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러시아 밑그림 없는 핵 퍼즐게임

2010-07-12     자크 레베스크

이란에 대해 새로운 제재를 권고하는 결의안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 15개국 중 12개국에 의해 지난 6월 9일 채택됐다. 터키와 브라질은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번 결의안이 별로 구체적인 효과가 없을 거라고 모두 입을 모으지만, 그래도 유럽연합과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에 길을 터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러시아와 이란의 관계는 여전히 모호하다.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새로운 이란 제재안을 상정한 지 얼마 안 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국민은 러시아가 우리 친구인지 더 이상 확신이 없다.”

하지만 러시아와 이란 관계의 향방을 분명히 예고하는 두 가지 중요한 시험대가 있다. 하나는 이란 남서부 부셰흐르 원자력발전소 가동 문제다. 이곳 원자력발전소 가동은 러시아 때문에 여러 번 미뤄졌다. 러시아는 이란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요구 사항을 준수하라는 압력을 넣기 위해 발전소 가동을 연기했던 것이다. 지난 3월 18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여름에 이 발전소가 가동될 것이라고 발표했다.(1)

또 하나는 이란이 구입한 S300 지대공 미사일의 제공 여부다. 8억 달러 규모의 이 계약은 2007년 12월에 체결됐다. 그러나 미국의 강경한 태도 때문에 미사일 제공은 계속 연기돼왔다. 이란이 S300을 가질 경우 이스라엘의 폭탄 공격 가능성이 복잡해지고 대가도 만만치 않을 것이 분명해서였다. 다른 종류의 무기와 달리 S300은 러시아의 주장 덕에 제재는 면했다. 미 국무부는 러시아가 계속 신중한 태도를 지킬 것이며(2) S300 미사일은 양도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들의 주장이 먹힐까?

미국의 이란 제재안이 상정되기 전에도 이란에서 러시아에 대한 불신이 감지됐다. 이런 불신에는 러시아에 대한 멸시감도 섞여 있다. 페르시아 문명을 이어받았다는 이란의 우월감이 아직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란의 한 러시아 전문가는 자신이 러시아-이란의 우호 협회를 창설하는 일을 맡았지만 실패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에 대한 이란의 관심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탓이라고 밝혔다. 지식인층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도 무관심했다는 것이다. `경제, 기술, 문화 부문에서 러시아에 배울 것이 무엇인가?'라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친구가 아닌 건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는 현재 이란과 러시아가 협력 관계를 맺는 것은 오직 미국에 대한 적개심과 이슬람 공화국에 대한 동맹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 다른 이들은 이란이 러시아와 미국의 정치 게임에서 하나의 카드에 불과하며, 이란의 최고위층에서 러시아와 정치 협력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본다. 외무부 차관을 지낸 한 인사는 좀더 너그러운 태도를 보인다. “러시아가 미국과 타협해야 하는 상황을 이해한다. 우리는 이런 협력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매번 평가해야 한다.” 외무부 차관은 이란이 상하이 협력기구(3)의 옵서버 지위에서 벗어나 완전한 회원국이 되고 싶어하지만 미국의 심기를 건드릴까봐 러시아와 중국이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상하이 협력기구에서 회원국 대접을 받고 있으며, 모든 협의에 참여하고 있다.

순망치한, 그러나 상호 불신

그러나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에서 2010년 6월 10~11일에 열린 정상회담에 불참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이란을 제재하는 표결에 나서는 것에 반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란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또 다른 인사는 포스트 소비에트 중앙아시아와 전 트랜스 코카서스 지역에서 러시아와 이란의 협력을 강조하며 미래를 낙관했다. “중동에서 이란의 영향력이 강화되면 러시아는 이란을 더욱 높이 평가하고 존경할 것입니다. 러시아는 이란의 영향력이 미국의 이익을 위협할 뿐 러시아의 이익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한편 러시아에서는 이란이 핵문제에 완고하게 나오자 분노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나왔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란이 가져서는 안 되는 포탄이 이란 안에 있는 걸 보고는 엄격한 제재를 주장한다. 또 다른 다수의 연구자들은 이란에 특별히 호감은 없지만 러시아가 새로운 이란 제재에 동참할까봐 우려하고 있다. 국제잡지 <러시아 인 글로벌 어페어스>의 편집장 페도르 루키아노프도 그중 한 명이다. 루키아노프는 “러시아는 별 효과 없는 제재에만 매달리며 군사력 사용을 정당화하려 한다”고 우려한다. 모든 정치 지도자와 분석가들은 이런 제재가 러시아와 인접한 이슬람 세계에 끼칠 부정적 영향과 러시아에 일으킬 반향을 한목소리로 우려한다. 그런데도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은 이란 정부 관계자들에게 IAEA의 요구를 따르라 주장하고, 제재가 힘의 사용을 억제하는 수단이 될 것이므로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요구한다.

당초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기대와는 달리, 2010년 4월부터 미국은 이란 제재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예컨대 러시아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이란에 온건한 태도를 취했다. 그런데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다른 상임 회원국과의 논의를 거절했다가 다시 번복해 결국 이들과 손을 잡는 이중성을 보였다.

강경한 미국 앞에 어정쩡한 러시아

모스크바 과학아카데미 중동연구센터의 알렉상드르 슈밀린 센터장은 이란을 굴복시키는 데 실패하면 늦어도 10월 말이 되기 전에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이 있을 것이며 오바마 대통령도 이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다른 러시아의 분석가들과 마찬가지로 슈밀린 센터장도 “이란은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직접 다루는 사안 중 하나고 푸틴 총리는 이란 사안에 대해 모든 결정을 보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슈밀린 센터장은 또 지난 몇 달 동안 여러 번 디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이란의 제재는 피할 수 없다고 공공연하게 밝혔지만 푸틴 총리는 이란 제재에 대해 딱 한 번만 모호하게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푸틴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바라지만 그것을 위해 큰 희생을 치르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푸틴의 생각은 이렇다. 만일 미국이 옛 소련 지역에서 러시아의 이익을 더 존중해준다면 이는 미국 정부가 좋은 의도를 가져서가 아니라 러시아가 여러 해 동안 열렬하게 전쟁을 벌인 덕이다. 특히 러시아는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확대되는 것을 막은 전력도 있지 않은가. 푸틴과 그의 측근인 여러 전문가들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기에 더욱 러시아를 필요로 하지만, 러시아가 미국을 간절하게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라며 오만하게 말했다. 어쨌든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 개선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평가되기에 조금씩 이뤄질 것이다. 하지만 9·11 테러 이후 부시 전 대통령이 2001년 러시아와의 전면적인 관계 개선에 나선 일이 다시 재현될 것 같지는 않다. 돌아오는 대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6월 9일의 결의안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이번 제재가 지난번 제재보다 이란에 심각한 자극은 될 테지만 그래도 미국이 만족할 만한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5월 27일, 미하일 마르겔로프 러시아 연방의회(상원) 외교관계위원장은 이란에 대한 새로운 제재가 러시아와 이란의 무역과 경제협력에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4) 2008년 러시아의 대이란 수출은 33억4천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러시아 전체 수출량 중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무기 판매는 1400만 달러어치(전년에 비해 20분의 1로 하락)밖에 안 됐다. 어쨌든 이란은 중동에서 러시아의 첫 번째 경제 파트너다. 또한 이란과 러시아는 전세계 가스 매장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란에 가스프롬(러시아 국영 천연가스 회사)을 통해 투자하고 있다.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말이다. 러시아는 이란의 지도층과 계속 협의해 변화하는 석유시장을 조절하려 한다.

한편 뜻밖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새로운 이란 제재안을 제출하는 일을 서둘렀다. 2010년 5월 16일,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와 18시간의 논의 끝에 협정을 체결한 것이다. 이 협약은 미국과 연합국이 2009년 10월에 제안했지만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생각하던 것이다. 터키 영토에 이란의 농축우라늄 2200kg과 20% 비율의 농축연료 120kg 정도를 이란의 의료용 반응로에 동시에 보낸다는 내용의 협약이다. IAEA의 2009년 10월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러시아에 우라늄을 보냈고, 나중에는 농축 처리된 광물 120kg이 이란으로 다시 보내질 것이라고 한다. 이 ‘나중에’라는 개념이 이란에 우려를 안겨주었다. 이란은 그 약속이 어긋날까봐 불안한 것이다.

브라질·터키의 반대, 핵 제재 안갯속

미국의 걱정은 분명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새로운 이란 제재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기존의 러시아와 중국 대신 브라질과 터키가 되었기 때문이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제3세계에서뿐만 아니라 서방세계에서도 막강한 명성을 누리는 인물이다. 그리고 터키는 NATO 회원국이다. 따라서 이 두 나라가 반대한다면 이란을 제재하려는 미국의 계획이 방해받을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도 당황하고 있다. 두 나라 역시 이란에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이란과 몇 달 동안 합의를 시도했고 국제사회에 중요한 중재자로 나서려고 했다. 분명 이란은 경제와 정치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빚진 것이 적은 브라질과 터키를 러시아보다 선호했다.

게다가 미국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선언이 있은 지 몇 시간도 채 안 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란 제재 결의안을 상정했다. 앞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3자 협약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합의가 더 일찍 이뤄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에 불만을 나타냈고, 서구 국가는 며칠 동안 질질 끌려다녀야 한다는 것을 두려워했다. 러시아와 중국이 끝내 단념한 것이라면, 그것은 이란이 그들에게 너무 성가셨기 때문일 것이다.

글•자크 레베스크 Jacques Lévesque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역서로 <반에이크의 자화상>(2010) 등이 있다.

<각주>
(1) 러시아의 부탁으로 이란은 국제원자력청의 감시하에 원자력발전소를 위해 제공받을 농축우라늄을 다시 돌려보내는 것에 합의했다.
(2)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타임스>, 2010년 5월 21일.
(3) 2001년에 창설됐다. 회원국으로는 러시아·중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이 있으며, 옵서버 국가로는 이란·인도·몽골·파키스탄이 있다.
(4) <RIA 노보 스티>, 모스크바, 2010년 5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