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옛 식민지의 화폐 독립을 허하라

2010-07-12     뎀바 무사 뎀벨레

아프리카의 16개국이 올해 독립 50주년을 맞는다. 프랑스의 옛 식민지에서 건너온 병사들이 7월 14일 프랑스혁명 기념일에 샹젤리제에서 시가행진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1960년에 얻은 아프리카 독립의 현실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종속의 상징이며 유로화에 고정환율로 묶여 있는 세파(CFA)프랑이 점점 더 의혹의 불씨가 되고 있다.

압둘라예 와데 세네갈 대통령은 지난 4월 3일 “독립한 지 50년이 지난 지금, 통화관리제도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우리 통화의 힘을 되찾는다면 관리를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가나는 고유 통화가 있고 그것을 잘 관리하고 있다. 자국 경제에 출자하는 모리타니와 감비아도 마찬가지다”라고 선언했다.(1) 와데 대통령이 세파(CFA)프랑 관리를 비난하며 서아프리카에서 점점 열기를 더해가는 논쟁에 개입한 것이다. 몇몇 경제학자들은 프랑스 식민통치의 유산인 세파프랑을 없애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한다.(2)

프랑스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재무장관은 “그건 프랑스가 결정할 수 없다. 시대는 변했다. 해당 국가들이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국제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유로화 고정환율 시스템 안에 남는 것이 프랑존(프랑화 사용 지역) 국가들에 나쁘지 않다”(3)고 강조했다. 프랑스나 아프리카의 세파프랑 지지자들(4)은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관리 원칙에 따르고, 아프리카에서 ECB 역할을 하는 `서아프리카중앙은행'(BCEAO)과 `중앙아프리카은행'(BEAC)에 의해 관리되는 세파프랑이 프랑존 아프리카 14개국에 안정성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독립국가에서 왜 프랑화를 쓰나?

그들은 특히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의 통화와 유로화 사이의 통화 교환성이 프랑스에 의해 보장된다는 사실을 전면에 내세운다. 어쨌든 이런 장점 뒤에는 중대한 이면이 숨어 있다. 무엇보다 자금도피와 자본유출이 쉬워진다. 1970~2008년 아프리카는 이런 식으로 8500억 달러를 잃었고, 그중 절반이 2000~2008년에 유출됐다.(5) 물론, 이런 자본유출이 단지 통화 교환성과 관계있다고만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이 ‘화이트칼라 범죄’의 여지를 키우는 건 사실이다. 따라서 아프리카개발은행의 경제학자였던 사누 음바예는 “프랑화 사용 국가들의 금융 안정을 위해선 외환정책 기준이 (유럽 등의 국가에) 세파프랑을 넘길 수 없는 ‘양도불가능성’과 다른 화폐와 교환할 수 없는 ‘비교환성’에 입각해야 할 것”(6)이라고 말한다. 더욱이 해당 국가들이 외환보유액의 50%를 프랑스 국고에 예치하도록 한 의무 규정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들에 속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소중한 돈을 빼앗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국가들은 가혹한 대출 조건으로 널리 알려진 국제 금융기관들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제주권도 없고 앉아서 손해만

세파프랑 지지자들은 세파프랑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준다고도 말한다. 사실 유로화 작동 원칙을 그대로 따온 프랑존의 작동 원칙은 시장의 균형에 맡기는 ‘방임주의’ 통화정책을 어렵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런 사실은 프랑스은행 의무예치금과 프랑스 대표자들이 아프리카중앙은행 운영위원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증명된다. 이런 제약이 다른 아프리카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이율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7)

이런 원칙을 지키려면 많은 경제비용이 든다. 다른 아프리카 통화보다 세파프랑이 상대적으로 고평가돼 있어 특히 수출에 불리하다. 이것이 프랑스와 국제통화기금(IMF)이 1994년에 세파프랑 50% 평가절하를 내세운 이유 중 하나다. 평가절하가 어떤 사회·경제적, 즉 정치적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잘 알려졌다.(8) 그러나 2001년부터 달러 대비 유로화 강세가 시작되면서 세파프랑은 자동적으로 평가절상됐고, 달러로 대금을 받는 수출, 특히 면화 수출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환리스크가 없어 금융거래가 쉬워지기는 하지만, 프랑존 국가가 유럽과 맺고 있는 특별한 경제적·제도적 관계는 자국의 지역 내 통합과 파트너 다양화에 걸림돌이 된다. 독립 5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인도·브라질·이란 등 남반구 국가나 걸프만 연안국과 무역 관계가 시작됐지만, 프랑존 국가의 주요 무역 상대국이 여전히 유럽 대륙이라는 점으로도 알 수 있다. `서아프리카통화 공동체'(UEMOA) 내 회원국 간 교역량은 전체 교역량의 18%를 약간 웃돌 뿐이다. 더구나 UEMOA와 `중앙아프리카경제·통화 공동체'(CEMAC) 사이 교역량은 거의 전무하다.

세파프랑의 장점은 단점에 비하면 보잘것없다. 아프리카 국가에 강요되는 통화정책은 개발에 제약이 될 수도 있다. 언론인 알파 배리는 프랑스와의 통화협정을 ‘사기·협잡’(9)으로 요약한다. 아프리카 국가의 주권을 박탈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1994년의 치욕적인 평가절하가 잘 보여준다). 게다가 BCEAO와 BEAC의 모든 중요 결정은 합의로 도출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 은행들의 당연직 운영위원인 프랑스 대표자들은 프랑존 국가의 통화정책, 따라서 경제정책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유럽연합(EU) 27개국의 금융정책이 재정위기 속에서 ECB 관리 규칙을 벗어났지만, 프랑존 국가의 중앙은행들은 기본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필리프 앙리 다쿠리 타블레 BCEAO 총재는 “현대의 모든 중앙은행과 마찬가지로 BCEAO가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UEMOA의 물가 안정이다. 이 목표를 존중한다는 조건으로 중앙은행은 건전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공동체의 경제정책을 지원한다”(10)고 재차 강조했다. 그래서 성장의 발목이 잡히더라도, 따라서 일자리 창출이 더뎌지더라도 인플레를 잡는 문제가 시급한 당면 과제로 남게 된다.

아프리카 통화권에 거는 희망

하지만 개발도상국가들에서 BCE AO와 BEAC의 통화정책은 경제에 불안정 효과를 가져오지 않는 정도의 인플레를 감수하고 생산성 있는 투자를 용이하게 하는 데 전념한다. 프랑존 전 재무장관을 역임한 한 인사는 “인플레 통제는 유럽의 목표다. 하지만 빈곤과 싸우기 위해서 아프리카 국가는 무엇보다 성장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인플레를 감수해야 한다”(11)고 말한다. 프랑스와 다른 유로존 국가들이 BCEAO의 통화정책(BEAC도 마찬가지다)을 지시·강요하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은행의 전 직원이던 세르주 미하일로프는 “세파프랑은 결국 아프리카 경제의 주 관심사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프랑크푸르트에서 관리되고 있다”(12)고 단언한다.

프랑존 14개국 가운데 10개국은 ‘저개발국’으로 분류되고 유엔개발계획(UNDP) 인류개발지수 하위에 올라 있다. 아프리카 자본주의의 ‘전시장’으로 소개되곤 하던 카메룬과 코트디부아르는 오늘날 콩고인민공화국과 마찬가지로 ‘국가 채무가 높은 빈곤국’에 속한다. 채무 ‘경감’을 위해 IMF의 지시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 국가들은 종종 자국에 해로운 자유교역 정책을 추구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세파프랑이 유럽 기업들에 유리하다고 하지만, 그들의 아프리카 직접투자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건 아니다. 그들의 투자는 환리스크보다 성장과 수익 전망에 좌우된다. 해외 자본이 석유(코트디부아르)나 금(말리), 우라늄(니제르) 등 광산자원이 풍부한 국가에 우선적으로 유입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런 분야 외에 투자는 부르키나파소나 세네갈처럼, 민영화되거나 또는 사업권을 살 수 있는 통신 분야에 치중되고 있다. 앙골라, 모잠비크, 나이지리아, 탄자니아 그리고 북아프리카 국가처럼 자국 통화를 보유한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프랑존 국가보다 직접투자를 더 많이 유치하고 있다.(13)

세파프랑 반대자는 세파프랑을 식민지 유산 박물관에 진열하고, 아프리카 대륙 내에서 유통되는 지역 통화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일부 회원국들이 자국 통화를 고수하던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CEDEAO)에서는 논의가 시작됐다.

케이프베르데, 감비아, 가나, 기니-코나크리, 라이베리아, 나이지리아, 시에라리온처럼 세파프랑을 사용하지 않는 국가들은 이미 2000년에 `서아프리카 통화존'(ZMAO)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가나에 있는 서아프리카 통화연구소는 ZMAO 회원국의 통화 일치 기준을 정할 임무를 맡고 있다. 이 연구소 총무간사에 따르면, 2015년에 새로운 체계가 시행될 것이라고 한다.(14) 아프리카연합(AU) 안에 아프리카통화기금, 아프리카중앙은행, 아프리카투자은행이 창설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장 핑 AU 집행위원장은 “이제 자본주의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을 것이며, 돌이키지 못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누구도 우리에게 우리가 해야 할 것을 명령할 수 없다. 아프리카는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한다”(15)고 단호히 말한다.

글•뎀바 무사 뎀벨레 Demba Moussa Dembélé

번역•김계영 canari62@ilemonde.com

<각주>
(1) <라디오 프랑스 인터내셔널>(RFI), 2010년 4월 3일.
(2) 1945년 창설된 세파(CFA)프랑은 ‘아프리카의 프랑스 식민지’(Colonies Françaises d’Afrique)프랑을 의미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독립한 뒤에는 ‘아프리카 금융 공동체’(Communauté Financière Africaine)프랑으로 명명됐다.
(3) <세네갈연합통신>(AFS), 다카르, 2010년 5월 4일.
(4) 체이크 아마두 티디안 디아그네, ‘나의 옛 경제학 교수님에게 보내는 편지: 중앙은행의 역할은 무엇인가?’, <르 코티디앵>, 다카르, 2010년 4월 9일.
(5) 스테파니 플라스, ‘불법 자금 이체’, Afrik.com, 다카르, 2010년 3월 30일.
(6) 사누 음바예, <아프리카를 구조하는 아프리카>, Les Editions de l’Atelier/Editions ouvirère, 파리, 2009, p.49.
(7) UNDP, ‘무역개발보고서’, 2007년, 뉴욕-제네바.
(8) 뎀바 무사 뎀벨레, ‘세파프랑의 잘못된 계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4년 6월호. BCEAO는 극구 부인하지만, 국제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래 세파프랑 평가절하 루머가 나돌고 있다.
(9) 알파 배리, ‘거래장부로 이익을 보는 사람은? 사기·협잡’, <영 아프리카 이코노미>, 1994년 2월.
(10) 2010년 3월 31일자 인터뷰.
(11) 필립 페르드릭스, ‘10개 질문으로 본 CFA’, <영 아프리카>, 2007년 10월 15일.
(12) 필립 페르드릭스, 앞의 글.
(13) UNDP, ‘세계투자 보고서 2007년: 다국적기업, 채굴산업과 개발’, p.14~15.
(14) <쉬드 코티디앵>, 다카르, 2010년 5월 20일.
(15) <영 아프리카>, 2009년 11월 15일.  

 

[박스기사] 경제기구


세파프랑존 회원국
베냉, 부르키나파소, 코트디부아르, 기니-비소(1997년 5월 가입), 말리, 니제르, 세네갈, 토고(서아프리카), 카메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콩고-브라자빌, 가봉, 적도기니, 차드(중부아프리카)

서아프리카통화공동체(UEMOA)
베냉, 부르키나파소, 코트디부아르, 기니-비소, 말리, 니제르, 세네갈, 토고

중앙아프리카경제·통화공동체(CEMAC)
카메룬, 콩고, 가봉, 적도기니,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차드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CEDEAO)
베냉, 부르키나파소, 케이프베르데, 코트디부아르, 감비아, 가나, 기니, 기니-비소, 라이베리아, 말리, 니제르, 나이지리아, 세네갈, 시에라리온, 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