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파이낸셜 키즈가 남긴 대재앙

2010-07-12     이브라힘 와드

제롬 케르비엘과 파브리스 투르는 각각 소시에테제네랄은행과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했다. 두 젊은 거래중개인이 연루된 스캔들은 금융계의 변칙적 관행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였고, 이들의 이야기야말로 현재 준비 중인 금융 개혁의 방향을 제시해줄 것으로 보인다. 책임론의 중심에 서 있는 투기꾼들의 실체는 무엇인가?


소시에테제네랄은행 거래중개인이던 제롬 케르비엘의 공판이 지난 6월 8일부터 25일까지 파리 형사합의법원 제11법정에서 열렸다.(1) 그는 은행에 49억 유로(약 72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 손실을 입혔고 배임 및 문서위조, 은행거래 시스템 내 데이터 허위 조작 혐의로 기소됐다. 2008년 1월 24일 드러난 부정거래 혐의로 케르비엘은 부정·불법 중개인의 이름을 얻게 되었다. 케르비엘은 1995년 유서 깊은 베링스은행을 파산으로 몰고 간 영국 금융중개인 닉 리슨이 입힌 8억2700만 파운드(약 14억 달러)라는 엄청난 투자 손실을 제치고 손실액 대비 최악의 금융사고를 일으킨 장본인이 되었다.

금융사고 기록을 경신한 젊은이

파브리스 투르는 모범적인 중개인이었다. 그가 고용주인 골드만삭스의 이미지에 실추를 가져온 것은 증권거래위원회가 투르의 개인 전자우편을 압수하면서였다. 투르의 개인 전자우편은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과 마찬가지였다. 미디어의 집중 조명을 받은 상원위원회 소환, 골드만삭스의 주식 가치 급락, 주식 급락과 서브프라임 사태 관련 피해자들의 대거 소송이 이어졌다. 케르비엘과 투르는 둘 다 프랑스인이고 서른한 살의 젊은 이라는 사실만 제외하면 전혀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케르비엘의 경력은 매우 예외적이었다. 그랑제콜이 아닌 일반대학 출신으로 2000년 말단직으로 입사했고, 거래인들의 거래정보를 관리하는 지원업무를 담당했다. 그가 후일 말했듯, 일종의 ‘비서직’이었다. 상관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은 케르비엘은 2005년 주니어 트레이더가 되었고, 2007년 트레이더로 승진했다. 그사이 그는 회사 모르게 선물투자에 거액을 운용했고, 거래 조작을 통해 감시망을 피하며 첫해 회사에 14억 유로의 수익을 가져다줬다.

이후 그의 상관들은 ‘고수익 중개인’이야말로 ‘훌륭한 중개인’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리스크 관리로 유명한) 소시에테제네랄은 케르비엘의 무모한 투자를 묵인했다. 그러나 몇 주 지나지 않아 증권시장은 침체됐고, 그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모든 것을 잃은 그는 다음과 같이 심경을 고백했다.

“시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금융거래란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은행이 최고 수익을 올릴 수 있게 최대의 위험을 감수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에서는 위험 관리를 위한 신중함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원칙도 지켜지지 않는다. 은행계의 무분별한 관행 속에서 중개인이 심사숙고해야 할 사항은 거리의 매춘부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바로 ‘오늘 하루 수입이 좋았다’는 결과만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벌이가 좋은 매춘부’, 이 말이 나는 놀랍지도 않다. 그 정도로 내게는 은행에 더 많은 수입을 올려주는 것이 일종의 즐거움이었다.”(2)

파브리스 투르는 일찌감치 별 어려움 없이 금융계 엘리트가 되었다. 엔지니어링을 전공하고, 스탠퍼드대학에서 거래연구 석사 학위를 받은 투르는 스물두 살에 그 유명한 월스트리트의 골드만삭스에 입사했다. 그는 뉴욕 본사 서브프라임 담당부서에서 당시 상관이던 조너선 에골과 부채담보부증권(CDO)을 설계했다. ‘애버커스(Abacus) 2007-AC1’라는 이름의 CDO는 부실담보대출에 대해 발행된 파생상품으로, (후일 이를 문제 삼은 투자자들의 증권거래위원회 제소가 빗발쳤듯) 투자자들에게는 엄청난 재앙이었고, 은행에는 고수익을 가져다준 상품이었다. 간부로 승진해 런던으로 건너간 투르는 유럽 시장을 겨냥한 애버커스 파생상품 설계에 주력했다.

“최대 위험 감수해야 최대 수익 가능”

2008년 금융위기를 제외하고 골드만삭스는 연이어 큰 수익을 기록했다. 2009년 당시 경제가 휘청거리는 사이에도 골드만삭스는 134억 달러의 순이익을 냈다. 어떻게 이 정도의 수익이 가능했을까 ? 최고경영자(CEO)인 로이드 블랑크페인은 골드만삭스가 “신의 업적과 같은 위대한 일을 해냈다”라고 말했다.(3)

이른바 신에 비유된 ‘골드만삭스 사업 기본 원칙’은 한마디로 이 기업에 성경과 같은 내부 자료로서 14개 조항을 담고 있고, 그 첫째가 “고객의 이익이 우선이다. 지난 과거는 고객의 이익이 우선됐을 때 기업도 이익을 얻는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는 조항이다.(4)

그러나 증권거래위원회가 (무제한 유급휴가를 떠난) 투르의 개인 전자우편들에서 발견한 사실은 이같은 원칙과는 정반대되는 것이었다. 골드만삭스는 해당 시장에 대한 투자가 부실하고 위험한 것임을 알면서도, 고객 투자를 장려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폴슨앤드코 헤지펀드에 위험도가 매우 높은 담보채권에 투자하도록 조언하되, 채권 가치 상승을 기대한 ‘순진한 투자자들’에게는 위험도를 알리지 않았다.

위기 징후 알고도 자기도취적 투자

‘위대한 파브’라는 별칭을 사용하는 파브리스 투르의 개인 전자우편에는 광적이기까지 한 자기도취적인 말 중간중간에 그의 통찰력을 드러내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시스템 내에 점점 더 지렛대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가 그 예이다. 또한 금융상품 혁신에 대한 그의 개인적인 생각은 기업의 대표적인 입장과는 다분히 상반됐다. “이런 것을 만들어내는 데 내가 일조했다는 것을 생각할 때마다 순전히 쓸모없는 지적 놀음의 산물인 것인데, 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철저히 이론상에서만 존재할 수 있어, 아무도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그런 기계를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일순간에 그 결과물이 스스로 붕괴되는 것을 보는 나는 매우 마음이 아프다. 결국에는 자신을 만든 발명가를 죽이고 만 프랑켄슈타인과 비슷하지 않을까?”

과부와 고아에게도 떠넘긴 파생상품

수사 내내 투르와 골드만삭스는 “문제의 파생상품이 ‘투자기술이 훌륭한 기관투자자들’에게만 판매됐다”고 주장했지만, 투르의 개인 전자우편은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벨기에 공항에서 만난 과부들과 고아들에게 애버쿠스를 팔았다”고 썼던 것이다.

비록 골드만삭스가 고객에게 피해 입힌 상품을 판매한 사실이 확실하더라도, 이에 대한 사법처벌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는 불분명하다. 늘 그렇듯, 계약서는 법정 투쟁을 대비한 계약 조항들이 무수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애버쿠스 판매안내서는 ‘이 상품의 장점과 위험에 대해 전적인 판단이 가능한 내용이 다 담겨 있지는 않음’을 보여준다. 또한 ‘상업은행이 계약을 맺고, 가격 상승이나 하락에 따라 포지션들을 보유하는 것’과 은행이 ‘대외 비밀로 결정한’ 정보들을 외부에 공유하지 않는 것을 일종의 위험 요인으로 설명하는 데 그치고 있다. 나아가 ‘골드만삭스와 그 고용인들에 관련된 이해 분쟁’의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글•이브라힘 와드 Ibrahim Warde
미국 매사추세츠 플레처 법률 및 외교대학원 교수. <제국의 프로파간다와 테러에 맞선 금융전쟁>(2007)의 저자.

번역•김윤형 hibou98@naver.com

<각주>
(1) 이브라힘 와드, ‘트레이더를 향한 당근과 채찍’,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8년 5월.
(2) 제롬 케르비엘,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대한 트레이더의 기억>, 플라마리옹, 2010, p.14.
(3) 존 알리쥐, ‘나는 신의 업적을 완성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대표와의 대화’, <선데이타임스>, 2009년 11월 8일.
(4) 찰스 엘리스, <파트너십: 골드만삭스의 성장>, 펭귄, 뉴욕, 2009, p.186. www.inst-elevage.asso.fr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