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섬의 매혹

2018-03-29     위베르 프로롱조

섬을 발견하는 일에 매혹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 작가 크리스토퍼 프리스트는 여러 작품들(『The Gradual』, 『The Adjacent』, 『The Islanders』)을 통해 이를 다루면서, 특히 『The Dream Archioelago』에서 꿈의 열도를 탐험한다. 꿈의 열도는 전쟁 중인 세상과 동떨어져 다양하게 모여 있는 섬들로 이뤄졌다. 1949년에 태어난 러시아 출신의 체코작가 미할 아이바스도 외딴 섬을 『황금시대』의 무대로 삼았다. 2015년 『L'Autre Ville』(또 다른 도시)로 프랑스에서 주목을 받은 아이바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국에서 자크 데리다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아르헨티나의 소설가이자 시인)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아이바스는 『황금시대』(1)에서 두 가지 이야기를 교차해 보여준다. 하나는 이상한 섬에서 길을 잃은 어느 여행가의 탐험 노트 이야기며, 또 하나는 섬에 있는 유일한 책에 나오는 왕과 공주들의 이야기다. 섬 주민들은 기분에 따라 책 내용을 바꾼다. 일종의 조립식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섬에 대한 묘사는 매우 세밀해서 마치 관광 가이드북을 읽는 느낌이다. 화자는 “기억, 망각, 꿈의 안개 아래에서 사라져가는 윤곽을 기억하며 꽤 즐거워한다. 희미한 모습을 보이면서 모호한 의미를 드러내고, 그 모호한 의미를 조화로우면서도 착각을 일으키는 바람으로 감싸지만 오랫동안 아무 결과도 없다.” 세상을 창조하는 다른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바스도 상상한 것을 가능한 구체화한다. 우리는 섬에서 무엇을 할까? 섬에서 어떻게 살까? 아이바스는 독자에게 친근한 말투로 직접 이야기하듯 글을 쓰며 독자를 섬의 사회조직, 부엌, 건축, 기관들로 안내한다. 섬 주민들은 다이아몬드를 캐서 팔기도 하고 허수아비 권력자인 군주들을 선출하기도 한다. 섬에서 법은 전해지는 소문에 따라 변경되기 일쑤고 섬 주민들이 사는 집의 벽은 투명하고 그 위로 물이 흐른다. 벽의 얼룩은 마치 신의 메시지 같다. 이바스의 정확한 묘사와 서정적인 언어가 어우러져, 몽환적인 공간이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섬에 있는 책은 언제나 다시 써질 수 있다. 마치 끝없이 변화하는 문화의 생생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글은 영원히 신뢰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소설에 등장하는 섬에는 확실한 것이 하나도 없다. 변화, 움직임, 찰나의 순간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이 멋진 아이디어에서 보르헤스가 떠오른다. 아이바스의 언어만이 스스로 창조한 미로 같은 세계에서 길을 찾아간다. ‘저주받은 국왕들’의 왕국이 묘사되고 매혹된 기분을 유지해주기보다는 방해하는 구절이 나온다고 해도 아이바스의 언어를 그대로 따라가야 한다. 
 
여기서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 윤리 체계나 종교적인 우화를 찾아봐야 소용없다. 
 
“나는 끝없이 감탄할 수 있다.” 페데리코 펠리니 이탈리아 영화감독이 했던 말이다. 미할 아이바스는 그저 우리를 감탄시키고 상상력을 세상을 여는 열쇠로 삼기를 원할 뿐이다. 사실, 환상문학에서 흔히 전체주의를 직접 비난하는 방식보다, 오히려 더 정치적인 기법이 아닐까? 
 
 
글·위베르 프로롱조 Hubert Prolongeau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1) 현재는 사라진 출판사 Panama에서 2007년에 『L'Autre Île』(또 다른 섬)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