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인 나라’ 인도는 없다
[서평]
“우리는 민주적으로 무엇을 했는가? 우리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바꾸었는가? 민주주의를 끝까지 다 사용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렇다면 우리가 민주주의를 완벽하게 이용했는가? 기관이 전부 위험한 존재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손을 잡아 포식자 같은 기구가 되어 이익을 극대화하는 일 외에는 관심이 없다면? 이런 상황을 바꿀 수 있을까? 변화를 거듭해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룬다티 로이가 최근 저서(1)에서 제기한 질문들이다.
민주주의가 동난 민주국가
이 책에서 저자는 자유 침해의 역사를 다루고 있으며, 이를 위해 방대한 조사를 했다(참고서적을 소개하는 내용만 무려 25쪽이다). 저자는 각종 인용, 에피소드, 증언, 가까이에서 한 관찰을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이야기 하나하나가 비극적이다. 미디어가 잘 다루지 않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2002년 봄, 인도 구자라트에서 수천 명의 무슬림이 사람들에게 린치를 당해 불에 타고 얻어맞는 사건이 있었다. 놀랍게도 경찰이 묵인한 사건이다. 약 20년 동안 계속 돼온 카슈미르 군사 점령 문제도 있다. 인도 병사 50만 명이 세계 최대 무장지대인 카슈미르 계곡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편, 힌두교 파시스트 정당인 인도인민당(BJP)의 영향력이 나날이 커가고 있다. BJP는 힌두교가 지배하는 인도를 표방한다(그러나 인도에는 1억5천만 명에 달하는 무슬림도 있다). 아디바시족이 사는 인도 중심의 거대 숲 지역 차티스가르주 문제도 있다. 정부는 이곳 숲의 나무를 베려고 한다. 또 이곳 지하에는 광물이 많이 매장되어 있어서 기업이 정부 조치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아디바시족은 자신의 삶의 방식과 땅을 지키기 위해 버티고 있다. 그러나 이런 아디바시족이 오히려 ‘마오주의를 지지하는 세력’으로 매도되고 있다. 헬리콥터와 현대식 무기로 무장한 정부군은 이곳 마을 600곳 이상을 파괴했다. 아디바시족이 가진 무기라고는 숲에 마련한 덫과 맨손밖에 없다. 참으로 불공평한 싸움이 아닐 수 없다.
‘경제 파시즘’, 신자유주의의 맨얼굴
현재 벌어지는 여러 비극적인 일들은 기업 중심의 새로운 질서 때문이다. 대륙마다, 지역의 역사마다 에피소드는 다르지만 구도는 결국 같다.
기업 중심의 신자유주의가 판치면서 빈부 격차가 나날이 심화되는 것도 문제다. 이와 함께 전통은 무조건 낡은 것으로 매도되고 소비사회가 권장된다. 그 결과 사람들은 개성과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인종과 종교에 관계없이 적을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찾는 경향이 강하다. 악순환이 고착화된 것이다.
지금의 경제 시스템은 부(富)를 창출하지만 빈곤층, 집 없는 가정도 나날이 양산하고 있다. 그런데도 소외층이 생겨나는 것을 당연시하고 가난한 사람을 무능한 존재로 전락시키는 이데올로기가 나날이 판치고 있다. 저자는 이런 현상에 두려움을 갖는다. 저자의 고민과 투쟁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이다.
글•존 베르제 John Berger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각주>
(1) 아룬다티 로이, <메뚜기들의 소리를 듣다>(Penguin books·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