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금권의 망상

[Spécial] 황금 과두체제의 시대

2010-06-07     르노 랑베르

금융 미디어계의 거물 마이클 블룸버그는 2001년 ‘민간 압력단체’가 정치인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비판했다. 그는 뉴욕의 유권자를 향해 “정치 독립성이 유지되려면 매수에 넘어가지 않을 부유한 사람을 시장으로 선출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정말 기막힌 우연이었다. 때마침 블룸버그는 시장 선거에 출마해 있고, 더군다나 억만장자이기까지 했다. 그는 “선거 비용을 사재로 부담하겠다”고 약속했다.(1) 내친김에 시장 연봉도 미리 정했다. 그가 내건 액수는 연봉 1달러였다.

 

‘돈’으로부터 정치를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오히려 ‘돈’의 손아귀에 정치를 내맡기라는 식의 금권논리 앞에 유권자는 분명 혼란을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략은 먹혀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2001년 블룸버그는 뉴욕 시장에 선출됐고, 2005년 재임에 성공했다. 2009년에는 선거법의 연임 제한 규정까지 고쳐가며 3선에 도전해 권좌를 지켜냈다. 하지만 그의 시장직 선출이 어느 정도 ‘재력’을 바탕으로 한 성공임은 부인할 수 없다.

 

뉴욕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지명이 여의치 않은 것을 간파한 그는 공화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블룸버그의 공화당 지명은 아주 순조로웠다. 공화당 거물 가이 몰리나리의 별장 건설에 ‘실질적인 공헌’을 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의 비용은 그가 지출한 막대한 선거 비용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었다. 블룸버그가 쏟아부은 선거 비용은 모두 합쳐 7400만 달러에 달했다. 상대자인 마크 그린 민주당 후보보다 5배 많은 액수였다. 그해 여러 자선단체에 내놓은 기부금 2억 달러를 제외하고도 기록적인 선거 비용이었다.

선거 당일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는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박빙의 접전을 예고했다. 민주당 후보는 손에 땀만 쥔 채 승리를 기원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150만 통에 달하는 자동 선거홍보 전화를 걸며 막판 부동표 잡기에 열을 올렸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중산층은 블룸버그의 경제 회복 공약에 귀를 기울였고, 보수주의 유권자는 블룸버그가 낙선하면 범죄율이 상승하리라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설득에 넘어갔다. 막판 선거 홍보전 비용으로 15만 달러가 투입됐다.

하지만 2001년의 경이적인 선거비 기록은 블룸버그의 초선 재임 기간이 끝나자마자 바로 갈아엎어졌다. 2005년 50억 달러에 달하는 개인 자산을 바탕으로 재선에 도전한 그는 8500만 달러를 선거 비용으로 쏟아부었다. 민주당 상대 후보 페르난도 페레보다 무려 9배나 많은 액수였다. 한 표 득표에 100달러를 지출한 꼴이었다.

블룸버그는 자신의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한다는 명분 아래 선거 기부금을 일절 거절했다. 하지만 이에 동요한 뉴욕의 부유층은 없었다. 오히려 ‘그의 CEO 친구들’은 그가 ‘그들의 사업을 돌보게 된 것’을 기꺼워하며 지지표를 날렸다. 중산층 출신이기는 해도 ‘귀족의 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볼 만큼’ 블룸버그가 충분히 부유하다는 사실을 인지한 탓이리라.

공교롭게도 미국의 민주주의만큼은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이 남아 있는 듯하다. 블룸버그는 아이리스 웨인셸 뉴욕시 교통국장을 설득해 자신이 애용하는 골프장을 지나는 길목에 적색 신호등을 설치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애탄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운전자 위험이 이유라니 그로서는 애석할 따름이다.

글•르노 랑베르 Renaud Lambert
<르몽드> 국제담당 기자

번역•허보미 jinougy@naver.com

<각주>
(1) 조이스 푸닉 인용, <마이크 블룸버그: 돈, 힘, 정치>, 퍼블릭 어페어스 출판사, 뉴욕,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