재능이 결실을 보도록’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실업자들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독립적 직업 활동을 장려하고, 임금노동자들에게는 다른 경제활동을 통해 추가 소득을 얻도록 하는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게다가 독립형 노동자에게 임금노동자에 버금가는 사회보장 혜택이 주어진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업무상 재해나 질병은 해당이 되지 않기 때문에 혜택은 많지 않다. 뿐만 아니라 손쉬운 재무회계 및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데, 부가가치세(VAT) 면제, 사회보장분담금 인하, 그리고 때에 따라 수익의 1% 수준 세금부과, 부동산 경비 면제가 있다(첫 번째 회계연도).

이 같은 개인별 하청 덕분에 대부분 원청 업체인 ‘고객’은 여러 문제(최저임금, 노동시간, 실업 및 유급휴가에 따르는 비용, 교육, 해고 전제조건, 차별방지, 상여금 제도를 통한 부가가치 분배, 직원의 경영 참여)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프랑스 국가 자체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독립형 사업자(이제 이 제도의 공식명칭이 됐다)가 돼 제약적일지라도 경제활동을 영위하면서 실업자들이 공식 실업자수 집계 요소인 카테고리 A(‘실업’)에서 빠져나간다. 사회학자 사라 압델누르는 예산의 ‘긴축’ 상황에 놓인 프랑스 정부가 마술사처럼 능수능란하게 유령 독립형 노동자를 이용해 비용을 인건비가 아닌 ‘진행 경비’로 둔갑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3)

허황된 경제 환상

실제로 이 제도는 취업활동을 잠시 중단한 것으로 보이는 구직자 대상 사회정책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임금억제, ‘기업가 정신’ 고양, 계층경계 완화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관련 정책 입안자들이 예외 없이 프랑스 우파 중 가장 자유주의적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는 전혀 놀랍지 않다. 피용 행정부(2007~2012)에서 중소기업 담당 차관으로 혁신을 이끈 에르베 노벨리는 2009년 출간된 대담집 <자영업자/개인사업자/독립형 노동자: 성공의 열쇠(L’Auto-entrepreneur: les clés du succès)>(Editions du Rocher, Paris)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프랑스 국민은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제 집단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 위기상황에 맞서기 위해서는 재정 원조만이 살길이라고 믿는 모든 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대답이다. 이것은 어떤 측면에서는 계층 간 투쟁을 없애버린다. 이제 더 이상 착취하는 자도, 착취당하는 사람도 없다. 오로지 기업가들이 존재할 뿐이다. 마르크스는 무덤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이렇게 초기에 잡음이 있었음에도 올랑드 전 대통령은 독립형 사업자 제도를 주저 없이 영구화했다. 올랑드 대통령 재임 기간, 이 제도에 가입한 사람이 2015년 100만 명을 넘어섰다. 마크롱 현 대통령은 첫해 사회보장분담금 납부를 면제하고 연매출액 상한선을 2배로 올리면서(무역부문은 17만 유로, 서비스 분야는 7만 유로로 확대) 이 제도를 강화하려 한다. 상한선 인상은 매우 상징적인 조치라 하겠다. 프랑스 재경부에 따르면 이들 중 5,900명(전체의 0.55%)만이 이에 해당한다고 한다.(4) 정부의 선전 이면에는 허황된 경제 환상이 숨어 있다. 프랑스 사회보장 중앙본부(Acoss)에 따르면 독립형 사업자 제도 가입자 100만 명이 실현하는 총매출액이 87억 5천만 유로라고 한다. 상당한 금액임은 틀림없으나, 직원 수가 10명 미만인 220만 개 기업의 총매출액 7,600억 유로와 비교해보면 그다지 많지 않다. 부의 창출에 있어 그 비중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 외에도, 프랑스국립통계청(Insee)은 경제활동을 하는 독립형 사업자가 2013년 월평균 410유로의 수입을 올렸다고 밝혔다. 적극적 연대 소득(RSA)보다 100유로 정도 적은 금액이다. 게다가 이는 매달 1,100유로 이상(세금과 기타 비용을 제외한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금액)씩 지원받은 독립형 사업자 10%에 의해 부풀려진 금액이다. 사실상 독립형 사업자 1/4 이상의 수입이 매달 70유로 미만, 절반은 240유로도 채 되지 않는 것이다.

사라 압델누르는 “절대적 독립형 노동자가 하는 일은 주로 사회보장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는 비숙련 노동자의 일이다. 공공부문이나 민간부문이나 임금노동자는 수입이 늘어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미 사회보장 혜택을 받는 가장 숙련된 노동자들은 독립형 일자리를 통해 추가 수입을 올리고 심지어 복지 혜택을 불필요하게 더 받는다. 반면 보통 청년층이나 여성으로 대변되는 사회 최약층은 자신들이 살아가는 노동사회의 주변부에서 아주 적은 돈을 번다”고 지적했다.(5) 프랑스의 센생드니 지역의 우버 운전기사들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차별장벽이 매우 높은 노동시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버를 택했다.(6) 미국 경제학자 줄리엣 쇼어는 이 같은 일자리가 불평등을 보완하기는커녕 더 심화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에서 ‘일자리 품귀와 소득의 감소’라는 배경에서 가장 직업훈련이 잘된 중산층 출신 삯일꾼들이 이제는 서민계층 노동자들이 점유했던 비숙련 일자리를 점령하고 있다.(7)

그렇다고 해도 ‘모두가 경영자!’를 외치는 이들은 계속해서 자유주의를 설파하며 명령을 내린다. 결국에는 자가고용이 자신을 위한 노동방식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일부 노동자들이 표출했던 노동의 기쁨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처신과 요령, 타협으로 신속히 대체되고 있다. 신문사에서 페이지당 보수를 받는 시간제 교정직으로 일하는 자크 L.은 담당 고용지원센터 직원이 다른 곳에서 일할 때 독립형 사업자 제도를 활용하면 ‘장점’이 많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이 제도에 가입했다. “세액 공제와 사회복지분담금 공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속적이지 않아요. 저는 더 이상 이 제도를 이용하지 않습니다. 가령 대학에서 감수 일거리가 들어오면 불법으로 일하죠.”

공유경제(주류 언론이 유행처럼 쓰는 표현에 따르자면)가 출현하기 전에 자유롭게 결정된 독립형 사업자 시나리오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노동자의 힘(Force ouvrière: 1948년 결성된 프랑스의 노동조합 전국연합체-역주)은 보고서(8)에서 출판계의 경우 ‘재택근무자(검토자, 편집자, 교정자, 감수자, 도판담당자 등)의 1/3(31.4%)이 고용주로부터 독립형 사업자로 법적 지위를 변경하라는 말을 들었고, 이들 중 81.5%가 계속해서 이 압력에 시달렸다’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는 ‘독립형 사업자 제도는 결과적으로 훨씬 유리했던 임금노동자 지위를 독립적 지위로 대체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결론지었다. 프랑스 언론노조(SNJ)는 알티스, 르피가로, 몽다도리, 프리스마, TF1같은 미디어그룹들이 이 같은 압력을 행사한다고 비난한다. 기자 신분에 따른 ‘노동계약 추정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특히 기자들이 단순한 외부 용역인력처럼 수당을 받는, 신문이나 부록, 프로그램이 신규 런칭할 때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플랫폼 자본주의’

관광업계는 가이드를 채용할 때 자격증이 아니라 독립형 사업자 여부를 따진다. 스포츠클럽이 트레이너를 채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건축학교를 졸업한 마틸드 C는 도시계획회사에서 3년간 독립형 사업자 지위를 유지하던 중에 채용됐다. “업계에서는 관행 같은, 여러 요소가 포함된 일종의 테스트 기간이었어요. 저는 책상이랑 필요한 모든 도구를 갖춘, 팀의 일원이었지만, 아파도 쉴 수가 없었어요. 돈을 받지 못하니까요.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는 있었지만 이론에 불과해요. 항상 사무실에 있어야 했어요. 회사에 남으려면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그냥 헌신해야 하는 거죠.”

이런 상황은 어느 업종이나 마찬가지다. 9월 말 생-미셸(Aisne)에 있는 앰뷸런스 회사의 임금노동자 수십 명이 신임 사장의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파업을 벌였다. 몇 년째 정규직으로 일하는 한 비노조원 직원이 파업을 시작한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사장이 종이에 회사 이름을 쓰고 그 주위로 원을 그리더니, 줄을 긋고 엄청나게 많은 화살표를 우리 방향으로 그렸다. 그리고는 독립형 사업자 장점이 쓰여 있는 도표를 꺼냈다. 믿을 수 없었다. 사장도 독립형 사업자인데, 매달 4천 유로 넘게 번다고 했다. 그 말에 하늘을 떠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 이 제도가 무엇인지 찾아봤는데, 차량도 내가 빌려야 하고, 사회보장분담금도 내가 다 내야 했고 졸지에 회사에서 버림받을 수도 있더라. 그래서 파업에 돌입했다!”

같은 회사 동료인 스테판 드니말 민주노동총동맹(CFDT) 대표는 그로부터 몇 주 후 사장이 와서 직원들을 안심시켰다고 전한다. “더 이상 독립형 사업자 운운하지 않고 프리랜서 이야기를 하더군요(별 차이가 없다는 걸 그는 알고 있다). 동료들이 오해였다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매출액이 늘어나지 않으면 또 이야기를 꺼내겠죠.”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에 독립형 사업자 신분은 임금노동자로 가장된 이들에게 추가적인 종속의 매개체다. 실시간 측정되는 실적평가, 고객이 매기는 평가점수, 매우 불투명한 알고리즘으로 설정된 ‘신뢰도’ 기준에 따라 일자리는 소멸하기 쉬운 상품이 된다. 평가가 나쁘면 노동자들은 그냥 제거된다. 노동자들은 지도상 위치측정이나 플랫폼 접속, 연결을 통해 항시 감시를 받는다. 점점 더 근접통제가 이뤄짐에 따라 이제는 ‘하이퍼(Hyper) 종속’을 언급하는 사람도 생겼다.

이미 프랑스경제인연합회(Medef)는 언론을 통해 알려진 노동 소송에 맞서고자 애쓰고 있다. 지난 11월 10일 영국에서 우버는 기사들에게 최저임금과 유급휴가를 보장했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Medef는 유럽과 미국에서 소송이 늘어나는 시기에 외부 용역인력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위험성을 없애기 위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 2016년 2월 크리스토프 카레슈, 이브 블렝 사회당 의원의 지지로 발의된 엘콤리법 초안은 이와 관련한 기업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인정하게 되면 플랫폼이 제시하는 경제 모델을 해치면서 플랫폼 노동자들을 사실상 ‘준(準)임금노동자’로 만든다. 이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9) 안타깝게도 이 조항은 끝내 삭제되고 말았다. 그러나 경영자 측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를 관철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에 따라 우사마 아마르 더 패밀리(The Family) 투자기금(정기적으로 ‘야만인의 공격’이라는 제목의 콘퍼런스를 몽테뉴 연구소와 공동 개최) 공동창립자는 ‘사례금’이 임금을 대체하는 경제가 출현할 것으로 예상한다. 자격이나 능력, 경험(경력)은 일할 기회를 얻는 데 더 이상 별 영향력을 주지 못할 것이다.(10) 아마르와 함께 일하는 니콜라 콜랭은 국가 회계감독관직을 휴직하고 프랑스 주간지 <롭스(L’Obs)>의 초빙 논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앞으로 ‘간헐적 노동이 일반화되는 세계’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한다. “기업들은 노동자가 차고 넘치는 디지털경제시대에, 최상의 근무조건을 요구하는 이들을 대체하는 다른 노동자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11) 같은 맥락에서, 초자유주의 경제학자 오귀스탱 랑디에는 우버의 성공을 홍보할 목적으로 우버가 ‘요청한’ 연구(12)를 수행하고, 경제분석위원회에 제출할 디지털경제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13) 

이 보고서에 따르면, 피라미드화된 노동시장의 정점에는 ‘보수가 많은 매니저급이나 창의적 직업군’이, 바닥에는 ‘생산성이 낮기 때문에 보수가 적은 비숙련 일자리’가 있다고 한다. 보고서 작성자들은 내용 대부분을 ‘비임금노동자’ 제도를 지지하는 데 할애하면서 독립형 사업자 제도가 비숙련 노동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았다. 이들은 새로운 프롤레타리아계층에 평가점수 시스템을 추천했다. “학위나 시험 대신 사용자들의 만족도를 활용하는 방안이 가능하다”며 ‘향후 직업적인 면(구직)이나 신용, 주택 같은 비직업적인 면’에서도 자신의 ‘평판’을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해방의 길을 열다
 
보고서는 또한 독립형 사업자에게 부족한 사회보장 혜택을 일시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저축의 필요성을 알리도록’ 독려한다. 생산수단이나 사업자금이 없는 노동자들에게는 은퇴 후 아무것도 남지 않기 때문에 저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고서 작성자는 ‘임금노동자 적립금 제도를 본뜬’ 독립형 사업자 적립금 제도의 설립을 권장한다. 다만 임금노동제의 경우 적립금 제도가 퇴직금이나 실업급여, 의료비, 직업훈련금과 별도로 운영, 지급된다는 점에서 독립형 사업자의 적립금 제도와 다르다.
독립형 사업자들은 흩어져 있고 플랫폼 기업은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방의 길을 열고자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공동복지 혜택을 누리며 각자 독자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독립형 사업자 상호공제조합(벨기에의 SMart)이나 경제활동 및 일자리 협동조합(CAE, 예를 들어 프랑스의 쿠파나메․Coopaname: 회원 850명)이 출범했다. 2016년 봄의 ‘밤샘(Nuit debout)’ 운동 이후 출범한 쿱시클(Coopcycle)은 음식 배달원 단체들이 딜리버루와 같은 다국적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코드와 알고리즘을 배포했다. 

독일(Ver.di, IG Metall)과 스웨덴(Unionen)의 노동조합들은 훨씬 더 야심 차게 북미 단체들(Freelancers Union 등)과 협력을 맺어 공유경제를 의미 있게 만들 ‘플랫폼 협동조합주의’를 구상하고 있다.(14)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인터넷 소유와 관할권은 바꿀 수 있다. 이미 시행 중인 테스트를 통해 협동조합과 노동조합 관련 세계 환경이 프리웨어, 오픈소스 같은 운동과 결부해, 실리콘밸리의 ‘승자독식’으로 야기되는 노동자의 불안정과 부의 집중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밝혔다.(15)

만일 미래가 과거와 비슷하다면? 아직 초기 단계인 이 테스트들이 새로운 권리를 낳는다면? 이제 남은 일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갈림길을 인지하도록 하는 일이다.  


글·장-필립 마르탱 Jean-Philippe Martin
저널리스트

번역·조승아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Adolphe Thiers, <De la propriété(재산권)>, Paulin, Lheureux et Cie, Paris, 1848년.
(2) Denis Pennel, <Travail, la soif de liberté(노동, 자유에 대한 갈증)>, Eyrolles, Paris, 2017년.
(3) Sarah Abdelnour, ‘Administration publique recrute auto-entrepreneurs(행정부처, 독립형 사업자 채용)’, Cadres, n° 447, 
(4) Marie Bellan, ‘Microentrepreneurs: le faible impact du relèvement des seuils(독립형 사업자의 연매출액 상한선 인상 영향 미미해)’, <Les Échos>, Paris, 2017년 10월 5일. 
(5) Sarah Abdelnour, <Moi, petite entreprise. Les auto-entrepreneurs, de l’utopie à la réalité<나, 소기업. 독립형 사업자, 유토피아에서 현실까지)>, Presses universitaires de France, Paris, 2017년.
(6) Hacène Belmessous, ‘En banlieue, autoentrepreneur faute de mieuxs(자영업으로 내몰린 외곽지대 청년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7년 3월호‧한국어판 2017년 10월호 기사 참조.
(7) Juliet Schor, ‘Does the sharing economy increase inequality within the eighty percent?’, Boston College, 2017년.
(8) Christophe Gautier, Antoine Remond & Yoan Robin, ‘Conditions et formes d’emploi des journalistes et travailleurs de l’édition: Quelle sécurisation(언론인들과 출판업계 노동자들의 고용 조건과 형태)’, Force ouvrière, 2015년 1월. 
(9) Assemblée nationale(프랑스 의회), 2016년 4월 25일.
(10) ‘Les Barbares attaquent les politiques de l’emploi(야만인들, 일자리정책을 공격한다)’, 2014년 12월, http://barbares.thefamily.co
(11) Nicolas Colin, ‘Reinventing labor: The sharing economy as professional leverage’, 2016년 12월 9일, http://salon.thefamily.co
(12) Augustin Landier, David Thesmar&Daniel Szomoru, ‘Travailler sur une plateforme Internet: une analyse des chauffeurs Uber en France(인터넷 플랫폼 노동자: 프랑스 우버 운전기사 분석)’, 2016년 3월, http://drive.google.com
(13) Nicolas Colin, Augustin Landier, Pierre Mohnen&Anne Perrot, ‘Économie numérique(디지털 경제)’, Les Notes du Conseil d’analyse économique(경제분석위원회 의견서), n° 26, 2015년 10월. 
(14) Trebor Scholz, ‘Platform cooperativism: Challenging the corporate sharing economy’, Rosa Luxembourg Foundation(New York Office), 2016년 1월.
(15) Platform Cooperativism Consortium 인터넷사이트, http://platform.co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