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 이후 만연된 향정신성 의약품

2018-06-28     모하메드 라비 부게라 | 화학자

교통, 항공, 학교, 병원의 파업으로 그리스 전체가 마비됐던 1월 중순, 그리스 의회는 새로운 긴축안을 채택했다. 그리고 그리스 의회와 채권단이 제시한 긴축안에 유로존 재무부 장관들이 동의하면서, 그리스는 67억 유로의 추가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이 그리스 국민들에게 미치게 될 영향은 자명하다.


2010년부터 그리스에서 실행되고 있는 극단적인 긴축정책은 경제상황을 악화시키고 부채 증가, 생산 감소, 그리고 실업률 증가를 가져왔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테네 시민들의 향정신성의약품(2010년과 2014년 사이 35배),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진정제(19배), 항우울제(11배) 소비도 이례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테네에서 배출되는 오폐수에 대한 연구에서 도출된 결과다.(1)

아테네 대학교의 연구원들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언급했던 “일상적인 불안”이 어떻게 표출되는지 방법론적으로 연구했다.(2)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매주, 니콜라오스 토마이디스와 그의 동료들은 그리스 인구의 1/3 이상인 약 370만 명의 오폐수를 처리하는 아테네의 하수처리장들에서 샘플을 채취했다. 여기서 그들은 148개의 의약품, 마약, 기타 불법 물질, 그리고 그리스인들이 이것들을 섭취해 배설한 대사물질을 찾아냈다.

연구원들에 의하면, 이와 같은 물질들이 오폐수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은 예전에도 종종 확인됐지만, 발견된 물질과 사회적 현상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는 이제껏 거의 없었다. 이번 작업은 ‘트로이카’ 채권단(EU집행위, 유럽중앙은행, IMF), 특히 독일이 강제한 긴축안으로 발생한 스트레스에 그리스 시민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다양한 종류의 물질, 주로 향정신성의약품과 항우울제의 소비가 2010년 유럽계획 이후 급격하게 증가했다. 유로스타트(Eurostat)에 의하면, 2017년 9월 그리스의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의 20.5%에 달했다(2013년 8월에 27.8%로 최고치를 기록함). 공공지출은 대폭 줄어들고, 세금은 늘어났다. 퇴직연금은 2019년을 기점으로 또다시 18% 줄어들 전망이다. 그리스 위기가 시작된 이래 12번째 감소다.(3)

연구원들은 또한 고혈압, 궤양, 간질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들의 소비 증가에 주목했다.(4) 반대로 항생제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IDs)의 소비는 감소했는데, 이는 정부의 보건 지출 삭감과 시민들의 구매력 하락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또한 페나믹산 계열의 소염제(프랑스의 경우 Ponstyl, Niflugel)의 소비는 무려 1/28로 줄어들었다. 그리스의 보건 예산은 GDP 대비 6% 이하로 내려갔고, 공공 병원의 예산은 2009년과 2011년 사이에 26% 감소했으며, 의약품 구매는 2010년에는 43억 7천만 유로였던데 반해 2014년에는 20억 유로에 그쳤다.

토마이디스 팀은 불법 메스암페타민(정신자극제로, 중독성이 강하고 신경독성물질이며 Speed, Meth, Crystal Meth 등으로 불림)의 소비도 2배 증가했음을 밝혀냈다. 이와 함께 ‘Sisa’라고 불리는, 빈곤층이 주 소비자인 값싼 물질(Street drug의 일종인 환각제, 흥분제)의 소비도 증가했다. 신경안정제, 코카인, 대마초의 소비 패턴은 불규칙했지만, 주말만 되면 소비량이 치솟았다. 엑스터시(MDMA)의 소비도 급증했다.
토마이디스에 의하면, 이런 결과는 그리스 국민들의 건강, 특히 정신건강이 최근 들어 급격하게 악화했음을 보여준다. 그의 팀이 이런 유형의 연구를 최초로 시행한 것은 아니지만, 최장 기간 최대 인구를 대상으로, 최다 샘플들을 채취해 분석했다.(5) 토마이디스가 내린 결론은 명백하다. “모든 사회경제학적 지표들은 항우울제와 벤조디아제핀의 소비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실업, 경제상황 악화, 부채 증가는 국민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발생시키고 또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 연구는 또한 유럽연합(EU)과 국제자금제공자들이 ‘처방’한 ‘금융 치료’의 결과로 그리스 국민들이 어떤 스트레스와 고통을 받고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준 첫 번째 작업이기도 하다. 토마이디스는 1954년 노벨화학상을, 1962년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미국의 화학자 라이너스 폴링의 말을 인용했다. 
 
“정치와 국제 관계를 포함해 현대 사회의 모든 면은 화학의 영향 범위 내에 있습니다.”  


글·모하메드 라비 부게라 Mohamed Larbi Bouguerra
화학자, 전 바이트-알-히크마 튀니지 국립 과학인문예술 아카데미 회원, 전 프랑스국립과학연구원(CNRS) 부원장

번역·김소연 dec2323@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Nikolaos S. Thomaidis et al., <Reflection of socioeconomic changes in wastewater: licit and illicit drug use patterns>,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50(18), 미국화학회, Washington, DC, 2016.
(2) Alexis Tsipras: “Donnons un nouvel élan à la croissance européenne” (알렉시스 치프라스: “유럽 성장에 새로운 발판을 마련하자”), <르몽드>, 2017년 6월 14일.
(3) Helena Smith, ‘Greece will avoid default after bailout deal - but faces more austerity’, <The Guardian>, London, 2017년 5월 2일.
(4) Katherine Gammon, <Drug use in Athens rose dramatically after economic crisis>, Chemical and Engineering News, Washington, DC, 2016년 9월 12일.
(5) Cf. Christian G. Daughton, <Illicit drugs in municipal sewage>, <Pharmaceuticals and care products in the environment>, ACS Symposium Series, vol. 791, 미국화학회,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