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들이 권력을 거머쥔 남미

2018-05-31     미겔 세르나 | 몬테비데오대 교수

남미에서는 기업가들이 행정부 고위직을 휩쓸고 있다. 페루, 칠레, 파라과이, 아르헨티나의 대통령은 모두 기업인 출신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입법부에도 과도하게 많은 수의 경제 엘리트들이 포진해있다고 한다. 

2016년 페루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된 대기업 회장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는 부패 스캔들로 사임했고, 2018년 3월 같은 기업가 출신인 마르틴 알베르토 비스카라가 새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4년 전 파나마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었다. 기업 회장인 리카르도 마르티넬리 대통령의 뒤를 이어 기업가 후안 카를로스 발레라가 대통령에 취임했다. 코카콜라 멕시코 지사 회장인 비센테 폭스는 2000~2006년 멕시코 대통령을 지냈고, 칠레의 사업가 세바스티안 피녜라는 2010년~2014년까지 당선과 재선을 거쳐 대통령을 지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사업가 마우리시오 마크리가 2015년 대통령에 취임했다. 파라과이에서는? 역시 사업가인 오라시오 카르테스가 2013년 당선됐다.

 남미에서 기업 회장이 권력의 최고 자리에 오르는 일은 최근 들어 보편화되고 있는 현상이다. 1970년대의 군사정권에 지지를 보냈던 기업가들은 1980년대의 독재정권에서는 정치개입에 신중을 기했다. 당시 남미에서 부상한 민주주의는 시장경제나 기업의 높은 이윤에 대해 문제를 삼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을 갖고 있어 기업인들도 정치 문제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1990년대에 걸쳐 일어났던 신자유주의 개혁은 민간기업의 정치계 정복을 더욱 쉽게 만들었다. 기업 지도층이 공공행정의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선거에서 승리했다. 기업가들은 남미 우파의 포퓰리즘을 구현하려는 인물들과 긴밀한 친목을 조직할 줄 알았다. 대표적으로 페루의 알베르토 후지모리와 아르헨티나의 카를로스 메넴 등이 있다.

 1990년대 말부터 남미는 세 가지 원인으로 전통적인 경제 분야가 약화됐고, 전략적 후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세 가지 원인은 경제위기(특히 1998년도와 2001년도의 경제 위기), 민영화를 통한 국외 자본의 쇄도, 그리고 급진적인 정부의 등장(베네수엘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이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다시 기업가들의 정치권 공세에 유리해졌다. 경제 위기가 좌파의 사회경제 계획의 신뢰도를 떨어뜨린 것으로 보이며, 좌파는 권력을 잃으면서 정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가들은 공격적으로 정치권력의 길을 되찾았다. 브라질 최대 규모의 기업인 단체, ‘상파울루 주 산업연맹’은 2016년 국회 탄핵 전날에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반대 운동을 직접 조직했다.(1) 

 이런 가운데, 우리 연구팀은 2010년~2017년 사이 8개 국가(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멕시코, 페루, 살바도르, 우루과이)에서 기업 대표들이 입법부에 종사하고 있는 비율을 조사했다.(2) 우리는 8개 국가의 국회의원 801명이 당선 전 기업의 고위간부나 대표, 또는 대지주나 상인 출신임을 알아냈다. 수치는 국가별로 달랐지만 평균적으로 국회의원의 약 3분의 1(23%)이 이에 해당했다. 가장 높은 국가는 40%를 기록한 살바도르이며, 최저는 13%의 아르헨티나다. 

 이런 조사결과는 남미의 입법부에 경제 엘리트층이 과도하게 많다는 생각을 확인해준다. 기업의 대표 및 간부는 남미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3.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조사를 살펴보면, 상원 제도가 있는 국가의 경우 경제 엘리트들이 상원 내에 밀집돼있음을 알 수 있다. 기업 대표 및 간부 수가 브라질의 상원의 30%,(3) 우루과이 상원에서는 20%를 차지한다.(4)   


글·미겔 세르나 Miguel Serna
우르과이 몬테비데오 대학의 사회학과 교수, 파리3대학 남미고등연구소(IHEAL) 초빙 교수.

번역·김영란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졸업. 한국외국어 통번역대학원 졸업. 역서로는 『완벽한 남자 에마뉘엘 마크롱』, 공역서로는 『22세기 세계』가 있다.

(1) Laurent Delcourt, ‘Printemps trompeur au Brésil 브라질의 가짜 봄, 반부패 운동을 가장한 쿠데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6년 5월호·한국어판 2016년 6월호. 
(2) Miguel Serna & Eduardo Bottinelli, <El poder fáctico de las elites empresariales en la política latinoamericana>, Clacso-Oxfam, Buenos Aires, 2018년. 정부와 공공기관 고위직에 대한 영향에 관한 세부 연구.
(3) Paulo Roberto Neves Costa & Luiz Domingos Costa & Wellington Nunes, Os senadores-empresários: recrutamento, carreira e partidos políticos dos empresários no Senado brasileiro(1986~2010), Revista Brasileira de Ciência política, n˚14, Brasília, 2014년 5월~8월. 
(4) Miguel Serna & Eduardo Bottinelli, Los empresarios en la política en Uruguay en tiempos de cambio(2000년~2015년), 몬테비데오 대학 사회과학부의 16차 과학연구의 날에 소개된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