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의 여신’ 파차마마가 지키는 에콰도르인들의 삶
2018-04-30 마엘 마리에트 | 언론인
생태계 위기를 우려하는 서구권 사람들에게 위안이 될 만한 조직이나 기구는 많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서구권 대도시와 거리가 먼 남미지역 원주민들은 어쩌면 자연과 가까운 선대의 삶을 보전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풍요의 여신인 ‘파차마마’(잉카어로 ‘어머니 대지’라는 뜻)를 따르며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풍습이 보전되는 이 원주민 사회를 찾아 실제 현장을 보고 나면 실망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2017년 가을, 우리는 ‘파차마마’라 불리는 어머니 대지의 세계를 만나기 위해 대서양을 건너 에콰도르로 향했다.(1) 이곳에서는 원주민과 생태운동가, 정치 지도자, 지식인들이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섬기는 이 여신을 앞세우며 원자재 채굴을 비롯한 “자본주의의 횡포에 제동을 걸기 위해”(2)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 도착하자마자 만난 알베르토 아코스타에 의하면, “원주민 세계에서 파차마마는 실존적인 존재”다. 2007년 에너지광물부 장관을 지내고 제헌의회 의장까지 역임한 아코스타는 2008년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의 추진 하에 파차마마를 완전한 법적 주체로 인정했다. 세계 최초로 토착민의 신을 법적 주체로 인정한 사례다. 에콰도르의 천연자원 개발을 함부로 하며 조국을 저버렸다는 이유로 전임 대통령(라파엘 코레아)에게 등을 돌린 아코스타는 현재 생태 운동진영을 대표하는 인물로 해외에서도 각광 받고 있다.
“토착민들에게 있어 파차마마는 서구권에서처럼 단순한 상징적 존재가 아니다. 원주민들은 대지의 여신을 어머니와 동일시하며, 어머니 대지와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물론 모든 원주민들이 이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500년간 에콰도르 원주민들이 받은 식민 지배는 지금도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으며, 원주민 세계 역시 자본주의와 개인주의, 소비주의, 생산제일주의의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영역에서 여전히 파차마마와 수막 카우사이(Buen Vivir, 참으로 잘 사는 것) 같은 개념들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토착민 사회가 존재한다.”
다른 나라와 달리 에콰도르에서는 ‘어머니 대지’의 개념이 비단 ‘보호’의 대상인 원주민 사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원주민 세계와 관련한 방송을 제작·감독한 로시오는 현재 키토의 고급주택가에 살고 있지만 “아이들이 정원에 나갈 때 신발을 신게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아이들이 대지를 느끼고, 파차마마와 맞닿아있음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누이는 아이가 밖에 나갈 때 신발을 신긴다”고 한탄한다. 영화인의 눈에서 보면 이해가 안 될지 몰라도, 며칠 후 고원지대에서 만나본 케추아 원주민들은 그의 누이와 같은 생각을 하는 듯했다.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고 발에 상처가 나지 않게 하도록 아이들에게 신발을 신기는 건 이곳 원주민들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케추아 부족은 원래의 문화를 잊어버린 것인가?
오타발로(인디오 문화가 남아있는 에콰도르의 도시)의 상황을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연중 남미 최대의 수공예 시장이 열리는 이곳에서는 모든 게 케추아 부족의 정체성을 고양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심지어 케추아 부족의 문화와 별 관련성이 없었던 축일조차 ‘원주민화’하려는 시도가 나타나는데, 가령 하지에 지내는 태양제는 ‘인티 라이미(Inti Raymi, 케추아어로 ‘태양의 축제’를 의미)’라는 이름으로, 에콰도르 곳곳에서 벌이는 사육제는 ‘파우카르 라이미(Pawkar Raymi, 케추아어로 ‘개화 축제’를 의미)’라는 별칭으로 부르는 것이다. 축일 행사는 오타발로 근교에 위치한 마을 페구체에서 진행되는데, 행사는 여러 가지 문화가 기이하게 뒤섞인 양상을 띤다. 레게음악에 맞추어 무속인 주위로 행렬이 이어지는가 하면, 스포츠 대항전도 벌어지고, 가톨릭 미사도 진행된다. 게다가 케추아 최고의 아름다움을 갖춘 여왕을 선출하기도 하고, 물과 밀가루, 달걀, 물감을 던지는 놀이도 벌어진다.
환경 보전보다 절실한, ‘뱀에 물려 죽지 않을 권리’
예술가 집안 출신으로, 현재 파리에서 수학 중인 에드윈은 웃으면서 마을 지도부 중 다수가 케추아어를 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원주민 문화를 부흥시키려 하는 이런 작업들이 “주로 백인 지식인들이나 인류학자들의 책에 기술된 일부 전통문화의 재해석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고 있었다.(3) 에콰도르 아마존 중심에 위치한 나시온 사파라의 지도부 중 한 명인 루이스 튀튀에게 파차마마에 관해 물었더니 그는 먼저 같은 이름을 가진 과거의 한 단체를 떠올렸다.
“파차마마요? 그건 자연을 지키기 위한 원주민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에콰도르 재단이었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단체죠.”
“아, 그렇군요. 하지만 저는 신을 말한 것이었는데요. ‘어머니 대지’에 대해서는 알고 계시죠? 사파라 족(Zápara)은 어머니 대지를 뭐라고 부르나요?”
“아, 잠시만요. 음, 죄송해요. 실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파차마마에 관해 물었을 때, 대부분의 반응은 튀튀와 비슷했다. 이 단어에 대해 조금 알고 있는 (드문) 경우 역시 이를 “선조들의 영토로서 지켜야 할 대지”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선조들의 정체성이 배어있는 생활공간”이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아마존 외곽의 푸요 시에서 장시간 버스와 카누를 타고 숲길을 걸어 들어가 리오 파스타사 강 유역에 위치한 위수이, 춤피, 코타파사 마을의 아추아르 족도 만나보고, 푸요 시에서 세 시간 버스를 탄 뒤 (수위가 적절할 때에만 건너갈 수 있는) 리오 쿠라라이 강에서 8시간 이상 카누를 타고 들어간 쿠라라이 지역에 소재한 마을에 사는 케추아 족도 만났다.
실제로 현지 주민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그들에게 전통과 환경의 보전보다 절실한 것은 생활환경의 개선이었다. 에콰도르 아마존 지역에서는 뱀에 물리는 것이 사망원인의 10%에 달한다. 이런 상황인 만큼, 주민들은 의료와 교육의 혜택을 받기를 원했다. 또한 지역 토산품을 도시 지역에 내다 팔기 위한 육로도 필요하며, HF라디오나 인터넷 등 원거리 통신수단도 마련돼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야 “급할 때 외부와 연락을 할 수 있다”는 게 코타파사 마을 족장의 설명이었다. 이어 그는 “카누에 넣는 경유도 좋더라. 전에는 일일이 노를 저어야 했기 때문에 조류를 거슬러 올라가기가 훨씬 더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현대문명이 원주민의 풍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입장이었다. 사람들은 교육문제며 육로이동 문제를 걱정하는 한편, 젊은 세대가 자신의 뿌리를 잊어버릴까봐 불안해하고 있었다. 따라서 정부가 시행하는 광물이나 석유 채굴 계획을 받아들이는 주민들의 입장도 극명하게 갈렸다. 한쪽에선 선조들의 문화 및 그와 관련한 생활양식이 사라질 것을 우려하면서 정부가 자기들 땅으로 배를 불릴 생각에 자신들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반면, 또 다른 한쪽에선 이런 정부 사업들이 환경오염을 유발하더라도 빈곤한 생활환경을 개선해주리라 기대하는 것이다.
비행기와 휴대폰을 애용하며 ‘생태적 삶’을 논하다
그러나 에콰도르에서 원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주민들 사이의 이런 상반된 시각을 제대로 표출해주지 못하고 있다. 인디오 정당 파차쿠틱의 지도부 중 하나인 살바도르 키슈페도 그런 경우다. 현재 사모라-친치페 지사인 살바도르 키슈페는 2017년 대선에서 우파 후보로 출마한 돈 많은 은행가 기예르모 라소를 지지했다. 두 개의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며 비행기로 나라 곳곳을 돌아다니는 키슈페는, 원주민들이 빈곤한 삶을 이유로 광물개발을 옹호하고 나설 때 그들에게 “서구식 생활 방식을 버리라”고 권유했다는 것이다. 또한 폭포와 함께 이들을 둘러싼 “수려한 자연경관이 유일하게 참된 부”라고 했단다. 게다가, 키슈페는 “대규모 광물개발에 따른 경제발전이 원주민 문화를 더럽히고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환경에 대한 원주민의 의식은 그렇게 과할 정도로 두드러진 편은 아니었다. 원주민 밀집 지역인 아마존 지역과 코르디예라 산맥을 따라가다 보면 도로 곳곳에 정부가 세워둔 권고 표지판이 눈에 띄는데, “환경을 보살피자”, “자연을 보살피자. 자연이 살아야 우리도 산다”, “자연은 삶이다”, “지구를 존중하고 보살피자” 등의 내용이 적혀있는 홍보 표지판이었다. 카를로스 프레레는 파차마마가 실존적인 존재라고 주장했다. “파차마마는 신성하다. 파차마마는 우리의 어머니이며, 우리는 파차마마를 존중해야 한다.” 혼혈인으로 푸요 시에 거주하는 그는 아마존 지역의 관광상품을 판매하는 ‘하야와스카 투어’ 여행사 대표였다. “우리는 관광객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투어 프로그램을 짠 뒤, 이어 지역사회 쪽에 이 프로그램을 일임한다. 1일 관광상품의 경우 지역주민들의 공방 체험코스가 들어가기도 하는데, ‘아야와스카 투어’가 가장 인기가 많다. 우리는 아야와스카(환각음료)의 사용법에 익숙한 샤먼들과 함께 상품을 운영하며,(4) 사람들은 이를 통해 자연과 완벽하게 하나가 되는 심오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다음날 자리에서 일어나면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은 맑은 닭 수프를 먹고, 채식인용 식사도 제공한다.”
프레레의 관광상품은 파차마마를 지키기 위한 유전개발 반대 운동 현장으로도 이어진다. 디오클레스 삼브라노가 유전 인근의 아마존 도시 코카(Coca) 주위에서 이끄는 단체의 ‘톡시 투어(Toxi Tour)’에서는 이곳 현장이 거의 메인코스다. 여기를 방문하는 이유는 비정부기구 ‘악시온 에콜로지카(Accion Ecologica 생태운동)’와의 협력하에 ‘유전개발의 참상’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키토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이 조직의 대표적인 지지자 명단에는 아코스타의 이름도 올라 있었다. 따라서 에콰도르 지역의 환경 문제에 대해 취재하고자 하는 기자들이라면 거의 필수로 들러야 하는 기구였다. 상당히 조직화된 이 기구는 기자들이 쉽게 연락할 수 있는 모든 방편을 제공해 기자들의 취재를 수월하게 만들어준다.
아코스타나 악시온 에콜로지카, 이들과 비슷한 성향의 야수니도스(5) 등 생태운동 단체, 그리고 에콰도르 토착민족연합(Conaie)의 여러 지도자들은 생태주의와 반자원개발주의, 토착주의가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회적, 지역적, 문화적, 전통적 요구사항들은 모두 파차마마를 앞세우며 제기된다. 이런 논리는 원주민이든 아니든 일부 정치지도자들도 따르고 있으며, 풍요의 여신인 ‘어머니 대지’는 기후 온난화와 자본주의를 척결하기 위한 동력으로 작용한다.
이런 상황은 비단 에콰도르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인류학자 사라 키예레는 콜롬비아 와유우 토착부족의 투쟁에 관한 연구조사를 시행했는데, ‘영토 훼손 및 광산에 반대’하는 운동에서 “와유우 지도부가 보이는 원주민 중심의 수사학과 생태주의 담론은 놀라울 정도”라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선진국에서 확산되는 환경에 대한 고민”과 맥을 같이 한다. “원주민 문화를 보호하려는 조직이나 비정부기구”들에게 영향을 주는 사상가들은 “이성을 앞세우는 유럽식 모델의 대안이 될 만한 논리를 식민지 이전 시대의 전통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새로운 사상적 흐름에서는 전통적인 가치를 바로 세우는 것만이 토착 부족을 해방시키고 이들의 독자적인 생존을 확립하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주장한다.”(6)
기본을 잊고 정부와 협력하는 NGO들
에콰도르 정치권의 ‘파차마마화’ 현상은 산악지대 토착민들을 대표하는 에콰도르 토착민운동 본부 ‘에콰루나리’ 의장 카를로스 페레스를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전 세계 생태주의 좌파 진영의 존경을 받으면서 코레아 전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는 페레스는 서구권의 영향을 받지 않은 원주민들의 손에 “인류를 구할 수 있는 선조들의 진리”가 쥐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인터넷은 광물자원 및 원유채굴 계획과, 더 나아가 “생태와 민족을 말살하는 자본주의 정책에 맞서는 반대 운동을 전 세계로 확산시킬” 수단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저항의 움직임을 세계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인가? 페레스, 아니 최근에 원주민 식으로 이름을 바꾼 ‘야쿠’ 페레스는 “파차마마와 우주적 시각, 우주적 경험을 세계적으로 확대”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사파라 족처럼 다른 방식으로 기초생활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은 NGO들이 지역사회에 와서 직접지원을 포기하고 정부와 ‘협력’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심지어 에콰도르 토착민족연합에도 거리를 두고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에 연합의장을 지낸 안토니오 바르가스에게 이런 상황은 그리 놀랄 일이 못 된다. 조직이 정치동맹의 논리에 빠져들고 나면 “기본을 잊기 십상”이라는 것이다.(7)
2017년 선거에서 에콰도르 토착민족연합의 일부 지도부는 은행가 출신의 기예르모 라소를 지지하고 나섰는데, 이는 움베르토 콜랑고, 리카르도 울쿠안고, 페드로 드 라 크루스, 미겔 뤼코 등 전통적으로 마르크스주의를 맹신해온 운동세력들이 임기 내내 코레아 전 대통령을 지지한 것에 따른 반발이었다. 이에 따라 키슈페나 페레스 등 순수하게 원주민을 옹호해온 좌파 진영의 다른 지도부 인사들은 조직 내에서 활동반경을 넓혀나갔다. 정치학자 프란클린 라미레스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자연의 권리, 혹은 수막 카우사이와 관련한 문제는 1990년대 원주민들의 요구사항에 속하지 않았었다. 이런 문제들이 실질적으로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것은 (코레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시민 혁명 초기, 특히 (아코스타의 추진 하에) 2008년 제헌의회가 구성된 다음의 일이었다. 원주민 관련 운동은 항상 생태주의 수사학을 남발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1990년대 에콰도르 토착민족연합의 정책 자료를 세심히 살펴본 라미레스는 당시 원주민들의 요구사항이 복수 국적 문제, 대지 문제, 정부 내에서의 대표 문제, 자치 민주주의와 같은 자급적 운영형태의 확대문제를 중심으로 제기됐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런 문제들과 함께 부차적으로 자연 및 천연자원 문제가 포함된 것이다. 당시의 원주민 운동 진영에게 있어 환경과 자연을 보호하는 문제의 해결은 곧 원주민의 자주권을 확립하는 길이자 자원에 대한 영토관리권을 획득하는 길이었다.”
에콰도르 토착민족연합의 지도부 겸 학자인 풀로레스밀로 심바냐와 마찬가지로 라미레스는 코레아 전 대통령이 복수국적 문제라는 미묘한 사안을 뒤로 밀고 물타기 수단으로 수막 카우사이나 파차마마의 수호를 앞세웠다고 주장한다. 파차마마에서 정치색을 제거하려는 시도는 -보수진영에서 이를 다시 정치화하는 길을 열어주면서- 1990년대 원주민 세력의 정치 투쟁이 본격화하면서 시작됐다는 게 라미레스의 설명이다.
“당시 마르크스주의자이거나 프로이트주의자이면서 스스로 원주민화를 실천하던 대학동기들이 있었다. 이들은 머리를 땋고 원주민의 모자와 판초를 착용했으며, TV에서는 파차마마를 거론하는 이들의 모습이 방송됐다. 원주민 부흥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나면서 민속적인 심령의식도 등장했는데, 샤먼, 아야와스카 의식, 예배당 등이 나타난 것이다. 내 주변의 여러 사람들과 키토 도심 주민들은 이런 원주민문화 부흥운동에 흡수돼갔고, 특히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는 자산가들이 이런 분위기에 심취했다. 지금은 요가, 특히 파차마마의 세계관이 담긴 요가에서 모든 문제를 결국 내부로 귀결시키는 경향을 보이는데, 그렇게 되면 세상의 변화와 관련한 문제가 개인의 문제로 인식되고, 근본적인 정치 투쟁은 불가능해져버린다.”
파차마마가 생태주의나 영적인 차원으로 국한되면서 아코스타는 국외에서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그는 우리에게 “독일,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지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는 중”이라고 스카이프를 통해 말했다. 스카이프는 그의 말마따나 해외출장이 끊이지 않는 탓에 활용한 통신수단이었다.
“나는 다수의 남미지역 국가들도 방문한다. 대학을 비롯해 사회운동 단체에서도 초청을 받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도 내게 상을 준 독일에 가서 자연의 권리에 대해 역설했으며, 인간중심적이었던 세계에서 벗어나 다원적인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문명의 변천에 대해 이야기했다.”
글·마엘 마리에트 Maëlle Mariette
언론인
번역·배영란 runaway44@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역대학원 졸업. <불온한 생태학> 등의 역서가 있다.
(1) 이번 취재를 위해 21개 원주민 마을을 포함해 30개 마을에서 74명을 만나 39시간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에콰도르 전역에서 4천 킬로미터 이상 이동하며 취재를 진행했다.
(2) Roberto Ojeda, ‘Pachamam contra el capitalismo’, <Erosíon. Revista de Pensamiento Anarquista> 2호, Santiago, Chile, 2013.
(3) Renaud Lambert, ‘Le spectre du pachamamisme 히트 상품이 된 파차마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1년 2월호·한국어판 2011년 3월호.
(4) Jean-Loup Amselle, ‘Tourisme chamanique en Amazonie péruvienne 아마존에 불어닥친 샤머니즘 열풍’,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4년 1월호·한국어판 2014년 2월호.
(5) 야수니 천연공원 일부를 개발하려는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운동본부로, 야수니-ITT 프로젝트 실패 이후에 구성된 집단. Aurélien Bernier, ‘En Equateur, la biodiversité à l’épreuve de la solidarité internationale 에콰도르 야수니 프로젝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2년 6월호.
(6) Sarah Quilleré, ‘전통적인 신화의 제도화 및 생태주의화, 현지 지식의 인정과 새로운 개념. 영토 보전을 위해 투쟁하는 와유우 부족’, <Revue d’anthropologie des connaissances>, 10권, 제4호, Paris, 2016.
(7) ‘Bases indígenas desde Santo Domingo exigen “diálogo directo con el gobierno” sin Conaie’, <El Telégrafo>, Guayaquil, 2015년 2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