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도 학생도 수갑 차는 뉴욕 학교들

2010-06-07     체이스 마다

뉴욕의 교육이 미쳤다! 아니, 뉴욕 경찰이 미쳤다! 학교 안전 강화를 이유로, 학교에 진입한 경찰은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학생과 교사에게 수갑을 채우는 등 공포심을 자아내고 있다. 낮잠 거부를 이유로 4살 아이가 수갑을 차고, 5살 아이가 비행 혐의로 정신 감정을 받으며, 교사 면담 중인 여학생이 무단 이탈로 체포되고, 이에 항의하는 교사와 교장은 해고 협박을 받는다. 언론과 교육계가 그토록 찬탄해 마지않던 ‘세계 최고 교육도시’ 뉴욕의 학교에서 생생하게 벌어지는 모습이다. 프랑스 역시 이런 뉴욕의 학교를 닮고자 한다. 2010년 프랑스 교육부가 실시한 ‘학교안전 총괄팀’은 학교에 금속탐지기와 경찰력 배치에 역점을 두고 있다.

미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뉴욕교육청은 대부분 서민층 집안 출신인 학생 110만 명을 관장하고 있다. 1998년 당시, 공화당 출신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현재 프랑스 교육부 장관 뤽 샤텔이 사력을 다하는 학교폭력 문제에 직면해, 까다로운 학교안전 문제를 일선 학교에서 뉴욕경찰국으로 이관했다. 이후 경찰 직원으로 전환된 뉴욕시 학교 안전요원 4500명은 학교폭력 문제를 교사는 물론 교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직접 뉴욕경찰국을 상대하고 있다. 줄리아니는 당연히 교육계 소관인 학교 문제에 관한 법 집행을 경찰 당국에 이관함으로써 자신과 그의 후계자인 무소속(1) 마이클 블룸버그의 강력한 남성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시 당국은 정기적으로 강력한 학교폭력 대처법과 기술적 감시 수단을 도입함으로써 위험하다고 간주되던 학교범죄율을 대폭 줄였다고 선전한다. 하지만 당국이 발표한 목표치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조작한’ 통계를 신뢰할 전문가는 드물다. 전문가들은 2007년 도시 전체를 감사한 보고서에서 “모든 교육청이(2) 상당수의 학교폭력 사건을 누락하고 있다”고 했다. 뉴욕경찰국과 교육청은 이 보고서를 반박했지만, 교직원과 학교장 노조, 학교 안전요원을 파견하는 인력조달 노조인 ‘팀스터스 로컬 237’의 뉴욕 지부는 이를 반겼다.

 


뉴욕경찰국과 교육청이 범죄 감소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지만, 새로운 장르의 징계 제도를 출현시켰다. 자격요건도 거의 갖추지 못한 채 교사 단체와 심지어 교장 단체의 권리를 찬탈한 경비요원들이 학교에서 징계 문제를 다루는 최고 권위를 지니게 되었고, 이것이 무질서와 폭력의 새로운 징계 형태를 창출했다. 2006년 11월 17일, 한 경비요원이 4살짜리 두 아이가 낮잠을 거부한다며 수갑을 채웠고,(3) 2008년 1월 17일에는 5살짜리 아이가 비행을 저질렀다며 똑같은 조치를 취한 뒤, ‘정신 감정’을 받아야 한다며(4) 강제로 정신병원으로 끌고 갔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에릭 애덤스 상원의원은 “분명 5살짜리 아이에게 쇠수갑을 채운 것은 적절치 못했다”며 “되도록 나일론으로 된 수갑을 사용하라”고 했다.

 

정보자유법에 따라 입수한 뉴욕경찰국 통계에 따르면, 2005~2007년 학생 309명이 미성년출입금지법이나 기물파손법 위반으로 체포되어 법정에 기소됐다.(5) 다른 학생들도 경찰서로 이송되지는 않았지만 학교 안에서 짧은 기간 수갑을 찬 채로 지내야 했다. 예컨대 예전 같으면 처벌을 받거나 교장실에 불려갔을 법한 청소년기의 특정 행동이 이젠 형사기소감이 된 것이다.

경비요원이 최근에 쟁취한 권한 때문에 중고생만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니다. 과중하고 임의적인 처벌에 반발한 교직원도 종종 체포 위협이나 그보다 더한 위협을 받는다.

2007년 10월 9일, 맨해튼 고등학교의 우등생인 한 여학생이 교사와 면담하려고 학교 문을 열기 전에 학교에 들어가려다 체포되었고, 이를 만류하던 교장도 수갑을 채운 채 구금했다. 학생을 경찰에게서 보호하려다 불시에 체포된 교사와 교장에 대한 기사가 정기적으로 신문의 머리기사를 장식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들은 강등이나 직위해제가 두려워 공개적 비난도 못한다. 하지만 많은 교직원이 무자격자나 다름없는 제자 나이 또래 경비요원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뉴욕시 교장노조 위원장인 어니스트 로건은 “교사 체포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교장·교사 체포 비일비재

이런 사건은 학교 범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대두시켰다. 물론 학내에 총기나 칼을 반입하는 행위는 엄격한 처벌, 심지어 형사 처분을 해도 마땅하다. 로건은 그렇다고 “길거리에 있는 성인과 학교 운동장에 있는 12살짜리 어린이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할까? 만약 조니가 조이를 때려 코피가 난다면 조니는 감옥에 가야 할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급조된 젊은 경비요원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유일한 프리즘, 즉 범죄에 대한 프리즘으로 모든 사건을 이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회학자이자 학교 징계 문제 전문가인 제프리 스프라구 오리건대학 교수는 “경찰이 학교에 진입할 때, 범죄율이 3배 증가한다”는 간결한 문구로 모든 안전의 효과를 요약했다.

교육용? 아니 선거용!

대부분 학교 입구에 설치된 금속탐지기 주변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카우보이나 대형차처럼 미국인 정체성의 상징이 된 금속탐지기가 주로 도시의 서민 지역에서 사람들의 눈에 띄고 있는 데 반해, 부유층이 거주하는 교외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조치라며 장비 선택을 정당화하고 있다. 한편, 이런 시설 투자를 원치 않는 교장은 학교에 특별한 문제가 없더라도 상부에서 하달되는 강한 압박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줄리아니와 블룸버그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단호한 태도와 작위적인 단호함이 미디어와 선거판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아는 이들에겐 현실 세계의 결과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뉴욕 브롱크스 체육고등학교 교장 펠레스 르포르는 “금속탐지기가 안전에 대한 잘못된 감정을 심어준다. 만약 누군가 학교 건물 안으로 물건 반입을 꾀한다면, 그것을 반입할 방법은 언제든 찾게 되어 있다. 그리고 등교하는 자녀에게 검문해야 한다고 말할 때, 우리가 아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암시하는 걸까? 이 질문에 여러 동료가 ‘긴장 분위기 조성’이라고 입을 모았다”고 말했다.(6) 교육계에 몸담기 전 뉴욕에 인접한 뉴저지주 경찰로 재직했던 르포르는 검문이 긴장 분위기를 조성하는 이유를 말했다. 2008년 3월 28일, 브루클린에 있는 크라운 하이츠 폴 롭슨 고등학교의 한 학생은 검문검색했지만 교내에서 칼을 맞아 사망했다.

부유층 지역 학교는 열외

1999년 학생 15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당한 콜럼바인 고등학교 사건 발생 당시,(7) 학교에는 금속탐지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부유층 거주 지역인 콜로라도주 리틀턴시 교외에 위치한 학교인데, 마음만 먹으면 완벽한 기술을 설치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부분 부유층인 학부모들은 이 사건을 빌미로 자녀가 범죄자 취급당하는 것을 원치 않았고, 이 사건을 폭력에 맞서 투쟁하는 훌륭한 학습장으로 삼았다. 뉴욕의 많은 부모가 같은 시각으로 동참했다. 그러나 이들과 똑같은 정치적 지렛대가 없고 영향력도 없는 흑인과 히스패닉계는 이에 동참하지 못한 채, 자신을 압박하는 시스템을 따를 수밖에 없다. 이처럼 흑인과 히스패닉계의 이른바 ‘민감한’ 지역에 있는 6개 학교에서 가동 중인 ‘대안 조치’는 부유 지역에 있는 학교에서 쓰는 방책과 크게 다르다. 그런데도 뉴욕교육청은 그런 대안 조치 대부분이 흑인과 히스패닉계가 다니는 지역에 있는 학교에 적합하다는 생각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학교 폭력을 줄이기 위한 좀더 효과적인 대안 전략을 내놓고 있다. 2009년 7월 한 독립 단체는 뉴욕교육청에서 수집한 공식 데이터를 바탕으로 <위엄 속에서의 안전>이란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징계에 대한 다른 접근을 채택한 도시 서민지역 6개 고등학교의 비행률과 범죄율이 때로는 경찰 책임 아래 있는 같은 지역 다른 고등학교보다 훨씬 낮다”고 밝혔다.(8) 브루클린에 있는 부시윅 공립고등학교 교사 타바리 보맨니는 “학생이 범죄자처럼 구는 게 싫으면 먼저 여러분이 그들을 범죄자로 취급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롤모델이 되는 이 6개 고등학교에서는 징계권이 교사와 교장 그리고 감독관에게 있다. 경비요원의 임무는 학교 교문에서의 안내로 국한되어 있다. 경비요원이 최소한의 수준에서 경비업무를 수행하는데도 학교는 경비요원의 눈높이에 맞는 교내 수칙을 수립해, 학생이 교내에서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절대 체포나 기소가 되는 일이 없게 하고 있다. 동시에, 이 6개 학교는 학생에게 자기규율을 권장하고, 회의와 모임 때마다 의도적으로 상호 존중의 윤리를 의식화해 매일 실천했다. 6개 학교의 학생은 경찰 감시 아래 있는 학교의 학생과 같은 지역 출신이다. 빈곤 가정 출신인 이들은 주로 영어를 못하는 이민자다. 하지만 6개 학교는 다른 학교보다 더 나은 교과 성적을 내고, 학기 중 자퇴율이 다른 학교보다 낮았다.

어쨌든 경찰을 학교에 배치해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뉴욕시의 실험이 막을 내리게 되었다. 지난 15년 동안 범죄율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범죄에 맞선 작위적인 ‘단호함’의 태도도 평가절하되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5살 난 아이에게 수갑을 채워 끌고 가는 장면은 정치인이 동참하고 싶은 이미지는 아니다. 비록 비난에 대해서는 귀머거리 시늉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교육부가 아직 그런 장면에 대응할 준비가 안 된 것처럼 보이지만, 협회와 결집한 전투적인 단체와 언론이 그런 사실을 간파하기 시작했다.

프랑스는 뉴욕에서 무얼 배울까…

하지만 역설적으로, 학교 안전에 관한 대안적 개혁을 촉발한 진짜 이유는 경제위기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공공서비스 예산 감축일 것이다. 좀더 인도적으로 문제 해결 방식에 접근하면 경비요원의 안전 경비, 법정 수수료나 잘못 체포한 학생과 교사에게 쏟아붓는 배상금에 지출하는 비용의 극히 일부분이면 대안 개혁을 위한 비용을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

학교의 징계권을 되찾기 위한 교사와 학계의 투쟁은 승리를 거두지 못했고, 앞으로도 여러 해가 더 걸릴 것 같다. 심지어 학교에 배속된 경비요원 4500명을 시민과 경찰로 구성된 조정위원회의 감독 아래 놓으라는 간절한 제안에도 뉴욕시는 답변이 없다. ‘경찰이 학교에 진입하도록 두면, 우리는 그들을 학교 밖으로 몰아내기 어렵다’는 확실한 교훈 하나를 얻었다. 얼핏 진일보한 것 같은 길을 걷고 싶어 하는 프랑스 당국은 뉴욕의 사례를 심사숙고할까?

글•체이스 마다 Chase Madar
주요 저서로 <존엄성을 지닌 안전>(뉴욕·2009년 7월) 등이 있다.

번역•조은섭 chosub@ilemonde.com

<각주>
(1) 금융 및 경제 통신업체 창업가 마이클 블룸버그는 민주당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으나, 2001년 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꿔 뉴욕시장에 당선된 뒤 2007년 공화당을 탈당해 무소속을 선포했다.
(2) Richard Steier, <Backs Thompson’s Finding: Union: Schools Hide Extent of Violence>, The Chief-leader.com, 2007년 9월 29일.
(3) ‘Public Enemy N° 1’, <New York Post>, 2008년 3월 10일.
(4) ‘Cuffed kid troubles Schools Chancellor’, <New York Daily News>, 2008년 1월 26일.
(5) ‘300 Student Busts were illegal, NYCLU tells Police Commissioner Ray Kelly’, <New York Daily News>, 2008년 10월 8일.
(6) ‘Coach helps save stabbed student’, <New York Daily News>, 2008년 3월 29일.
(7) 이 학살은 2002년 출시된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영화 <볼링 포 콜럼바인>의 소재가 되었다.
(8) Annenberg Institute for School Reform 보고서 <Safety With Dignity: Alternatives to Over-Policing in Schools>, New York, 2009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