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대통령의 총공세

2018-02-28     세르주 알리미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

훗날 자신을 닮은 자유주의 정당을 창당할, 사회주의 경제 성향의 전직 장관은 언젠가 시장중심 사회를 창조할 기술과 방법을 상세히 설명한 바 있다. “한 걸음씩 나아가려 하지 마라. 부문별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결집해 당신을 곤경에 빠트릴 틈을 주지 않으려면 전광석화처럼 한 번에 접근하라. 속도가 관건이며, 너무 빠르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 일단 개혁정책 시행에 착수하면 개혁이 끝나기 전까지는 멈추지 마라. 여러분이 계속해서 움직이면 적들은 정확히 과녁을 조준하기 힘들 것이다.” 


이 발언의 주인공이 에마뉘엘 마크롱일까? 아니다. 1989년 11월 뉴질랜드에서 로저 더글러스(뉴질랜드의 노동당 출신 전직 재무장관이며 ‘로저노믹스’라는 시장 중심주의 정책을 추진했고, 나중에는 노동당을 탈당해 신자유주의 정당인 ‘소비자 및 납세자 연합·ACT’을 창당했다-역주)가 한 말이다. 당시 그는 뉴질랜드가 이제 막 겪었던 반(反)자유주의 혁명의 비결을 발설했다.(1) 

3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 국유철도(SNCF), 공무원, 병원, 학교, 노동법, 자본과세, 이민, 공영방송 등 전 방위로 이 ‘파격적인 전략’의 온갖 해묵은 수법을 되풀이하고 있다. 재앙이 닥쳐온다느니, 부채가 폭발한다느니 혹은 ‘프랑스공화국의 수치(마크롱은 작년 말 문화 및 교육 분과 위원회에서 공영방송의 방만한 경영, 재정 낭비, 부실한 콘텐츠 등을 꼬집으며 ‘공화국의 수치’라고 비난했다)’라느니 하는 구실을 대고 있다. 그렇다면, ‘개혁’의 톱니바퀴가 전속력으로 돌아갈 때 어디를 보고 어떻게 저항해야 할까?

국유철도를 보자. 마크롱의 공범자이자 전 에어프랑스 최고경영자 장 시릴 스피네타는 마크롱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국유철도의 구조조정 관련 보고서에서, 역대 우파 정권들이 시도하려 했던 ‘개혁안’을 새롭게 정비했다. 철도 근로자의 평생 고용 보장 및 조기퇴직 폐지, 철도회사의 주식회사 전환, 수익이 낮은 군소노선의 폐쇄 등이 그것이다. 이 보고서 발표 5일 후, 정부는 철도노조에 강요하려던 일방적 결정을 감추기 위한 ‘협상’을 개시했다. 협상에서는 정치의식이 약화되는 사회 분위기와 철도노조의 분열은 물론, 열차 사고, 노후 노선, 비싼 열차표에 대한 이용객들의 분노가 지체 없이 활용됐다. 프랑스 교통부 장관이 “긴급히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로저 더글러스가 이미 “너무 빠르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듯, 바로 지금이 그런 경우다.

프랑스 정부는 자신들의 계획에 유리한 ‘이슈(Talking point)’를 퍼뜨리기 위해 대형 미디어의 가짜 뉴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프랑스인은 국유철도에 1인당 1천 유로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기차 이용객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다”라는 아이디어(대중에게 신속하게 전송돼 빠르게 재생산된)를 보면, 헷갈릴 정도로 비슷한 2015년의 가짜 뉴스가 떠오른다. “각 프랑스인은 그리스의 부채를 없애는 데 735유로를 지불해야 한다”는 가짜 뉴스는 유럽연합(EU)이 아테네의 재정을 압박하는 데 기여했다. 

종종 진실이 터져 나오기도 하지만, 한발 늦다. 일부 연금 ‘개혁’은 기대수명의 연장으로 그 정당성이 입증됐다. 그러나 한 공식연구는 최근 프랑스 전체인구의 80%를 차지하는 “1951년 및 그 이후 출생 세대에 대해선 퇴직 평균 연령대를 1950년 출생 세대에 견줘 약간 늦춰야 한다”(2)고 주장했다. 역사적 진보의 순간이 다가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정보는 귀를 울릴 정도로 요란하게 떠들어대지 않는다. 게다가 마크롱은 여기서 “긴급히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번역·조민영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석사 졸업

(1) 『Le Grand Bond en arrière. Comment l’ordre libéral s’est imposé au monde(대후진운동. 자유주의 질서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했나)』, Agone, Marseille, 2012년(초판 2004년).
(2) 『L’âge moyen de départ à la retraite a augmenté de 1 an et 4 mois depuis 2010(2010년 이후 평균 퇴직 개시 연령이 1년 4개월 증가했다)’』 <Études et Résultats>, n° 1052, 『Direction de la recherche, des études, de l’évaluation et des statistiques(DREES, 연구, 정보수집, 평가 및 통계국)』, Ministère de la santé(프랑스 보건복지부), Paris, 2018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