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테러 사건이 등가(等價)는 아니다

2018-03-29     테오 카즈나바스

2017년 11월 2일, <프랑스 앵테르(France Inter)>의 아침방송 청취자들은 이상한 순간을 경험한다. 주간 칼럼을 진행하는 니콜 페로니는 본인의 칼럼에서 당초 성폭력에 대해 다루기로 했으나, 10월 31일 뉴욕에서 트럭 운전자가 고의로 행인을 덮쳐 8명의 사망자와 12명의 부상자를 냈던 사건으로 인해 토픽을 변경하도록 요청받았다고 발언한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사회자 니콜라 드모랑(Nicolas Demorand)은 “네, 대단한 사건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니콜, 실제로 충격적이었으니까요”라고 멘트를 날린다. 이어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는 “이번 칼럼에서 지적하고 싶었던 것은 ‘이 사건을 다루지 않았어야 했다’라는 것이죠? 제가 이해한 것이 맞습니까?”라고 말을 잇는다. 테러 사건이 툭하면 등장하는 방송에 대한 칼럼니스트의 지적을, 사회자는 특유의 유머 감각을 발휘해 설명한다. 프랑스에서 청취율 2위를 구가하는 프로그램의 사회자는 “고맙습니다. 테러 사건이 발발할 때마다 다룰 수밖에 없겠지만,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겠습니다”라고 마무리한다. 


그 주 <France Inter>의 8시 뉴스에서는 맨해튼에서 있었던 테러 보도에 6분 26초를 할애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2주 전에 일어난 소말리아의 모가디슈 테러, 무려 512명의 사망자를 기록한 이 사건에 대해서는, 프랑스 공영방송 중 가장 청취율이 높은 이 방송사에서 단신으로, 그것도 불과 21초의 다루는 데 그쳤다.(1) 그리고 2017년 8월 18일~24일, 1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이슬람 세력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바르셀로나와 캄브릴스에서 발발한 테러 사건은, 같은 뉴스 프로그램에서 24분 53초, 즉 모가디슈 테러보다 71배의 시간을 들여 다뤘다. 

비슷한 시기, 지구촌의 각기 다른 곳에서 일어난 세 건의 테러는, 기자들에게 있어 모든 테러 희생자들이 등가(等價)가 아님을 잘 보여준다.

사망사건의 지리적 근접성

<라디오 앵테르나쇼날(Radio France Interna-tionale, RFI)>을 제외하고 모든 방송사들을 조사, 비교한 결과 카탈루냐 테러를 모가디슈 테러보다 훨씬 많이 다뤘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TF1 방송사의 저녁 8시 뉴스에서는 8월 17일~23일 6회에 걸쳐 이 사건으로 방송 오프닝을 했고, 1시간 1분 17초를 할애했다. 그러나 10월 14일부터 20일 사이 벌어졌던 모가디슈 테러에 대해서는 단 1분 48초, 즉 카탈루냐 테러에 비해 1/44에 불과한 시간을 할애했을 뿐이다.

파리의 보도국과 바르셀로나 사이의 지리적 근접성, 저널리즘에서 몇몇 학자들이 일컫는 ‘사망 사건의 지리적 근접성 법칙’이라는 설명을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단순히 거리적 근접성이 기준이라면, TF1에서 뉴욕과 모가디슈의 (각각 파리로부터 5,845km, 6,625km 떨어진 곳에 있다) 테러 사건을 다루는 중요도를 비교할 때 설득력이 있다. 11월 1일~7일 뉴욕 테러 사건은 3번 다뤄졌으며 총 21분 15초, 즉 소말리아 테러 사건 대비 15배의 시간이 할애됐다.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뉴스 분량을 결정하는 요소가 또 하나 있다. 프랑스 파병 군사들과 희생자들 중 프랑스인이 있는지 여부다. 해당 지역 파견기자의 존재 여부 또한 중요한 변수다. 아침 뉴스의 가장 많은 청취자를 보유하고 있는 <France Inter>, RTL, <Europe1> 중 단 한 곳의 라디오 방송사도 아프리카 지역에 상주 특파원을 두지 않았다. <France2> 방송사는 2014년 지역 전문 뉴스 에이전시를 폐쇄했으며, 다카르(세네갈의 수도)에 한 명의 특파원을 두고 있다.(2)

TF1에선 아프리카 소식은 프리랜서 기고가들을 통해서만 받고 있다. <르몽드> 일간지는 2명의 상주 특파원을 요하네스버그와 튀니스에 파견해 뉴스를 공급받는다. <르피가로>는 더 이상 아프리카 지역에 상근직원을 두고 있지 않다. 공영방송인 RFI는 당사 슬로건이 <세계의 목소리>인 만큼 4명의 특파원을 다카르, 아비장, 킨샤사, 나이로비에 상주시키고 있다. 세 건의 테러 사건에 대해 다른 모든 방송사 대비 훨씬 균형 잡힌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르몽드>는 2017년 8월 25일 ‘테러에 대한 과잉보도를 지양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르몽드> 석간은 모가디슈 학살에 대해, 바르셀로나와 캄브릴스의 테러보다 1/8 분량의 기사를 할애하는 데 그쳤다.

이로써 확실히 과잉보도는 하지 않은 셈이다. 

글·테오 카즈나바스 Téo Cazenaves

번역·유정은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Le bilan de l'attentat en Somalie en octobre bondit à 512 morts’,  LeMonde.fr 온라인 기사. 2017년 12월 2일. 
(2) Léa Ticlette, ‘AITV victime de l'évolution des objectifs de France TV’, RFI.fr 온라인 기사. 2014년 12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