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명의 공포에 사로잡힌 미 트럭 운전기사

운전기사 없는 트럭의 시대가 오는가?

2018-07-31     쥘리앙 브리고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2016년 미국에서 최초로 운전자 없는 트럭이 화물을 운송했다. 이후 인간의 개입 없는 화물 운송 시대가 열리면서 각종 테스트가 시행됐다. 한편, 미국 화물트럭 운전기사들은 자신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기술혁명에 맞서 공포와 불신 사이에서 동요하고 있다. 

 
미국 장거리 화물트럭 운전기사들이 이용하는 간이식당마다 “화물트럭 자영업 운전기사 구함”이라고 적힌 XPO로지스틱스(미국 캘리포니아 주 롱비치에 위치)의 구인광고판이 문 앞에 꽂혀있다. 식당 입구의 구인광고판은 거의 장식품이 돼버린 듯했다. 2015년 프랑스 기업 ‘노어베르 덴트레상글(Norbert Dentressangle)’이 약 35억 달러(1)에 인수한 다국적 화물기업 XPO로지스틱스는 월마트나 아마존 등 대형 유통업체에 컨테이너를 운송할 화물트럭 운전기사를 새로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거의 모든 미국 육로운송기업들처럼, XPO로지스틱스도 5만 명의 화물트럭 운전기사가 부족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2018년 5월, 정문 앞에서 파업을 준비하는 시위 대열이 만들어졌다. 4년간 벌써 6번째 파업이었다. 그날 오후, 전미화물운송노조(IBT, International Brotherhood of Teamsters)의 조합원인 산토스 카스타네다는 동료 조합원들과 함께 XPO로지스틱스의 자영업 트럭 운전기사 고용반대청원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화물트럭 운전기사를 자영업 운전기사로 고용하는 방식을 위장 고용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전미화물운송노조(IBT, 약칭 Teamsters)는 미국 최대 규모의 노조다. 2018년 조합원 수는 총 140만 명이며 이 중 현직 화물트럭 운전기사는 60만 명에 달한다. 카스타네다는 설명했다.
 
“우리는 캘리포니아 주(州) 대법원에 소송을 5번이나 제기했습니다. 청원운동과 집단소송도 진행했어요. 게다가 유럽노조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했습니다. XPO로지스틱스는 트럭 운전사를 회사직원으로 인정하기를 거부했습니다!”
 
XPO로지스틱스에서 일하는 화물트럭 운전기사 150명 중 대다수가 자신이 사용할 트럭을 회사에서 임대했다. 흔히 ‘리스’라고 불리는 화물트럭 임대 시스템을 통해 회사는 화물트럭 운전기사를 대상으로 근무에 필요한 장비인 트럭을 외상으로 판매한다. 그리고 운전기사는 사고가 나지 않는 이상, 몇 년간 매월 상환금을 지급하고 나면 화물트럭 소유주가 되는 것이다. XPO로지스틱스의 최고 경영자 브래들리 제이컵스(2018년 자산 26억 달러)는 노동조합을 좋아하지 않는다. 동료 조합원을 도우러 온 버스 운전기사 대니얼 두아르테가 설명했다.
 
“회사는 팀스터스(Teamsters)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경영진은 우리 노조에 지미 호파(2)를 끼워 넣고 우리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게 합니다. 그리고 신입 노조원을 회삿돈을 훔치러 온 마피아로 몰아갑니다. 만일 경영진이 당신을 팀스터스 노조원과 동류라고 생각하게 됐다면, 그 순간부터 그들은 당신에게 일거리를 주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오후 4시. 카스타네다는 XPO로지스틱스 정문 앞에 그려진 백색 선을 가리켰다. “만약 우리가 이 선을 넘는다면, 회사는 바로 경찰을 부릅니다. 저기, 저 앞에 스캡(Scab, 파업 파괴자)이 있어요.” 피터빌트 트랙터 한 대가 선을 넘고 있었다. 차고로 진입하기 전, 트랙터 운전기사는 차를 멈추고 노조원들을 향해 총을 쏘는 시늉을 하고 다시 액셀을 밟았다. “저 사람들은 회사가 좋아하는 반(反)노동조합원들이에요. 미국 전역에 저런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 자리를 대신하고 보너스를 받죠!” 
 
투쟁하는 트럭 운전기사들, 파업 파괴자들, 철문 뒤에 숨은 경영진, 이런 대립구조는 노만 주이슨 감독의 영화 <투쟁의 날들(F.I.S.T.)>(1978)의 초반에 전개되는 장면과 흡사하다. 젊은 실베스터 스탤론이 주인공으로 열연한 <투쟁의 날들>은 1937년 클리블랜드에서 주인공 조니 코박이 노동시간 축소와 운송노동자 임금인상을 사장들에게 강력히 요구하기 위해서 ‘파업에 파업’을 일으킨다는 내용이다.(3) XPO로지스틱스의 직원들은 노조 압박을 겪던 그 시절 노조원들과 같은 장벽에 가로막혀 있는 듯했다. 그런데, 여러 투자은행의 전망분석 자료와 기업 보도자료를 읽으면 미국 육로운송 시나리오에 새로운 캐릭터가 곧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자율주행’ 트럭이다. 말 그대로, 사람이 없이 스스로 주행하는 트럭이다.
 
 
실리콘 밸리의 다음 목표물
 
2013년에 발표한 모건 스탠리 보고서(4)에서는, XPO로지스틱스의 트럭 운전기사처럼 화물트럭 운전기사가 제일 먼저 운전자가 없는 트럭으로 교체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2020~2025년’에 ‘4단계’ 자율주행 트럭이 등장할 것이라고 했다. 자율주행 4단계의 경우,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할 수 있지만, 사전에 입력된 구역에서만 주행할 수 있으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운전석에 사람이 탑승해야 하는 단계다. 완전한 자율주행 자동차는 운전석에 앉은 사람이 없이 주행이 가능한 ‘5단계’이며, ‘2030년 즈음’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항만 내 도로처럼 주행이 한정된 도로에서 첫 번째로 자율주행 트럭이 상용화될 것이며, 이후 고속도로로 확대되고, 그다음 고속도로와 시내 도로가 혼합된 구역에서 자율주행 트럭이 돌아다니게 될 것이다.” 모건 스탠리는 이렇게 예상했다. 그는 또한 화물운송업에 자율주행 트럭 도입 시 경제적 가치를 연간 1,680억 달러로 전망했다. 자율주행 트럭 도입으로 약 700억 달러의 인건비와 약 360억 달러의 예상 사고비용(5), 그리고 약 350억 달러의 연비가 절약된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약 270억 달러의 ‘생산성 향상’을 예상했다. 다른 투자 분석가들도 자율주행 트럭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모건 스탠리 보고서는 XPO로지스틱스의 운전기사들처럼 화물트럭을 리스한 사람들을 육로 운송 자율화의 첫 희생자로 예측했다. 지난 17년간 화물트럭을 운전해온 안드레 하트는 “결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어 했다. “도로에서 사람 없이 주행하는 차, 정말 위험합니다. 컴퓨터에는 눈이 없기 때문입니다. 카메라가 있다 해도 매일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합니다.” 이어 제럴드 대니얼스가 도착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에 선글라스를 착용한 그는 말했다. “다가올 수밖에 없는 미래입니다. 이미 롱비치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사람 없이 화물트럭에 짐을 적재하고 있습니다.” GPS로 움직이는 콤바인, 정사각형 모양으로 잔디를 깎는 움직이는 인공지능 기계, 카펫 위를 혼자 돌아다니는 가정용 청소기 다음으로 실리콘 밸리가 주목하는 분야는 미래의 ‘자율주행’ 트럭이다. 
 
미국 내 화물트럭 운전자는 350만 명이다. 대부분 50개 주(州)에서 화물트럭 운전기사가 가장 흔한 직업으로 영업직, 선생님, (급증한) IT 개발자보다 많다.(6) 화물트럭 운전기사 180만 명 정도가 전체 소비재의 약 70%에 해당하는 물류를 운송하는 장거리 운행을 하며, 이 중 93%가 남성이다. 나머지 물량은 철로로 운송된다. 미국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화물트럭 운전기사의 평균 연봉은 4만 2480달러다. 그리고 육로운송 분야의 높은 이직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류 운송회사에 들어온 거의 모든 화물트럭 운전사가 6개월 안에 회사를 떠나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화물트럭 운전기사는 미국 장편소설 속 핵심인물이었다. 물건과 사람들의 자유로운 이동의 요람인 아메리카의 약속이 실현된 인물이었다. “항상 트럭 운전기사를 꿈꿨다”는 미 중서부 출신 작가 리치 코헨은 트럭 운전기사를 ‘카우보이와 무법자로 찬양받는 미국 대중문화의 주요 인물’로 평가했다.(7) 영화 <투쟁의 날들>을 시작으로 <콘보이> 또는 <스모키 밴티드>를 거쳐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까지, 음악과 영화는 미국식 화물트럭 운전기사의 모습을 그려냈다. 영화 속 트럭 운전기사는 상황을 잘 감지하고, 그 특유의 말투로 동료들과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동료들을 움직이는 능력을 지닌 인물이다. 영화감독 샘 페킨파의 <콘보이>(1978)를 보면, 화물트럭 운전기사 수백 명이 동참한 경찰저항운동의 목적을 묻는 한 기자에게, 주인공 마틴 ‘러버 덕’ 펜왈드(크리스 크리스토퍼슨 분)는 “절대 멈추지 않기 위해서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우리 화물트럭 운전기사는 현대의 카우보이가 아닙니다. 오히려 가야 할 길을 달리기 때문에, 결코 서로 만날 수 없는 들고양이입니다”라고 XPO로지스틱스에서 일하는 안드레 리베이로가 답했다. 그는 미네소타 주에 위치한 어느 주유소에 트럭을 세웠다. 다른 수만 곳의 주유소와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주유소에는 카드 결제기가 부착된 주유기, 카운터에 앉아있는 불안정해 보이는 주유소 여직원, 뜨거운 막대기에 꽂혀 계속 돌아가는 소시지와 트럭운전기사들이 텀블러에 담아가는 커피가 담긴 커피머신이 보였다. 
 
“가장 힘든 것은 기다림, 고독, 자신만의 생각에 갇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피로도요. 트럭 운전기사들은 모두 당신에게 ‘사람들이 우리를 벼랑 끝까지 밀어붙이기 때문에 위험을 느낍니다’라고 말할 것입니다. 저는 매일 11시간 운전합니다. 운전석에 11시간 동안 앉아있다는 이야기지요! 카페인 음료, 에너지음료를 달고 삽니다. 거의 모든 종류의 음료를 마셔봤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수면제 없이는 잠들 수 없어요.” 
 
1,500km 떨어진 곳에서 72세의 폴 스콧은 서부풍 술집, 진료소, 교도소 등 서부 분위기를 풍기는 뉴멕시코 주에 위치한 어느 주유소 근처에 노란색 물방울무늬가 그려진 자신의 검은 화물트럭을 주차하고 있다. 폴 스콧은 UPS(United Parcel Service)의 화물 트럭을 50년째 운전하고 있다. UPS는 43만 5천 명의 직원을 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물류 운송 기업으로 미국에서 ‘UPS 파업’(8)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한 노조의 마지막 승리를 상징하기도 한다.
 
1997년 폴 스콧도 팀스터스 18만 5천 명 파업노조의 일원이었다. 그는 당시 파업 15일 만에 UPS 경영진의 무릎을 꿇게 했다. 이런 그의 업적은, 1981년 파업에 참여한 항공관제사 1만 1,359명을 해고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결정에 충격을 받았던 미국 노동자 계층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파업 덕분에 우리는 만족스러운 노동조건과 임금, 그리고 좋은 유니폼을 얻었습니다. 저는 전 세계 누구와도 제 자리를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연간 8주 휴가, 매우 훌륭한 퇴직연금, 의료보험과 약 10만 달러의 연봉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 60시간 이상 운전하며 주당 1천 2백 달러를 받으면서도 모든 비용을 자신이 내는 자영업 트럭 운전기사와 비교하면 아주 운이 좋은 편이죠.” 
 
하지만 스콧은 회사가 훌륭한 운전기사를 위한 보상 시스템을 없앤 점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과거 UPS는 근속 30년 이상의 우수운전사를 선발해, 세탁기나 바비큐 그릴을 선물했다고 한다. 그는 “모든 것은 끝났다”며 한숨을 쉬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한 여성이 우버의 자율주행 자동차에 치여 숨졌어요.(9) 운전기사 없이 트럭을 주행하다니, 이런 발상을 이해하기 힘듭니다. 운전기사는 항상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율주행 트럭 상용화를 방치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오늘날 ‘현대 카우보이’인 화물트럭이 실리콘 밸리 스타트업의 관심 대상이 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조금도 반대하지 않는다. 휴식시간과 함께 수면시간 8시간을 보장하며, 미국 화물트럭 운전기사를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총 물류운송비용의 40%를 차지한다. 결론적으로 은행, 우편, 통신, 상업, 음악산업, 저널리즘, 교통 등의 정보화 이후 실리콘 밸리는 물류 운송업을 자신들의 다음 표적목록에 넣었다. 우버가 인수한 스타트업 오토(Otto)는 2016년 10월 자율주행 트럭이 약 200km의 길을 달려 물품(버드와이저 맥주 박스)을 운송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 이후, 모든 것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우버, 구글, 테슬라와 함께 5개 스타트업이 운전자 없는 트럭을 상용화하는 데 필요한 ‘믿을 수 있는’ 시스템을 최초로 개발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구글의 등장과 함께 운전기사들의 연대가 사라졌다”
 
5개 스타트업 중 하나인 스타스키 로보틱스(Starsky Robotics)의 최고경영자 스테판 셀츠 악스하머(Stefan Seltz-Axmacher)는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던 엄지동자처럼 원격조종으로 트럭을 운전하는 모험을 했다.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28세 젊은 경영자 스테판 셀츠 악스하머는 짧은 수염과 통통한 얼굴, 총명한 눈빛으로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자신은 트럭운전을 해본 적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투자금 2,150만 달러를 유치했고, 아마존 물류창고와 컨테이너 터미널 사이를 오가는 자율주행 트럭을 상상하면서 원격 조정되는 화물트럭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2015년부터 엔지니어 약 30명을 고용했다. 미국을 아마존의 거대 자동화 유통망으로 만들기 위해 수백만 개의 바코드를 도로표지판에 붙일 필요도, 아스팔트 위에 전자칩을 설치할 필요도 없다. 카메라, 레이더, 동작탐지기가 장착된 인공지능트럭은 ‘복잡한’ 도로 위를 달릴 때는 원격조정자에 의해 달리며, 고속도로에서는 ‘자율주행’ 모드로 움직일 것이다. 셀츠 악스하머는 “기술 부분에 있어서 우리는 거의 준비됐습니다. 우리는 지난 3년 동안 상당한 발전을 이뤘습니다”라며 확실하게 말했다.
 
아버지가 ‘실패한 엔지니어’이고, 어머니는 비즈니스 전문 기자인 셀츠 악스하머는 2012년 아프가니스탄 북동부 지역에서 미군이 실시한 헤이메이커 작전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는 드론의 모습을 TV를 통해 보면서 저는 원격으로 비행기 조종이 가능하다면 화물트럭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셀츠 악스하머가 말했다. 그는 스타스키 로보티스(영화 <스타스키와 해치스>를 참고해 만든 이름)의 엔지니어, 자율주행차 운전자(operator)와 함께 2018년 말까지 플로리다주에서 실물 크기 자율주행 트럭의 첫 번째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불신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불신은 빠르게 맹목적 신뢰로 바뀔 것입니다. 인간은 오른 차선에서 쉬지 않고 10시간씩 운전을 하는 일처럼 온종일 반복적인 작업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반면, 컴퓨터는 이러한 반복적인 작업에 매우 적합합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실시했던 군사 작전보다 자신의 사업이 더 성공할 것으로 생각했다. “당신이 제게 이야기한 화물트럭 운전자, 그러니깐 자신들의 직업이 결코 자동화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1980년대 브라질 고무나무 채집인부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직업이 기계를 대신할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었죠.” 
 
지난 5월 1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전미화물운송노조(IBT, Teamsters)의 노조 책임자들이 모인, 자율주행 트럭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특히 라스베이거스는 팀스터스와 관계있는 도시다. 왜냐하면 지미 호파가 횡령한 팀스터스의 퇴직 연금 일부가 흘러 들어가 라스베이거스 도시를 건설하는 데 일조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주제가 매우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토론회는 비공개로 열렸다. 노조 공동협의회 7지역 정책팀장을 맡은 더글라스 블로흐는 “유익한 토론회였지만, 우리는 다시 모여야 합니다. 우리는 기술을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기술이 우리 트럭 운전기사들의 삶을 망가뜨리고, 로봇의 보조 역할로 축소하면서 우리 직업을 더 비통하게 만들고 의미 없는 일이 되도록 하는 데 사용돼선 안 됩니다. 그리고 제가 전하고 싶은 말은 스타스키 경영자처럼 자신들이 ‘준비’됐다고 단언하는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쟁이라는 것입니다. 기반시설은 갖춰져 있지 않았고 컴퓨터도 준비돼있지 않습니다. 미국인들도 준비돼 있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팀스터스 노조원들도 마찬가지다. 이어 블로흐는 “운전자가 없는 화물트럭이 도로 위를 수없이 달리는 날은 아직 먼 나라 이야기입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렇지만 이미 각종 기술이 화물트럭 운전사들의 삶을 상당 부분 바꿔놓았다. 오늘날 화물트럭에는 스마트폰이 생활 무전기인 CB(‘시티즌 밴드(citizen band)’, 일반인들이 서로 통신하기 위해서 라디오 주파수를 이용한 무전기)를 대신하고 있으며, 손으로 쓴 도로 이동 경로는 전자식 운행 기록계에 자신의 자리를 양보했다. GPS의 등장으로 종이 지도가 사라졌고, 속도 조절기(자율주행차 ‘1단계’) 덕분에 발과 다리의 근육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사느냐 죽느냐’라는 뜻의 글자 문신을 손가락과 팔에 세긴 마이크 데이비슨은 아이오와주의 화물트럭 운전자다. 그는 “구글이 등장하면서 화물트럭 운전사들 사이에 연대가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운전할 때, 시티즌 밴드로 다른 운전자들에게 교통 상황 등의 정보를 묻곤 했습니다. 대화가 필수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오케이, 구글’이라고 말하면 끝납니다”라고 말했다. 
 
아이오와 80은 ‘세계 최대의 휴게소’로 유명하다. 900대가 동시에 주차할 수 있으며 트럭박물관, 화물트럭 운전기사 전용 슈퍼마켓이 있어 운전기사들에게 ‘스위트 홈 타운’같은 곳이다. 아이오와 80에 가면 불빛이 반짝이며 전시된 트럭을 볼 수 있는데, 트럭에는 ‘If you bought it, a truck brought it(당신이 산 물건은 트럭이 운반한 것이다)’라는 문구가 있다. 화물트럭 운전기사들은 물리치료실에서 뭉친 등 근육을 풀 수 있고, 치과에 가서 충치를 치료하고, 일립티컬 머신으로 팔과 다리를 동시에 움직이며 운동할 수 있으며, TV 시청실에서 졸기도 하고, 상품판매 코너에서 ‘진짜 아이오와 풀로 된 샌들’을 만져볼 수 있다. 
 
“여기에는 미국에서 가장 좋은 샤워시설이 있습니다. 화물트럭 운전기사는 깔끔하지 않고, 거칠다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매일,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꼭 목욕을 합니다. 욕도 하지 않아요.” 토냐 브루어는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말했다. 그녀는 미국 육로 운송 대기업 중 한 곳인 스위프트(Swift)에 고용돼 트럭을 운전한다. “저는 한 달에 25일, 하루에 11시간 운전하고 주당 1,200달러를 받아요. 집에 들어가는 건 한 달에 4번입니다. 우리 부부는 서로 사랑하지만 한 달에 4번 얼굴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요. 저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에게 자유를 의미하죠. 그럼 저는 이만 움직여야 합니다.”
 
화물트럭 운전기사는 바쁘다. ‘전자식 운행기록계’로 쉬는 시간이 측정돼 급여에서 제외된다. ‘오래전부터’ 자영업으로 화물트럭을 운전한 쿠바 출신 펠리페 라미레스는 말했다. “제가 만일 이 기계를 발명한 사람을 만난다면, 저는 그 사람을 하루 11시간 동안 사무실 의자에 앉히고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확인하면서 자지도 쉬지도 못하게 할 겁니다.” 아이오와 80의 주차장에서 그는 자신이 24년 동안 타고 다닌 트럭의 미터기에 찍힌 100만 마일(160만 km)을 보여주고 화물트럭에 적재된 플라스틱 파이프를 감싼 붉은색 보호천을 정리했다. 그의 목적지는 네바다주 리노(Reno)다. 그는 “이 일을 원하는 사람이 더 이상 없다고 해요. 이해합니다. 화물트럭 운전기사로 살려면 많은 희생이 따릅니다. 지금 제 딸이 장출혈로 3일째 병원에 입원해 있어요. 딸은 마이애미에 있는데, 저는 이곳, 도로 위에 있죠. 이게 저의 삶입니다”라고 말했다. 
 
커피 머그잔, 일출 그리고 컨트리 음악
 
그의 뒤로 보이는 트럭 박물관에는 1927년식 제너럴 모터스의 트럭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박물관 안쪽으로 들어가면 홍보영상이 반복돼 상영되고 있었다. 장엄한 로키산맥 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배경 속에 트럭 운전기사가 한 손에 커피 머그잔을 든 모습은 자유, 긍지, 자율성을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다. 그리고 박물관 관람객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 컨트리 음악을 배경으로 모든 지역의 트럭 운전기사들이 전하는 메시지 ‘우리는 미국 트럭 운전기사임이 자랑스럽다’가 적혀있다. 
 
벽에는 화물트럭 운전의 역사가 연도별로 정리돼 있었다. 1750년에 마차로 시작됐고, 이후 1896년 포트의 첫 사륜구동 자동차가 등장했으며, 1903년 팀트터스 노동조합이 결성돼 1980년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1980년은 매우 중요한 연도다. 당시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에 의해 발효된 ‘미국 트럭 운송법(Motor Carrier Act)’으로 시장의 법칙에 따라 모든 산업 분야의 제품을 운송하게 됐고, 요금과 허가증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사라졌다. 연도별 역사는 트럭 문 아래에 서 있는 어린이의 사진에서 끝이 나며 이런 질문이 달려있다. ‘무엇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가?’ 트럭 박물관 직원 샌드라는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미래가 운전기사 없는 트럭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트럭 운전기사들의 삶은 이미 고됩니다. 운전기사들 대부분이 한 달에 고작 한 번이나 집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길 위에서 영양가 없는 음식으로 끼니를 때웁니다. 여기 보세요. 오늘 박물관에 사람이 없습니다. 평일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럭 운전기사들이 이곳을 방문할 시간은 당연히 없지요. 제가 알기로는, 이곳이 미국에서 유일하게, 트럭 운전기사를 위한 박물관인데도요.”  
 
 
글·쥘리앙 브리고 Julien Brygo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올리비에 시랑(Olivier Cyran)과 공동저서 『Boulots de merde! Du cireur au trader, enquête sur l’utilité et la nuisance sociales des métiers 젠장! 구두닦이에서 상인에 이르기까지 사회 효용 및 거래 불이익에 대한 조사』를 출간했다(La Découverte Poche, Paris, 2018).
 
번역·윤여연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1달러는 약 0.85유로에 해당(2018년 7월 23일 기준).
(2) Jimmy Hoffa, James Riddle Hoffa(1913.2.14.~1975.7.30) 1957~1967년 전미트럭운송조합 위원장이었던 인물로, 마피아와 연루돼 1967년 유죄선고를 받았으며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 의해 사면됐다.
(3) Norman Jewison, ‘FIST, c’est aussi l’Amérique(분노의 날들, 역시 미국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1978년 10월호. 
(4) ‘Self-driving the new auto industry paradigme’, Morgan Stanley Blue Paper, 2013년 11월 6일. http://orfe.princeton.edu. 참고: Olivia Solon, ‘(Self) driving trucks: what's the future for America's 3,5 million truckers?’, <The Guardian>, 런던, 2016년 6월 17일.
(5)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위원회에 의하면, 2016년 미국 도로에서 목숨을 잃은 4만 명 중 786명이 화물트럭 운전기사다. 그 만큼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에 속한다.
(6) Quoctrung Bui, ‘Map: the most common job in every state’, National Public Raio, 2015년 2월 5일.  www.npr.org.
(7) Rich Cohen, ‘The end of the big-rig dream’, <The Wall Street Journal>, 뉴욕, 2018년 2월 9일.
(8) Rick Fantasia, ‘Spectaculaire victoire des camionneurs américains(미국 트럭 운전기사들의 놀라운 승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1997년 10월호. 
(9) 2018년 3월 중순, 애리조나주 템피시에서 우버의 볼보 반자율주행차가 49세 여성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했다.