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단신

[서평]

2010-06-07     르 디플로

<일본 텍스트> 모리스 팽게
모리스 팽게(1929~91)의 저작물을 모은 귀한 책으로서 꼭 읽어볼 필요가 있다. 미셸 푸코가 교육받던 시절, 도발적인 젠(禪) 대가로서 자크 라캉의 모습이 이 책에서 생생하게 재현된다. 프랑스의 일본문화원 원장으로 있는 팽게는 롤랑 바르트의 친구이다. 롤랑 바르트는 팽게에게 자신의 저서 <기호의 제국>을 헌사했다. 팽게는 프랑스 지식인에게 일본을 알렸다. 일본에서도 이 프랑스 지식인들을 여전히 존경하고 연구한다. 오주 감독의 영화, 특히 영화 <도쿄 여행>을 통해 팽게는 일본 문화의 몇 가지 주요 특징을 풀어낸다. 또한 이 책은 카뮈, 도스토옙스키, 미시마, 사드의 작품을 ‘세푸쿠’(할복) 관점에서 비교 분석한다. 세푸쿠는 팽게가 오랫동안 탐구한 주제다.


 <1989년, 세계가 급변한 해> 피에르 그로세
저자는 1989년을 가리켜 ‘세계가 급변한 해’라고 한다. 자료 조사가 충실히 되어 있는 이 책은 ‘1989년이 왜 세계가 급변한 해인지’ 다양한 증거를 제시한다. 예를 들면 1989년에는 독일과 동유럽 국가만 급변한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중국 톈안먼 사태에서 소말리아의 경제 및 정치 붕괴에 이르기까지 세계에 큰 변화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저자는 세계 모든 대륙에 일어난 변화를 여러 테마별(환경·신자유주의·마약·종교 등)로 다룬다. 특히 이 책에서 흥미 있는 부분은 동유럽과 서유럽의 관계, 로널드 레이건과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협력에 관한 내용이다. 또한 저자는 미국의 공격적인 외교 정책이 공산주의 블록을 빠르게 몰락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변 분쟁을 가속화하고 국제 관계의 평화를 가로막았다고 주장한다.


 <민영화된 개인> 올리비에 스타르키
1987년 10월 3일 마거릿 대처는 이렇게 말했다.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당시는 신자유주의 기초가 세워지고 있을 때였다. <민영화된 개인>이 흥미로운 이유는 신자유주의가 모든 인간관계를 성과와 경쟁 기준으로 묶어놓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사상으로 인해 민주주의와 사회복지 규칙은 무너지고 시민은 공공생활이 없는 소비자로만 전락하고 비판 능력도 상실하게 되었다. 아울러 국민은 점점 토론에서 빠지게 되고 대신 시민사회의 암묵적 지배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유럽연합이 이런 흐름에 상당히 기여했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저자는 이 흐름에 저항해 시민들이 다시 공공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