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용의 프롬나드] 벚꽃 단상

2018-04-04     안치용 / 한국CSR연구소장

 

너 본 듯 꽃이 핀다. 그런 꽃이면 좋겠다만, 아니 그런 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만, 더 정확하겐 그런 꽃일 리 없겠다만, 너무한다. 50살을 훌쩍 넘긴 봄에도 꽃이 피네.

 

걱정이다. 개나리 목련 매화 벚꽃 한꺼번에 꽃망울 터뜨리면 이 화려한 시절이 지나고 꿀벌들은 뭘 먹고살아야 할까. 나쁘다. 지구온난화이고 나발이고, 개나리 옆에서 벚꽃이 저 지랄로 흐드러지면 다소곳한 개나리 어디로 몸을 두나. 

 

한동안 미세먼지 기승이더니, 차를 몰아 휘어지는 길목마다 벚꽃마중, 저절로 숨이 막힌다. 걱정이다. 고수부지나 아파트 담벼락에 벚꽃이 갑자기 만개하여 앞차 보다 벚꽃 보다, 벚꽃 보다 차선 본다. 오히려 교통체증이 반갑다.

 

라디오에서 청승맞은 유행가가 흘러나온다. 세월아 너만 가지, 사람은 왜 데려가니. 목소리가 곱기는 고옵다. 세월이 사람을 데려간 자리에 봄꽃이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