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세르의 후계자, 아랍민족주의수비대

2018-01-31     니콜라 도트-푸이야르 | 연구원

시리아 정부(시아파)가 정권을 다시 회복하기까지는, 러시아 공군의 지원은 물론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시아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출신 시아파 여단들, 이란군 간부진 등 정부군 편에서 전투에 참여한 수많은 외국인 용병들의 도움이 컸다. 잘 알려지지는 않지만, 그중에는 사회주의와 범아랍주의 이념을 표방하는 아랍민족주의수비대(ANG)도 포함돼 있다.


아랍민족주의수비대(ANG)는 2013년 5월 이후 시리아 정부군 편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로, 북서아프리카와 중동지역 출신의 자원군 수백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정확한 인원수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2017년 2월 아랍민족주의수비대의 알레포 지역 책임자 바셀 알 카레트가 내전 참여 후 4년동안, 시리아 내전 중 사망한 아랍민족주의 ‘순교자’의 수를 약 150명으로 밝힌 바 있다. 한 달 뒤인 2017년 3월에는 팔미라 지역에서 이슬람국가조직(IS)과의 교전 중 이라크 국적의 소속 대원 이야드 자부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들은 홈스, 쿠네이트라 등 골란 고원지역의 전투에도 개입하고 있지만, 주 활동무대는 다마스쿠스 인근에 있는 동(東)구타 지역으로, 이곳에서 시리아 정부군 제4여단을 지원하며 반군세력들(수니파)과 교전을 벌이고 있다. 

아랍민족주의수비대 소속대원들은 IS에 가담해 시리아 이라크 등지에서 전투를 벌여온 수만 명의 지하디스트 전투원과도 비교해볼 수 있다. 이들은 최소 세 가지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는데, 연령층이 젊다는 점, 강력한 이념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점, 그리고 1920년대 이후 위임통치로 엇갈린 중동지역의 국경 문제를 끝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이상향 대 이상향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슬람 제국의 건설을 목표로 하는 IS 지하디스트들과는 달리, 아랍민족주의수비대는 공식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듯 ‘저항, 아랍통합, 그리고 사회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정치사회화 방식은 차이를 보인다. 아랍민족주의가 전장에 뛰어든 것도 시리아 내전이 처음은 아니다. 이집트의 가말 압델 나세르 전 대통령(1918~1980)이 남긴 ‘아랍민족주의’라는 정신적 유산은 과거에도 여러 단체를 통해 주장되고 정치화된 바 있다. 아랍민족주의수비대와 아랍민족주의청년연합(ANYO)이 명백한 유기적 관계에 놓여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1990년대 초에 생겨난 이 청년연합은 어느 한 곳에 공식적으로 자리 잡지 않은 채, 아랍세계 곳곳에 위치한 여러 지부들을 통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조직하는 청년캠프에는 해마다 수십 명의 지원자들이 모이고 있으며, 가장 최근에는 17년 8월 모로코에서 캠프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 연합을 이끌고 있는 젊은 아랍민족주의자들은 1950~60년대의 지적유산에 직접적인 기반을 두고 있으며, 사회주의와 개발주의(강력한 국가주의를 경제 및 산업 발전의 기본으로 보는 이념-역주)의 경험에서 영향을 받았다. 이들에게 있어 다양한 저서를 통해 나세르주의, 사회주의, 이슬람주의적 관점을 강조했던 이집트의 사상가 이스마트 사이프 알 다울라(1923~1996)는 지금까지도 사상적 기준이 되는 인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1) 또한 베이루트 미국 대학(AUB)의 교수로, 1950년대 아랍민족주의운동(ANM)을 주창했던 콘스탄틴 주레이크(1909~2000)의 경우도 마찬가지다.(2) 특히 아랍민족주의운동은 1967년 이후 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PFLP), 아랍사회주의행동당, 레바논 공산주의행동연합 등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내의 주요 극좌파 단체들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아랍민족주의수비대와 청년연합은 각 국가의 합법적인 정치조직들과도 연계돼 있다. 레바논의 경우 독립나세르주의운동(INM, 또는 ‘알무라비툰’당)의 지원을 받고 있다. 과거 야세르 아라파트가 이끌던 팔레스타인의 파타당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기도 했던 이 정당은 현재 의회 내 활동은 하지 않고 있지만, 국가제도의 탈종교화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거나 각종 사회갈등 문제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독립나세르주의운동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무스타파 함단 장군은 1998~2005년 에밀 라후드 전 대통령의 친위대를 이끌었던 인물로, 2005년 2월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 암살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레바논 당국에 의해 체포돼 2009년까지 수감생활을 하다가 UN 레바논특별재판소(STL)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최근 다마스쿠스를 주기적으로 방문하며, 아랍민족주의수비대의 공식집회 등에서도 주요연사로 참여하고 있다. 요르단 내 연계세력은 팔레스타인 파타당 소속이었던 이브라힘 알루슈가 이끄는 아랍민족주의리스트(ANL)당의 세력과 대부분 일치한다. 또한 아랍민족주의청년연합의 대원들이 속해 있는 튀니지의 나세르주의 군소 정당들은 의석수 15석의 급진좌파 연합 인민전선에 소속돼 있다.

아랍민족주의수비대가 결성된 것은 불과 5년 전인 2013년이지만,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사회주의적 이념은 많은 이들이 구시대적이라고 여겼던 사상들에 기반을 두고 있다. 특히 나세르 전 이집트 대통령의 사회주의 체제에 대해 강한 향수를 보여, 현재 시리아 집권당인 바트당과 나세르 대통령이 과거 통일아랍공화국(1958~1961) 시기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대립해왔다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다. 하지만 민족주의적 측면에서는 혼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아랍민족주의수비대의 군 지도자인 둘피카르 알 아밀리가 지난 2017년 4월 시리아의 카르다하 지역을 방문했던 일도 이를 잘 보여준다. 알라위트(시아파의 분파,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지지기반) 밀집 지역인 이곳은 시리아에 ‘바트주의’ 체제를 확립한 인물이자 현재 시리아 대통령의 아버지인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의 출생지로, 그를 기리기 위해 군 지도자가 직접 이곳을 찾았던 것이다. 

또한 아랍민족주의수비대는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아랍통일주의를 본래의 이념으로 삼고 있는 만큼 각종 포스터나 글, 성명서 등을 통해 타국의 여러 단체들에 대해서도 찬사를 보내고 있다. 헤즈볼라도 그중 하나로, 아랍민족주의수비대는 헤즈볼라를 시아파 단체나 레바논 출신 단체로 여기기보다는 이스라엘과 미국에 맞서 투쟁하는 지역적 저항운동 세력으로 보고 있다. 헤즈볼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예루살렘부터 바그다드까지 이르는 ‘대(大)시리아 통일’을 주장하며 시리아 및 레바논 출신 전투원 수천 명을 동원해 현 정권을 지지하고 있는 시리아사회민족당(SSNP)과도 자연스러운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3) 실제로 이들이 한 교전지에서 조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랍민족주의수비대가 단절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전 이라크 대통령이기도 한 사담 후세인(1937~2006) 측 세력이 유일하다. 사담 후세인이 이끌던 이라크 바트당(수니파)과, 아랍민족주의수비대가 지지하고 있는 시리아 바트당은 서로 분신이나 다름없긴 하지만 사실상 오랜 세월 냉전 관계를 이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다. 심지어 이라크 바트당 출신 간부들은 이란과 시아파 전체에 대한 투쟁을 명분 삼아 IS의 활동에 가담하기도 했다.(4)

또한 아랍민족주의수비대는 이스라엘의 ‘시오니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와하비즘’에 대항하는 여러 정치운동과 손을 잡고 무장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시리아 정권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진영을 지지하며 매년 ‘땅의 날’을 기념하고 있는 것도 그 예다.(5) 뿐만 아니라 1984년 이후 프랑스에 수감돼 있는 레바논무장혁명파(LARF)의 조르주 이브라힘 압달라의 처지를 알리는 짧은 성명서들을 발표했으며, 2016년 12월 반군 세력으로부터 알레포 동부 지역을 탈환한 뒤에는 이곳의 초·중학교를 찾아가기도 했다. 한편 아랍민족주의가 온전한 세속주의 운동으로 여겨지는 것과 달리, 아랍민족주의수비대는 이슬람교적 측면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에 업로드 된 그들의 영상에서는 소속 대원들이 코란의 제1장인 ‘알 파티하’를 암송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선지자 탄생일 기념, 라마단 기간 중의 저녁 식사 등 이슬람력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공개 토론회를 다마스쿠스 지역에서 열기도 했다. 따라서 아랍민족주의의 신생지지 세력인 아랍민족주의수비대와 IS가 서로 대치하는 것은, 나세르주의와 바트주의라는 이념의 대립이자 종교적 대립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슬람영토 내에서 이뤄지는 이슬람 세력 간의 대결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2017년 여름, 시리아 정부군이 여러 지역을 재탈환한 이후부터는 지하디스트 조직원들을 비롯해 내전에 참여했던 외국인 용병의 해산 및 본국으로의 귀환문제가 벌써 제기되고 있다. 튀니지의 전 법무부 장관(2013~2014)이자 엔나흐다당 소속 국회의원인 누레디네 브히리는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에 협력해온 튀니지 국적의 전투원들에 대해 사법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몬세프 마르주키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인 의회 내 안보방위위원회 소속 이메드 다이미 의원도 이를 지지하고 나섰다. 당연한 주장이다. 인민전선의 좌파세력이 2011년 이래로 엔나흐다당의 연정 파트너였던 공화의회당(CPR)과 엔나흐다당을 향해 시리아 내전에 참여 중인 튀니지 출신 지하디스트들을 귀국시켜 사면하려 한다는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인민전선 쪽으로 비난의 화살이 돌아갔다. 아랍민족주의수비대가 인민전선 내 일부 세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시리아 내전에 연루된 튀니지 국적의 전투원 문제가 단순히 지하디스트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처럼 시리아 내전은 제인 엘아비디네 벤 알리 독재정권에 함께 맞섰던 이들을 분열시켰다. 하지만 이것이 전에 없던 일은 아니다. 2011년 이후 공화의회당과 엔나흐다당은 시리아 혁명에 대해 확고한 지지를 표명해온 반면, 다른 정당들은 시리아 정부와 친정부 진영을 지지해왔기 때문이다. 시리아 정권 지지 세력에는 좌파 연합인 인민전선은 물론 튀니지노동연맹(UGTT)의 지부들도 포함되는데, 특히 튀니지노동연맹의 일부 책임자들은 지난 7월 다마스쿠스를 방문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튀니지에 나타나고 있는 이와 같은 대립은 곧 이집트, 레바논, 요르단에서도 재현될 것이 분명하다.  


글·니콜라 도트-푸이야르 Nicolas Dot-Pouillard
베이루트 소재 프랑스중동지역연구소(IFPO) 소속 연구원

번역·김보희 sltkimbh@gmail.com
고려대 불문과 졸업.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역서로 <파괴적 혁신>등이 있다.

(1) Ismat Saif Al-Dawla, ‘An al’-Uruba wa-l-Islam(아랍성과 이슬람)’, Centre d’études pour l’unité arabe, Beyrouth, 1986.
(2) Marie Kostrz 마리 코스트, ‘Indéfectible creuset des élites libanaises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공존하는 BAU’,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7년 7월호.
(3) cf. Nicolas Dot-Pouillard, ‘Sur les frontières: le Parti syrien national social entre idéologie unitaire et Etats-nations(국경에서: 통일이념과 민족국가 사이의 시리아사회민족당)’, in Anna Bozo&Pierre-Jean Luizard(ed.), <Vers un nouveau Moyen-Orient? Etats arabes en crise entre logiques de division et sociétés civiles(새로운 중동을 향해? 분열논리와 시민사회 간 위기에 빠진 아랍국가들)>, Roma Tre-Press, Roma, 2016.
(4) Loulouwa Al-Rachid, ‘Un soufisme caméléon? La Naqshbandiyya de Saddam Hussein à l’Etat islamique(카멜레온 수피스트? 사담 후세인의 낙쉬반디야, 이슬람국가)’, in Sabrina Mervin&Nabil Mouline(ed.), <Islams politiques. Courants, doctrines et idéologies(정치적 이슬람. 사조, 교리, 그리고 이념)>, CNRS Editions, Paris, 2017.
(5) 팔레스타인 점령지역, 이스라엘, 그리고 곳곳에 흩어져 디아스포라로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인 공동체들은 1976년 이후 매년 3월 30일을 ‘땅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박스기사

아랍민족주의수비대 여단에 붙은 상징적 별칭들

과거와 현재의 연결성은 아랍민족주의수비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다. 아랍민족주의수비대 소속 4개 여단에 붙여진 각각의 별칭도 그런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제1여단의 별칭인 ‘쥘스 자말 여단’은 1956년 이집트군과 프랑스‧이스라엘‧영국 연합군 사이에서 벌어졌던 수에즈 전쟁 당시 프랑스의 함선을 침몰시킨 시리아 장교 쥘스 자말의 이름에서 따왔다. 2013년 11월 20일, 이집트 국적의 소속 대원 아부 바크르 알 마스리가 사망하자 아랍민족주의수비대는 즉시 이를 알리는 글을 발표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할 이야기를 완성했다. 요컨대 쥘스 자말은 1956년 이집트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시리아인이고, 아부 바크르 알 마스리는 2013년 시리아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집트인이라는 것이다. 
 
제2여단인 ‘하이다르 알 아밀리 여단’은 2007년 세상을 떠난 레바논 남부 지역 크파르멜키 출신 사상가이자 아랍민족주의 운동가였던 하이다르 알 아밀리의 이름을 딴 것이다. 현재 그의 아들 둘피카르 알 아밀리가 아랍민족주의수비대의 핵심 군 지도자로 활약하고 있다. 제3여단 ‘와디 하다드 여단’은 아랍 좌파의 역사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 와디 하다드의 이름을 물려받았다. 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 외부사령부(PFLP-EO)의 지도자였던 그는 항공기 납치사건을 여러 차례 주도한 인물로, 1978년 동독에서 사망했다.
 
마지막으로 제4여단의 별칭 ‘무함마드 브라흐미 여단’에는 과거의 아랍민족주의적 열망과 오늘날의 아랍세계를 연결해주는 상징성이 담겨 있다. 벤 알리 정권에 맞섰던 튀니지의 대표적 야권 인사인 무함마드 브라흐미(1955~2013)의 이름을 따온 만큼 2011년 혁명과의 연결성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좌파연합 인민전선 소속 나세르주의 군소정당이었던 인민파(CP)당 대표이기도 했던 브라흐미 의원은 지난 2013년 7월 암살당했는데, 암살의 배후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튀니지 국민 대부분은 지하디스트 세력이 연루돼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