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다각화, 사우디의 긴급과제
2018-06-28 플로랑스 보제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금리경제에서 생산경제로 전환하는 것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선포한 경제개발 계획 ‘비전 2030’의 목표다. 석유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사우디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2014년 말 배럴당 100달러였던 유가가 2015년 초 45달러로 추락했다. 그 결과 경제성장률이 2014년에 7%였던 것이 2016년에는 1.4%에 그치고 2017년에는 본격적인 경제 침체기로 들어섰다.
2015년부터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보조금을 폐지하고 공공요금을 여러 차례 인상하고 2018년 1월부터 부가가치세를 도입했다(5%). 하지만 동시에 왕은 백성을 보살피고 백성은 왕에게 충성한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우디 왕가는 시민기금을 창설하고 사우디인 1천 1백만 명에게 매월 수당(80~240달러)을 지급하고 있다. 사우디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연 2만 1,000달러로 아랍에미리트의 3만 7,000달러, 카타르의 6만 1,000달러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다.
지금까지 고용은 국가가 70%를 담당했다. 사우디 정부는 빠른 속도로 고용을 민간부분으로 넘기고 있다. 그리고 경제 다각화를 위해 광산개발(가성칼륨, 구리, 우라늄, 금), 석유화학, 재생 에너지 그리고 관광산업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매년 8백만 명의 순례자가 메카를 찾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2030년까지 이 수치를 3천만 명으로 높이는 계획을 세웠고 무엇보다도 종교와 무관한 관광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고 있다. 요르단의 페트라 같은 유적지인 마다인 살레가 첫 대상이 될 것이다. 홍해의 작은 섬들 역시 서구인들이 찾는 휴양지로 개발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첨단 산업이 들어서게 될 미래형 신도시 개발 계획인 네옴 프로젝트(5천억 달러)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가 발표한 공식 실업률은 현재 12.8%다. 30세 이하 청년 3명 중 1명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 않고 여성의 3명 중 2명이 구직 중이다. 올해 2월 공항과 국경에서 여권을 검사하는 부서에서 여성 우선채용 일자리 140개의 구인 공고를 냈는데 10만 7,000명의 구직자가 몰렸다. 현재 15%인 여성 경제활동 인구를 2030년까지 30%까지(다른 걸프만 국가는 40%) 끌어올린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그렇게 되면 가계소득이 늘어나고 경제가 성장하며, 민간분야에서 사우디인 대신 일하는 1,100만 외국인 노동자를 대체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정치학교 연구원 스테판 라크루아는 경제변화가 사회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진단한다. “빈 살만 왕세자의 정책에는 일관성이 있다. 절대 종교를 언급하지 않고 경제에 대해서만 말한다. 그런데 경제가 변하면 사회도 변하게 되고 여성 인력도 늘어나게 된다.”
이미 수년 전에 발표된 ‘사우디화’ 정책이 강력하게 시행되고 있다. 외국인들에게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자, 파키스탄과 인도 이주 노동자들이 대거 사우디를 떠나고 있다.
투자자와 기업가들은 리츠칼튼 사건에 큰 충격을 받았다. 부패척결이라는 명목으로 작년 겨울 3개월 동안 사우디의 경제 및 정치 엘리트들이 리츠칼튼이라는 ‘황금 감옥’에 구금됐다. 구금된 사람들은(그중에는 세계적인 부호 알 왈리드 빈 탈랄도 있었다) 사우디 정부와 자금 지원을 약속한 후에 풀려나거나 무혐의로 황금 감옥에서 나올 수 있었다.
청년층과 서민층은 빈 살만 왕세자의 ‘청렴’ 운동에 박수를 보냈지만 리야드와 제다의 상류층은 왕세자가 파산 직전인 자신의 계획에 투자를 받고자 부호들의 돈을 강탈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리츠칼튼 사건으로 1,060억 달러나 되는 자금이 ‘모였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국영석유기업 사우디 아람코가 상장된다고 해도 정부가 필요로 하는 재원을 마련하는데 충분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글·플로랑스 보제 Florence Beaugé
번역·임명주 mydogtulip156@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