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노역자’의 고단한 삶

2018-06-28     다비드 가르시아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카메룬 야운데에서 나고 자란 앙토니 B.는 축구 노역자로 살고 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이 청년은 23세에 이미 축구공과 함께 아프리카 전역을 다 훑었다. 2012년 카메룬 2부 리그에서 돈 한 푼 받지 못한 채 고생만 했던 그는 ‘보다 나은 삶’을 찾아 적도 기니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1부 리그에 속한 구단과 계약을 맺었지만, 그의 에이전트는 출전 보너스를 가로채 갔다. 이후 자리를 옮긴 나이지리아에서는 매월 1천 유로의 임금을 꼬박꼬박 받았지만, 부상을 입고 팀을 나와야만 했다. 그다음 들어간 세네갈 구단의 평균 월급은 45유로에 불과했다. 한 달 정도 버티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그는 코트디부아르로 향했다. 그러자 이곳에서는 트레이너가 이적수당의 일부를 요구했다. 이로써 그의 고행은 일단락됐지만 앞으로 또 어떤 고초가 기다릴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앙토니 B.는 여전히 “보다 나은 조건으로 나를 받아줄 국가를 찾고 있다.” 그때까지는 아비장 남동부의 쿠마시에서 자기처럼 상처받은 다른 축구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이어간다. 

아프리카 축구선수들이 선호하는 행선지는 보다 북쪽을 향해 있다.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에 대한 책을 공동집필한 기자 바르텔레미 가일라르는 “월 급여 600유로만 받을 수 있다면, 선수들은 어떤 구단이든 들어갈 준비가 돼 있다. 재정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위험한 요소가 있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심지어 나이를 속이거나 급조한 뗏목을 타고 지중해를 건너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1)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 축구연구소에 의하면, 유럽 프로구단 정원의 8%는 아프리카 선수들이다. 

카메룬의 전직 프로축구선수 출신으로 현재 축구이주민 지원 단체 ‘풋 솔리데르’를 운영하는 장-클로드 음부맹은 “설혹 환상이 깨지더라도,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 유럽에서 살 수 있다는 것만도 좋다”고 강조한다. 같은 카메룬 출신으로 과거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동한 뒤 지금은 카메룬 축구선수연합을 이끌고 있는 제레미 은지탑은 선수들을 헐값에 팔아넘기고 선수를 키운 홈 구단이 훈련수당(아프리카의 아마추어 및 프로축구 선수 육성을 위한 자금)조차 받을 수 없게 만드는 성급한 에이전트들에게 쓴소리를 한다. 축구선수들의 국제노조인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의 아프리카 지부에서도 활동 중인 그는 “선수를 발굴한 홈 구단에서 훈련수당도, 연대수당도 받지 못하는 이유는 국내 연맹이 부정을 저지르기 때문”이라고 비난한다. 우연의 일치였는지 우리가 그를 만났던 호텔에서는 그날 아프리카 선수로서 유일하게 발롱도르를 수상(1995)하고, 얼마 전 라이베리아 신임 대통령으로 선출돼 국빈 자격으로 코트디부아를 찾은 조지 웨아를 위한 레드카펫이 깔려있었다. 

TV 중계료와 상업화 전략, 기업 후원금 등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사하라 이남의 국가들보다는 상황이 훨씬 낫다. 2018년 월드컵에서 본선에 진출한 이집트, 튀니지, 모로코만 봐도 알 수 있다. 코트디부아르 프로 축구 리그의 소리 디아바테 의장은 “지리적으로도 유럽과 가깝고 운영방식에서도 유럽과 흡사한 북아프리카 구단들은 우리보다 재원이 훨씬 많다”고 인정한다. 다행히 이 지역출신 선수들은 목숨 걸고 배를 타지 않아도 된다. 자국에 남아 무리 없이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남아공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남아프리카 축구선수 연합의 툴라가뇨 가오슈벨웨 의장에 의하면 남아공의 최우수 선수들은 한 달에 약 9천 유로를 손에 쥔다고 한다. 

화려한 축구 비즈니스 업계와는 전혀 무관하게 살아가는 뤽 라구슈는 전문교사로서 케냐 키베라의 블랙 스타즈를 무보수로 지도한다. 2부 리그에 속한 이 무명팀은 나이로비 최대 빈민가 주민들의 자랑거리다. 팀을 이끄는 뤽 라구슈는 “우리는 스포츠 집단이기보다는 사회집단에 더 가깝다”며 자부심을 표한다. “스폰서가 들어오면 우리는 선수들이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가난한 빈민가에서조차 축구는 사회진입을 위한 지렛대 작용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아프리카에서는 또 하나의 축구모델이 구축될 수 있지 않을까? 

 
글·다비드 가르시아 David Garcia
번역·배영란 runaway44@ilemonde.com
 
(1) Barthélémy Gaillard & Christophe Gleizes, 『Magique système. L’esclavage moderne des footballeurs africains(기이한 세계: 현대판 노예가 된 아프리카 선수들)』, Marabout, Paris,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