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급감에 따른 독일도시들의 공동화

2018-05-31     레이첼 크네벨 | 기자

매력적인 여행지이자 유럽으로 향하는 이민자들의 주요 목적지인 독일. 이 독일의 일부 지역에서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독일 통일 이후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독일 북부의 주-역주)의 인구는 급감했으며, 주민들의 평균 연령은 15세나 높아졌다.


독일의 북동쪽 끝에 위치한 앙클람은 오랫동안 신나치주의의 무대로 악명이 높았다.(1) 오늘날에는 악명보다는 덜 심각할지 모르지만, ‘공동화 현상’이라는 또 다른 고충을 겪고 있다. 1990년 앙클람의 인구는 1만 9,000명이었다. 현재는 그때의 1/3 수준이며, 2020년에는 약 1만 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2000년과 2012년 사이, 15~25세 인구의 비중은 절반으로 줄었고 65세 이상 인구는 20% 증가했다.

늙어가는 도시, 평균연령 34세에서 49세로 
 
그러나 포석이 깔린 도로, 시장 앞 광장, 독일 북부의 전형적인 스타일의 집들은 모두 새것처럼 보인다. “앙클람을 보다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기 위한 도시계획이 진행되면서 많은 것들이 변화했습니다.” 자닌 로슬러는 도심 속을 걸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바뀐 것은 겉모습뿐입니다. 그 속에 삶은 없어요.”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 의회의 좌파당 의원이자 앙클람이 속해 있는 구의 의원인 로슬러는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도시인 데민과 파제발크도 마찬가지이고, 이 일대 전체가 모두 같은 상황입니다.”

사실 앙클람의 상황은 뤼베크, 발트해, 폴란드와의 국경 지역으로 둘러싸인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 전체의 상황이다. 1990년에서 2015년 사이, 독일 남서쪽 바이에른 주의 인구는 13% 증가한 반면 이 지역의 인구는 16% 감소했다. 현재 이 지역은 독일 내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낮다. 독일 전체적으로는 1㎢당 평균 233명인 인구밀도가 이 지역은 불과 69명이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동독에 속해있던 주들의 인구는 무려 200만 명 감소했다. 그 중 절반은 주민들이 서독으로 이주한 데 따른 감소였고, 나머지 절반은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감소였다. “젊은이들, 특히 젊은 여성들이 다른 지역으로 가서 아이를 낳기 시작했습니다.” 노이브란덴부르크 시의 기독교민주연합(CDU, 보수당) 지부에서 직원으로 일하는 울리크 돈브라크는 한탄했다. 그 결과 “평균 연령이 1990년 대비 15세나 높아져, 34세에서 49세가 됐어요.” 농업지역부의 국토개발부장인 토마스 라이만이 말했다. “1989년에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는 가장 젊은 주였습니다. 이제는 가장 나이가 많은 주입니다.”

이와 같은 인구통계학적 변화는 그 지역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삶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어린이집과 학교도 모두 없어졌습니다.”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의 주도에서 6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갈랭 쿠판탱에서 12년째 시장직을 맡은 홀거 클루카스는 말했다. “여기서는 더 이상 장을 볼 곳도 없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없어요. 가끔 미용사가 들르곤 합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이 지역의 주민은 437명에 불과하다. 12년 전에는 600명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그 자신조차도 하르츠 법안(Hartz IV, 생계보장 보조금 지급을 골자로 한 개혁안-역주)의 최저임금으로 살아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이 지역의 정책 대부분은 인구감소에 대응한 것이었습니다. 유치원을 폐원하고, 학교 문을 닫고, 행정기관을 폐쇄하는 것 등이죠. 결국 모든 것들을 줄이고 없애는 과정입니다.” 메클렌부르크 호수 고원지대 의회의 CDU 당수인 틸로 로렌츠는 설명했다. 그 결과, 편의시설들 간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주민들의 삶은 더욱 더 힘들어졌다. 농민이 건축허가를 신청할 때, 주민이 민원을 제기할 때, 의원이 지역 주민을 만나러 갈 때, 소요되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이처럼 인구와 행정 간의 관계가 균형을 잃어버리게 된 원인 중 하나는 2011년 국토개혁이다. 이때 연방 주와 그 하부 단위인 구(區)의 지도를 개편하면서, 사회복지, 아동복지, 일부 도로의 개보수, 쓰레기 처리, 응급의료 서비스만큼이나 행정 경쟁력을 중요하게 고려했다. 행정구조를 인구변화에 맞추어 변화시킨다는 명목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비용절감을 위해 구와 구 사이의 통합이 이뤄졌고 그 결과 방대한 구가 탄생했다. “우리는 현재 독일에서 가장 큰 구입니다. 자를란트 주보다도 더 큽니다.” 로렌츠는 말했다.
4년 뒤,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는 행정법원들까지 통합했다. 더 이상 주도가 아니게 된 앙클람은 행정인력과 법원을 잃었고, 직업고등학교까지 문을 닫으면서 도심 근처의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은 빈 채로 남겨졌다. 로슬러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이 기관들이 떠나면서 주민들의 가계매출도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토지개혁이 이뤄지면서 구 의원들도 주민들과 멀어졌습니다. 행정기관들 간의 거리가 너무 멀어진 나머지 지방의 이쪽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지방의 저쪽에서는 알 수가 없게 돼버렸습니다.” 

“문제는 터무니 없이 낮은 소득”

“요즘 솔직히 어떤 구 의원이 자기 구역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겠습니까?” 앙클람에 거주하는 퇴직자 하르트무트 쿤이 반문했다. 4월의 어느 날, 이 작은 도시에서 용케 살아남았지만 조만간 폐쇄될 예정인 한 행정기관의 지사에서, 이 지역 출신 화가의 전시회가 열렸다. 관람을 위해 방문한 이들은 직원들, 청소년들, 노인들, 그리고 구의 재정 담당자이자 보수당 의원인 디에트게르 빌리가 전부였다. “국토개혁 이후 행정 기관들의 의사 결정 시간이 훨씬 더 길어졌습니다. 저는 행정구조를 주민 수에 맞추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현시점에서는 그 결과가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가장 심각한 부분은 바로 각 구역에 대한 재정조달 문제입니다.” 보수당 의원인 그의 의견이 심지어 이 정도다.

물론 지방 정부도 단순한 행정 개편 이상의 것들을 시도하기는 했다. 예를 들어, 의대에 재학 중인 학생이 졸업 후에 의료기관이 거의 없는 곳에서 개원하기로 서약할 경우 매월 300유로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정책도 있다. 또한 마을 재활성화 계획과 젊은 선생님 유치 캠페인도 추진했다. 그러나 로슬러는 “라인강에 돌을 던지는 격”이라고 일갈했다. “여기서 진짜 문제는 바로 주민들의 소득수준입니다. 소득이 너무 낮아요.” 독일이 통일된 지 사반세기가 넘었지만 구동독 지역 주민들의 소득은 서쪽 지역 주민들의 소득보다 25%나 낮다. 메클렌부르크 내에서도 폴란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가장 동쪽 구역의 경우 실업률이 10%를 훌쩍 넘는다(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의 평균 실업률은 8.8%이고, 독일 전체의 실업률은 5.5%다).(2)

극우정당 지지율이 높아진 이유는?

2016년 지방선거에서,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에서 20%의 득표율을 얻었다. 가장 동쪽에 위치한 구역들에서는 득표율이 26%, 27%, 심지어 32%까지 치솟았다. 신나치 정당인 독일 국가민주당(NPD)의 득표율도 연방주 평균은 3%였지만 동쪽 구역 한 곳에서는 무려 8%를 기록했다.(3) 이민정책에 대한 반발일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2016년 메클렌부르크에 정착한 이민자들은 6천 명이 채 안 되기 때문이다. 연방주들 전체로 보면 외국인의 비율이 11%이지만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의 경우에는 4%에 불과하다.(4) 선거가 끝나고 2개월 뒤, 주 당국은 포메른에 특별 국무실을 신설했다. 국무실은 프로젝트를 지원할 수 있는 자금을 운용할 계획이지만, 자금은 고작 3백만 유로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역에서 AfD당의 지지율이 높았던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2011년 국토개혁이 주된 요인으로 거론됩니다.” 드레스덴 경제분석원(CES-IFO) 지사에 소속된 경제학자로,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의 행정개편에 따른 정치적 결과를 연구한 펠릭스 로젤이 강조했다. 

“2011년 국토개혁에 따라 탄생한 거대한 구 안의 구역들에서 AfD당은 다른 곳에서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얻었습니다. 국토개혁이 가져온 경제적 효과는 미미합니다. 행정기관들 간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그만큼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비용절감이 가능했던 유일한 부분은 인건비였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이 자신의 지역의원들을 알 기회가 줄었다고 불평하는 상황 속에서, 주민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가 바로 이 인건비에 달려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행정구역이 커지고 공공서비스 기관들 간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가뜩이나 지역 주민들과 소통을 단절했다고 비난받는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 “2011년 개혁 때 사람들은 우리 지역에 행정기관을 둘 정도의 가치도 없는 것이냐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개혁에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많은 주민들은 그냥 그렇게 잊혔습니다.” 로슬러는 설명했다.

정치문화를 위한 지역센터의 지부, 앙클람 민주주의 연구소의 책임자인 라르스 치르슈비츠는 몇 주 후에 열릴 지방선거 후보자들과의 토론회를 기획 중이다. AfD당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 30대 남성은 현 상황을 낙관하고 있다. “언젠가, 우리는 이 지역에 조만간 모든 불들이 꺼질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관광도 활발해지고 있고, 베를린(180km 거리) 등 대도시의 사람들도 우리 지역으로 이사 오고 있습니다. 이는 정계가 예상하지도, 계획하지도 않았던 결과입니다.” 지리학자인 그는 설명했다. 사실,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의 인구는 비관주의자들의 예측과는 달리 최근 몇 년간 안정세를 보였다. 
“우리 구역의 경우 매년 평균 100명씩 인구가 감소했습니다.” 인구 4,300명의 구역장이 말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는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8명이 늘었어요! 비록 적은 수지만, 우리에게는 큰 의미를 지닙니다.”   


글·레이첼 크네벨 Rachel Knaebel
베를린에서 거주하면서 동독의 사회현상에 관심을 갖고 글을 쓰고 있다. 

번역·김소연 dec2323@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Hubertus Buchstein & Gudrun Heinrich, Rechtsextremismus in Ostdeutschland. Demokratie und Rechtsextremismus im ländlichen Raum, Wochenschau Wissenschaft, 프랑크푸르트암마인, 2014.
(2) Jahresbericht zum Stand der Deutschen Einheit », ministère fédéral de l’économie, Berlin, 2016; Agence fédérale de l’emploi, Nuremberg; Statistisches Jahrbuch Mecklenburg-Vorpommern 2017, 슈베린, 2017, www.laiv-mv.de
(3) 2017년 총선 때 AfD 당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에서 1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독일 전체적으로는 12.6%의 득표율을 기록해, 큰 차이를 보였다.
(4) 내무관리청, 통계국, 슈베린, www.laiv-mv.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